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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편삼각 연애 “사랑, 사랑, 내 사랑,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하얀 마스크가 간드러진 목청으로 노래를 불렀다. 바이러스는 담담한 미소를 머금고 아름다운 노래소리를 조용히 경청하고 있었다. 마스크는 허리를 배배 꼬며 애교 찰찰 흘러 넘치는 목소리로 말하었다.“자기야, 난 정말 행복해, 창고에 10년이나 갇히워있다가 자기신세에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훨훨 날아 여행을 다 해봤어요.”“그렇게 좋던가요? 후엔 같이 여행을 가자요.”바이러스는 빙그레 웃었다.“좋구 말구요, 왜 인제야 오셨나요? 이젠 저를 떠나지 말아요, 당신 없인 전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0.04.1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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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조 옷을 사 입었으면….”아들, 며느리, 손자와 텔레비를 시청할 때마다 서씨는 늘 부러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군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아들, 며느리는 미풍앞의 바위마냥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어느 날 텔레비를 시청하던중 일곱살짜리 손자가 초롱초롱한 눈을 깜박이더니 또랑또랑 목청으로 물었다. “할머니 어느 옷을 사고 싶나요?”“오, 네가 크면 사 줄련? 조 옷을….”서씨는 대견한 눈길로 손자를 응시하며 농조로 말했다.“예, 지금 사 줄래요.”손자는 대나무에 튕긴듯이 발딱 일어서더니 놀이감 권총을 아빠의 머리에 갖다대며 챙챙한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0.04.07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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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임새 김영식판소리 하는 사람 옆에북치는 사람을 가리켜고수라 하는데 그 사람의역할이즉창사이에 얼시구! 저런! 하는추임새를 넣는 것이다 일전 시골에 장수노인 부부의사랑 비결 취재를 갔는데대답이 너무 간단했다 내 주장을 고집하지 말고상대의 주장을 받아들이면그게 바로 사랑이여! 돌아오는 길에 그말을곰곰히 생각보니 그 말이참 오묘했다 여자들은 하루에 만마디를 해야직성이 풀린다 한다그래서 여자들의 수다라는말까지 있다. 그 수다를 가만히 살펴보면남자들의 세계같은 중심내용이거의 없다.그저 일상을 주고받고 하다결국은 남편 흉에 시집 흉을실컷 보다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0.04.05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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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봐도 부지런한 꿀벌은 오늘 아침에도 일찍이 밭으로 가는 길입니다. 생글대는 해님을 보노라니 저도몰래 노래가 나오고 새힘도 솟구칩니다.“랄랄랄 ㅡ얼씨구 절씨구 ㅡ”그러다가 마중켠에서 까마귀가 씩씩대며 보따리 두개를 들고 오고 있었습니다.“까만형, 뭐 또 이사하는것 아닌가요? 한달전에 이사했는데 또 무슨 이사에요?”꿀벌은 까마귀가 온 몸이 까맣다고 번마다 까만형이라고 불렀습니다.“에그 말도 말아. 내 오죽하면 또 이사하겠니? 내 집을 잘 못 사놓고 얼마나 후회했는지 몰라. 후유ㅡ”까마귀는 얼마나 후회되였는지 한숨까지 내쉬면서 말했습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0.03.2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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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개량법과 금연법 황소가 사라졌다.언제부턴가 멀리 지나가는 암소를 보며 질러대던 황소의 울음소리도 사라졌다. 그러고 보니 황소라는 이름도 사라졌다. 다만 종자번식을 위한 몇 마리 수소가 존재할 따름이다. 한우 종자 개량법에 의하여 우수한 수소들을 별도 관리하여 거기서 정액을 채취 공급한다. 나머지 수소들은 암소를 보고 소리 질러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원래 황소는 한번 교미한 암소를 곁도 보지 않을 정도로 그 위세가 대단했다.금연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담배를 피우거나 유사 행위를 했을 때 최고 징역 10년까지 처벌을 받는다. 입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0.03.1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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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북아시문]식탁 위에는 예쁜 유리그릇에 담은 김치 한 접시와 달걀을 풀어 넣어서 만든 국수 두 그릇이 놓여 있다. 저녁 식사다. 나는 거실로 나갔다. ”할머니 할아버지 진지 드세요.” 가지런히 앉아서 텔레비를 보고 있던 두 늙은이는 소파에서 일어나 식탁으로 다가갔다. “국수 맛있게 끓였구나.” 할머니는 몇 젓가락 들더니 부엌 문 옆에 서있는 나를 돌아다보며 말했다. “천천히 드세요. 또 있어요.” 나는 두 손을 아랫배에 겹쳐놓고 서 있다가 공손히 대답했다. 