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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뾰족한 핀셋으로 실뽑 듯 뽑아내어말과 말 사이에다 감정을 심는다네 무엇이 인간인 지를 가르치는 철학자가수머리서 발끝까지 몸 전체를 열어 놓고 용케도 자리 찾아 하나 하나 앉혀 놓네언제나 열린 가슴에 청중 안고 사노라 돌의 하소연 누구는 돌멩이라 누룸돌로 써주던데 누구는 보물이라 금방석에 앉혀주네 주인의 눈 높 따라 받이는 대접 다르네 수석 거세찬 파도에다 그 한몸 맡겨놓고 풍운에 뒹굴으며 예술로 태어났네 기나긴 피나는 고통 어찌 참아 왔을까 커피 투박한 커피 잔에 감미로운 맛을 싣고 차탁에 올라 앉아 즐거움 더해주네 산뜻한 그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07.2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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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시절 옛부터 청명때면 비가 내린다더니옛부터 그래서 행인들은 괴롭다더니과연 올해의 청명은 별다르게 흐리고올해의 청명은 특별하게 답답하다온세상이 비애에 잠겨슬픈 기운이 온누리에 감돈다인간들은 이런 재난을 피할길 없어이렇게 처참한 현실을 직시할수 없어얼굴을 가리고 변이된 악마와 싸워초연이 없고초연이 있는전쟁이 치렬하게 벌어진다지루한 겨룸에시간은 멈추듯 초침이 움직이지 않고령혼이 가히 부착할수 있는 육신을 내내 찾지 못한다그때 그 시인의 부르짖음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여직 귀전에서 메아리친다파아린 새싹들이 땅우에 돋아나고소담한 산꽃들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07.2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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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한 쌍의 신발이 있다꼭 함께 신어야 한다칼끝 꽃샘추위에도생강나무 꽃 햇살에도우산 없는 여름비에도황금 빛 낙엽길에도지저분해졌다고 뒤처진다고한 짝을 버리면다른 한 짝은 무용지물이다물감 같은 노을 속으로 나란히 가려면땅을 꼭꼭 밟아도 주고부지런히 함께 닦아도 주고자꾸 끈을 죄여야만 한다 석별 인연은 갈대 스치는 바람이런가손잡고 이뤄낸 정오의 태양꿈꾸며 바라본 황혼의 석양이제는 그대를 떠나보낼 때진토에 몸을 푸는 분홍빛 연꽃처럼서해바다의 부레 없는 상어처럼항상 은근하면서도 열심히 뛰었던 그 모습분홍빛도 어느덧 자취를 감추었고미끈미끈한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07.2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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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금화 약력 1964년 출생중국 조선족시몽문학회 회원.흑룡강신문 신인문학상, 흑룡강 소수민족문학상 등 수상 다수.동시집 출간. 얼룩설익은 아침이 부엌에서 싹터오른다 베일 벗겨 가방에 집어넣고아궁이에 하늘 구겨 넣으면수집은 시간, 메모의 덧걸이에 이슬로 아롱져있다바람의 동네 놀빛마다 볼이 붉는다 굴뚝하루의 시작이 허리 잡고 흔적에 깃 편다기억 덮어주는 안스러움, 구름 따라약조 치켜든 솟대들 호수 사념의 뿌리가 기다림에 못 박고 서있다 고독 한술 떠먹으면 한숨 싹트는 맥박소리에별이 내려 앉는다잘 개어진 속성으로돌
동포문단
김현순 기자
2023.07.2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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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의 사랑 님과 나의 사랑에는 12월도 부족해서둘만의 계절이 더 있습니다13월이 있답니다13월의 황금 빛 들판에는 햇님 왕자가 백마 타고 노래 부르고낮에 나온 공주 달님이 산 언덕에서 너울 너울 춤을 춥니다님과 내가 함께 판 우물에는 달콤한 동동주 샘처럼 솟아나고숲 속에는 노래하는 열매"아리랑" 을 부르며 익어갑니다냇가에는 보슬 비, 들판에는 함박 눈앞 남산에 녹음 지고 뒤 동산에 단풍 드는님과 나의 13월은 계절 밖의 계절노래가 넘쳐 나는 사랑의 천국입니다 13월의 겨울 해는 따뜻하여 진달래 꽃, 무궁화 꽃 계절을 