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천히, 그리고 단호하게 보험궤의 수자판을 돌리고 열쇠를 뽑았다. 그리고 좀은 허우적거리며 은행을 나섰다. 겨울의 하늘은 우울했다. 창호는 이로서 모든 기억이 이 머리속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금방 세맡은 은행의 보험궤에 캉아저씨가 유산으로 남긴 제백석의 그림을 넣어두고 나오는 길이였다. 집에다 두기에는 너무나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값도 너무나
제 6 장1공항의 로비는 승객들로 웅성거렸다. 공항에 도착해서야 창호는 비행기시간을 잘못 알고왔다는것을 알았다. 금화와 함께 다시 시간을 확인해보았지만 잘못알고있은것이 확실하였다. 호텔방에서 금희더러 항공권을 보라고 해 여러번 확인했던 창호였다. 그러나 결국은 시간을 잘못 알고 공항에 들이닥친것이였다. 이상했다. 이런 실수는 그들에게 있어서 상상할수 없는
7캉아저씨의 장례는 조촐하게 치뤄졌다. 가까이 지낸 친구도 없었고 농촌에서 돌아와 얼마 안되여 병으로 퇴직하다보니 직장에 동료들도 대부분 모르는 사람이여서 인연이 없었다. 우파라는 모자를 쓰고나서부터는 사람들과 사귀는것을 꺼렸고 사귀려는 사람도 없었다. 더군다나 우파모자를 쓴후 오래동안 농촌에 있었댔기에 캉아저씨가 이 도시로 다시 들어올 때에는 완전히 낯설
6캉아저씨는 새벽에 조용히 눈을 감았다. 숨이 넘어가는 순간까지 정신이 맑갛게 개여있었다. 캉아저씨가 찾고있으니 왔다가 갔으면 좋겠다는 리후이의 전화를 받고 캉아저씨네 집으로 달려갔을 때 캉아저씨는 훨씬 좋아보였다. 창호는 며칠은 더 참으려나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생명이 최후를 맞는, 초불이 꺼지는 순간에 반짝 빛을 내는 회광반조(回光反照)현상일뿐이
5인생은 기나긴 테널을 지나오는 과정이라고 창호는 생각했다. 어둠속에서 갈팡질팡 하면서도 어디론가 가야만 하는, 외로운 어둠에서의 탈출이라고 생각했다. 캉아저씨의 림종을 눈앞에 두고 창호는 인생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슬픔보다 생각이 더 많았다. 그리고 해답이 없는 질문을 수없이 해보았다. 무엇때문에? 무었때문에 인간은 이렇게 살아야 하는것인가 하는,
4병원복도에서 리후이가 울먹해서 창호의 앞에 서있었다.창호도 결단을 내릴수 없었다.정신을 차린 캉아저씨는 퇴원을 하겠다고 우겼다. 병원에서 죽지 않겠다는것이 그의 리유였다. 리후이나 창호의 설복이 먹히지 않았다. 무가내였다.그러면서도 리후이
3그러나 그날 저녁 창호는 레이훙에게 양고기뀀을 사먹이지 못하고말았다. 저녁때가 되자 비는 멎었고 추가로 날씨도 쌀쌀해져 뜨거운 화로를 놓고 양고기를 구워먹는다는건 금상첨화라 할만도 하였다. 서민적인 기분이 풍기는 양고기뀀집에서 남들의 안목을 의식하지 않고 높은 소리로 지껄여보고 짭짭 입맛을 다시는 멋, 창호는 오래동안 그런 자리에서 물러나있었다. 그런 곳
2술을 마시고싶다. 창호는 그런 생각이 있다고 믿고있었다. 그러나 딱히 부를만한 상대가 생각나지 않았다. 누구인가와 오래동안 대화를 하고싶었다. 술은 다만 하나의 매개로 하고. 취하고싶다는 마음은 없었다. 창호는 무의식에 가까운 동작으로 전화번호를 눌렀다. 창유리를 후려치는 비방울이 눈물처럼 유리를 흘러내리고있었다. 수화기에서 련결음이 길게 울렸다. 전화기
제 5 장1시도 때도 없이 비바람이 몰아치고있었다. 계절은 이미 가을을 머금기 시작하고있는데 장마를 기약하듯 비바람은 자지 않고있었다. 테레비죤의 기상캐스터는 태풍주의보를 보도하면서도 아무런 표정도 없는 얼굴을 하고있었다. 창호는 사무실의 창가에 서서 비속의 거리를 내다보고있었다. 달리는 차들이 길우의 물을 휘뿌리며 물보라를 일으키고있었다. 마음이 울적했다
7방으로 돌아왔을 때 나래는 침대에 누운채 자지 않고 창호를 기다리고있었다. 텔레비죤이 켜져있었고 어느 경극배우의 생애를 소개하는 다큐멘터리의 화면이 떠있었다. 나래로서는 귀머거리가 하는 구경과 다름이 없었겠지만 눈을 화면에 박고있었다. 문소리가 나자 나래는 눈길만 창호쪽으로 돌렸다. 애수같은것이 비껴있었다. 창호는 나래가 경희
