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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고향 순진함을 다탕진하지 못했다고 하면 되겠나 저녁별이 불꽃놀이처럼 떠오르고그 빛에 물들어 파랗게 젖는 얼굴 믿을 수 있는 건 그래도 사랑이라고사랑처럼 무능해서 아플 수도 있다고그렇게 말해도 되겠나 별빛이 흘러내려 적시는 두 뺨목덜미를 지나 두손 포갠 가슴에서반짝이며 감도는 감회의 지느러미 스스로가 빛나지 않으면어찌 저 별의 빛남을 알아가랴 하늘을
특별기획
유재전
2018.10.1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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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의 봄 역사란 무엇일까가지런히 마주 봄이다평화란 무엇일까북에서 남으로 남에서 북으로콘크리트 바닥 어느 틈에서자라난 두 송이 꽃봄바람에 싣는 춤사위다사랑이란 무엇일까역사와 평화가무엇인지 알지를 못해다만 한뿌리에서 키워올린송이 송이 노란 꽃널리 씨앗 맺는 일이다경계가 사라진 옥토에언제까지라도 흩어갈민들레의 꿈억겁을 그러했듯파란 하늘 날아오를 그날이다
특별기획
[편집]본지 기자
2018.04.28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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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의 장미 피어나지 않은장미에도가시가 있다 오랜 잠결침묵은 줄기 뻗는다위로 저 위로 그 끄트머리에달아맨 핏빛향을 풍길 때면장미 사이로인내의 나비가 난다 이데아의 화분통에 자란장미점점이 꽃잎 떨군다 그 가시에 찔려꿈은 장미같은 피를 흘린다 2018.01.18 애비라는 건 애비라는 건하루종일 돌아다니다가 그냥 돌아와도항상 그자리에 있어지는 그 무엇이다 멀리
특별기획
유재전
2018.01.20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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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바람이 세차게 불던 날모든 틈새가 다 울었다비가 한 줄기 강하게 뿌렸고모든 틈새는 다 젖었다내가 슬픈 건그 틈새가 있다는 걸몰랐었기 때문이다내가 더 슬픈 건그 틈새가 있는줄 이젠 알기 때문이다거기에는 지금 비가 오나요2017.12.23대숲의 幻影바람이 스쳤을 뿐인데대숲에는 왜 빗소리가 들리는 걸까요빈 들판도 아니면서언제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걸까요젖
특별기획
유재전
2018.01.0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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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집 방안에 바람이 살고 있습니다 가끔 이불 속 전기요에서 데워지면 전설처럼 떠다닙니다 움츠려서 바닥으로 주저앉을 때면 오래된 먼지가 문득 놀라 풀썩이지요좀체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같기도 하고 워낙 티없이 맑아 빈병이나 어지럽게 널린 옷가지들을 그대로 투과시키는 것 같기도 합니다말을 거는 법도 없고 가끔 혼자 커텐에서 나붓기다가 이내 조용해집니다 옷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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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전
2017.12.18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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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아픔 추억에 젖으면 여려지고바람에 물들면 강해진다고어려울 건 이젠 사실 없다고이미 밑바닥인데 더 어디로내려갈 수도 없지 않느냐고쉽사리 버릴 수 있을만큼하찮았으면 애초에오지도 않았다고 간혹 아픈건아프지 않기 위한 그때를아껴두려는 배려라고아 또 뭐라고나 할까 언젠간아주 아프지 않은 귀속도 있다고 나에게 말해두던 나의 그 소리나는 기억하고 있었니살아있는
특별기획
유재전
2017.12.0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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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북아신문] 잊혀진 계절 머물다간 기억에며칠씩 비가 내리거나 안개가 뒤덮었다 간혹 잘 익은 단풍의 내음이 나기도 했다기억은 맑은 날 잘 모를 이유로 계속해서 울기만 하던 당신의 슬픔 같기도 했다 그건 감기처럼 느닷없이 와서 막을 수가 없었고 가끔은 열병처럼 시달려야 하는 그 무엇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찾지 않은 곳에 미리 가서 기다리던가 애써 그대로
특별기획
유재전
2017.11.2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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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여백가끔 여백이 나를데려가는 자리에 가보면거기에 결이 다른 소리들이 사라지지 않은 채로 모여있다참 오랜만이야 잘 지냈지이건 요즘 자주 듣는 소리다 그동안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탓도 있겠고 인사가 그럴 수도 있겠다술 한잔 할까전화 저편에서 맥주나 빼갈 그리고 누룩 냄새를 먼저 내밀며 울려오는 소리도 있다 대개 거절 못하게 된다 그런날은 의식을 잃을 수도
특별기획
유재전
2017.08.2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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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하루의 길이 그대도 느꼈겠지사처로 솟다 떨어지며이내 어둠 속으로 침잠하는희미한 기억같은 선율펼쳐야만 내용 알 수 있는굳게 닫긴 책무더기와 저만치 떨어져멍하게 허공으로 시선 돌린 빈 의식 또 느꼈겠지아침 면도는 수염에게 어울리는 것이라고새들이 밖에서 왁자지껄 떠들어댔던 건그 수염깎음과 일고의 가치없이무관한 소행일지도혹시나 아닐지도 따위의 사소함이라던가이
특별기획
유재전
2017.05.08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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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폐허가 아직 남아있다는 건얼마나 큰 다행인가남아있다니파괴도 파괴할 곳을 잃은... 비루한 정신 하나 뉘일 곳 못찾아헤매게 할 순없다, 어디라도 가서 주저앉아야 할 곳여기에서가는거다 거기까지 욕되게 닿을 거기까지가그래서 복되다온갖 의미에 육신을 입혀이윽토록 헤어본들 덧없지 않는가 이제는 낭비하지 않으려네이미 버렸거나버려진 것이나 버려질 것들에게미리안녕이
특별기획
유재전
