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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북아신문] 쉰 하고 절반의 숫자를 넘으니 몸이 변화를 일으킨다. 마음은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데 자연의 법칙이 정해주는 청춘의 대명사, 젊음이 끝나가는 것 같다. 즉 늙어간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치열하게 살아온 젊은 날의 아픔도 느껴보았고, 인생의 오르막과 내리막길은 지금도 걷는 중이다. 부모 나이 되어온 지금은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건강을 중요시하는 것도 알았다. 이마에 늘어나는 주름과 검었던 머리카락도 백발로 변해가며 세월의 흔적을 만들어 가고 있다. 거부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라는 걸 알지만, 긍정하기가 왜 이리도
문화·문학
이동렬 기자
2024.04.1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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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신문=배영춘 수필가] 힐링이란 무엇일까? 나를 위해 일상에서 벗어나 편안한 쉼과 잠깐의 설렘을 느끼고 돌아오는 게 과연 힐링일까? 아무리 강한 사람도 강한척 하는 사람도 마음의 상처를 받고 그로 인해 일상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상처를 치료하며 힐링할 수 있는 곳이 없을까 해서 인터넷을 뒤지다가 예산의 수덕사가 눈에 들어왔다. 속세와 근사한 수덕사를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초가을의 산바람은 청량했고 더 높은 하늘은 환기를 위해 열어 놓은 창문같이 시원했다. 사사롭게 채워졌던 잡념들이 비워지는 듯한 기분이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4.03.30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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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신문=류재순 소설가] 나의 소싯적 친구들은 내 이름과 내 가족을 떠올리면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나 이렇게 세 식구인 줄 안다. 내 입에서도 그렇고 우리 집에 놀러 다니던 그들의 눈에도 이렇게 원래부터 단솔한 세 식구임이 분명하였다. 아주 어렸을 때 나는 마냥 할머니 할머니 하면서 강아지처럼 할머니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애들이 입에 달아놓고 부르는 엄마라는 소리가 외려 이상하게 들렸다.엄마가 할머니고 할머니가 역시 엄마가 아닐까 하는 어리석은 유년기를 보낼 정도였다. 나는 이렇게 엄마라는 개념조차 희미했다.나이가 들면
문화·문학
이해심 기자
2024.03.1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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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따라 향기따라 내 마음에 휭 하니 한줄기 찬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갑자기 한바탕 들이닥친 쓰나미가 모든것을 쓸어가버린 듯 마음이 허전하고 비여버린다. 아, 텅텅 비어버린 내 마음의 빈자리를 무엇으로 메워야 할까? 바람이 불어온다. 그 바람은 내 마음속에 남은 향기마저 흔적조차 없이 모조리 가져가버리는 것 같다.교직원생활 30년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내 자리 어쩔 수 없는 현실 내 인생은 갑자기 멈추어버렸다. 무인고도에 갇힌 기분이다. 어디에서도 향기를 느낄 수도 맡을 수도 없었다. 향기가 빠져나간 자리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기자
2024.03.15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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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을 품고 있는 서울 도심의 산 중턱 공간이 온통 연기로 하늘을 뒤덮고 여러 대의 소방 헬기가 진화하는 장면이 티비 화면을 채운다. 산불을 보면서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나뿐일까? 일상생활에서 순식간에 모든 걸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삶의 목적과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산란하고 우울해지는 마음에 내 삶도 파괴되는 것만 같다. 아직은 견딜만한 고통과 모순 속에서 우울함을 떨쳐버릴 생각으로 등산을 나섰다. 봄꽃은 아름다움을 발산하며 나의 마음을 유혹한다. 야산의 진달래부터, 꽃비가 되어 하늬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의 아름
