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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교회를 다녀온 유진이는 시장에 들려 아구 두마리를 사왔다. 깨끗이 손질해놓고 소식만 오기를 기다렸다. 맵고 알싸한 청량고추서껀 여러가지 양념까지 신경 써 준비했다. 싱싱한 미나리와 알맞춤하니 자란 콩나물도 빼놓지 않았다. 그것들을 슬쩍 데쳐 다 되가는 아구찜에 넣고 버무리면 아삭아삭한 맛을 내며 죽여준다. 미나리의 상큼한 맛과 아구의 달큰하고 담백만 맛
문화·문학
[편집]본지 기자
2009.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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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펜을 잡은 나의 손이 또 멈추어졌다. 오래오래 한가지 생각에 빠져들었다. 언젠가 내 몸과 내 눈을 스쳐간 나를 아끼고 사랑했던 생령들이여. 구름처럼 잠간 머무렀다가 떠나간 내 령혼의 주재자들이여. 당신들의 넋과 그림자와 입김은 상기도 광막한 동북평원 허허벌판에 떠돌고있다. 나의 꿈결이 질펀히 흐르고 엄마의 십팔번지 락화류수멜로디가 곱게 여운져 있노라…
문화·문학
[편집]본지 기자
2009.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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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그날밤 초가에서 우리는 오래오래 정사를 가졌다. 소쩍새가 울고 밤꾀꼬리가 울고 육도하가 울고 산천초목이 가만히 숨을 죽였다. 어두운 공간에 어우러진 달빛과 밤안개가 꿈결처럼 떠서 흐른다. 초가 벽짬에서 귀뚜라미들이 삽삽한 흙내를 풍기며 뀌뚤거렸다. 와이프는 어느덧 늪처럼 질퍽히 젖어있다. 진이를 낳고 이토록 자기를 붐비한적이 없다. 몇년간 내가 그토록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기자
2009.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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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나는 와이프와 통화를 했다. 나는 와이프가 묘하게 웃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귀가 말려올라갈듯 볼이 살짝 패인다. 눈이 빛나며 야릇한 정기가 감돈다. 가끔 그런 웃음이 나를 감동시킨다.
문화·문학
[편집]본지 기자
2009.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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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상을 차려놓고 유진이는 앞치마를 끌렀다. 이마우로해서 귀밑을 거쳐 뒤머리를 동졌던 연두색수건도 풀어놓았다. 깔끔하고 단아한 맵씨가 수더분하고 편해보였다. 반소매 T에 반바지가 흰색상이라 흰살결과 잘어울렸다. 곁에 다가앉자 크림내가 약간 풍겼다. 그녀의 체취일수도 있다. 밖이 약간 흐려있기에 밥상의 분위기가 한결 은근하고 부드러워진듯싶다. 해장하라고 토
문화·문학
[편집]본지 기자
2009.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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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하고 우리는 란간에 나가섰다. 구로구청과 가까운 언덕에 자리잡은 빌라타운이였다. 유진씨 친구가 부산에 내려갔기에 하루저녁 빌려든것, 핸드폰을 했더니 열쇠는 뙤창문 턱안에 넣어두었다고 알려주었다. 그녀가 귤쥬스를 잔에 부어서 건넸다. 미세히 감지되는 바람이 끈적거렸다. 어느덧 불야성을 이룬 도시가 시야를 가득 채워왔다. 가까운데에 큰길이 있어 오가는
문화·문학
[편집]본지 기자
2009.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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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카( Yemen Mokha)생각이 간절해났다. 과일향 와인향 초콜렛향이 어울어져있고 구수한 슝늉을 마시고난것과 같은 뒤맛을 주는 커피의 향. 마냥 느낌부터 붙쫒는 자기가 바보같았다. 리지적이고 계산적이지 못했다. 마음이 끌리면 내처 어떤 한계까지 가보는 병신이기도 했다. 그러는것이 문인들의 가장 큰 약점일것이다. 유진씨한테는 모카의 향이 약간
문화·문학
[편집]본지 기자
2009.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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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수네 별장에 가지 못했다. 속이 불시에 메슥거려났다. 남수네 집에 돌아가 약을 먹고 아래목에 누웠는데 마침 낯모를 계집애가 복선화의 기별을 갖고왔었다. 그녀가 남겨놓은 짧은 편지였다. 글씨가 동글동글하고 비살처럼 비스틈히 누워있었다. ― 오빠, 미안해요. 약속 지킬수 없게 됐네요. 오늘아침 일어나니 갑자기 집에 돌아가고싶어지는것 있죠? 혹시, 오빠가
문화·문학
[편집]본지 기자
2009.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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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아침, 나는 대들보가 무너지는 악몽을 꾸었다. 엄마가 지르는 고함소리에 놀라 후닥닥 깨여났다. 뭐라고 울부짖고있었다. 분별이 가지 않았다. 자기 가슴을 움켜쥐고 뜯으며 고간쪽을 손가락질했다. 문득 불길한 생각에 나는 급히 거기로 뛰여갔다. 아아, 문을 떼기 바쁘게 나는 악연히 굳어지고말았다. 침대에 꽛꽛이 굳어진 시체가 눈에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기자
2009.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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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선녀, 난 너를 홀딱 벗기고싶다. 실 한오리 걸치지 않은 널 보고싶다. 우리만의 빈집이였다. 너네 엄만 친구들과 개고기추렴하러 갔다. 너만은 이상하게 개고기를 먹을줄 몰랐다. 비린내를 싫어했다. 네 몸의 섬뜩한 살갗이 너무 흰 까닭이요 자두같은 젖몽오리가 너무 큰 탓일것이다. 거기에 얼굴 파묻고 나는 씩씩거렸다. 내손이 네 아래속옷을 헤집었으나 넌 끄떡도
문화·문학
[편집]본지 기자
