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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5년 4월, 나는 다년간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나는 신비한 아메리카 대륙을 영원한 기억으로 남기고 싶었다. 가장 이상적인 코스는 동부의 워싱턴에서 출발해 시카고를 경유한 후 서부의 로스앤젤레스에 이르는 3박 4일 대륙횡단 앰트랙 티켓이었다.내가 구입한 1등석의 티켓값은 600달러였다. 사실 항공편을 이용하면 티켓값이 불과 200달러 안팎이었다. 그러나 아메리카 대륙의 신비함을 육감으로 느끼려면 외국인 여행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기차 편이 가장 이상적이였다. 나는 고달픈 육신을 달래고 싶었다. 마음의 여유를
문화·문학
조광연
2023.12.0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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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안해 윤 씨가 미국에 온 지도 벌써 반년이 넘었다. 그동안 그녀는 줄곧 식당에서 일했다. 비좁은 주방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분주하게 돌아쳤다. 손 부리는 종일토록 물기가 마를새 없었다. 어느새 버짐 꽃이 허옇게 피였다. 두다리는 고무풍선같이 퉁-퉁- 붓었다. 그래도 그녀는 매일매일 어김없이 출근길에 나섰다. 여태껏 일언반구의 타발도 없었다.어느 날 그녀는 끝내 몸져누웠다. 쥐여짠 걸레 쪽같이 처연하게 늘어졌다. 미스타 박은 왈칵 설음이 북받쳤다. 괴괴한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그는 힘겹게 말문을 열었다. "너도 알고 있지 않
문화·문학
조광연
2023.12.0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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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명호 시인이 또 한 번 기적을 만들었다. 작년에 첫 시집 을 펼쳐낸 후, 올해 두 번째 시집이자 첫 시조집인 (도서출판 바닷바람)을 출간했다. 시조집 ‘천지연’에는 시인이 최근에 쓴 196수의 시조(연시조 포함)가 수록됐는데 제1부 들꽃 향기, 제2부 백두 계곡, 제3부 물레방아, 제4부 풋사랑, 제5부 천지연(연시조)로 나뉘어졌다. 그의 시조에는 전통시조와 현대시조의 풍격이 어울어지도록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시인은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과 인간 삶의 오묘한 이치가 어울어진 미학을 멋지게 그려 형상화하고자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11.15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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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3년 여름 미국 동부의 버지니아주 애넌데일 지역에는 섭씨 40도를 웃도는 불독 더위가 덮쳤다. 종일토록 땡볕이 지글지글 끓었다. 해 질 녘에 마침내 칠흑 같은 먹장구름이 뒤덮였다. 미구에 서리 발치는 섬광이 하늘 저편을 악착스레 찢었다.우르릉- 꽈르릉- 야수의 괴성 같은 천둥이 울부짖었다. 하늘땅이 맞붙는 듯 사납게 요동쳤다. 후드득- 후드득- 동전 잎 같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매콤한 흙먼지가 휘날렸다. 뒤미처 쫘르륵- 쫘르륵- 창살 같은 빗줄기가 억수로 퍼부었다. 드디여 사나운 광풍 폭우가 닥쳤다. 이날따라 나는 밤늦게
문화·문학
조광연
2023.12.0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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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아 쇼핑”무역회사의 창시인 심사장님은 “웨스트비치”(西海岸)에 거주했다. 이곳은 로스앤젤레스에서도 바다 풍경이 아름답기로 소문났다. 이곳의 호화주택은 부지면적이 3000평도 넘었다. 부동산가격은 시가로 800만 달러를 웃돌았다. 돈 많은 사람들만 모여사는 부자동네였다.심사장님은 매주 토요일마다 토런스에 위치한 “비행 애호 센터”로 나갔다. 이 센터에는 무려 200여 대의 크고 작은 경비행기가 보관되었다. 모두 돈맛을 풍기는 부자들이 비행을 즐기려고 구입한 사인 비행기였다. 심사장님은 12인승 경비행기를 마련했다. 주말이 돌아오
문화·문학
조광연
