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活干就算不的了(일자리가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죠)!” 1월2일 중국 베이징(北京)시 왕징(望京)에서 만난 안마사 리진시우(李進秀·20) 씨. 그는 매일 오전 10시 반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일하며 손님이 낸 안마료 가운데 18%를 자기 몫으로 챙긴다. 100위안짜리 발마사지를 하면 18위안이 떨어지는 것. 3년간 안마사로 일하며 한 달에 최고 2500위안(약 50만원)까지 벌어봤다고 한다.

    ▲ 한국 기업이 대거 모여 있는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 리창구의 공업단지.

“허난(河南)성 고향에 48평(158㎡)짜리 집을 사는 게 꿈이에요. 집값이 20만 위안인데…. 저에겐 아직 꿈이죠. 하지만 꿈을 실현하기 위해 살고 있으니 만족해요. 특히나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엡.”

2009년 1월 중국 인민의 체감경기는 ‘세계의 공장’이란 수식어를 무색하게 한다. 중국 인민에게 글로벌 금융위기는 개혁개방 30년 만에 처음 맞는-아니 어쩌면 대약진(大躍進) 운동 실패와 문화대혁명의 그늘을 벗어난 이래 처음 맞는-경제위기가 아니던가. 그만큼 인민의 말에는 두려움이 묻어났다.

그동안 중국은 어떤 나라였던가. 1978년 가동된 개혁개방이라는 초고속 성장엔진은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9.8%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중국의 안과 밖을 바꿔놓았다. 206억 달러(1978년)이던 무역액은 2007년 2조1738억 달러로 약 106배, 1인당 GDP는 381위안에서 1만8934위안으로 50배 늘었다. 지난해 9월 미국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월스트리트가 공황에 빠졌을 때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긴급 구조요청 신호를 보냈을 만큼 ‘차이나 파워’는 현실이 됐다.

중국의 경제 대장정(大長征)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한중 수교(1992년) 이후 새로운 ‘샹그릴라’ 중국으로 내달렸고, 중국 정부도 각종 우대정책으로 외국 기업을 유치함으로써 세계 제조업 생산기지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수출산업과 내수산업, 외자 기업과 국내 기업 간 불균형 문제가 불거지면서 중국 정부가 최근 몇 년 사이 외국 기업에 대한 각종 우대정책을 폐지함으로써 중국은 외국 기업에게 ‘레드오션(Red Ocean)’으로 변해가고 있다.

여기에 한국을 웃도는 임금 상승률, 갈수록 고개를 드는 노사분규, 글로벌 기업과 중국 현지 신생기업들의 무한 저가경쟁, 해외투자 기업에 대한 우대조치 축소를 비롯한 예측불허의 중국 정책 변화 등으로 한국 기업은 다각적인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주간동아’는 창원대 이주형 교수(중국 정칟경제 전공)와 함께 1월1~8일 중국 베이징, 칭다오(靑島), 웨이하이(威海) 등 3개 지역을 돌며 한국 기업들의 서바이벌 전략을 취재했다. 그들은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마지막 전투를 하는 느낌”이라며 입을 모았다.

칭다오서 6개월 새 50여 한국 업체 야반도주

1월4일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 시내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리창(李滄)구는 1970년대 한국의 공업단지를 연상시켰다. 비포장 길을 달리는 트레일러의 흙먼지와 멀리 하얀 연기를 내뿜는 철강공장, 군데군데 잡초가 무성한 나대지. 인근 청양(城陽)구, 자오저우(膠州)시와 함께 칭다오시의 한국 기업 밀집지역으로 꼽히는 이곳의 분위기는 둘로 확연히 나뉘었다. 부익부 빈익빈.

정보기술(IT)과 정보통신 등 하이테크 기술을 중심으로 한 공장에선 윈난(雲南)성,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등 목적지가 씌어진 제품을 실은 트레일러들이 바삐 출입문을 빠져나갔다. 현지 직원들은 춘제(春節·설날)를 맞아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며 오후 9시까지의 야근을 반겼다. 의료기 전문 업체 리커(麗可)의료기유한공사 직원들은 야근수당을 받으면 춘제 때 만날 고향에 계신 부모님의 선물을 살 거라며 기뻐했다.

