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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태어나서 성장과 성숙 그리고 노화가 깊어지면서 생을 마감한다.나이가 많아져 노화되는 것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진행된 과정으로서, 아무리 화려한 옷을 입어도 감출 수 없는 주름살이 늘어 간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철학자 에픽테토스는 “어떤 삶의 흔적으로 남겨지기를 바라는가. 그것을 먼저 자신에게 물어라. 그리고 살아야 할 삶의 방법을 선택하라”고 했다. 인간의 삶은 전 생애로 평가받는다. 특히 노후 삶의 마지막 선택과 모습은 후대에게 가장 길고 강한 그림자로 남겨진다. 자신에 삶의 전체를 평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노년기
문화·문학
김경애 기자
2023.08.22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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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깃든 에피소드 술이 좋긴 좋은가 보다. 7월의 태양이 한창 광기를 부리는 한낮, 지상 전체 생물체들이 자작나무 타는 겻불내를 훅훅 토하고 있다. 이 폭염속에서 낮술을 얼마나 들이켰는지 신호등을 건너는 사람들 틈 사이로 티셔츠를 젖무덤까지 치켜 올린 저 나그네들을 보는 내 눈이 다 따갑다. 만삭의 산모처럼 비지배를 볼록 내밀고 어깨동무를 하고 비틀대는 모습이 누가 봐도 가관이 아니다. 취기에 달구어진 얼굴에 뙤약볕까지 더해져 지지벌게서 지향 없이 떠드는 모습이 정말로 기가 차다. 사내들이 하 벌린 입에서 풍겨져 나오는 술 내음이
동포문단
최춘란 기자
2023.08.07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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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생활 내가 에서 생활한지도 어느덧 7년 세월이 흘렀다. 재한 조선족동포로서 대한민국의 에서 직무를 맡고 생활하고 있다. 와 이라고 하면 궁궐 같은 서울의 로 착각하겠지만 내가 살고 있는 는 초라한 단칸방으로써 단지 푸른 기와를 얹은 다세대 전세집일뿐이다. 전세보증값 400만원에 매월 2만원 납부하는 관리비에는 전기요금, 수도요금, TV시청료까지 모두 포함되었는데 직장과도 3분거리로 가까워서 둘도없는 안성맞춤한 보금자리이다. 원룸이나 아파트에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07.16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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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늦은 마지막 효도 해마다 봄과 더불어 어김없이 찾아오는 청명 날이다. 이때 즈음이면 하늘나라에서 아버지가 꿈속에 찾아오신다. 아버지의 제사상을 잘 차려달라고 미리 오셔서 부탁을 한다. 올해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10주년 되는 해이다. 아버지의 제사상을 더 정성들여 잘 차려야겠다. 세상에 후회를 치료하는 약이 없다지만 자꾸만 후회하는 마음이 생기는 게 또한 인지상정이다. 아버님이 살아계실 때 효도 못하고 오히려 아버지를 싫어하고 미워했던 내가 너무도 미워난다. 어질고 마음씨 착한 아버지는 일찍 40대 초반에 지인들과 동업을 했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07.0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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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겨울맞이 여자 쌓여진 가을 낙엽을 밟으며 단풍의 의미를 새김질하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새파랗게 올려 붙은 겨울 창공에서 싸늘하게 불어오는 찬 공기가 빨간 귓불을 핥고 지나간다. 어느덧 나목이 된 양변의 가로수를 가로 지나며 기다란 산책길을 걷고 있다.아직 미련을 다 털어버리지 못한 모든 의미의 풍경에도 가차 없이 찾아온 계절을 실감하고 나는 움츠러지는 내 형체를 현실 앞에서 오롯이 자백시키며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다. 산책길 옆에는 좀작살나무, 볼레나물, 산철죽, 개쉬땅나무 등등 봄, 여름 가을을 아름답게 장식했던 키 낮은 관
동포문단
이동렬 기자
2023.06.2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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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과 반려동물의 관계 개나 고양이도 가족 구성이 되는 시대이다. 현재 반려동물을 키우며 함께 사는 인구, 즉 펫팸족은 한국이 천만 명이 넘어서고 중국이 1억 명이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친구가 2011년 부천시 심곡동에서 동물병원 개업할 때만 해도 주변에서는 처음이었으나, 10년이 지난 지금은 동물병원이 8개 점으로 불어났고, 찾아오는 손님도 많아졌다고 한다.오늘, 무엇 때문에 현시대에 와서 인간 세상에 펫팸족이 많아졌는가, 그 원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첫째로, 그 원인은 현재 사회 전체적으로 소득이
동포문단
동북아신문
2023.06.15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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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도자기 주문을 받다 보면 여러 가지 어려운 요구사항에 부딪힐 때가 있다. 우리가 취급하는 도자기는 모두 옛날 도자기를 본떠서 만드는 것이기에 난감할 때가 많다. 한번은 '여의주'를 문 용그림이 있는 도자기를 주문하였는데 옛날 도자기 그림에서 그런 그림이 있는 도자기를 많이 보아온 것 같았는데 정작 찾으려니 그리 흔치 않았다. '여의주'에 집착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용은 '여의주'를 얻어야 비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여의주'를 물어야 비속의 껍질을 벗고 신령스러운 영물로 부활해 마음껏 조화를 부릴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05.2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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牵动我心灵的声音梨树又开花了, 我好像又听到了爷爷的呼唤。小时候, 爷爷照顾我长大, 那时院子里还种了一棵梨树, 那棵梨树有两条粗壮的树枝, 一端伏在我们家屋上, 悄悄的生长。我特别喜欢爬到那两条粗树枝上, 抱着树枝嬉戏, 或是扯下枝条, 拔下树叶, 胡乱编织, 或是抱着树枝使劲晃, 看着树上落下星星点点的叶子, 这样简单的动作, 我能一直闹到傍晚。每当太阳落下山头, 星星划开夜幕, 爷爷就会在树下呼唤: "孙女儿, 吃饭了, 莫要在上面呆了。""不要, 我还没玩够呢!“"厨房热了米糕, 还有玉米饼, 喷香着呢。”爷爷笑着。我抹了抹嘴, 想下去, 可又觉得有点失了面子, 便继续挺着脖子不愿下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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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춘란
