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지의 연변리포트>

. 한국사회를 보는 시각

조선족사회가 한국사회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말 이후이다.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하면서 외부사회에 문을 열게 되고 그 과정에서 한국에 연고가 있는 조선족동포들이 아름아름 한국의 혈육을 찾아 방문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는 조선족사회가 한국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중요한 계기였다. 그 이전까지 조선족동포들에게 모국은 북한이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1992년 8월 한중수교가 이루어지면서 조선족동포들의 한국방문이 용이해져 본격적인 관계맺기가 시작됐다.

수교이후 조선족동포들은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혈육을 만나기 위해 앞을 다투어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사회 역시 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고 그러면서 얘기치 않았던 문제들도 나타나게 됐다. 밀월기간이 끝나면서 관계정립을 위해 감정이 아닌 이성의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조선족사회가 한국사회에 대한 시각을 정립하는 과정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하나는 한국사회의 조선족동포들에 대한 태도이며 다른 하나는 조선족동포들의 한국사회에 대한 기대치이다.

밀월기간이 끝난 1990년대 중반이후 조선족동포들에게 있어서 한국사회는 더 이상 마음속에서 그리던 포근히 기댈 정겨운 모국만은 아니었다. 특히 한국의 일부 악덕 기업주들의 횡포와 조선족동포들의 한국방문을 미끼로 돈을 뜯어내려는 브로커들의 활개 등등 조선족동포들이 한국사회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일들이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사는 한국에서 돈을 벌어 남부럽지 않게 살아보겠다는 조선족동포들의 한국에 대한 기대 또한 줄어들지 않았다. 문제가 점점 확대 재생산되는 가운데 조선족동포들의 한국방문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한국사회와 조선족사회 간의 관계맺기는 현실적 필요에 따라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비정상적인 상태로 확대되어 온 것이다.

결국 조선족동포들이 한국사회에 대해 객관적 인식을 하게 되면서 관계맺기의 내용은 부정적인 것으로 채워지게 되었다. 초기에는 모국으로 인식하다가 차츰 이념의 차이로 사고 및 생활양식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한국사회와의 관계맺기에서 겪은 아픔으로 인해 차츰 서운한 감정을 섞어 냉정하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즉 환상과 기대 속에서 모국을 찾았지만 부정적인 상황이 축적되면서 조선족동포들은 이제 그러한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비록 경제적으로 부를 추구할 수 있는 대상으로 생각하지만 한국에 대해 우호적이기 보다 비우호적으로, 긍정적이기 보다 부정적인 인식을 키우게 된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조선족동포들에 대한 한국사람들의 거만함과 한국에서의 불미스런 경험, 그리고 조선족여성들과 한국남성간의 결혼에 따른 조선족사회의 파급 등을 들기도 한다.(이재달, 2004) 즉 조선족동포들로서는 한국과의 관계맺기를 통해 얻은 것 못지않게 잃은 것을 크게 느끼게 되었으며 그러한 일들이 감정적으로 한국에 대해 부정적으로 작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한국방문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데 따른 불만을 들 수 있다. 조선족동포들이 겪는 대부분의 아픔이 한국방문이 자유롭지 않은데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조선족사회의 한국에 대한 불만은 1998년 8-9월에 이왕재교수가 실시한 조선족동포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도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이왕재, 2000) 비록 설문조사가 이루어진지 9년 이상이 지났지만 조선족동포들의 한국사회에 대한 인식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중국현지 조사의 경우 한국체류생활에 대한 만족정도에서 만족하다는 답이 36.3%인 반면 불만족하다는 63.7%로 나타났다. 한국 내 조사의 경우는 다소 긍정적인데 만족하다는 59.3%, 불만족하다는 40.6%였다.

곽 승 지 (정치학박사/ 연합뉴스 영문북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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