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단의 거성 김철 시인이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들었다. 나와는 아버지 세대부터 인연이 이어진 특별한 분이라 창연愴然함을 금할 수 없다.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살고 계셨는데 가끔 아버지를 만나러 오셨고 그러다가 옆집에 사는 총각을 우리 언니에게 소개시켜 줘서 결혼까지 갔다. 형부는 선하고 배려심이 많고 현명하여 언니를 많이 사랑해줬는데 그들을 빨간 실로 이어준 월하노인月下老人이 김철 선생님이었다.내가 대학교에 다닐 때는 우리 조문학부에 와서 시에 대한 강연도 했고 내가 사회인이 되고서는 문학연구회 같은 데서 자주 만났다.
소설가 채운산의 장편소설 〈숙명〉은 《장백산》(2022년 1호~4호)에 연재되었고 이제 곧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인데 이 평론은 단행본 원고를 텍스트로 한 글이다. 장편소설 〈숙명〉은 그의 ‘생명’소설 시리즈의 완결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발표한 중편소설 〈귀歸〉(『장백산』2021년 2호)와 〈환생〉(《연변문학》 2022년 2호)에서 ‘불임’이라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결핍을 전면에 내세우고 인간의 실존적 의미와 생명의 본질에 대해서 말하였다면 〈숙명〉에서는 불임이 아님에도 입양아를 키우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서 생명에 대해서
채운산의 중편소설 〈환생〉(《연변문학》 2022년 2호)은 ‘불임’이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결핍을 전면에 내세우고 인간의 실존적 의미와 생명의 본질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채운산의 근년의 소설들을 살펴보면 ‘불임’ 때문에 삶이 피폐해지고 존재적 의미를 잃고 갈등하는 인물들을 부각하고 있다. 〈평강(平康) 채씨〉(《연변문학》 2021년 4호)의 큰어머니는 채씨 가문의 맏며느리로서 아이를 못 낳은 죄책감에 수시로 머리 싸매고 눕거나 큰소리로 곡을 하며 우는 불행한 인물이고, 〈귀歸〉(『장백산』 2021년 2호)의 주인공 화연이는 지성인
소설가 채운산의 중편소설 「귀歸」(『장백산』 2021년 2호)는 인간의 결핍에 대해서 쓴 소설이다. 인간은 누구나 결핍을 가지고 있고 또 그래서 결핍을 채우기 위한 욕망이 생기며 그 욕망이 인간을 살아가게 만든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은 결핍을 가지고 태어나서 결핍을 채우며 살다가 궁극에는 죽음에 이른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욕망의 완성은 죽음일 것이고 인생의 완성은 회귀일 것이다.회귀란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거나 돌아감”을 말하는 것이다. 어둠속에서 태어나 빛속에서 살다가 죽으면서 다시 어둠속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회귀
,리혜선의 중편소설 〈미아〉(《연변문학》 2021년 9호)는 인간의 결핍과 그로 인해 생기는 욕망(행복에 대한 추구)에 대한 이야기이다. 조선족소설문단에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본성인 욕망에 대한 주제를 취급한 작품이 많이 나오고는 있지만 〈미아〉와 같이 기표의 반복적인 연속성에 의해서 주제가 드러나는 작품은 별로 없다.이 작품에는 몇 개의 기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그에 의해서 인물성격이 드러나고 플롯이 전개되고 있다. 필자는 그 기표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주인공의 욕망의 프로세스를 해석해보려고 한다. 시집 가문 떡두 있구
채국범의 (《연변문학》2022년 10호)은 아름다우면서도 섬뜩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아름다운 화실, 아름다운 그림들, 아름다운 외형을 가진 모델과 화가들, 예술적인 분위기가 농후한 아름다움속에 은은한 살기殺氣와 슬픔이 스며있다.그러면 왜 이 소설에는 이같이 특별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는가? 그것은 이 소설의 주인공 미아가 미美를 창조하는 화가인 동시에 일반 소설에서 보기 힘든 반사회적 성격 장애인 소시오패스적 기질을 가진 캐릭터이기 때문이다.작가 채국범은 주인공 미아의 미美에 대한 병적인 집착과 소유욕, 그런 소유욕