문화·문학
장문영 기자
2024.03.0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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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신축년이 서서히 저물어가고 2022 임인년 양력설이 바야흐로 래일모레이다.한해동안 사용해오던 탁상력 따위들을 새 력서로 갈아주고 새해 첫 스타트부터 계획들도 알차게 세우면서 새로운 한해를 즐겁게 멋지게 행복하게 보낼 꿈과 희망으로 부풀어오르는 갈림목이기도 하다. 낡은 해와 새해를 가름하는 양력설은 그래서 언제봐도 새롭다.그러나 우리한테 양력설은 새해 첫날 정도로만 각인될 뿐 설이 아니다. 본격적인 설은 음력 정월 초하루인 음력설을 설로 알고 있다.하긴 설빔 같은 우리말이 무색하리만치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새옷도 척척 사입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4.02.0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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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신문=전정환 수필가] 입추가 지난지도 한참 되었다. 푸른빛이 선연했던, 푸른 초록이 눈부시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던 초여름의 어느 날, ‘봄이 벌써 가버렸나!’ 하고 탄식을 하던 기억이 아직도 따스한 온기를 품은 채 눈앞에서 가물거리는데, 벌써 가을의 빛이 완연하다. 이제 곧 여름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서고 추풍락엽의 가을이 서서히 본색을 드러낼 것이리니! 야속한 세월은 제멋대로 앞으로만 굴러간다.또 한 계절을 살아낸 내 모습은 해질녘의 어느 지점에 머물러 있을까. 아니, 중오에 작열하는 태양에서 얼마나 더 멀리 떨어져 나갔
문화·문학
글 전정환
2024.02.0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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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신문= 전정환수필가] 살아가면서 자기에게만은 절대 일어날 일이 아닌 것처럼 여기는 일(이를테면 치매나 신체마비 등)들이 있다. 이 말을 살짝 각도를 조금 바꾸어서 들여다보면 남들한테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건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만 자기한테 일어나는 건 전혀 가당치 않다는 얘기로 들릴 수도 있다. 그걸 굳이 비틀린 시선이라고 하지는 않겠다. 사람들 내면의 깊은 곳에서 자신의 건강을 기원하는 간절한 념원이 때로는 조금 왜곡된 방식으로 존재할 수도 있으니까. 주변의 사람들중 이런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분들이 결코 소수라고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4.02.0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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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화(雙和)의 삶이란 무엇일까?세상만물은 쌍(雙)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없다. 그 쌍 (雙)이 和를 이루어야 천지(天地)는 제자리를 찾으며 만물이 길러 진다.필자와 독자, 남편과 아내, 사장과 직원, 단체장과 회원들, 여행지와 관광객 ... ... 이 모든 것들은 쌍(雙)으로 이루어 지며 和하면 화애롭고 발전하며 和하지 못하면 결핍이 생기게 되며 때론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계곡물은 길을 내지 않아도 스스로 높은 곳에서 이리저리 길을 내면서 낮은 곳으로 흘러 내린다. 만약 계곡물이 높낮음이 없이 평평한 상태라면 그 물은 썩고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4.02.0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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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마다 설대목이 되면 연변대학 아파트에 살고 있는 정판룡교수의 부인 왕유녀사를 찾아뵙게 된다. 왕유(王瑜,1934- )여사는 강소성 상해 태생이요, 1950년대 중반 쏘련 모스크바 레닌사범학원 로씨야언어문학학원에서 유학할 때 정판룡교수를 만나 1959년에 결혼했다. 