모르고이별과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07.16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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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 결국은 너의 붉은 울음위에별꽃을 올려 놓았구나청아,네 속치마 깨끗이머리위까지 올려야 하는 네 열개의 손톱이 반달을허비며 허비며 밤하늘 우러르는 우러르는 그러한 너의 가슴 박힌 옹이를저기 저 석양에 기대놓으면피빛 저믄 물감이 국화꽃 이쁜 주름살 속에꼬깔처럼 벙글어 벙글어서죽음 물고 날으는 쭉지새의모가지에 한낱 숨의 부활을 얹어나 볼까결국은 저 넘이에 또 무슨환생의 입술 있어노을은 그리로 고개 기울이는가 절구(绝句) 어찌 할까나입이 있어도 부를 수 없는 님이여!내 입에 고인 발음이너의 고운 이름 하나저 남산의 도라지 꽃잎위에 얹어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07.19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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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는 길에 시를 밥으로 쓰시는 분작은 키에 큰 시를 쓰시려고눈을 크게 뜨신 분그 눈동자 속에는 하늘이었습니다흙을 서정으로 쓴 시하늘마저 흙냄새가 짙토록 쓴 시입니다걸죽한 이야기 속에썪어 넣는 싱거운 사투리배를 끌어안아도 배꼽이 빠지겠끔 웃겨주던 선생님 가신다고 하시니가는 길이 어떨까 궁금합니다시를 주단으로 깔고 가실가아니면육담으로 정자를 만들어 놓고쉬면서 가실까저 먼길에 외롭지 말자고북두칠성이 내려 앉을 겁니다별 사이 사이 마다에선생님 시가 하나씩 끼워져 있을 겁니다그러한 시들이 기둥이 되어밤 하늘을 받쳐 주겠습니다 은하수가 별거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07.1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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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 쫑- 날아가다꼬리 한들오빠 손가락에살랑나도야 오빠 따라손가락을 척-앉을까 말까뱅뱅 돌다가어느새 리본에 살짝 여 선생님 그 냄새마저도엄마 냄새다너무도 엄마 같아서나는 가만히 불러본다"엄마ㅡ" 하고그리곤 울 엄마한테조금 부끄럽다 노란 언덕길 그 길로영희 엄마도회지로 떠났고그 길로돌이 누나외국남자 따라 갔고그 길로아버지술에 취해 돌아오고 인사 검은 줄 고웁다노오란 다람쥐가랑잎 덮어쓰고눈물만 또로로마주 오는 나를 보고반가웁다 손 젖더니요리조리 쪼르르숨박꼭질 하잔다 이슬 1 속벌도필요없는하아얀천사의 알몸 이 몸에티만 들면스스로사라지리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07.1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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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는 것은 나이가 든다는 것은 손발이 굼떠진 엄마를 타박하던내가 딸애한테 느리다고핀잔을 듣는 일나이가 든다는 것은귀가 어두어진 엄마를 놀려주던 내 귀에 새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일나이가 든다는 것은 냄비 태워먹은 엄마에게 야단치던나도 끝내 밥 새카맣게 태워버리는 일나이가 든다는 것은 엄마의 엄마가 되는 일아이의 아이가 되는 일 늙은 아기 아기가 똥을 싸면아이고 우리 강아지이쁜 황금똥 누었네늙은 아기가 똥을 누면아이고 이 할망구야벌써 몇 번째야 기저귀값도 올랐구만 아이고 아기가 자라늙은 아기 되었건만엄마없는 늙은 아기어찌할거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07.02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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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을 빼다 방을 빼 달라고 한다무슨 서랍으로 알고 있는 모양이다어떤 사람이 살면 방이고어떤 사람이 살면 서랍일까소망 아파트의맨 동쪽 끝, 위로 세 번째 창이 깊어진 것은나의 서랍이 빠져나간 자리다구멍은 먹이를 기다리는 야수처럼 웅크리고 있다더욱 그럴싸한 주인이 필요했을 것이다흙에 발이 닿지 않아 시름놓고 뿌리도 내리지 못했다가벼워서 헐거운 서랍이 순순히 따라나온다잠깐 서랍을 뽑았을 뿐이다 겨울바다 석양을 마주하고 백사장을 걸어가는 사내한쪽 발자국에 옅고 희미한 꼬리를 끌고 간다그렇게 바다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여자와강제로 