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족 대표 김순애 권사 시민대표 자격으로 유골함 안장식에 참가

▲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가 골회함을 안고 들어오다 사진(이하)=이동렬 기자
지난 10일(금요일) 정오 12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골함 안장식은 3만여명의 추모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봉하마을 사저 옆 묘역에서 엄수됐다.

이날 낮 12시가 되자 정토원에 임시 안치돼 49재까지 마친 노 전 대통령의 유골함을 아들 건호씨가 가슴에 안고 묘역에 들어섰다. 그의 뒤로 권양숙 여사와 딸 정연씨 등 유족과 김원기 전 국회의장,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 각계 인사가 뒤를 따랐다

안장식순은 4대 종교의식, 헌화 및 분향, 추모영상 상영, 봉안, 허토, 조총발사와 묵념으로 엄숙히 진행됐다.

유골을 담은 백자합을 연꽃 모양의 석함에 안치하고 석함이 담긴 석관에 모래를 넣는 순으로 안장식이 진행되는 과정에 추모 객석에서는 시종 흐느낌이 울려 퍼졌다. ‘참여정부 5년의 기록’이란 5부작 DVD 영상물과 추모영상물, 참여정부 백서 등 부장물도 모래위에 놓여졌다. 안장식 직후에는 기중기로 ‘대통령 노무현’ 6자가 새겨진 가로 세로 각각 2m 정도 화강암 재질의 너럭바위 비석을 봉분처럼 올려졌다.

▲ 서울조선족 교회 김순애 권사가 14명 시민대표의 한 사람으로 초청되어 중국동포들을 대표해 분향하면서 흐느끼고 있다. TV형광판에서 우는 모습이 보여진다.

이날 안장식에는 재한중국동포를 대표하여, 서울조선족교회 김순애 권사가 전례위원회 측으로부터 초대되어 노 전 대통령의 인간적 면모를 대변하는 14명 시민대표중 한명으로 헌화를 하였다.

중국동포 대표 김순애 권사는 국화꽃을 헌화하고 분향하면서 소리 내어 흐느꼈다. 2003년 11월 29일, 서울조선족교회에서 조선족 강제추방을 반대하고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 찾기 운동’을 진행하면서 농성을 하고 있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주위 장관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서울조선족교회를 직접 방문하여 조선족들을 위로해 주셨는데, 당시 교회 숙소로 들어온 노 전 대통령은 반 탈진상태에 있던 김순애 권사의 손을 친절히 잡아주시면서 위로의 말씀을 해 주시었다.

참여정부를 끝내고 2008년 2월 25일 봉화마을로 내려가시기 전에 재한중국동포들과 서울조선족교회 교인들은 서울역에 나가 조선족들에게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가져준 노 전 대통령을 환송했었는데, 그때 직접 헌화를 할 수 있는 영광을 가진 사람도 바로 김순애 권사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 반도 안 되어 노 전 대통령의 영전에 분향하게 될 줄 누가 상상했겠는가!

▲ 전례위원회 측에 함께 초대된 김순애 권사(가운데)와 신화보 김창길 사진기자(왼쪽)..
중국동포들이 노 전 대통령을 그토록 못 잊어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국타향살이에서 온갖 고생 다 하다가 돌아온 자식을 맞이하듯 사람냄새, 어버이 냄새 화끈하게 풍기는 인간성과 동포애 넘치는 친절한 마음씨, 인권사각지대에서 유린 받고 있는 중국동포 불법체류자나 위명여권소유자 및 위장결혼자, 또는 밀입국자들을 사면하여 ‘중국동포자진귀국프로램’을 실시하고 중국동포 방문취업제도(무연고동포 포함)를 실시하는 등 고국의 따뜻한 정을 베풀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중국동포들은 방명록에 남긴 노 전 대통령의 말씀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중국 동포 여러분 힘내세요. 국경과 법, 제도가 우리를 자유롭게 왕래하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우리 국민들의 믿음은 여러분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날 서울조선족교회 김사무엘 목사는 서경석 목사의 당부를 받고 서울 구로구에서 김순애 권사와 새벽3시에 출발해 장장 5시간 달려서 노 전 대통령 골회함 안장식에 참가하였다.  이날 전례위원회 측의 초청으로 동행한 이들로는 또, 동북아신문 이동렬 편집국장과 신화보사 김창길 사진기자도 있었다.

▲ 봉분같이 생긴 너럭바위 비석을 안장하고 있다

수 만개의 노란색과 검은색 풍선의 물결과 노란색 티셔츠나 모자, 손수건, 머플러 등의 물결 속에서 몇몇 중국동포들은 한국 정부가 좀 더 멀리 내다보고 따뜻한 동포정책을 펼치기를 바라면서, 무거운 마음으로 봉화마을을 떠났다.

이동렬 기자 pys048@hanmail.net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