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지의 연변리포트

한국에게 있어서 중국은 특별한 나라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민족의 힘이 부칠 때는 형식적으로나마 평화가 유지되었지만 힘이 있어 대항하면 여지없이 갈등이 빚어졌다. 근현대에 와서도 중국은 한반도에 대해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뭉뚱그려 말하면 이른바 중화사상이 가져온 결과일 것이다. 그 갈등은, 비록 국지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지금도 역사갈등과 영토갈등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북한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향유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조선족 문제는 새로운 차원의 문제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민족분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눈을 부라리고 있지만 한국으로서는 싸우지 않고도 중국과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촉매제이다. 그러나 한국정부의 조선족정책은 너무 조심스러운 것 같다. 대조선족 정책이 중국정부를 의식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물론 한국사회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중국 조선족동포들로부터 한국의 조선족정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줄어들지 않는 것을 보면 문제점이 적지 않아 보인다. 한 조선족지도자는 심지어 “같은 민족이라고 하면서 해준 게 뭐가 있냐”고 극단적인 말까지 한다.

한국정부가 대조선족정책과 관련해 조선족동포들로부터 이런 불만을 사는 이유는 왜일까. 근본적인 문제는 조선족동포를 동포가 아닌 외국인 인력관리 차원에서 취급하고 있는데서 비롯된다. 최근 방문취업제 등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 조선족동포들의 한국 입국 기회를 늘리고 또 한국에서의 활동 폭을 넓혀주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 역시 조선족동포들에게는 성에 차지 않는다.

노무현정부 출범이후 한국정부는 재중동포들을 포용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조선족동포들이 가장 원하는 한국방문 기회를 확대하는 문제도 꾸준히 개선해 왔다. 2007년 3월 4일을 기해 시행된 방문취업제도 그런 노력의 결과이다. 이에 따라 한국에 들어온 조선족동포들은 2007년 말 현재 30만 명에 이른다. 방문취업제를 실시하면서 법무부는 방문취업사증 신규입국자 13만5천여 명과 방문취업 자격 전환이 가능한 기존 체류동포 14만5천여 명 등 약 27만5천여 명의 조선족동포가 이 제도의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신규 입국자 13만5천여 명은 한국에 친인척이 있는 동포 6만여 명, 무연고 동포 3만여 명, 자진귀국자 2만5천여 명, 유학생 가족 1만여 명, 의제동포 1만여 명 등이다.

한국정부의 재중동포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 또한 다양하다. 주로 비정치분야인 경제 교육 문화부문에 집중되어 있는데 재중동포사회를 ▲한중 우호관계 증진을 위한 중간 협력자 ▲통일 후 동북아시아 평화질서 유지를 위한 기여자 등으로 인식하며 지원을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중 통상진흥과 인적‧문화적 교류 향상에 활용되는 역동적인 동포상을 구축하고 한국사회와 동포사회 간의 안정적 교류협력을 도모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조선족동포들은 이러한 정책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어떻게 한국에 쉽게 갈 수 있을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인 것이다. 따라서 한국정부의 조선족정책은 조선족을 외국인 근로자로서가 아니라 우리민족이 겪은 아픈 역사의 희생자로서 우리와 함께 미래를 열어갈 같은 민족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물론 재외동포정책이 상대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간단한 일은 아니다. 더욱이 한국의 노동시장 동향을 살펴야 하는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그러나 조선족지도자가 푸념한 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국정부로서는 결국 줄 것 다주면서 불만만 쌓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런 불만은 한국의 재외동포정책이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독립국가연합 국가의 동포들에게 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 불법체류자가 많다는 이유로 이들을 차별대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러한 차별은 국가 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 내 조선족의 경우에도 한국에 연고가 있는 사람과 연고가 없는 사람 간에 분명한 차별이 존재한다. 방문취업제 하에서도 연고가 있는 사람은 초청장 하나만으로 상시 입국이 가능하나 연고가 없는 사람은 한국어시험을 보고 합격한 후 다시 추첨을 통해 선발되어야만 한국땅을 밟을 수 있다. 문제는 한국에 연고가 없는 조선족동포가 절반을 넘는다는 것이다.

같은 민족임을 인정하면서 그들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이유로 차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진정으로 같은 민족으로 인정한다면 행정편의에 따라 그들을 희생시키기 위한 분리와 지배(divide and rule)의 논리를 접어야 한다. 그들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답하여야 한다. 소극적이고 방어적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 조선족문제를 20세기 우리민족이 겪은 디아스포라의 아픔을 치유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적극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풀어가야 한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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