그는 상해나 북경의 좋은 일자리를 마다하고 남편을 따라 연변에 왔고 평생 연변대학에서 로씨야어와 영어를 가르쳤다. 정판룡교수가 서거한지도 어언 20년, 하지만 왕유녀사는 미수(米寿)를 바라보는 오늘까지 여전히 정판룡교수의 서재를 지키고 있다. 서재에는 정판룡교수의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12.1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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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은 이른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강변을 따라 20 키로 장거리 걷기 대회가 시작될 예정으로 보였다. 곳곳에서 야외행사가 열리면서 오래만에 야외로 나온 사람들은 너도나도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대학입시를 앞둔 아들애가 머리도 식힐 겸 주말 나들이를 나가자고 해서 따라 나온 나도 어느새 기분이 상쾌해졌다.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걷기 시작했다.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맑고 강변이라 공기도 시원하고 나무들도 연두색 잎사귀들을 팔랑 이며 산들산들 춤추고 있는듯 싶었다. 나는 준비해온 핸드폰 카메라
문화·문학
장문영기자
2023.12.02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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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되는 천재지화의 강타 속에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와 촉촉이 내리는 봄비가 분주한 아침의 창을 토닥토닥 두드린다. 나는 부랴부랴 정원으로 뛰어나가 방금 손빨래해서 널어놓은 애들의 양말이며 속옷가지들을 걷어 들여놓고 그제야 한숨을 돌리며 호젓한 방안에 홀로 기대는 자신에게 따끈한 차 한 잔을 장려한다.언뜻 TV 스크린에 어리는 제법 잘 어울리는 앞치마 두른 내 모습에 뿌듯해지는 마음을 차 한잔으로 적셔주며 여유로움을 찾아가는 나의 아침이다.어느새 밑굽을 드러낸 찻잔을 들고 막 일어서려는데 테이블 우에 놓인 휴대폰벨이 다급하게 울린다.
문화·문학
이동렬 기자
2023.10.1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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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늙음을 아득히 먼줄로 안적이 있었다. 그런데 돌연 나에게서 젊음은 벌써 먼 옛날이였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며칠 전 내가 버스역에서 줄을 서는데 한 청년이 “할아버지 먼저요( 老爺子先來)”하며 순서를 양보 했다. 그런데 오늘 물건을 부치러 우정국에 갔더니 젊은 직원이 또 나더러 “할아버지 이쪽으로요(大爺到這裡來) 라고 안내했다. 젊은이가 뭐 틀린 말을 한 건 아닌데 괜스레 습관이 안 되고 귀에 약간 거슬렸다. 마음의 연령은 아직 하늘의 별도 딸 수 있는 한창 나인데 그새 실제 연령이 벌써 할아버지(老爺子, 大爺)라 눈앞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10.12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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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기대하지 않은 사물이나 사람에게서 잔잔한 감동을 느낄 때가 많다. 내가 마란타과(竹芋料)에 속하는 ‘파랑죽우(波浪竹芋)’라는 꽃을 사올 때만 해도 그저 집안에 록색식물을 배치하기 위한 의도에서였다. 별로 해빛을 많이 쬐이지 않아도 되고 물만 주면 된다니 실내 관상용 화분으로는 딱이였다. 그런데다 이 꽃은 어딘지 모르게 먼 남국의 이국적인 풍치를 풍기고 있는 것 같았다. 잎의 겉과 뒤가 푸른빛과 자주빛으로 되여있어 빛갈부터가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우를 향해 쭉쭉 뻗어오르는 톱날 같은 잎사귀들은 어딘지 모르게 힘찬 기상을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10.12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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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고 이튿날 머리칼을 쥐여뜯으며 나의 취중행태에 대해 후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귀가하다 아빠트 층계에서 넘어져 이마빽이 시퍼렇게 멍이 들던 날 그랬고 역시 귀가하며 층계를 오르다 대체 몇층까지 올라왔는지 헛갈려 1층으로 다시 내려갔다가 한층한층 세여가며 올라와 문을 두드렸는데도 안에서 낯선 남자의 “누구요!”하는 소리를 듣고 혼비백산했던 날 그랬고 아침에 깨여나 휴대폰을 보며 전날 밤에 여기저기에 보낸 이상한 메시지를 보며 그랬고… 맑은 정신에는 절대 하지 않았을 이야기를 내뱉은 것이 이불 속에서 눈을 깜빡이며 떠올려