두 분이 식사를 끝내자 나는 그릇을 치우고 두 분이 소파로 자리를 옮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0.01.0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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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늦은 밤 5층 건물의 적막을 깼다. 절주가 맞지 않는 두 사람 발자국 소리가 엇박자로 엉켰다. 앞에서 내려가는 키가 훌쩍 큰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한 남학생 뒷등의 감색 책가방이 계단을 내려가는 발걸음에 조금씩 흔들린다. 그 뒤에, 상중 키의 오십 대 남자가 따라 내려가고 있었다. “그만 들어가세요.”“그래 부탁한다. 이번 시험 부디 차분하게 있는 실력 잘 발휘해라. 모르는 것 있으면 언제든지 수시로 연락하고, 좋은 소식 기다릴게.” 학생은 꾸벅 인사하고 출입문을 열었다. 오십 대 남자는 학생과 마지막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19.12.2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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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북아신문] 장미꽃은 아름답다. 빨간 장미, 노란 장미, 흰 장미는 하나같이 아름답고 향기롭다. 꽃의 향기는 다가가지 않아도 멀리서도 그 냄새를 맡을 수가 있다.그녀의 별명은 흑장미다. 누구도 흑 장미꽃을 본 사람은 없다. 그런데 왜 그녀를 흑장미라고 부르는지 모른다. 그저 모두 그녀를 흑장미라고 부르니 부른다.상해의 남경서로 끝에 가면 왼쪽으로 꽤 큰 이 층 건물이 보인다. 30년대에 지은 건물 이어서 얼핏 보면 좀 허술해 보인다. 그러나 길 건너편에서 천천히 뜯어보면 당시에는 엄청 호화롭고 웅장했을 흔적이 남아 있다. 길
문화·문학
서가인
2019.12.02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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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진짜 나왔네? 여기!흐흐’공항을 빠져나오자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남자가 갑자기 반색을 했다.소장의 눈길이 닿는 곳에는 현지인으로 보이는 늘씬한 아가씨 한명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나오라면서?’남자를 발견한 여자가 웃으며 눈을 흘겼다.‘진짜 나올줄 몰랐지.’남자의 입꼬리도 슬며시 올라갔다.‘그럼 바로 호텔로 가?’‘어,지금 7시 좀 지났으니까 아직 퇴근 안하셨을겁니다.늦었지만 잠깐이라도 먼저 회사식구들한테 얼굴 도장 찍는게 어떻겠습니까?.’소장이 시간을 확인하더니 내 의견을 물어왔다.‘그렇게 합시다.’하띤시로 가는 길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19.11.1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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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북아신문] 지우는 멍하니 천정을 보며 누워 있다. 천정에 달려 있는 통풍기는 윙윙 소리를 내며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얼마나 오래 청소를 하지 않았는지 거미줄에 먼지가 쌓이고 싸여 금방 떨어질 듯 흔들 거린다. 금방이라도 얼굴에 떨어질 것 같아서 신경이 쓰인다.지우는 모로 누웠다. 옆 침대에 누워 있는 남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얼굴이 시커먼 것이 죽은 얼굴이다. 삶을 포기한 듯 눈을 감고 반듯이 누워 있다. 지우는 흠칫 하였다. 가족이 없는지 아니면 그녀 처럼 집에 알리지 않고 혼자 왔는지 알 수 없다.지우는 병실 밖으로
문화·문학
서가인
2019.10.2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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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북아신문] 거위털같은 눈이 푸실푸실 쏟아진다. 첫눈이라서 그런지 분주하게 길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역시 그닥 싫어하는 눈치들이 아니다. 아까부터 골목길을 눈 여겨 주시해보고 있지만 아무도 이쪽으로 다가오는 기척이 보이질 않자 성격이 급한 석철이가 경식이의 팔꿈치를 툭툭 건드려가며 다시 재촉한다."배고픈데ㅡ, 어서 안에 들어가자. 들어가서 기다리자.""그래, 그래야 겠구나! "때시걱이 한창 지나서여서 그런지 넓다란 방안은 한적하다 못해 조금 휑뎅그레해까지 보인다. 밖이 잘 내다 보이는 창문쪽으로 자리를 찾아 앉기 바쁘게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19.09.3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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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 백한 먹골에는 겨울에도 비가 내린다 [서울=동북아신문] 나는 내 안에 떠오르는 풍부한 가능성들 앞에서 전혀 흔들림 없이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은 채 저울대 위의 중심에 있다. 하지만 문아래 한 줄기 빛이 아침을 알리게 되는 순간, 나 자신이 어느 쪽으론가 기울지 않을 수 없는 필연성으로 인해 내 마음은 이미 찢겨져 있다. ... 나는 황홀한 상태에서 벗어나 하나의 메커니즘 속으로 들어간다. 살아보려고 시도해야 하는 것이다. 시도한다는 일,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장 그르니에, 《자유와 선용에 대하여》 1 “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19.08.02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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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소설이방인 김성희유리는 심장이 쪼그라들면서 숨이 콱콱 막히는 것 같았다. 시시각각 숨통을 노리는 승냥이 무리들 속에서 온몸을 오그리고 오들오들 떨었다. 맨 앞의 제일 크고 흉악해 보이는 승냥이 한 마리가 시위하듯이 주위를 빙빙 돌았다. 어느 순간, 한동안의 ‘평온함’을 어설프게나마 지켜주던 투명하고 딱딱한 외피가 와장창 부서져 버렸다. 입에서 ‘아’하는
