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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5장 불행한 사람들2갑작스레 벌어졌던 소동은 저녁 무렵쯤에야 잠잠하게 가라앉았다. 구급치료를 받고 의식이 회복된 한종수는 유리가 모시고 일산으로 귀환했고 곱단은 준호를 따라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정작 분란을 일으킨 장본인들은 입을 다물고 침묵했지만 그 때문에 멍이 든 사람은 준호와 유리였다.준호는 하룻밤을 꼬박 뜬눈으로 새우고는 이튿날 아침 일어나자마
문화·문학
아데라
2012.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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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5장 불행한 사람들1월요일.준호는 명심해서 아침 일찍 기침했다. 오늘은 등교를 못해도, 「6. 25참전자 실록」집필을 미루더라도 특별히 하루 말미를 내어 진옥의 간곡한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안 그러면 진옥의 원망이 두렵다기보다 그녀의 사랑을 배신하고 마지막 한 가닥의 믿음까지 저버렸다는 자괴감에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아서였다.9월도 막가는
문화·문학
아데라
2012.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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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4장 뜨거운 여름2한종수는 전쟁이 발발했다는 소식을 라디오방송을 통해서 청취했다.“적은 패주하고 있습니다.…… 국군의 총 반격으로 적은 퇴각중입니다. 우리 국군은 점심은 평양에서 저녁은 신의주에서 할 것입니다. 이 기회에 우리 국군은 적을 압록강까지 추격하여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달성하고야 말 것입니다.”사람을 흥분시키는 승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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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데라
2012.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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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4장 뜨거운 여름1밤새 부슬부슬 내리던 빗줄기가 새벽부터는 더욱 굵어지기 시작하더니 3시쯤 되자 조금 수그러들며 가랑비로 변했다. 인민군 655군부대 두 개 연대와 206기계화보병연대가 매복한 개성 정면의 송악산 일대는 새벽어둠 속에 묻힌 채 괴괴한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나무숲을 때리는 빗줄기소리만 간단없이 들릴 뿐이었다. 만여 명의 군인들과 백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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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데라
2012.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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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3장 만리장성2빗줄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굵어졌고 게다가 비바람까지 몰아쳤다. 빗방울들이 콘크리트 광장 바닥을 난타하는 소리가 나뭇잎들이 비바람에 몸부림치는 소리와 합성하며 요란한 소음을 내고 있었다.그래도 그들은 서로를 포옹한 채 열정적인 키스를 멈추지 않았다. 어느 순간엔가 폭풍우 같은 거센 비바람에 유리의 손에서 우산이 빠져 달아났다.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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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데라
2012.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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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3장 만리장성1백로가 지나더니 혹서는 한풀 꺾이며 주춤한다. 아직은 산과 들에 묻어 있는 더위를 식히며 초가을의 서늘한 바람이 이따금 불어왔다. 가을바람에 수분이 증발되는 가로수 잎들은 낙엽을 앞두고 마지막 푸름을 싱싱하게 자랑한다.유유히 흐르는 한강 위로는 유람선 한 척이 뱃고동을 울리며 뚝섬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요트에 달린 끈을 잡은 수상스키운
문화·문학
아데라
2012.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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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제2장 영웅과 죄인2칠성은 51년 봄 사창리, 가평지역전투에서 부상당했다.중공군 제9병단 일부 병력은 4월 공세를 발동하여 북한강을 건너 기동력과 화력이 강한 미1해병사단을 피해, 산악지대에 배치되어 있던 국군 6사단을 집중공격하기 시작했다. 국군 6사단은 그러지 않아도 50년 10월 말 온정리 전투에서 중공군에게 포위되어 치명적인 참패를 당해 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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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데라
2012.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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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제2장 영웅과 죄인18월 말인데도 기온은 아침부터 수온계를 수직으로 상승시켰다. 식었던 밤공기가 낮 더위에 본격적으로 달아오르면서 아스팔트에서는 지열이 이글이글 방출되기 시작했다.준호가 조깅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뜻밖에도 시골 사시는 지은의 할아버지가 집에 와계셨다. 활짝 열린 미닫이문 옆에, 겨드랑이에 닳아서 때가 반들반들한 목발이 세워져 있고 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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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데라
2012.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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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1장 수난의 땅종철은 일요일이라 실컷 늦잠을 자고 11시가 거의 되어서야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제 미령이네 판잣집에서 마신 술 때문인지 위장이 칼끝으로 허비듯 쓰렸다. 미령은 끝내 아버지네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아니, 돌아가긴 했지만 다시 가출했다. 숨이 막히고 눈꼴이 시여 질식할 것만 같았다고 했다. 아버지네 집에 다니는 사람들은 죄다 친일주구
문화·문학
아데라
2012.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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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10장 지리산의 정한향란은 갓난아기를 업은 채 38선을 넘었다.서울에 도착했지만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설고 생소한 땅이었다. 게다가 수중에는 돈 한 푼 없었다. 여인숙이나 하숙집 같은데 투숙할 형편도 못 되었다.그녀는 첫날밤을 청계천가의 다리 밑에서 바람에 굴러다니는 신문지 몇 장을 펴고 지냈다. 6월에 접어들면서 기온이 급상승세를 타 밤이라지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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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데라
