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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을 따라 붉은 칸나의 바다로 세종문화회관에 음악 동아리회(이상만 회장) 초대로 ‘레일을 따라 붉은 칸나의 바다로’ 연극을 보러 갔다. 이 연극은 김지나 작가가 5년 전 국내에서 발생한 외국인 노동자의 투신 사건을 계기로 이주민에 대한 주제인데 어둡고 딱딱한 부분이 많았다. 이 작품은 재일 한국인, 국외 입양아, 고려인의 역사를 담아내며, 이주자들을 시공간의 재배치를 통해 감각적으로 보여주었다. 극이 시작되며 누군가의 추락사고로 멈춰져 있는 열차 안, 저마다의 짐을 안고 어디론가 가려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고려인의 후손으로 한국
특별기획
정성수
2021.02.0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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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그렇게 깊은 시간속나는 보았다들녁의 말의 귀들이바람의 입속에 울리고 있음을해마다 추석 다가옴에밭 푸른콩 거두어 송편속 넣어어머니 손놀림 자식위해남편 먹이기위해 밤새는 줄 모르고대청마루 환하게 밤새 불 밝혀동심도 잠을 설치는 밤이다산비탈꽃씨 바람에 날려양지 바른 비욱한 땅떨어진 잎비탈진 그늘진 틈새피어난 한줌 흙으로 떨어진날아간 씨앗세상에 던저져 우리를 반갑게 해준다낡은 의자양로원 한쪽 의자에삶음 현장에서 소외된채미동도 하지않고 있었다밤마다 의자 별을보고있었다산비탈 호젓한 양로원엔지나온 삶을 추억하는 얼굴들죽음을 환생하는 다른 삶
특별기획
정성수
2021.02.0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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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요했던 물 우리의 삶에서 긴요한 것이 어찌 물 뿐이랴. 공기도 있을 것이고, 불, 햇빛, 자연환경, 가족, 국가, 세계, 동식물 그 외에도 많이 있을 것이다.며칠 전 밤사이 함박눈이 소복이 내려 목화 솜털로 덮어 놓은 것처럼 하얗게 보이는 시야가 환상적이었다. 매서운 한파도 다가와 몹시 추웠다. 수도가 혹시 얼지 않을까하여 수돗물이 조금씩 흐르도록 틀어 놓고 안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른 아침 식사 준비를 하려고 부엌으로 갔다. 수도꼭지 물이 흐르지 않았다. 수도꼭지를 틀어보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올렸다 내렸다 움직여 보아도
특별기획
정성수
2021.02.0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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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믄 해의 봄을 지나 강마을에 봄비가 내립니다. 벚나무의 연분홍 꽃송이가 부르르 몸을 떨면서 꽃잎을 쏟아 냅니다. 도서관 창가에 서서 비와 꽃이 섞여 떨어지는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봅니다. 독서동아리반 아이들은 저마다 책을 펴고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읽고 있습니다. 겨우 다섯 명입니다. 전교생을 대상으로 독서동아리를 모집하니, 책 읽기는 재미없다고 고개를 돌리고 거절하였습니다. 그중에 몇 명이 동아리반에 들어왔습니다. ‘두고 봐라, 이 녀석들! 내가 독서반에 들어오지 않은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 이렇게 속으로 혼잣말을
특별기획
정성수
2021.02.0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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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속의 여인달그림자와 같은 그대 눈은초롱초롱 하여 내 눈이 밝아그대를 위해 이 한몸 태어났노라그대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노라면근심걱정 모두 살아져그대의 입맞춤이 나를 적셔 준다면내마음속에 꽃이 피어난다네.꽃은 황혼 속에서도 향기롭고두견새는 쉴새 없이 울음으로 짝을 찾으니나는 그 마음을 구하고저온 세상을 모두 팔아버리고 싶다상냥한 그대와 해질녘 그 눈가에생각다 못해 연인을 바라보던 그때모습나의 마음을 변하지 않도록 했다아아, 사랑의 달콤한 기쁨이채 가기도 전에 미처 아물지도 않은 상처가달빛 속에 밀려오는구나계절 없는 매화잎보다 먼
특별기획
정성수
2021.02.0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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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틀이 그의 어머니를 나는 아재라고 불렀다. 아재는 외동딸이었다. 뻐드렁니가 흡사 오랑우탄을 닮았지 싶었다. 하지만 그는 인정 많고 배려심이 깊어 동네 경조사에 늘 불려 다녔다. 어느 날, 만삭의 몸으로 우리 노 할머니 회갑연에 부엌일을 돕던 아재가 뒷간에서 별안간 비명을 질러댔다. 놀라 달려가 보니, 정낭 구들*에 샛말간 새끼 강아지 같은 핏덩이가 고물거리고 있더라는 어머니 말씀이었다. 동네 사람들은 그 아기를 ‘구들’이라 불렀고, 그 후 자연스럽게 그의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구틀이는 얼핏 좀 어눌해 보였다. 똥자루 같은 키에 코
특별기획
정성수
2021.02.0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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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오는 설날을 맞아 겨울철 추위와 코로나19로 인하여 꽁꽁 언 대한민국 동토(凍土)를 훈훈한 인정으로 녹이는 민간단체 봉사소식이 눈길을 끌고 있다.(대전 사회복지시설 선아복지재단 전문요양원 이사장 노금선 시인) 대전에 본부를 둔 비영리국가봉사문화나눔자립형민간단체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대표 김우영 문학박사)는 정관 제5조에 따라 오는 2월 4일(목)대전 중구 단재로 426-58(어남동)사회복지시설 선아복지재단 전문요양원을 방문 후원금과 위안선물을 전달하고 주변의 청소봉사를 한다.(호남지회 문전섭 고문과 유양업 성악가 부부가 광
특별기획
김우영 작가
2021.02.0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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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입춘立春은 24절기의 첫 번째로 봄이 시작하는 날이다. 춘春을 파자하면 세 사람이 하나가 되는 날(三人日=春)이다. 세 사람이란 삼신三神 즉 삼신할매로 삼신불三身佛, 삼위일체三位一體, 삼부인三符印 등을 말한다. 그들이 인간 앞에 나타나는 날에 상춘의 시대가 열린다는 뜻이다. 입춘에는 각 가정에서 좋은 뜻의 문구를 대문기둥, 대들보, 천장 등의 집안 곳곳에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라고 써 붙인다. 이를 입춘첩 또는 입춘방이라 한다. 입춘대길이란 봄이 오면 길할 일만 있다는 것이다.