문화·문학
[편집]본지 기자
2019.07.3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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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 허련순 그 남자의 동굴 어디까지였던가요?남자는 이야기를 시작할 때마다 같은 질문을 하고있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 할가요? 비, 비이야기를 하셨잖아요. 아, 그래요. 느릿느릿한 말투에 같은 말의 반복, 그런것 때문에 듣는 사람의 입장에선 긴 호흡의 인내가 필요하였다. 그날 비가 정말 억수로 쏟아졌지요. 왜 그리도 많이 내리던지, 내 생애에 처음으
문화·문학
[편집]본지 기자
2019.07.1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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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련순 ∥ 중편소설] 거미를 살려줘 운명이란 순응하는 자는 태워가고 거부하는 자는 끌고간다 - 세네카1.남자는 이쪽건물에서 저쪽건물을 유심히 바라보고있었다. 오래된 회색건물의 창문마다 쇠철창이 단단하게 고정되여있어 짜장 감옥을 련상시킨다. 바람이 뿌연 먼지를 감아올리면서 건물사이를 빠져나가고있었다. 남자가 입안에 고인 침을 삼킨다. 아, 오늘도 저기 있네
문화·문학
[편집]본지 기자
2019.07.1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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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북아신문]40여 년 전 일이니까 묵은지 냄새가 나는 이야기다. 내가 하방(下放, 문화혁명시기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지식인과 공무원들을 농촌으로 추방함)을 한 아버지를 따라 하향이라는 것을 하여 내려간 시골마을에 커지부리, 즉 공자님의 말씀중의 “극기복례(克己复礼)”라는 별명을 가진 바보 멍청이 홀아비가 있었다.거슬러 올라
문화·문학
[편집]본지 기자
2019.07.0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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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언제 세워진 학교이기에 나무판자를 깐 복도에선 삐걱삐걱 소리가 나고 사람들의 신발이 얼마나 닿았기에 역시 나무로 만든 계단 가운데가 옴폭하게 패어들어갔을까.집에서 영국더기를 올려다보면 2층부터 보이는 제4중학교 청사에 들어와보긴 용이로선 처음이었다."구렝이다!"3층까지 올라왔을 때 문호형님이 불시에 소리를 지르자 용이도 동네애들과 마찬가지로 허겁지겁
문화·문학
[편집]본지 기자
2019.06.0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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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북아신문] 아래 글은 2018년 6월 에 발표된 정봉숙이 쓴 르포(보고문학)이다. 현재 연변작가협회 상무부주석, 연변민족문학원 원장으로 있는 그는 연변대 법대, 법학 석사학위를 졸업하였으며, 중국작가협회 회원, 중국작협 9기 전위회(全委会) 위원, 정협 연변주 13기 위원회 상무위원으로 활동중에 있다. 주로 산문, 소소설 창
문화·문학
[편집]본지 기자
2019.05.2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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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북아신문] 최근 연변의 중견작가 김혁 소설가는 여섯 번째 장편소설 '춘자의 남경’을 출간해서 연변문단과 중국문단, 그리고 한국문단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작품에 대해 조선족 문학계는 “조선족 문단뿐만 아니라 전반 중국의 당대문학에서도 주제영역을 승화시킨 중후한 작품이다”라고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에 본지에서 선보이는 소설들은 김혁의 대
문화·문학
[편집]본지 기자
2019.04.0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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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북아신문] 최근 연변의 중견작가 김혁 소설가는 여섯 번째 장편소설 '춘자의 남경’을 출간해서 연변문단과 중국문단, 그리고 한국문단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작품에 대해 조선족 문학계는 “조선족 문단뿐만 아니라 전반 중국의 당대문학에서도 주제영역을 승화시킨 중후한 작품이다”라고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에 본지에서 선보이는 소설들은 김혁의 대
문화·문학
[편집]본지 기자
2019.04.03 2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