2009.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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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는 급기야 어스름이 녹아내리고있다. 앞집 지붕우로 비낀 하늘은 약간 남빛을 띠였는데 굴뚝에서 흰연기가 그림같이 나붓겼다. 이제 어둠이 잠식하면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금빛쪼각달이 반공에서 헤염칠것이요, 골목길에 애들이 뛰노는 소리가 꿈결처럼 들려올것이다. 당신은 다시 팔베개를 하고 코를 곯았다. 이때 어디선가 느닷없이 소란스런 소리가 일었다.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기자
2009.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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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아침 늦게 일어났다. 남수의 오토바이소리가 여러번 들려왔다. 남색운동복에 헬멧을 쓴 그가 유리창너머 보였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누워있고만 싶다. 바늘이 떨어진다. 고요한 물에 미세한 무늬가 인다. 가늠할수 없는 우물속 깊이다. 아늑하고 티끌조차 없다. 내 고향의 정적은 그랬다. 만시름 잊을만큼 너무나 조용했다. 오래간만에 단잠을 푹 잤다. 남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기자
2009.05.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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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그날, 나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 할매가 말했다. 사람이 살아있으면 꼭 만날 날이 있다고. 명언이라 생각한다. 산다는것, 그건 끊임없는 상봉과 리별의 연장선에서 숨쉰다는것을 말한다. 리별로 아파하지 말아야 한다. 아파하면 병이 생긴다. 치유할수 없이 맘이 약해진다. 살아있다면 그날은 반드시 오게 되여있다. 산다는것이 우선 중요하다. 어느날 우
문화·문학
[편집]본지 기자
2009.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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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꽤 오래동안 착잡해서 지냈다. 할매가 정통편을 찾아줬다. 열은 내렸다가도 은연중 또 올랐다. 아버지가 달여준 초약을 먹어도 신통치가 않았다. 할매방에서 화로불을 끌어안고 꾸벅거렸다. 복선녀가 혼자, 때론 너와 함께 병문안을 왔다. 꿈생각이 자꾸 났다. 생명에 대한 온갖 신비와 억측이 추잡한 교미상태로 얽설켜 리허설한다. 길 건너쪽 왕씨가 또 깨진 징을
문화·문학
[편집]본지 기자
2009.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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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찾아왔다. 허허넓은 대지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거위털같은 눈송이가 산과 들과 마을에 찾아내리는것을 보면 그 자리에 하염없이 서있고싶다. 온 얼굴을 덮으면서 새까맣게 쏟아져내리다가 급기야 흰동전잎같이 커져오는 눈, 눈, 부드럽고 섬뜩한 느낌과 맛이 그리 좋을수 있을까. 이제 하루 이틀새로 급기야 면도칼같은 찬바람이 회오리칠것이다. 눈보라는 대지를
문화·문학
[편집]본지 기자
2009.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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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라디오소설- 고요한 도시 [제2회] 소설 : 리동렬 연출 P D : 최보금방송일: 2009-03-23방송시간: (월) mkList("mms://202.111.175.222/radio/fm/ybdrama/20090324[2]2.mp3","라디오소설- 고요한 도시 [제2회]"); @font-face {font-family:nanum; src:url("
문화·문학
[편집]본지 기자
2009.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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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선화, 꼬마요정이였던 그대를 한번쯤 당신이라고 해야 할건가? 그때 나는 그대를 당신이라고 하지 않았고 할려고도 안했다. 이쯤에서 나는 그때의 이야기를 하고싶다. 순수에 대해 말하려 한다. 나와 복선녀와의 사랑은 순수했다. 그대와 그런 일이 발생했다면 순수하다 할수 없을것이다. 쬐꾀만한게 진수형과 어쩐다는 소문이 나도는 판국에 그랬다면 나는 사람이 아니다.
문화·문학
[편집]본지 기자
2009.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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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이 소설을 쓰는 내가 너무 황당한지 모르겠다. 조상의 무덤을 파헤치는것과 뭐가 다를까? 치부가 훤히 드러난다. 손가락질을 받는다. 그래도 태연히 묻고싶다. 그럼 당신들은 어떠하냐? 남이 할수 없는 일을 해야 한다. 인생살이는 대동소이하다. 제나름의 인생들이나 함께 지나보냈고 또 겪어갈 시대가 같기때문이다. 교훈만 찾고싶지 않다. 먼저 자신을 위해 필
문화·문학
[편집]본지 기자
2009.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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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라디오소설- 고요한 도시 [제1회] P D: 소설:리동렬 연출 : 최보금방송일: 2009-03-23 방송시간: (월) 2009년 03월 24일 09시 30분 31초 mkList("mms://202.111.175.222/radio/fm/ybdrama/20090323[1]2.mp3","라디오소설- 고요한 도시 [제1회]"); @font-face {fo
문화·문학
동북아신문 기자
2009.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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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초막앞에 모닥불을 피워놓았다. 이곳은 남수가 후에 산을 사서 방목장을 만들고 별장을 지어놓은 곳이다. 좀만 닦으면 차가 오를수 있는 길이 나진다. 우리는 왼쪽산을 공산당산이라 하고 오른쪽산을 일본놈산이라 했다. 공산당산에 올라가보면 주위 지형이 손금보듯 알리고 사방으로 트인 길이 유격전에 좋았다. 일본놈산은 공산당산을 견제하며 동쪽길목을 막고있는데
문화·문학
[편집]본지 기자
2009.03.30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