2023.04.0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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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단조롭다. 새벽에 일어나 건설 현장에서 일하고 저녁이면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무휴일에 가깝게 일을 하는 반복된 일상에서 가끔 마음속에 불어오는 공허함은 들녘에서 불어오는 바람 같은 존재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한국에 정착한지도 어언 20여 년, 그동안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여행이랑은 담을 쌓고 살아왔다. 잘 사는 삶이란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일까에 고민도 없었고 오로지 돈의 노예가 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삶의 질은 높아졌을까? 사막같이 메말라버린 내 감수성, 살기 위해서의 아등바등은 고달픈 육신에 여기저기 병만 남겨주었다.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02.05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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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천득시인의 5월에 대한 묘사처럼 5월은 금방 찬물에 세수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 같다.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모란, 찔레, 장미, 라일락...... 수많은 꽃들의 달이다. 신록사이로 5월의 산들바람이 분다. 길섶에 선 풀잎마다 싱그러움이 가득하고 한껏 생명의 기운을 머금고 피어 나는 들꽃들이 신비롭고 대견하다. 야생화들은 나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性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서로 잘 어울리고 질투하지 않고 부러워 하지도 않는다. 中和를 이룩한 대자연은 이렇게 자신의 본분을 지키면서 天命을 기다리며 살아 간다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01.2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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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축제가 이제 잠잠해지는 듯하다. 인터넷에도 벚꽃 사진들로 넘쳤고 서로의 인사가 벚꽃 구경 갔댔냐가 먼저다. 어디 가나 벚꽃을 벗어 날 수 없다. 벚꽃나무가 온 울산을 점령했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표현일 것 같다. 하지만 벚꽃의 절정은 길지가 않다. 물고기 비늘이 말라붙은 것 마냥 동네의 길바닥에 온통 벚꽃 잎들이다. 작은 바람에도 후르르 쏟아져 내리는 벚꽃 잎들이 돌돌 구르다가 아무 데나 벌러덩 드러누워 쌓이기도 한다. 벚꽃은 피는 것도 빠르고 지는 것도 순간이다. 그렇다고 우울할 필요는 없다. 4월이 봄꽃들의 계절이지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2.12.20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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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장마는 비의 양 보다는 우기가 집중되어 있고 맑은 날에는 폭염이 기승인 특정이 있다. 나는 출근하면 네 시간 정도 혼자 일을 한다. 요즘은 한낮에도 비가 많이 내려 일 하는 사이, 밖에 내리는 비를 보며 그리움에 마음을 잠시 적시곤 했다. 그리움은 외로움이고 추억이다. 여러 가지 빛깔을 가진 그리움은 장마철이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파고 든다. 며칠 전, 시댁 쪽 어른 한 분이 돌아가셨다. 나에게는 시 외숙모이다. 시댁과 3키로미터 떨어진 마을에 살고 계셔서 시골을 오가며 많이 들려 나도 잘 아는 분이다. 문방구를 운영하시던 외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2.12.0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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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마비의 계절이다. 하늘이 맑아 높푸르게 보이는 가을, 살갗에 닿는 공기도 신선하니 나들이 가기 한참 좋은 가을, 노랗고 빨간 단풍들이 산과 들을 곱게 물들이는 가을이건만 고향을 떠나 머나먼 타향에서 둥근 달을 바라보며 홀로 긴긴 밤을 지새울 그 이를 떠올리는 나의 가을은 으스 스하기만 하다.오늘도 사그락사그락 낙엽을 밟는 소리가 내 귀를 간지럽힌다. 불과 2년전 까지만 해도 내가 제일 듣기 좋아했 던 소리가 아니였던가! 사랑하 는 그 이와 함께 손 잡고 가로수 아래 단풍길을 거닐 던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1년 반이라는 시간이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2.09.2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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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길을 걷다가 한 철학관 창문에 써져 있는 글귀를 보고 발길을 멈추었다. 창문 하나를 사이 두고 왼쪽에는 ‘삶 살아가는 걸까? 살아지는 걸까?’ 오른쪽에는 ‘쉼 갈 때를 알고 멈출 때를 알아야’라고 써져 있었다. 그 글귀를 보면서 한참 멍을 때리고 서있었다. 삶과 쉼이란 이처럼 창문과 벽 하나의 차이라니, 그동안 삶만을 붙잡고 앞만 보고 살아왔는데 이 글을 보는 순간 뭔가 깨달음을 가졌다.어떤 쉼표를 찍을 것 인가고 고민하던 중 배낭여행을 준비했다. 