백한의 소설 「나는 앤디가 아니다」는 제목부터 독자들을 끄는 소설이다. “앤디는 누구이지?” “왜 ‘나’는 앤디가 아니지?” 이런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그러면 ‘앤디’는 누구인가 하는 문제부터 풀고 가기로 하자. 앤디는 스티븐 킹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 연출한 1994년에 상영된 미국 영화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이다. 팀 로빈스가 연기한 앤디 듀프레인이 은행 부지점장으로 일하며 승승장구하던 와중에 아내와 그녀의 정부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메인주 주립 교도소 쇼생크(Shawshank)에 갇히면서 겪게 되
한국 영화 (ソボク)은 인간의 실존적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져주는 영화이다.진시황의 명으로 불로초를 구하러 떠났던 서복徐福의 이름을 가진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 역)은 영생永生을 상징하고,암으로 여생이 반년이라 선고받아 시한부가 된 전직 요원 기헌(공유 역)은 죽음을 상징한다.영화에서는 생生과 사死라는 삶의 본질에 관한 수많은 질문들이 쏟아져 나온다. 1.인간은 왜 사는가?인간은 왜 죽음을 두려워하는가?죽음이란 무엇인가?영원히 잠드는 것이다.내일 아침에 깨어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사람은 잠드는 것을 두
자유를 갈망하는 자아의 외침고안나 시인은 미인이고 낭송가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그녀의 시는 부드럽고 여성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미리 했었다. 그런데 『송화강』잡지 (2020년 5기) 휴먼문학 시 코너에 실린 고안나 시인의 시는 나의 선입견을 확 깨어버리었다.그녀의 시는 강렬했고 자유를 갈망하는 자아의 외침이었다. 누구나 한 번쯤 다른 나로 살고 싶은 때그러나 변할 수 없는 본질과 카멜레온처럼 달라지는현상은 어쩌란 말인가 함께 가는 길이라 착각하며 살아가지만알고 보면 언제나 혼자 가는 먼 길인 것을-「노을빛에 붉어지던」 앞부분 이 세상에
2019년, 2020년도 으로 한국 백성일의 시(2019년 6기)와 고안나의 시(2020년 5기)가 선정되었다.두 시인은 중국조선족문단과 인연이 두터우며 문화교류를 위해서 힘써 왔다. 이번에 수상작으로 선정된 시들은 인생에 대한 깊은 사색과 성찰을 보여주고 있으며 예술상에서도 시적 형상화가 잘 된 작품들이다.필자는 두 시인의 21수의 시를 작가에 따라서 2개 부분으로 나눠서 분석하려고 한다. 1.인생무상人生無常을 초월한 인생자세백성일 시인은 원래 기업가이고 한국 대통령 표창장을 비롯하여 나라에서 여러 번 상을 받
저 울바자 외길로 지나간발자국 몇 천 만일까바람은 몇 만 줄기일까칠십 년 세월 낙엽 내리고눈이 오고 바람 불고지금은 소소리 솟은나무의 숲과 그늘 뿐이네.아니지 세상 한 절반살아온 사람들 침묵의 언어그리고 그제처럼 우짖는청맑은 새소리 타고평화롭게 흰 구름 놀고있지-「숲길」 전문 겨울숲에 난 작은 외길, 그 양옆에 나무가 빼곡히 서있는 것이 마치 그 옛날 고향집에 세웠던 ‘울바자’ 같다. 그래서 시인은 그 숲길에서 고향집 울바자 옆으로 뻗어 나간 고향길을 연상하며 우리 민족과 가족이 걸어온 역사를 돌이켜본다. 몇 천만의 ‘발자국’, 몇
육도김영건 바다를 파내고 길을 낸 사람그는 사랑을 아는 사람노란 육도로 너는 맨발로 오라갯벌에 가오리 보거든먹이를 뿌려주라지친 사랑이 날개가 젖어 운다달팽이가 바다를 나오고 있다잠간 왔다 가는 삶에사랑은 육도두 개의 바다가양쪽에서 마주보고 있다바다를 다 마시고오는 사람그는 사랑을 완성한 사람이다 「육도」는 오륙도를 쓴 시인데 오륙도 하면 조용필이 부른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떠오른다.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형제 떠난 부산항에 갈매기만 슬피 우네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목메어 불러 봐도 대답 없는 내 형제여돌아와요 부산항에 그리
향기 있는 삶죽음은 원래 어둠이고 악취이다.그러나 꽃의 죽음으로 인해 생긴 열매는 “달콤하고 그윽하다”.그것은 꽃이 살아생전에 향기로웠기 때문일 것이다.시인도 마찬가지이다.좋은 시는 좋은 향기같이 사람들의 마음에 스며 든다.그런 시가 시인의 꽃이라면 시집은 시인이 맺은 열매이다.그 시집이 이 세상에 남겨질 때 그녀는 사람들에게 ‘시인’으로 기억될 것이다.-시평 「마음이 깊어지면 시도 깊어진다」에서여름 나목“한여름 땡볕에” “우산도 양산도 되어주더니” 지금은 “마른 가지만 뼈처럼 남아버린 호젓한 나목”,자식들을 위해 일생을 바치고