건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06.3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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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연가 백두의 민들레 민들레꽃씨바람타고 한라기슭에 내려앉았네푸른 꿈과 새 희망을 이루어가며 노랗게 피어난 민들레꽃이여이마에 작은 행복 작은 꿈을 얹은 우리는 우리는 민들레 예술단척박한 땅에서 힘들지라도햇살 닮아 밝은 미래 약속한다네푸른 꿈과 행복 싣고 미래로 달리는하얗게 춤추는 민들레 씨앗이여이마에 작은 행복 작은 꿈을 얹은 우리는 우리는 민들레 예술단 이는 2017년 민들레 예술단이 창립하던 해에 천숙(필자) 작사, 양호 작곡한 민들레 예술단 단가(團歌)다. 창립식이 있기 한달 전에 민들레 예술단 단장이었던 이옥희(국가 1급
문화·문학
이동렬 기자
2023.06.3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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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랑 찰랑- 마음에 파문이 인다무엇이지?다만 진동으로무게를 느낀다이름 모를 감각 조각들꿰여 놓고딱지 붙이려 한다그간의 몸부림 짓거리여의도의 비속에서도햇빛과 윙크 했었지바뀌는 강가를 읽으며그렇게 시냇물은 졸졸 흐르고 있다참다웠니?긴 침묵...삶에는 구경꾼이 없다. 흔적 더듬고 싶다 곳곳에 스며있는 익숙한 체온들을 기억은 휘청 헛발 딛고등교 길도 닦아지고그 거리 지나는 나는한낱 투명 인간이다옛날 김삿갓이 떠오른다앵두가 담 넘던엄마 이야기 지워지고 그 자리에층집이 즐비하게 일어서고새 풍경화 펼쳐졌다거듭 난 배경이다손금 같았던 고향에서 난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06.20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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逃避行도피행-끝없는 공포 蜀道難*도 끝이 있는데끝없는 3년 공포의 끝은 어디?47년 정 매정히 끊고등밀어 떠나라 재촉한다범보다 무서운 코로나19무형의 담장 드리우고밥상머리에 입마개 벗는다이웃간 깊어진 골눈인사로 주고 받는다바라바리 싸들고인정없이 고향을 등진다올동말동한 정한의 끈유랑길에 잠근다고향아, 잘있거라 *촉도난-唐詩 이백의 2. .北開城 어름 길목에엄마는 낳기 꺼렸다풍진 세월토비에 마적에뜯기고 핥기던빈주 흑룡궁 군사요충지北開城대동아 공영허울에내질려진 피덩이이다공출에 미역꼬투리도 못자신농가의 여인-엄마아들딸 앞세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06.1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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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튤립아무도 없는 저녁의 창가에 서면 블록을 쌓듯 높아진 집들이 노을을 가리고 어두운 적막이 가까이 온다저 좁은 흙의 들썩임은 바람의 귀를 가져야만 들을 수 있겠지만 이 숨막힘은 상념의 문에 걸린 커다란 빗장이여서 한 줄기 빛이라도 비춰야만 저 들썩임이 보일 것만 같아 가만히 저녁의 창가에 서면 가로등이 유리창에 잠기고 떠나간 이들의 얼굴이 그림자 무늬로 어른거려 그 감정이 바람의 결 따라 흐른다 어쩌면 저 바람의 울림속에도 아름드리 추억의 날들이 들었으리라 그 울림으로 심지를 만들어 격정의 혈관을 타고 번지는 꽃이었으니 그 비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06.1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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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의 나의 존재는오로지 죽은 자만을 위한 것긴긴 밤들을 지새우다굳어진 악어의 표본이 되어수만년 침묵을 시작한 배웅이다가시는 길 버거우랴주머니 따서 날개 만들고옷깃은 뽑아 구름 위에 두었으니올 때 그랬듯이소풍의 시간들을 마치고다시 벌거숭이로 찾아와반짝거렸던 유성을 이야기하는 육신은 뜨겁다애착을 다 못버린 혼들이틈사이로 머리를 내밀고나는그것들을 주어 담느라 바쁘다 총알의 고백 무엇이 라도 뚫어야 했다빵 하고 질주를 시작한 이상나의 휘황찬란은 날아가는 그 순간뿐이니잠시만 물러서 줄래그사이일기예보는 오타를 난발하고꽃은 피고 지고이제 숙명
동포문단
동북아신문