특별기획
정성수
2021.02.0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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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챙이 숟가락’ - 어머니에 대한 효 수필 어머니의 기일이다. 아내가 제사상을 차렸다. 제사상이라고 해야 제수진설법에 의해 차린 것이 아니다. 소반 위에 영정을 모셔놓고 양쪽으로 촛불을 켜 놓았다. 영정 앞에는 꽃바구니가 자리를 잡았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장미와 안개꽃을 장식한 꽃바구니다. 살아생전에 꽃을 좋아하신 어머니였다. 추석 성묘나 어머니의 묘소에 갈 일이 있으면 우리 형제들은 국화가 아닌 꽃다발을 만들어 가지고 갔다. 제사상에 놓은 가지가지 꽃들을 섞어 만든 꽃바구니를 내려다보는 어머니는 금방이라도 웃으시며 걸어 나
특별기획
정성수
2021.02.0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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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족 구두와 양말을 벗고 세수대야물에 발을 담갔다 발바닥의 안식을 위해서 물속으로 하안거에 들어갔다발바닥을 오므렸다 폈다 혹은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여기까지 왔다 느릿느릿 걷기도 하면서 더러는 정신없이 달리기도 하면서 시간을 재고 속도를 조절하면서 어느 때는 길을 잃고 길 위에서 방황하기도 했다물에 분 발을 본다 모든 것을 벗어던진 맨발이 홀가분하다 종아리에 남은 몇 개의 털은 마지막 인격이다길을 잃은 짐승이 길을 찾듯이 발은 가슴에 길을 묻고 지나 온 길을 생각한다걸어 온 길과 걸어가야 할 길이 물속에서 흐릿하다하룻길을 돌아와
특별기획
정성수
2021.02.0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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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밥통 ‘철밥통’은 철로 만들어 튼튼하고 깨지지 않는 밥통이다. 이는 공무원 사회에서 해고의 위험이 적고 고용이 안정된 직업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주로 공무원을 지칭한다. 철밥통의 어원은 중국에서 유래됐다. 평생을 직장에서 해고되지 않고 버틴다는 뜻에서 중국 국영기업체 직원을 철밥통이라 불렀다. 중국어로는 티예판완(鐵飯碗)이라고 한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모든 사람에게 직업을 보장해 주고 있다. 여기서는 능력이 부족해도 해고될 일이 없다. 눈치나 살피면서 세월만 보내거나, 이권에 개입하고 들통이 나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
특별기획
정성수
2021.02.0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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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세인 연세대 김형석 명예교수는 최근 90세 고등학교 제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백 년을 살아보고 두 가지를 깨달았네.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건강한 법이니, 나이가 들어도 놀지 말고 공부하게. 그리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당부하고 싶네. 스스로 끝났다고 생각하면 정말 인생이 끝나버리거든.”"60세가 되고 나니 철이 들더군. 인간의 기억력은 50세부터 감퇴하는데, 60~75세까진 그래도 성장하지. 인생 황금기는 바로 그때야. 나이 70까지 일하려 노력하면 늙지 않는다. 활동 공간이 넓어지면 안 늙는다."102세에 세상을 떠난
특별기획
동북아신문
2021.02.01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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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말 발굽 소리 ‘몽골’이라고 발음하면 달그락 달그락 말발굽 소리가 나는 듯하다. 바람을 동경하며 떠도는 유목민의 유전자가 느껴져 친근하다. ‘몽고’라는 말에 익숙한 사람들은 ‘몽골’이라고 하면 발음을 잘못한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몽고는 중국식 이름이고 정식 국명은 몽골(Mongolia)이다. 몽골의 어원에 대하여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천년의 영웅 ‘칭기스칸’을 배출한 부족 이름이라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한자의 蒙(입을 몽) 자가 어리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고 거기에 古(옛 고) 자가 붙어 부정적인 말이 되기
특별기획
정성수