2012.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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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9장 압록강을 넘어서삼복 철에 접어들면서 무더위는 밤이 되어도 식지 않았다. 낮 동안의 폭염에 이글이글 달아올랐던 시의 아스팔트도로들과 콘크리트건물들이 밤이 되면 깊숙이 내장된 열기를 방출하면서 날씨는 서늘하기는커녕 더구나 후텁지근했다.최덕구 중대장은복차림을 한 채로여서 숨 막히는 찜통더위에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는 권총을 허리춤에 차고 중
문화·문학
아데라
2012.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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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8장 안개 짙은 서울종철은 아침에 아현동 하숙집을 나와 전차를 타고 명동으로 나왔다.10월에 접어들면서 거리의 플라타너스가로수 잎들은 벌써 단풍을 서두르며 붉은 색을 띠기 시작했다. 노변에는 음식점, 구멍가게, 문방구점, 전당포, 약방, 사진관, 빵집, 주점, 다방, 극장, 책방 간판들이 지저분하게 난립해 있었다.행인들의 옷차림도 각양각색이다. 두루마
문화·문학
아데라
2011.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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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7장 그윽한 여름2잠시 그쳤던 비가 반나절부터는 다시 후드득 후드득, 빗방울을 흩뿌리기 시작했다. 대군단의 먹장구름은 철퇴했으나 하늘은 빈틈 하나 없이 찌뿌드드하게 흐려있었다. 뒤늦게야 방송에서는 호우주의보며 호우경보를 발령하며 부산을 떨었다.삼거리에서 커피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준호네는 계곡을 내려와 공작골에서 홍천행 버스
문화·문학
아데라
2011.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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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그윽한 여름1낮 최고기온 섭씨 34.2 도. 곳에 따라 소나기 내림.TV에서는 며칠 동안 계속된 찜통더위가 오늘도 이어질 것이라는 기상예보를 방송했다. 삼복더위가 시작되면서 폭염에 몸부림치는 도시를 떠나 서늘한 피서지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도시인들은 게임이라도 하듯 너도나도 계곡과 물가를 찾아 떠나갔다. 더위는 아침부터 불볕을 거느리고 온도계를
문화·문학
아데라
2011.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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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붉은 홍수3 최복만은 술 한 병에 북어 두 마리를 들고 은파강나루터로 찾아갔다. 사공인 오 영감이 거처하고 있는 나루터 기슭의 자그마한 움막에는 희미한 등불 빛이 쥐구멍만한 들창으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오른다리를 저는 오 영감은 벌써 십여 년째 은파강 나루터에서 배를 저어 생계를 유지해왔다.어제부터는 은파강이 완전히 풀려 배를 이용하여 강을 건널 수
문화·문학
아데라
2011.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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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북아신문] -이도 안 나고 콩밥 먹었다. 개가 사람을 물었다면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다. 거꾸로 사람이 개를 물었다면 특종뉴스거리가 된다. 왜일까? 우리는 상식이라는 개념의 틀 속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풀어서 말하자면 개가 사람을 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요, 사람이 개를 문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을 벗어난 행위이기 때문이다. 같은
문화·문학
김정룡
2011.10.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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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 붉은 홍수2북만주의 겨울은 3월이 다 지나도록 도무지 물러설 기미가 없이 산의 계곡들과 들녘의 그늘진 곳에 끈질기게 버티고 있다. 먼 산 양지쪽에는 한낮이면 진달래꽃이 피었다가도 새벽이면 꽃잎이 얼어 죽어 버리고 새 꽃송이가 피어난다. 강은 낮에는 해빙으로 녹은 물이 빙판 위를 쭈룩쭈룩 흐르다가도 밤이 되면 또다시 꽁꽁 얼어붙는다. 음지엔 녹았다 얼었
문화·문학
아데라
2011.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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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홍수 1팔이 저려 뒤로 돌아눕던 덕구는 옆자리가 풀썩 무너져 있음을 느끼고 눈을 부스스 떴다. 곱단이가 누워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있었다.“또 어딜 나간 겨.”덕구는 투덜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날이 밝는 모양인지 더위를 식히느라 열어 놓은 지게문 밖은 희붐하다. 덕구는 부엌으로 통한 사잇문을 열어보았다. 아버지의 권고대로 단칸방 가운데 간이 벽을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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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데라
2011.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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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5장 사랑과 이별2준호와 진옥이네 집은 광복 이전부터 강촌마을에서 살았다.두 집 다 지주 한상권의 땅에 명줄을 걸고 살아가는 소작농이었다.최복만과 칠성이는 서로 형님, 동생하며 피붙이처럼 가깝게 지냈다. 그러다가 두 집 사이가 멀어지게 된 건 광복이 되던 해 여름에 발생한 뜻밖의 사건 때문이었다. 산에 외양간 재목감 하러 갔던 최복만의 맏아들 덕민이가
문화·문학
아데라
2011.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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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사랑과 이별1지은의 방 미닫이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지난밤 그녀를 방에다 눕히고 미닫이문을 닫았었는데…… 아마 화장실에 다녀오며 문을 닫지 않고 그냥 들어간 모양이다.지은은 이불 위에 되는대로 엎드려 자고 있었다. 여름방학이니까 등교할 일도 없을 것이니 진종일 잔다 해도 안 될 일은 없을 것이다. 세상과 인생을 대수롭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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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데라
2011.08.10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