하지만 까치발로 들여다본 출입문 너머의 인근 액세서리 공장, 봉제공장은 부속품과 얼마 안 되는 원단만 보일 뿐 적막했다. 출입문 옆에는 ‘임대 가능’ 푯말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기자가 시멘트 골조만 앙상하게 남은 3층 건물을 촬영하려고 하자 인근 공장의 중국인 경비원이 다가와 “사진 촬영은 안 된다”며 제지했다. 그는 “지난해 말 한국 기업주가 야반도주(偸)하면서 공사가 중단된 건물”이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재 코트라(KOTRA)가 파악한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은 2만5000여 개.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산둥성, 그중 절반이 칭다오시에 몰려 있으니 칭다오의 한국 기업 동향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된다.

“1994년 칭다오에 한국 기업이 진출한 이래 지금까지 200~300개 업체가 철수했습니다. 그중 2008년 6~12월에 50개 업체가 나간 것으로 추산됩니다. 그나마 ‘누군가 떠났다고 하더라’는 식으로 파악한 숫자입니다. 폐업신고를 하지 않으니….”

칭다오한인상공회 이강용 사무국장의 말을 감안한다면 지난해 칭다오에서의 한국 기업 무단철수는 66건으로 추산된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해 상반기 한국 기업의 무단철수가 16건이라고 밝혔다. 또한 상무부는 2003~07년 한국 기업 가운데 206개가 비정상 철수를 한 탓에 2만6000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고 체불 임금 1억6000만 위안, 은행대출 7억 위안이 고스란히 날아갔다고 발표했다.

이 사무국장은 “지난해 하반기 철수한 한국 기업은 대부분 신발, 공예품, 가방, 의류, 완구 등의 업종”이라며 “이들 기업은 주로 한국으로 수출했는데 한국 내수가 줄고 위안화가 급등하면서 이중고를 겪다가 결국 하나둘 빠져나갔다”고 설명했다.

이들 소규모 업체들은 자금이 급할 때마다 한국에서 1000만원, 2000만원씩 급전을 빌려와 직원 임금과 전기료를 지불했는데 2008년 초 1위안에 130원이던 환율이 200원을 넘어서면서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게다가 한국 기업이 철수한다는 소문이라도 나돌면 중국 현지 직원들은 임금을 받지 못할까봐 기업주를 감금하고 체불 임금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칭다오 대한민국 총영사관이 매월 발행하는 ‘칭다오 치안소식’에는 2007년부터 한국 기업주가 직원이나 폭력배에게 감금, 폭행당한 사례가 ‘알림’으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B모 씨는 직원들의 임금 체불로 사장이 감금된 상태를 모른 채 한 회사를 방문했다가 직원들에게 감금당함(2008년 10월) △A모 씨는 직원들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해 직원들에게 감금당함(2008년 8월) △경제 분규로 모 호텔 사우나에서 폭력배들에게 교민 C모 씨가 납치됨(2008년 6월) △청양구에서 회사 사장이 도주하자 직원들이 본사에서 출장 온 직원을 감금하고 월급을 지급하라며 협박함(2008년 3월) △웨이하이시의 한 기업에 채권자가 동원한 불량배 50여 명이 찾아와 출입을 통제하고 물품대금 미지급으로 납치돼 대금상환을 요구하는 사건이 발생함(2007년 8월)….

중국인 직원들의 한국 기업인 감금 폭행 사건을 알리는 칭다오 영사관 치안소식지.

장강 후랑 최전랑(長江 後浪 催前浪)