2021.02.0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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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에게 누이야, 눈꽃을 보느냐. 온갖 부끄러움을 관용으로 감싸주며 웃는구나. 메마른 가지에 흰 핏줄을 만들어 온 몸을 뜨겁게 하는구나. 그것을 우리는 열정이라 말하자. 때로는 열정이 온 누리를 묶고도 남는단다. 누이야, 저 눈부신 빛을 봐라. 시골 어느 초가지붕에도, 교회의 종탑에도, 도시의 차가운 불빛에도 눈꽃의 입맞춤에 세상의 한 귀퉁이가 전율하는구나. 무언가無言歌에 맞추어 너울너울 춤을 추거라. 눈꽃 피는 밤 홀로 눈 위에 길을 내는 누이야. 눈꽃이 진다고 모두 나신裸身이야 되겠느냐. 오
특별기획
정성수
2021.02.0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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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앞산에 쓰르라미 울음이 넘어오면복더위 헐떡이는 멍멍이 긴 혓바닥흐르는 우물가 찬물 할짝 할짝 핥는다어머니 젖가슴에 흐르는 빗물처럼끈적한 땀방울의 짭조름 그 손맛이막 쪄낸 호박잎에 싼 강된장 맛 그립다새해안 바다 내음 한밤중 적셔 오던그날이 어제 같은 한줌의 추억들만무더운 한여름 밤에 별빛 가득 스민다.외로움 겨울비 찬바람이 속적삼 헤집으며밤새워 눈물짓는 지독한 가슴앓이저리도 붉게 흐르며 방바닥을 딩군다추억에 잠겨드는 속울음 일렁일렁오늘도 달빛으로 버무려 잠재우고서러워 사랑했다고 안겨오는 그리움잊혀진 사연들이 남몰래 고개 들
특별기획
정성수
2021.02.0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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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먹는 문제를 지극히 중시하는 이유2020년 12월 22일 중국에서는 "반식품낭비법(초안)"이 제13기전국인대 상무위원회 제24차회의에서 심의채택되였다. 일명 "먹방법안"이라고 불리우는 이 법은 "중국경내에서 음식을 먹다가 남기면 벌금을 한다"는 내용인데 한 마디로 입, 다시 말하면 먹는 문제를 다스린다는 얘기이다. 해당법규에 따르면 료식업의 음식서비스제공자들이 주동적으로 소비자들이 음식을 랑비하는것을 방지하고저 사전귀뜸을 하는 것이다.얼마전 중국 "신랑재경"이 보도한데 따르면 초안은 ‘식품 낭비’를 안전하게 먹거나 마실 수
특별기획
동북아신문
2021.01.31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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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수鄭珹守의 아포리즘Aphorism 선운사禪雲寺는 전라북도 고창군 아산면 도솔산에 있는 사찰로 동백나무 숲은 백제 위덕왕威德王 24년(577) 선운사가 세워진 후에 만들어진 것이다. 동백꽃은 동백과 애기동백으로 나뉘고 흰동백, 겹동백, 뜰동백 등 종류도 다양하다. 꽃은 피는 시기에 따라 춘백春栢, 추백秋栢, 동백冬栢으로 부른다. 천연기념물 184호 고창 선운사 동백은 춘백에 속한다. 대웅보전 비탈진 언덕으로 수천 그루의 동백나무가 있어 동백꽃을 피운다. 흰 눈 덮인 푸른 잎사귀 사이로 봄이 오면 화사했던 동백은 순간 목을 뎅강
특별기획
정성수
2021.01.3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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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20일(현지 시간)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은 30분도 되지 않는 취임 연설에서 ‘통합(Unity)’을 11번이나 “모든 미국인에게 통합의 길을 함께 갈 것을 부탁한다”고 호소하였다. 이는 현재 미국 사회가 얼마나 분열된 상황인지를 여실이 보여주고 있다.“정치적 극단주의, 백인 우월주의, 국내 테러리즘은 우리가 맞서야하며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고 영혼을 회복하고 미국의 미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말 이상의 행동이 필요합니다”.필자는 역대 대통령 취임식 축시를 읽은 '최연소 시인‘ 23세 아프리
특별기획
동북아신문
2021.01.2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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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비빔밥 조선 말기 요리책 ‘시의전서是議全書’에 비빔밥은 ‘골동반汨董飯’으로 기록돼 있다. 골동반의 골汨은 ‘섞을 골’ 동董은 ‘비빔밥 동’으로 ‘골동’이란 여러 가지 물건을 한데 섞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골동반이란 ‘이미 지어 놓은 밥에다 여러 가지 찬을 섞어서 한데 비빈 것이다. 비빔밥은 밥을 만드는 과정이나 밥을 먹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시켜 단시간에 배를 채울 수 있다. 좁은 식사 공간에서 보다 빠르게 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여기에 비빔밥 정신은
특별기획
정성수
2021.01.2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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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동북아신문
2021.01.23 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