하늘에서 웃으시네 이 세상을 굽어보며모진 풍상 이겨내고 자식들을 키운 어른막내딸빼여난 문채 자랑하며 영웅호걸 논하네 -10.7, 위쳇에서 일본에서 살고 있는 엄정자 여사의 소식을 듣고김호웅 매일 타고 다니는 전철인데 석양녘의 부드러운 광선 속에서 보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隠し)”의 열차같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부드러운 석양녘의 햇살이 몇 십년 세월의 흔적과 먼지도 어루만져 선명한 빨간 색이 아득히 먼 그 시절로 시간의 태엽을 돌려줍니다.쨍쨍한 아침 햇살보다 비스듬히 금빛을 뿌리는 석양을 좋아하는 것은 아
시는 하얀 종이에 까만 글자로 독자들의 눈앞에 2차원 세계로 나타난다. 그 시를 읽은 후 독자들이 머릿속에서 상상이라는 재창조를 해야 사람들에게 익숙한 3차원 세계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김귀희의 시는 이런 재창조를 하지 않아도 직접 3D 세계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므로 김귀희의 시를 읽고 나면 시를 읽었다기보다 동영상을 보고 난듯한 느낌을 받는다.그뿐만 아니라 김귀희의 시는 이런 3차원 세계에다가 한국적인 정서와 현대적인 의식을 담아냄으로써 그만의 독특한 시적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다.필자는 김귀희 시의 이런 예술적 특성과 작가
이번 겨울은 참 아픈 겨울이었다. 설 밑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나라와 나라가 서로 간의 입국을 거절하고 일본을 비롯해서 많은 나라의 정치가 뒤흔들려 혼란의 시기가 계속되었다. 사람과 사람이 격리되고 마스크나 영상을 통해서만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기업이 문을 닫고 학교가 휴교하고 마녀의 입김 속에 얼어붙은 동화속의 설국(雪国)같이 세상은 생기를 잃었다.하지만 강이 얼어도 그 밑에서는 물이 흐르듯이 얼어붙은 세상에서도 선뜻 험지(劒地)에 뛰어들어 병독과 싸우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들이 곧 의료종사자인 ‘백의 천사’들이다. 그
여느 때와 다름없는 토요일,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길에 올랐다. 나고야로 향하는 전철에 앉아 습관적으로 휴대전화를 켜니 몇십 통의 메시지가 왔음을 알리는 빨간 숫자가 떠 있다.어제 오후, 수업하는 중인데도 무음 처리한 휴대전화의 부르르 부르르 떠는소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려왔다. 그때마다 책상 위에서 떠는 핸드폰을 곁눈질로 보면서도 수업에 집중하느라 열어보지 않았다.집에 돌아와서야 열어보니 새해 축하 메시지가 수십 통이 들어와 있었다.“아, 설이구나!”월말에 음력설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상에 쫓겨서 잊어버리다시피
조선족문학과 재일코리안문학은 재외동포문학이라는 공통성을 띠면서 주로 디아스포라(diaspora)문학의 시점에서 많이 연구되어왔다. 그러나 세계정세가 변함에 따라 조선족문학과 재일코리안문학은 자기 나라의 정치적 사회적 환경의 영향으로 서로 다른 경향성을 띠게 되었다.우선 명확히 할 것은 광의(廣義)적인 의미에서의 디아스포라문학은 조선족문학이나 재일코리안문학 같이 “이주국에 거주하는 이주자의 문학을 일컫는”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 「이산문학」) 것이지만 협의(狹義)적인 의미에서의 디아스포라문학은 구체적인 작품의 문학창작 경향성으
일본조선족문화교류협회에서 주최한 2019년 전일화부동산협회컵 글짓기 공모가 끝났다. 중국, 한국, 일본, 홍콩에서 보내온 총 30편의 응모작 중에서 6편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당신의 소중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공모 테마로 잡았기 때문에 디아스포라로서 살아가야 하는 조선족의 생활 양상이 이모저모로 잘 그려진 작품들이 많이 나왔다. 수상자들의 생활지반이 중국 한국 일본 이렇게 3개 나라로 나뉘어 있는 만큼 이야기도 3개 나라에서 겪은 색다른 이야기들로 엮어 지었기에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어서 볼거리도 많다.우선 한국의 응모작인
어쩌다 보니 모든 것이 너무 쉬운 시대에 살고 있다.과학이 발달하면서 공업은 물론이고 가정용품도 갈수록 쓰기 편해져서 요즘은 청소도 로봇청소기가 하고 있다. 아침에 바빠서 청소 못 하고 나와도 밖에서 휴대폰으로 지시하면 청소기가 저절로 돌아다니며 청소하다가 끝나면 저절로 충전기에 들어가서 충전한다. 거기에다가 인터넷이 발달하여 인터넷에만 접촉하면 모르는 것은 뭐든지 찾아볼 수 있다.그런 시대여서 그런지 시마저 쉬워져서 세상에 시가 넘쳐난다. 자연히 서두만 읽어도 그 뒤에 무슨 내용이 나올지 뻔한 시들이 행만 끊어서 시의 형태만 갖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