2023.11.2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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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역시 학술의 범주에 속했다. 서구의 종교는 시초부터 독립된 “신학”(神学)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동양의 종교 특히 중국의 종교는 시초부터 “인문학”(人文学)으로 정립되었다.“사서오경”(四书五经)은 공자의 유교 학설을 극명하게 보여주었고 “도덕경”(道德经)은 로자의 도교 학설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사서오경”과 “도덕경”은 서구의 “신학”이 신봉한 우주 만물의 창조주 “신”(神)이 없었다. 절대자로 존재하는 “신”(神)이 없었다. 중국의 유교와 도교는 당연히 "무신론"(无神论) 이었다. 공자는 “군군, 신신, 부부, 자자”(君君
문화·문학
조광연
2023.11.2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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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반려견 장례식에 참가하라고요?”나는 전화를 받고 어이가 없어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았다. 난생처음 듣는 ‘개 장례식’에 꼭 참가하라니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아무리 옛날부터 개는 인류와 제일 가까운 영장동물이라고 해도 사람이 어찌 반려견 장례식에 참가할 수 있단말인가? 그래도 나는 반드시 참가해야 할 처지였다.나는 현재 자그마한 철물점 가게를 운영하고 있으며 때로는 자물쇠 교체, 열쇠 복사 작업도 하고 있다. 겨울의 어느 일요일 오후, 집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휴대전화기가 울리고 전화에서 다급한 여자의 목소리가
문화·문학
이다연 기자
2023.11.1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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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영 재한동포문인협회 장문영 시인이 으로 2023년 월간 국보문학 183기 신인문학상을 수상한다. 월간 국보문학 제182기(10월), 183기(11월), 184기(12월) 신인문학상 시상식 및 가을 문학기행 기행문학상, 대한민국 국회문체위원회, 교육위원회, 보건복지위원 명인대상 등 시상식이 지난 12월 2일(토) 오후 2시 서울 강동구에서 월간 국보문학 주최, 사단법인 한국국보문인협회의 주최하에 개최한다고 밝혔다. 장문영 시인은 최근 2년간 협회의 사무국을 잘 이끌어 가고 있는 동시에, 평소 시 창작과
동포문단
이다연 기자
2023.11.1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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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51호] 순간 포착과 詩의 절묘한 만남 직장 증후군/ 김순자신참 고참 할 것 없이축 처진 가분수 체형들살아남기 위한 모퉁이 대화올여름도 참 춥네 자지자명(自知者明)/ 이광일비추고 더듬어도나 자신을 알 수 없네영원한 미스터리내 안에 있는 나 노부부/ 최기건굳어져 가는 혈관 속에 잠든얽히고설킨 사연들푸름 한 점 맞잡고조심스레들숨 날숨 몰아쉬어 갑니다 그네를 태우다/ 최춘란오늘은 무엇을 태워볼까밥풀 묻은 엄마의 행주치마나아빠 담뱃대로 패인 문짝도 좋을까독점하기 아쉬운 그네터 사춘기/ 김영란가둘래야 가둘 수 없는기다리다 보면 예쁘게
동포문단
최춘란
2023.11.1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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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여름 워싱턴 DC는 한낮 기온이 섭씨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쏟아졌다. 나는 오후 내내 상품 배달로 분주하게 돌아쳤다. 갈증에 시달린 목구멍은 역겨운 겨불내가 확-확- 풍겼다. 어느덧 전신이 물참봉이 되였다. 뒤늦게 사무실로 돌아와 흠뻑 젖은 웃옷을 갈아입었다.“조 실장, 오늘 한턱 쏴야겠어.”안사장님이 벙글벙글 웃으며 사무실에 나타났다.“왜요? 뭐 저한테 팁이라도 주시게요? 얼마 주실 건데요? 200불 주실 건가요? 그럼 100불은 거뜬하게 쏠게요.”나는 괜스레 억지를 썼다. 그래도 안사장님은 여전히 웃는 모습이었다.“
문화·문학
조광연
