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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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기사 이야기
  • [편집]본지 기자
  • 승인 2009.07.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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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길우의 수필 157

 

申 吉 雨

문학박사, 수필가, 국어학자, 

서울 서초문인협회 회장  skc663@hanmail.net

     1.

   목발을 짚은 사람이 버스를 탄다. 다리를 다쳤는지 목발에 의지하여 한 발짝씩 뒤뚱거리며 올라온다. 뒤에는 몇 사람이 바라보며 기다리고 있다.

   이것을 본 버스기사가 큰소리로 말한다.

   “빨리 좀 타요, 빨이1

   버스 바닥에 오른 뒤 그가 힐끗 버스기사를 쳐다보고는 이렇게 쏘아붙이듯 대꾸한다.

   “몸이 불군데 어떻게 빨리 타요?”

   그러고는 목발을 짚은 채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 승객도 기분 나쁜 표정이었고, 버스기사도 언짢은 기색이었다.

           2.

   버스 안은 승객들로 꽉 차 있다. 정류소에 가까워지자 맨 앞좌석에 앉아있던 노인이 버스기사에게 물었다.

   “앞문으로 내려도 되겠소?”

   버스기사가 옆눈질로 힐끗 바라보고는 아무 말을 않는다.

   차가 멈추자 노인은 일어나서 앞문으로 내린다. 올라오려던 승객이 이를 보고는 뒤로 물러선다. 노인은 한 발을 내린 다음 다른 발을 붙이곤 하며 한 계단씩 내려간다. 중간문에서는 승객들이 다 내리자, 두어 명이 그리로 올라탄다.

   이것을 바라보고 있던 버스기사가 큰소리로 말한다.

   “빨리 내려요, 빨리1

   노인은 마지막 발을 길바닥에 내려서고는 버스기사를 바라보며 말한다.

   “기사님, 고맙습니다. 늙어서 기운이 없어서 그래요. 미안합니다.”

   노인은 정말로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듯이 고개를 두어 번 굽혀 인사를 하고는 천천히 걸음을 떼며 인도로 올라간다.

   버스기사는 사람들이 다 올라탔는데도 문 닫는 것을 잊은 듯, 천천히 걸어가는 노인의 뒷모습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버스기사의 표정은 착잡해 보였다.

            3.

   정류장에서 다리 길이가 짝짝인 불구자 한 사람이 버스에 오른다. 그는 두 손으로 버스의 여기저기를 붙잡고 한 발씩 쩔룩거리며 오른다.

   이를 보고 있던 버스기사가 말한다.

   “천천히 타시오, 천천히. 조심해서.”

   올라오던 그가 기사를 바라보고 싱긋 웃는다.

   “고맙습니다.”

   다 올라온 그가 정말 고마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가 앉는다. 그도 버스기사도 얼굴이 밝아 보였다.

   다 같은 처지와 상황이라도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눈은 이와 같이 다르다.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 바탕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세상 만사는 그것을 바라보는 눈에 따라 불만스럽게도 기분 좋을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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