리창구에서 만난 한 한국인 직원은 “중국인 직원들은 해결 방법으로 ‘법보다 주먹’을 선호한다. 사법기관을 찾기보다 그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라며 “이곳 공무원들도 사석에서 ‘제발 직원들의 급여만 정산하고 갔으면(야반도주) 좋겠다’고 말한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코트라 칭다오코리아비즈니스센터 황재원 차장은 “중국 정부가 민생 우선인 ‘조화사회(和諧社會) 건설’ 방침을 적극 추진하면서 노동자 임금을 떼먹는 기업을 보는 시선이 매우 싸늘해졌다. 무단철수가 발생하면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게 페널티를 받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인권비를 대신 내주는 경우도 많다. 직원 급여라도 정산하라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주에 대한 중국인 직원들의 감금, 폭행이 자주 발생하면서 현지 기업주 사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한국 기업주는 말이 통하는 조선족 직원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해 즉흥적으로 판단한다. 또 중국 문화를 배제한 채 한국식으로 ‘빨리빨리’를 강조하거나 인격 모독을 가하기도 한다. 이런 기업의 중국인 직원들은 평소 앙심을 품고 있다가 문제가 생기면 일종의 분풀이를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주들이 선택하는 철수 방법은 결국 ‘007 작전’을 방불케 한다. 직원들에게 특근을 시킨 뒤 한국인 간부들은 한 명씩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만나는 것. 또 다른 한국인 직원은 “특근을 시키면 직원들은 회사가 일거리가 많다고 생각해 의심하지 않는다. 한국인 간부들이 단체로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면 눈치 빠른 직원들은 다 알아챈다. 결국 일을 시켜놓고 한 명씩 빠져나가는 건데, 이번 설에도 상당수 한국 기업이 이런 식으로 철수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황 차장은 “지난해 120개 한국 기업의 청산 상담을 했는데 상당수는 채권자에게 여권을 빼앗기고 폭행을 당했다. 그래서 일단 몸을 피한 뒤 대리인을 내세우라고 충고한다”며 “공장 설비를 팔겠다고 내놓아도 파산하면 ‘경매로 더 싸게 나올 텐데 왜 사느냐’는 인식 때문에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물론 무단철수는 한국 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여전히 ‘선전(善戰)’하고 있다. 코트라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15~20%가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홍콩, 대만계 가공무역 중소 제조업체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홍콩 언론은 지난해 9~10월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시에서만 117개 기업이 무단철수했다고 전했다. 이 지역은 주로 홍콩, 대만계 기업이 진출해 있는 곳. 중국 ‘경영보’는 1월2일 기업인 증언을 인용해 “도산하는 외국 기업의 약 80%가 무단철수하고 있다”고 보도했을 만큼 중국에서 무단철수는 대표적인 기업 철수 방법으로 횡행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은 왜 이렇게 무단철수를 하는 것일까. 샹그릴라를 찾아 떠난 한국 기업들은 왜 007 작전을 방불케 할 만큼 비밀리에 정든 사업장을 빠져나오는 것일까.

이 교수는 “크게 보면 ‘장강 후랑 최전랑(長江 後浪 催前浪·장강의 뒤 물이 앞 물을 민다)’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임가공 중심인 한국 기업들의 판로가 막혔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산업 고도화에 따른 외자정책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기업주의 ‘판단 미스’,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 심화, 청산 절차 미비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후랑(後浪·중국 정책 변화, 중국 기업 성장 등)이 전랑(前浪·한국 기업)을 재촉해(催) 결국 장강을 거스르지 못하는 한국 기업은 떠밀려갈 수밖에 없다는 것.

“노동계약법과 기업소득세법 개정 등으로 임가공 위주 한국 중소기업들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정부의 ‘조화사회(和諧社會) 건설’ 방침에 따라 앞으로 민생 우선정책이 적극 추진되면서 최저임금 수준이 높아지고 노동자 권익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그에 대한 한국 기업의 대비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2008년은 외국 기업 혜택 축소의 해”

이 교수는 중국에서 2008년은 ‘외국 기업에 대한 각종 혜택 축소의 원년’으로 기록될 만큼 외국 기업에 대한 정책이 급변했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2007년 11월28일 ‘기업소득세법 실시 조례안’(세칙)을 통과시켜 외국 기업에 대해 중국 국내 기업과 동일 세율로 소득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소득세율을 15%에서 24%까지 단계별로 상향 조정하고 5년 후에는 중국 국내 기업과 동일한 25%를 적용한다는 것.

중국 정부는 산업구조 고도화를 목표로 한국 기업이 주로 진출한 가공무역에서 1853개 제품(전체 수출입 품목의 15%)에 대한 가공무역을 제한했고, 전체 수출품의 37%(2831개)에 달하는 품목의 수출 부가세 환급률을 내리거나 폐지했다. 수출 후 환급받던 세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것은 회사에겐 그만큼 경영 악화 요인이 된다. 결국 피혁, 봉제업체들은 문을 닫거나 산업 인프라가 전혀 없고 규제도 적은 촌(村)으로 들어가고 있다.

2008년 1월 시행된 노동계약법으로 정부가 최고 25%의 임금 인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도 기업에겐 부담이다. 노조 기능을 강화하고, 단기 노동계약의 횟수를 제한하며, 각종 보험료 부담도 늘어나 기업 처지에선 실질 임금상승률이 30~50%에 이르게 된 것.