2023.11.2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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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맥주 캔 밑바닥을 잠든이산화탄소를 흔들어 깨웠다 아무렇지 않게의미심장한 사연들이거칠게 또르르 솟아오른다방안 가득어둠이었다턱을 날 세운자리에서수염들의 별자리를 찾던손끝이 문득하늘로 향한다 —저기 저 4월은 어디쯤 걸려 있을까 —그곳에는 계절이 없어 외로움뿐이야 —아니야 계절이 있어 외로운 거겠지 내 눈가 가까이에서가지런한 수염들이 아른거린다 - 외로움에는 계절이 없어 너처럼 네게 가고 있는이 길에는세월만 없다 여기에 아무렇지 않은 듯의미심장한 기도를 담은흔적 위로 시간들은 서로를 얼룩져간다또르르 혜화, 길음 캄캄한 골목에서눈을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11.06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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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래서 내 말은…… 그러니까, 내 말은…… 이 모든 걸 굳이 당신에게 이해시킬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이 세상에서 누군가에게 내가 남겨져야 한다면 그게 당신이었으면 합니다. 별 얘기는 아닙니다. 그러니까…… 내 말은 지금처럼 당신이 가만히 나의 얘기를 들어주셨으면 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게 왜 꼭 나여야 한다는 거죠? 내심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길 가다 잠깐 몇 번 얼굴 마주쳤던 기억 외에는 딱히 인사를 나눠 본 적이 없는 이 ‘낯선’ 사람의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왜 꼭 나여야만 했는지, 그것보다 그녀가 무슨 얘기를
문화·문학
이동렬 기자
2023.11.06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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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크리스마스 때면 나는 중국에 두고 온 딸애에게 생일선물을 부쳤다. 내가 중국을 떠날 때 소학교에 다녔던 딸애는 햇병아리같이 귀여웠다. 근데 일전에 안해가 부쳐온 딸애의 사진을 보니 어느덧 몸매가 늘씬하게 성숙했다. 제법 처녀 태가 엿보였다.2002년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연며칠 폭설이 내렸다. 극심한 교통체증이 발생했다. 근데 딸애의 생일이 코앞에 닥쳤다. 나는 폭설을 무릅쓰고 페어팩스 카운에 위치한 “TJ mix”로 갔다. “TJ mix”는 세계 각지에서 적재된 명품 패션을 전문으로 취급했다. 패션 가격은 시초보다 몇십
문화·문학
최춘란
2023.11.06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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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일이라는 작가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모른 채 그의 소설을 먼저 접하게 되었다. 작년에 처음으로 (이하 )라는 그의 소설을 읽고 얼마전 출간을 앞두고 이 소설집에 수록될 작품 다섯 편을 다시 읽게 되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에 이어 이번의 다른 네 편의 소설도 나의 뇌리를 강하게 강타했다. 그의 소설에서 나는 작가의 연륜이 느껴졌고 한국인의 삶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소설에서 작가의 정체성이 궁금해졌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초기의 조선족 작가들과 달리 요즘의 몇몇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11.03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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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ANEWS=이다연 기자] 남태일 소설가의 첫 소설집 『바다는 말이 없다』가 지난 10월 26일 『도서출판 바닷바람』(발행인 이동렬)에 의해 출간 됐다. 이 소설집에는 작가가 최근 몇 년 간 , , 등 문학지에 발표한 단편소설 과 , 중편소설 , , 등 5편이 수록됐다. 280쪽에 달하는 이 소설집은 요즘 독자들이 갖고 다니며 읽기 편한 사이즈에 표지도 현대 감성이 깃들게 디자인 해서 눈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11.03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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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4일 오후 장자제(張家界) 공항에 도착했다. 