시작은 오래전에 했지만 코로나로 멈추었던 섬 투어에 다시 한 번 도전하여 서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2.09.2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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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새싹만을 발아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도 발아하게 한다. 하늘과 땅이 사귀어 만물이 생성하기에 모든 생명에는 사랑이 깃들어 있다. 우리는 자연의 발아하는 것들을 마주할 때 사랑이라는 감정이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것 중에 얼마나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랑은 나를 둘러싼 공기가 따뜻해지고 보호받고 있다는 안정감이 있는 느낌이기도 하다. 사랑의 인식은 시대에 따라 달라졌지만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은 사랑의 본성이다. 그러면 사랑의 본성은 무엇일까?2014년,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손바닥 크기보다도 더 작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2.09.0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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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한중국동포 교육자 문민의 생애사”, 이 책을 받은 건 지난 5월 중순이었다. 문민 원장님으로부터 작년에 책을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새삼 기대하고 있던 차에 드디어 책을 받아 들었다. 책을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3분의 1쯤을 읽었다.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날 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나는 흥분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문민 원장님과의 몇 번의 사적인 만남을 통해 나는 그녀의 가치관이나 교육철학에 대해 꽤나 안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생애사를 읽으면서 나는 내가 아는 것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는 걸 깨달았다. 무엇보다도 나는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2.06.1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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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 고양이도 가족 구성이 되는 시대이다. 현재 반려동물을 키우며 함께 사는 인구, 즉 펫팸족은 한국이 천만 명이 넘어서고 중국이 1억 명이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친구가 2011년 부천시 심곡동에서 동물병원 개업할 때만 해도 주변에서는 처음이었으나, 10년이 지난 지금은 동물병원이 8개 점으로 불어났고, 찾아오는 손님도 많아졌다고 한다.무엇 때문에 현시대에 와서 인간 세상에 펫팸족이 많아졌는가, 오늘 그 원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자. 첫째로, 그 원인은 현재 사회 전체적으로 소득이 늘어난 사실과 1인 가구의 급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2.06.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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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이라 믿고 찾아온 한국은 꿈같은 나의 유토피아, 고마운 나의 고국이다. 아름다운 한국의 푸른 하늘아래서 살아온 세월이 벌써 20년이 된다. 그동안 한국인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일들도 많았다. 그리고 이 땅에서 나의 꿈도 활짝 꽃피워나는 것 같았다. 동포문학 수필우수상, 한반도문학 신인상과 최우수상, 법무부 세계인의 날 수기공모 특선상, 동포역사교육문화탐방 후기상, 대국민칼럼공모 은상과 장려상, 그리고 KBS한민족방송 우수상도 수차 수상했지만 내 집 같은 우리 회사에서 가족 같은 동료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부모님 같은 사장님한테서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2.04.20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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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유수와 같다고 했던가. 어느새 아버지가 돌아가신지도 어언 40년의 세월이 가까워오고 있다. 그 사이 강산도 몇번 변했건만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만 짙어만 간다. 1982년 12월 11일, 그 날 아침부터 날씨는 음침하여 당금이라도 눈발이 날릴 것만 같았다. 새벽녘에 아버지가 아주 또렷한 모습으로 학교 기숙사문을 열고 나의 침대가로 살며시 다가와서 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였다. 화들짝 놀라서 눈을 뜨고 보니 꿈이였다. 너무나도 이상한 꿈인지라 나는 이번주 일요일에는 아버지 뵈러 꼭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흐리터분한 기분으로 학
동포문단
김태권 기자
2022.04.20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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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유수와도 같다더니 아내와 결혼한 지 어제 같은데, 어느덧 44년이란 세월이 흘러 머리에는 흰 서리가 내리고 이마에는 얼기설기 주름살이 늘어났어요.저는 1951년도에 시골의 한 가난한 농가에서 유복자로 태어났어요. 아버지는 조선 항미원조 전선에서 희생되었고요, 제가 열사 자녀라고 해서 기업에 추천해 주어서 몇 년간 차 운전을 하였어요. 저는 한 직장에 있는 지인의 소개로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되어 1977년 1월 2일에 결혼식을 올렸어요.가난하기로 소문이 난 우리 집에는 고작 이불 두 채에 그릇 몇 개만 달랑 있었어요. 아내는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2.04.14 1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