이 교수는 “물론 중국에서 입지를 구축했거나 내수 위주인 기업들은 노동계약법 개정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기업 경영자 처지에서 보면 노동자의 이탈로 인한 손실보다 숙련공을 오래 고용해 유발되는 생산 효율성 향상이 더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임가공 위주의 영세 한국 기업에겐 대폭적인 임금 상승이 기업경영을 압박하는 큰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서로 다른 ‘심리적 기대캄도 한몫했다. 코트라 황 차장은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 대부분이 중소기업으로, 현지 법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본사 파견 인력도 2, 3명 수준이라 경영 관리가 낙후됐다. 반면 외국 기업에 대한 현지 사회의 기대 수준은 매우 높아 노사 간 마찰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꿈을 안고 (중국에) 갔습니다. 나올 때도 떳떳하게 나오려고 했어요. 그런데 도무지 기업을 청산할 수가 있어야죠. 청산하느라 3년 더 중국에 체류한다면 저의 안전은 물론 생계는 누가 책임지나요. 비겁하다는 생각은 없어요. 먼저 살고 봐야죠.”

어렵게 기자와 통화한 한 한국인 기업주는 “지난해 하반기 청산을 준비하려고 관계 당국에 문의했는데 (청산) 소문이 나면서 직원들의 협박에 시달렸다. 송사에 휘말리면 출국도 어려워져 베이징으로 피신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며 급히 전화를 끊었다.

중국 법에 따라 떳떳하게 기업을 청산하려 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기업주들은 입을 모은다. 청산 절차가 외국 기업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돼 있기 때문. 외국 기업을 유치할 때는 지방정부가 ‘원스톱 서비스’로 적극 나서지만 청산할 때는 세무서와 세관 등 각종 행정기관을 찾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길게는 2년 이상 시간이 걸리는 것도 한국 기업의 무단철수를 부추긴다.

칭다오의 한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중국인 직원들. 그들은 “외국 기업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이 매우 크다”고 말한다.

기업 청산하려면 2, 3년 허송세월

중국 기업은 ‘회사법(公司法)’에 따라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기업 해산에 착수하는데, 해산 사유 발생일로부터 15일 이내에 자발적으로 청산인회(외국기업은 청산위원회)가 조직되지 못하면 채권자가 법원에 청산인회를 조직할 수 있다. 이후 청산인회는 청산을 통지, 공고하고 순위에 따라 재산을 정리한다. 공상행정관리국이 기업의 법인격을 말소시키면 청산이 완료된다.

반면 외국 기업은 청산 과정에서 설립을 승인해준 모든 심의기관(상무국, 세무국, 외환관리국, 세관, 공상행정관리국)의 심의 및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여기에 청산위원회 설립 때부터 상무국의 예비비준을 받는 등 청산위원회 설립에서부터 운영까지 일일이 간섭받게 된다. 보통 외자 기업은 10년 경영기한을 약속하고 각종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데, 경영기한을 채우지 못하면 각종 혜택의 반환도 요구받는다.

“2년간 면세, 3년간 50% 감세를 받았다고 기업소득세를 토해내라는 거예요. 이전에 수입 면세 혜택을 받은 각종 설비에 대한 관세도 납부해야 하고요. 칭다오에서는 100명당 1.6명씩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는데, 만일 고용하지 못하면 청산할 때 여기에 대한 벌금도 내라고 해요. ‘줬던 반지’까지 빼앗아가는 거죠. 결국 지방정부는 한국 기업에게 ‘토해낼래? 평생 같이 갈래?’라고 선택을 요구해요. 기계설비와 무형자산 등을 다 청산해도 맞출 수가 없어요.” 칭다오한인상공회 이강용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한국 기업의 무단철수는 우리 기업의 신용 추락, 신변 위협, 통상마찰 등 심각한 외교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중국의 전 사업에 걸쳐 진행되는 저가경쟁에 말려들기보다 새로운 사업영역을 찾아 비즈니스 틀을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지식경제부는 청산 비용과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중국 측과 협의하고 있으며, 청산 시 익명성 보장, 중국 세법 및 노동법 완화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도 최근 외자 기업의 무단철수 문제로 인해 일부 수출 부가세 환급률을 높이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다.

“결국 중국의 산업 고도화라는 큰 물결에 올라타지 못한 한국 기업은 떠밀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떠밀려가는 패자(敗者)에게도 떳떳하게 정리할 포구(浦口)는 마련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4월에 철수 예정인 한 한국인 기업주의 말에서 중국 내 한국 기업의 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주간동아 /  베이짚칭다오·웨이하이=배수강 기자  원제목:  [COVER STORY | 01] 長江 뒤물, ‘앞물’ 한국 기업 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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