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연애 이야기다. 어머니는 길림성 공주령 시 진가툰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평양의 몰락한 양반집 태생이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만나기 전까지는 진가툰에서 살았다. 외할아버지 오태삼은 슬하에 3남 1녀를 두셨다. 어머니의 말씀으로는 외할아버지가 면화 농장을 하였고 정미소에다 공주령에 각가지 물건을 파는 상점을 하셨다고 한다. (지금의 마트 비슷한 것) 딸이 하나라고 어머니를 몹시 예뻐하셨다고 한다.외할아버지는 그곳의 호족이었는데 중국에는 어머니와 맞는 신랑감이 없다면서 조선에 가서 찾아본다고 하셨다. 그러다 보니
비가 내린다. 바람이 부는지 빗방울이 창문 유리에 부딪치는 소리가 방안 깊숙한 곳까지 들린다. 애란은 빗소리에 잠에서 깼다. 천둥 우레가 쾅 하며 폭우가 쏟아져도 한번 잠들면 잠에서 절대 깨지 않는다. 그런데 요즈음은 신경이 부쩍 예민해졌다. 일어나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열자 비가 유리에 부딪치는 것이 금방 유리를 뚫고 들어올 것 같았다. 애란은 흠칫하며 침대 쪽을 돌아다보았다. 남편 김용은 여전히 어젯밤 반듯이 누운 그 자세다. 기럭지가 침대 길이를 다 차지했다. 여명 전이여서 아직 어둑하지만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이 보였다.삼
[서울=동북아신문] 장미꽃은 아름답다. 빨간 장미, 노란 장미, 흰 장미는 하나같이 아름답고 향기롭다. 꽃의 향기는 다가가지 않아도 멀리서도 그 냄새를 맡을 수가 있다.그녀의 별명은 흑장미다. 누구도 흑 장미꽃을 본 사람은 없다. 그런데 왜 그녀를 흑장미라고 부르는지 모른다. 그저 모두 그녀를 흑장미라고 부르니 부른다.상해의 남경서로 끝에 가면 왼쪽으로 꽤 큰 이 층 건물이 보인다. 30년대에 지은 건물 이어서 얼핏 보면 좀 허술해 보인다. 그러나 길 건너편에서 천천히 뜯어보면 당시에는 엄청 호화롭고 웅장했을 흔적이 남아 있다. 길
[서울=동북아신문] 마음이 심란할 때에는 쥐루루(巨鹿路)에 가서 걷는다. 백 년이 넘은 길은 단 행선이다. 길 양옆의 오동나무는 겨울이면 뼈대만 앙상하고 여름이 오면 잎이 무성하여 아무리 더운 날씨여도 이길에만 들어서면 다른 세상에 온 듯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겨울이면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비쳐드는 부드러운 햇빛은 걷는 사람의 마음을 상쾌하게 한다. 이 길을 걸은 지도 십 년이 퍽 넘었다. 양옆의 인도는 두 사람도 나란히 걸을 수 없게 좁다. 혼자 걸으며 사색하기에 딱 좋다.상해에 와서 이것저것에 손을 댔으나 모두 실패했다. 삼
[서울=동북아신문] 사인 방하면 사람들은 50여 년 전 중국을 떠들썩 하게 했던 강청 (江青) 요 문원 (姚文元) 장춘 교 (张春桥) 왕홍문(王洪文)을 머리에 떠올릴 것이다. 그때 삼남 일녀는 중국을 반봉건 반 식민지로 몰아갔었다.내가 오늘 말하려는 사인방은 우에 사인 방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 명단(여) 오은령(여) 류미란 (여) 김남철(남). 일남 삼녀는 80년대에 태어난 80후이다.나는 명단의 엄마다. 문화 대혁명 때문에 고문당하고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에 비하면 자본가의 집안이라는 딱지 때문에 공부를 할 수 없었지만 시내 호
[서울=동북아신문] 어제는 무슨 일이 있어서 보전로의 카페에서 누구를 만나기로 하였다. 그곳으로 가던도중 동방로를 지나다가 낱익은 글을 발견했다. 오래전의 기억이 순식간에 주마등처럼 다가왔다.20년 전 혈혈단신으로 상해에 왔다. 남경로 화해로 등은 동북의 자그마한 도시에서 온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저녁이 되면 도로 양옆의 네온등에서 뿜는 강열한 불빛과 각양각색의 상점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불빛이 지나가는 사람을 현혹 시킨다. 나는 가끔 아무 생각 없이 상점 앞에 멍하니 서서 총총히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을 바라보기도 했다.밤이
[서울 =동북아신문] 지우는 멍하니 천정을 보며 누워 있다. 천정에 달려 있는 통풍기는 윙윙 소리를 내며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얼마나 오래 청소를 하지 않았는지 거미줄에 먼지가 쌓이고 싸여 금방 떨어질 듯 흔들 거린다. 금방이라도 얼굴에 떨어질 것 같아서 신경이 쓰인다.지우는 모로 누웠다. 옆 침대에 누워 있는 남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얼굴이 시커먼 것이 죽은 얼굴이다. 삶을 포기한 듯 눈을 감고 반듯이 누워 있다. 지우는 흠칫 하였다. 가족이 없는지 아니면 그녀 처럼 집에 알리지 않고 혼자 왔는지 알 수 없다.지우는 병실 밖으로
[서울=동북아신문] 가을이 오면 북경 향산(香山)은 온통 빨간 단풍잎으로 뒤덮인다. 가끔가다 보면 노란 단풍나무가 한 그루씩 섞여 있어 더욱 정취를 자아낸다. 아름다운 계절이다.세 개 십 년하고도 오륙 년은 더 됐을 해이다. 우리 반의 32명 은 향산에 단풍 구경을 갔다. 우리가 공부하는 중앙 민족 학원 (지금은 중앙 민족 대학)의 간부 양성반이다. 25명은 남학생이고 나머지는 여학생이었다. 산에 올라가면 먹고 놀려고 남학생들은 맥주병에 먹을 것을 가득 들었다. 여자들은 빈손이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온 남학생 한 명이 여자들은
[서울=동북아신문]나는 차를 마신다. 일년전까지만 해도 여름에는 록차, 겨울에는 홍차를 마셨다. 이 도시에는 길을 가다 보면 스타벅스 커피숍이 쉽게 보인다. 스터벅스가 없으면 도시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처음 이 도시에 첫 스터벅스가 오픈했을때는 가관도 그런 가관이 없었다. 커피숍에 들어가려고 줄을 선 사람들로 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커피밖에 팔지 않았다.지금은 일본, 한국, 영국 등 여러 나라들의 유명 커피점들이 여기 저기 들어서니 스터벅스도 내부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중국 차를 주문 할 수가 있었다. 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