문화·문학
최춘란 기자
2023.10.12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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开春后的一天,李祥君给我发来微信视频,是我们50年前的集体户窗前悠悠流淌的那条牡丹江,他告诉我今年大山苗圃大江开化的消息。随后他又把这段视频发到集体户的微信群里,顿时引发大家的感慨和热议。这让我想起当年集体户知青生活的点滴,也想起牡丹江与我的渊源。大山苗圃与其他主伐林场一样,均为位于敦化县城的一家大型林业企业所属。知青和职工几乎从事同样的工作,播种、浇灌、培育各种树苗,为各林场提供造林所需的苗木资源。集体户的知青70多人,最多时一度达到一百六七十人。一年半的光景,尽管时间不长,但这段时光的磨砺,为我此后的人生积淀了坚实的底蕴。那年冬天,我跟着开拖拉机的陈师傅在山上拉运风倒木,在大雪没膝的森林里
문화·문학
이동렬 기자
2023.09.22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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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봄날의 약속 어머니, 그 부우옇고 춥기만 하던 겨울도 마침내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봄이 왔네요.꽃 피는 새봄이 찾아왔네요.벌써부터 TV에서는 매화꽃축제요 진달래축제요 벚꽃축제요 하며 개화일들을 떠들어대고 있지만 꽃축제 말만 나오면 저는 기분이 별로예요. 마치 축제를 위해 피여나는 꽃인양 보도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을 슬프게 지켜보노라면 어머니와 지키지 못한 그 약속 때문에 더 상심하게 되네요.약속이였지요!그건 분명 약속이였는데 제가 일방적으로 지켜드리지 못한 아픈 약속이거든요.하긴 약속이라 해봤자 거창한 것은 아니고 꽃을 유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09.1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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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가의 말(马)청명 날 친구의 가족과 함께 바다 가를 찾았다. 무더운 열기 아래 피서막 안에 갇혀있는 금빛 말 한 마리가 내 시야에 안겨온다. 초원에서 아침 이슬 풀을 뜯어먹으며 여유롭게 자연을 만끽해야하는 말이 무슨 인연으로 열대지방의 바다 가에서 그 혹독한 땡볕 아래 서있어야만 할가. 은연중 말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깜짝 놀랐다. 어쩌면 나의 영혼도 말처럼 졸고있었는지 도 모른다.저 말은 낮에 달리면 천리, 밤길은 팔 백리를 달리는 천리마 소질을 갖고 태어났는지 도 모른다. 다만 백락과 같은 스승을 만나
동포문단
장문영 기자
2023.09.1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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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순 작가의 수필집 의 출판기념회가 지난 2일 서울시 대림동 소재 대림연회루 4층 홀에서 열렸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20일에 재한동포문인협회에서는 별도로 류재순 작가 수필 출간 기념식을 갖고 특별히 류작가의 창작생애를 소개한 동영상을 제작해서 영상을 상영하고 시낭송협회에서 류작가를 위해 시낭송과 노래 공연 등을 가졌다. 류재순 작가는 인사말에서 "시간을 내어 동영상까지 제작해 준 김경애 회장과 평소 많은 성원과 축하를 해주신 회원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며 "우리 작가들에게는 글로 무엇인가를 이
문화·문학
박연희 기자
2023.09.0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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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에 무궁화에 물을 주며 9월은 일본 열도에 태풍이 많이 부는 계절이다. 그 여파로 간밤에 내리던 비가 아침에 일어나니 아직도 그대로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빗줄기를 거슬러 하늘을 쳐다보니 희뿌연 비구름이 장막 같이 무겁게 덮여있는데 그렇지 않아도 저혈압이라서 기압이 낮은 날씨이면 답답해 나는 내 가슴이 그 무게에 눌려 숨이 막히는 것 같다. 그래서 눈을 돌려 내려다 보니 베란다 아래 작은 화원에는 푸른 나무와 잔디가 빗물에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하늘이야 무슨 색깔이든 마음껏 물을 먹을 수 있다고 쭉쭉 발돋움 하며 설레고
동포문단
동북아신문
2023.08.24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