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지 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은 특별한 위력을 지닌다. 따라서 모든 것은 돈으로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이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이러한 현실을 꼬집어 ‘현대인이 숭배하는 신은 돈’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서양의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서 <빠빠라기>(Der Paparagi)는 오직 돈만을 쫒아 명예도 양심도 심지어 아내와 자식까지 버리는 현대인들의 잘못된 행태를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빠빠라기’는 사모아 원주민언어로 서양인을 가리킨다. 사모아섬의 추장 투이아비가 자신의 눈에 비친 현대인들의 모습을 비판하며 이름 붙였기 때문이다.

돈을 쫒는 인간의 속물적 양태는 특정 지역이나 국가 차원을 넘어 세계적 차원에서 보편화되고 있다. 세계화를 구가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커질 것이다. 따라서 돈을 쫒는 웃지 못 할 일들이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다. 돈이 있는 곳이면 국경을 넘어 신분을 초월해 어디든 달려간다. 세계화가 초래한 또 다른 부작용인 셈이다.

최근 필리핀에는 의사들이 없는 병원이 즐비하다고 한다. 의사들이 미국에 간호사로 취업했거나 취업을 하기 위한 전직 공부를 하기 때문이란다. 국가 간 경제력의 차이로 인해 필리핀의 의사보다 미국의 간호사가 월등히 많은 보수를 받기 때문에 일어나는 특이한 현상이다. 필리핀 사람들은 아픈 것도 서러운데 진료해줄 의사마저 돈에 빼앗기고 있는 것이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새로운 시대상황에서 사람들은 돈이 있는 곳이면 어디로든 갈 수밖에 없다.

돈을 쫒는 것은 이미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현상인데 조선족동포들이 돈벌이에 집착한다고 나무랄 수 있을까. 어불성설이다. 그들을 나무라는 사람들은 우리도 그런 과정을 똑같이 거쳤다는 것을 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더욱 심화될 것이다. 자본과 기술이 없는 나라가 부를 창출하는 가장 수월한 방법은 노동력을 파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과거로 돌아가 보자. 우리국민도 역시 수십 년 전, 아니 불과 수년 전까지도 돈을 벌기 위해 미국과 일본으로 가는 불법이민 대열에 앞을 다퉈 나섰었다. 60년대는 독일로, 70년대에는 중동으로 일거리를 찾아 나섰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조선족들의 그런 행태를 보면서 애써 우리의 과거를 지우려 한다. 그러나 실상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것은,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생면부지의 나라로 갔었던 반면 조선족동포들은 그들의 모국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그 모국에서 설움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조선족동포들이 돈을 쫒는 그 자체가 아니다. 그들이 왜 돈을 쫒고 있는지, 그로 인해 겪고 있는 고통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같은 민족으로서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헤아리는 것이다.

곽승지 :  연합뉴스 영문팀 팀장 / 정치학 박사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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