2023.06.1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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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馬蟻일기》그 어떤 바람의 터널속에서①다행이다. 천지를 요동치는 굉음소리가 서서히 사라졌다.실오라기같은 빛가닥이 어귀에서 망설이다 드디어 칠흑같은 동혈(洞穴)을 더듬으며 기어들려고 시도를 한다. 엇갈린 갱도속엔 짙은 어둠과 굳어버린 밤들이 중첩되여 우리는 시커멓게 찌들은 토템을 껴안고 한 가닥 또 한 가닥의 빛줄기가 반복적으로 끼어들다 죽어가는 따분함에 지쳐 잠이 들었다 또 깨여나곤 한다. ②새까맣게 뭉쳐진 우리는 마냥 든든하기만 하다. 허나 나의 고독은 왜 나날이 깊어가고만 있을까? 또한 반짝이는 광원(光源)이 두어 알의 모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06.13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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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300톤 프레스 3호기손목 짤려 중국으로 돌아간김아저씨 일하던 그 자리에오늘은 내가 서 있다비린내 묻은 바닥 닦아 놓고 원 주인을 그려보며범 아가리같은 기계앞 그 자리에오늘엔 내가 서 있다네손가락에 기름때 간득 묻고식지만 하얗게 그대로인 장갑그런 면장갑 끼고 그 자리에오늘은 내가 서 있다.쿵쿵 뛰는 마음을 달래며언젠가 또 다른 사람이나를 대신해 서 있을 그 자리에오늘은 내가 서 있다 그해 겨울은 추웠다 개구리 폴짝처음 우물을 뛰었다가반 남은 땅에 내려바다 바람에 휘날리던그때는 겨울이었다바깥 같은 집안에서찬 목석들의 눈치 보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06.0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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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투놀이 새된 북풍이 늙은 문풍지 울리면오두막 밤을 깎는 파르르 소리가냘픈 등잔에 불씨를 지펴놓는다 따끈한 아랫목에 올방자 틀고 한바탕 화투판 벌여놓으면긴 겨울밤은 외할머니의 가르마를 톺아오른다 우리 외손녀 얼른 커서두둥실 공산명월처럼 밝고사쿠라꽃길만 걸으라던 외할머니 마흔에 9남매 키우신 청상과부비영감님 어서 데려가소 놀려주면철없은 우스개에 쓴웃음만 지으셨다 수줍은 달이 빠끔히 얼굴을 내밀때면각 떨어진 매화꽃 화투 쪽에 서글픈 외할머니 미소가 떠오른다 2.허수아비 가을바람 불어너덜너덜한 허수아비이마전을 스치면막대기 하나로 간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06.07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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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룬베얼 초원 (외 10수)□ 김소연-------------------프로필: 중국조선족시몽문학회 부회장 겸 사무국장시집 , 출간.동심컵 중한아동문학상 등 해내외 문학상 수상 다수.-------------------수유차와 양떼 없는 몽골포 창문 열고 어둠 밝힌다누렇게 뜬 풀들 사이로 번들거리는 물빛 구름 겹쌓인무지개 희미한 색채로이슬 꿰는 별빛 반짝거린다나래 젓는 메아리 달아오른 숨결칭키스칸의 아침 열어가듯꿈 찾는 목동들 풍화에 입 맞추며 피리소리마다 저 멀리 손 저어 부른다미소 짓는 하늘, 들린다 들려…
동포문단
김현순 기자
2023.06.0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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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와 아버지 소의 눈에는아버지의 타다 남은 담뱃불이타고 있었다 아버지와 소는 마주서서 아버지가 담배를 피우시면소는 그 담배연기를 새김질해 주고이렇게 수년을 엉켜 다닌 친구였다 소는 아버지의 담뱃불만 봐도아버지의 속을 알게 되고아버지는 고삐를 소머리에 얹으실 때마다소의 지친 눈길을 미리 알아 내셨다 아버지는 소가 되려고소의 성질을 익혀 두셨고소는 아버지를 닮으려고아버지 손등을 핥기도 하였다 아버지께서 소수레 위에 쓰러졌을 때집앞까지 모셔 온 소담배를 피우지 않아도아버지 담뱃불만은 익히고 있어그대로 껌뻑이고 살아 온 것이다 소는 울지도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05.29 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