2017.04.2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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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바람 무딘 식칼로썩둑썩둑베어내던 무단면푸르게 푸르게구멍 숭숭바람아 바람아 끝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하소연에 붙들린겨울 겨울그 허연 내부속에서 꼬부리고 잠자던모진 추위, 추위하얗게 질리다 못해붉다, 껍데기여 아, 이제는 기억마저바람 든다 2017.04.06 여행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싶다고 그랬지특정되지 않은그래서 그 언제나기대가이미 도착된 그곳보다늦게
특별기획
전유재
2017.04.1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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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잔 앞 한 남자여자 앞에서 그는강하게 남자다눈물이 사치보다 더 가증스럽다는 걸그는, 본능으로 알았다모가지 드리우고 피흘릴 때껄껄 웃어야 한다는 것도배워서 익혔다위로가 필요하면 스스로를 징벌하는 가혹함잃지 않았다당신 원해, 떨리는 목소리의 여자 부르짖음에멀거니 쳐다본다, 비정한 허공멈출 줄 모르는 저 바람만이 무상하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잘 되질 않는다
특별기획
[편집]본지 기자
2017.02.1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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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이야기라고 했으니까 두 대상 사이에서 일어난 관계의 그 무엇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는 그것이 모임으로서의 B-Plan에 대한 것이므로 “나”와 이것 사이의 이야기로 풀이가 된다. 모임이 태동하고 발전하고 지속되었던 시간의 흐름을 두루 다시 짚어보면 감회 깊게 마음을 탁 치는 느낌이 아직 살아있다. “나”는 아마도 B-Plan을 좋아하는가, 부다
특별기획
[편집]본지 기자
2009.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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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역사는 언제나 뭇사람들의 이야기 항일독립군 최후의 분대장 김翁은 자서전의 후기에서 고백하듯이 일갈한다. “우리(조선의용군)가 지난날 일본군에 대항해 싸울 때 조선반도는 하나였다. 38선도 군사분계선도 다 없는 완정(完整)한 통일체였다. 그리고 우리도 조선 반도의 정정(政情)에 대해서는 당당한 발언권을 갖고 있다. 남에 대해서도 북에 대해서도 다 그렇다
특별기획
전유재
2007.05.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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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박제(剝製)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소설을 시작하면서 “날개”는 도발적 언사로 포석을 깐다. 이 포석은 분명히 “바둑판”이라는 전제에서 비롯된 사태이다. 이러한 포석을 깔았다는 의미는, 李霜 스스로의 冒頭적 집약발언에서 강조하듯이,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패러독스를 바둑 포석처럼 늘어놓았소. 가증할 상식의 병
특별기획
전유재
2007.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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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이청준의 단편소설 “눈길”을 제목 그대로 떠올려보면, 두 영역을 차지한 자연스러운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 하나는, 앞과 뒤로 뻗어 흘러갈 그것들을 섭렵할 길에 희고 맑고 차갑게 덮인 눈을 마저 연상하는 것으로 뚜렷하게 안겨오는 형상이요, 그 다른 하나는, 이 세상을 관찰할 끊임없는 세계인식이 되는 창이며 느낌구조의 지속적인 형성 통로로서의 구실
특별기획
전유재
2007.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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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중국 연변대학 김병민 총장이 연세대 용재학술상을 수여받았다. 연세대는 교내 루스채플에서 용재상 시상식을 열어 김병민 총장에게 용재학술상을 수여하고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이홍영 교수를 용재석좌교수로 선정하였다. 이번에 용재학술상을 수상한 김병민 총장은 1990년 연변대 대학원에서 중국 최초로 조선문학 전공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조선
특별기획
전유재
2007.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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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시 조양구 润枫德尚빌딩 18층에서 만난 젊은 조선족 창업자, Ufeel.com(http://ufeel.com - 游飞网)의 정철근사장에게서 강한 시대적 맥박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 자신이 걸어온 역정에 노정된 보편적 체험 때문이었다. 북경대학 전자공학과 학사, 인하대학교 전자공학과 석사
특별기획
전유재
2007.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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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기분이 미리 몸 속에서 작은 아픔같이 떠오른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따로 없었다. 하늘은 잿빛이고 낮게 드리워져, 가리봉 골목길에서 갈 길을 찾아 서성거리던 길손에게 자못 우울한 기분을 자아내게 했던 차에 저절로 그렇게 한 해를 뒤돌아보게끔 떠올랐을 뿐이다. 그러나 이 기분은 무엇보다도 진실했다. 며칠 전 친구가 으슥한 밤에 전화 저쪽 켠에서 어눌한 어
특별기획
전유재
2007.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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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1일 오전 11:30, KBS 본관 5층 사회교육방송실에서는 특별한 만남의 場이 마련되었다. KBS 사회교육방송과 흑룡강조선어방송국이 공동으로 엮은 설날특집 -“영상으로 만나는 그리운 얼굴들” 이 잔잔하고도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상봉의 마당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 녹음실에 들어가기 전 휴게실에서 스크린을 통한 만남이었다. 대형 화면에는 그리운 가족
특별기획
전유재
2007.02.12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