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숙 수필>

왼손으로 핸들을 잡고 차에 올라서 좌석과 사이드 미러, 룸 미러를 알맞게 맞춘 후 안전띠를 착용했다. 차키를 꽂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엔진시동을 건다. 좌측방향 지시등도 켠다. 클러치(離合器)페달을 끝까지 밟고 기어를 왼쪽으로 밀어 1단에 넣은 후 주차 브레이크(制動器)를 원위치하고 액셀러레이터(油門)를 가볍게 밟으면서 클러치 페달을 서서히 원위치했다.

스틱(手動변속기)차는 밸런스가 좀이라도 맞지 않으면 히스테리처럼 끽 ~ 끽, 투덜투덜 온갖 앙탈을 다 부린다. 차가 움직이기 전에 클러치 페달을 떼거나, 정차할 때 클러치를 밟지 않고 브레이크를 그만 확 밟으면 고속도로라도 상관하지 않고 덜커덩 시동이 꺼진다. 기어 하나 넣는 데도 두가지 소(小)동작(손동작)을 써야 된다. 숙련과 요령이 없으면 스틱차 시중 들기가 그리 만만치 않다.

핸들을 살짝 좌로, 우로 틀면서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더 밟으니 시속 20km 이다. 클러치 페달을 꾹 밟는 동시에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서서히 되돌리면서 기어를 2단으로 체인지했다. 그렇게 몇 분도 되지 않는 사이에 오른발, 왼발, 오른손을 다 써 가면서 3단, 4단, 5단까지 바꾸니 시속 100km의 속도로 가볍게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 후 녹색신호가 황색신호로 바뀌는 것이 보였다. 브레이크로 감속하다가 클러치와 브레이크를 꾸욱 밟으면서 본넷과 정지선이 동일선상에 놓일 때 차를 stop 시킨다. 기어를 중립에 넣고, 적색신호가 녹색신호로 바뀌길 기다렸다가 기어를 1단에 놓고 출발한다. 다시 두 손, 두 발, 온갖 너스레를 다 떨면서 몇 분 사이에 2단에서 3단, 3단에서 4단, 4단에서 5단으로 바꿔 가면서 가속시킨다.

갈림길이 보이니 무의식적으로 탄탄대로를 버리고 핸들을 우로 돌렸다. 왼발은 힘껏 밟고, 오른발은 서서히 들면서 오른손으로 기어를 중립으로 밀고 4단으로 당겨 넣는다. 다시 액셀러레이터를 서서히 밟았다. 가파른 올리막이 시작되자 차는 거친 숨을 몰아 쉰다. 정신을 집중하고 사지를 다 써서 3단에 기어를 넣었다가 다시 2단에 넣고 산등성이에 올랐다.

차를 세우고 나서 녹음이 우거진 산길을 굽어 보고, 내 인생을 되돌아 보며 나 스스로도 영문 모를 웃음을 혼자 지어 보았다.

전지전능하신 만물의 창조주 하나님께서는 혹자를 온실의 화초처럼 예쁘게. 나긋나긋 덩굴처럼 가냘프게 창조하시고는 오토(자동)차를 선물하신다. 그네들은 출발시 한 번만 일자를 긋듯 기어를 P에 고정시키면 된다. 온종일 그저 오른발로만 살짝, 살짝 클러치와 액셀러레이터를 번갈아 밟기만 하면 된다. 스스로 알아서 올리막, 내리막, 고속도로로 거침없이 쌩쌩 달린다. 아무렇게나 밟아도 엔진정지, 툴툴 대는거 절대 없이 얌전하게 디자인이 아름다운 공항으로 모신다. 푸르른 창공을 맘껏 날 수 있게!

나는 소처럼 둔한 머리와 든든한 체구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래서 물불을 헤아리지 않는다. 잠시라도 빈둥거려 보면 몸에 좀이라도 날듯 괜히 안절부절 못한다. 있는 일 없는 일 다 끄집어 내서 걸어 놓고는 허둥댄다.

두 손, 두 발이 일하는 것도 부족해서 라지오를 틀어 귀를 괴롭힌다. 아낙네가 곱다라니 길을 걷지 않고는 길 양 옆의 온갖 것을 여겨 보고. 뭐가 뭔지 일일이 확인을 하여야 발걸음이 가볍다.

휴일엔 시원한 그늘에서 부채질이나 하면 좋으련만 엄숙한 곳을 찾아 여기저기 싸돌아 다닌다. 아니면 컴컴한 피시방에 빨려 들어가서 민족과 정치를 엿보면서 몸과 마음을 괴롭힌다. 10년 동안 좋다는 채팅맛 단 한번도 못 보면서!

작년의 어느 여름날, 운전학원의 강사는 이렇게 생겨 먹은 나더러 오토차를 몰란다. "핸들을 잡고 오른발만 까땍까땍거리는 것도 차냐?! 노우!" 하곤 내렸다. 당장에서 머리와 사지를 정신없이 굴려야 겨우 움직이는 스틱차에 올랐다. 한 달 월급으로 두 가지 면허를 따느라 시간에 쫓기고 사지를 허덕이는 것으로해서 스릴을 느꼈고 넘쳐나는 에너지를 소비했다.

눈으로 세상살이 뻔히 보이지만 이렇게 타고 났기에 자신을 주체 못한다. 힘들게 일한 한달 월급으로 예쁜 옷 사입고 우아하게 노닐어야 되는데 그러면 무미건조하고, 싱거울 것 같고 힘이 빠질 것 같다.

지나온 길이 곧 나의 앞길임을 번연히 알지만 머리는 마음에 압도 당했다.

신께서 하사하신 까탈스런 스틱차를 아우르며, 신이 쳐 주신 가이드라인을 따라 불평불만 없이 사지를 허덕이면서 오불꼬불 산길을 달갑게 털털 달리련다.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두 신발이 닳도록 신나게 허영차 달릴 것이다. 그 속에 낙이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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