코로나19 이후 3년 넘게 중단된 한중 불교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한국불교 태고종 총무원장 상진스님의 뜻으로 마련된 태고종 중국 방문단은 중국 외교부와 중국 종교사무국, 중국 불교협회의 초청으로 4박5일 간의 중국 방문일정에 올랐다. 방문단은 총무원장 상진스님, 행정부원장 능해, 사서실장 원오, 규정부장 진화, 사회부장 도휘, 총무국장 정각, 권기식 국제교류자문위원장 등으로 이뤄졌다.장자제시 외사판공실 천리(陳麗)씨가 마중을 나왔다. 시 정부 버스를 타고 장가계화천호텔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10.30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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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죽고 난 후 망설이다가 주춤거리다가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진작 해치울 것을시작부터 하고 볼 것을서툴게 건넌 강을다시 건널 수는 없을까숙명의 고향으로 돌아가자웃으며 다시 시작하자저 물소리 드높은 마음의 고향에서후회도 약이라면 사발 들이로 마실 것을무너진 가슴에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시간의 홍수슬픔마저 그리워지는 날희망도 절망도 따지지 말고오연히 하늘 보며다시 한번 신들메를 고쳐 매자푸른 초원이 푸른 등이겠지푸른 하늘이 푸른 등이겠지 나 무 서 있는 그곳이 고향이어서물어봐 주는 이 없고대답해 줄이 없어도그 자리에 뿌리내리고 살았다가
동포문단
동북아신문
2023.10.3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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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게 껍데기처럼 남겨진, 소라게 껍데기같은 그리움 곰팡이의 계절이 온다 식물의 방에서 베고니아 숨소리 들으며 누군가 한숨을 후- 내보낸다 한 때 치열했던 그 숨소리도 이제는 함께 식어간다소라게가 벗어던진 껍데기 위로그리움이 알 수 없듯 구겨져 흘러간다 나는 가까운 남향 창에서 매실같이 무르익은 빗방울들을 후두둑-흘려보내고 그게 ‘남편’의 그리움인가보다- 더 가까운 이편의 그리움은 병상에 들붙은 어느 일요일 아침의 마지막 한숨에 정착한다 20여 년 가까스로 수많은 나와 수많은 무고한 낯선 사람들을 보내버리고7년간의 여백 끝에 남겨진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2023.10.27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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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 11일 아침 나는 종전같이 라디오를 틀어놓고 출근길에 나섰다. 심사장님의 부탁을 받고 알링턴 카운의 “코레아 쇼핑”매장으로 향했다. 라디오의 “토크 프로”(聊天节目)는 돈낀도넛을 언급했다. 식재료에 설탕을 지나치게 가첨해 쉽사리 비만을 초래한다. 노인들은 건강식이료법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특히 설탕 섭취량을 최소한 줄여야 한다.차가 한창 달리고 있을 때 갑자기 “토크 프로”가 중단되었다. 뒤미처 아나운서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방금 입수한 소식입니다. 뉴욕 맨해튼(曼哈顿)의 쌍둥이 빌딩에 2인용 경비행기가 추
문화·문학
최춘란
2023.10.2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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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생 도화지 어렸을적 비가 온뒤 하늘에 걸려있는 이쁜 무지개를 종종 볼수 있었다. 가난해서 크레용마저 가질수 없어 백색 도화지에 칠색 무지개조차 그릴 수 없었던 어린 시절, 하늘에 반원 모양으로 걸려있는 무지개는 자연이 준 이쁜 한폭의 아름다운 선물이었고 나를 대신해 그린 이쁜 도화지였다.10여리길을 걸어서 중학교로 통학하였던 나에게 있어서 친구들이 타고 다니던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자전거는 오랜 기다림 뒤에 찾아오게 될 무지개와 같은 동경이었고 꿈이었다. 빨간색 자전거를 보면 뒤동산의 빨간 개나리꽃이 떠올랐고, 노란색 자전
동포문단
장문영 기자
2023.10.24 2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