6창호와 경희는 소림사의 탑림(塔林)으로 올라가는 길가의 벤취우에 앉아있었다. 우연한 만남이였지만 서로의 대화는 필연이였다. 소실산의 우중충한 산등성이 바위우로 달이 떠오르며 오유봉의 하얀 달마석상을 비추었다. 멀리서 바라보이는 달마상이였지만 달빛속에서 유난히 명쾌하게 바라보였다. 몇점의 구름이 하늘에 떠있고 한낮 달고 달았던 대기도 저녁이 깊어감에 따라
5려관의 정원으로 담황색의 승용차 한대가 미끌어져 들어왔다. 창호는 첫눈에 신형의 벤츠라는것을 알아보았다. 나래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며 혀를 내밀었다.창호는 그말이 귀에 거슬렸다.나래는 창호의 말속에 담긴 불쾌감을 읽었는지 입을 다물었다.차에서 중년의
4보기만 해도 산들의 무게가 가슴에 묵직하게 안겨왔다. 산등성이에 구름들이 잠시 머물렀다가 가는곳, 숭산(嵩山)은 어마어마한 자태로 창호와 나래를 맞았다. 흰눈이 덮인듯 희끔희끔한 바위를 드러내고있는 숭산의 산발들은 저으기 위압적이고 우울해보였다. 오악(五嶽)중의 중악(中嶽)으로 일컬어지는 숭산이 창호와 나래에게 주는 감탄은 산악이 주는 그 웅위로운 자태만
3나래가 창호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창호는 나래가 묻는 의미를 잘알고있었다. 창호는 씁쓸하게 웃었다.나래가 수줍게 창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2저녁은 자연스럽게 창호가 주인이 되여 한턱 내게 되여있었고 정준태가 왔으므로 인순이가 오게 된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였다. 그러나 인순이가 이 자리에 있는것이 창호로서는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었다. 그동안 노래방과 식당을 경영하면서 창호와 인순이는 거의 매일마다 함께 있었다. 정준태가 인순이에게 전화를 하여 창호를 도와주라고 청이 있었고 처음부터 노래
제 4 장1봄의 행적이 도시의 구석구석을 살피고있었다. 가로수로 심은 단풍나무들이 연두색 잎새를 내밀기 시작했고 라일락의 향기가 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정향의 풋풋한 내음을 선물하고있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강가에는 성급한 소풍객들의 모습이 보이고 자동차와 자전거로 혼잡한 거리는 하이란이라는 이 도시에 시름스러우나, 어딘가 활력을 가지고 움직이고있다는 감을
4어떤 녀자가 형편없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있었다. 스타일은 그런대로 화이트칼라처럼 보였으나 목소리만은 사람 잡게 조잡하고 음이 틀렸다. 그러면서도 사랑에 상처를 입었던 모양, 눈물까지 글썽해서 한번쯤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는 후렴부분에 가서 노래라기보다는 절규를 해대고있었다.창호와 인순이는 이 도시에서 금방 류행이 되
3늦은 저녁의 거리는 한산하였다. 눈이 온뒤라 기압이 낮아서인지 대기는 매연냄새로 목이 칼칼했고 도시의 분위기 또한 우울해보였다. 식당의 상호를 올려다보고 창호는 주춤했다.인순이가 그게 뭐 이상하냐는 표정을 지었다.인순이는
2사무실에 들어서니 면담을 하겠다고 와있는 처녀애들로 소란스러웠다. 창호가 들어서는 것을 보고 일제히 입을 다물었지만 분위기에는 그 여운이 감돌고있었다. 금방 캉아저씨를 만났고 카이란과의 과거를 회상해서인지 창호는 심기가 많이 갈앉아있었고 가슴에 아련한 아픔기가 서려있었다. 창호는 누구에게도 눈길을 주지 않고 사무상에 가 앉았다. 정준태가 창호를 도와주라고
1밖에서는 눈이 오고있었다. 겨울에 들어서서 오래동안 오지 않던 눈이여서인지 펑펑 쏟아지는 눈을 보노라니 마음이 푸근했다. 창가에 서서 담배를 피우며 서있는 창호에게 안해 금화가 지나가는 말처럼 말했다. 창호는 창가에서 돌아섰다. 놀라는 눈길이였다.금화가 낮게 대꾸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