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삼

노무현 전 대통령님에 뒤이어 명망 높은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서거하시었다. 우리 민족의 큰 별 하나가 또 사라졌다. 서거소식을 접했을 때 왜 눈물이 저도 모르게 눈가에 맺히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가 진실로 그 분을 존경했기 때문이며 그분께서 우리 동포들의 심목 중에 거인으로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여 한국 국민은 물론, 전 세계 해외동포들 모두가 애석함과 비통함을 금할 수 없어 한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생전에 이룩한 업적이 많고도 많지만, 나름대로 돌아본다면 그 분은 참으로 보귀하고 의의 있는 많은 것들을 새롭게 시작한 분이시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에서 군부독재를 종식 짓고 처음으로 민주화를 시작한 것, 역사적으로 반복되던 골수 깊은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새로운 국민통합의 길을 열어놓은 것, 국가부도의 위기에까지 이른 한국경제를 IMF에서 탈출시켜 다시금 경제도약을 이룩한 것, 남북한 올림픽 동시입장 등 많고 많은 의미 있는 첫 시작들 가운데 가장 멋지고 위대한 것은 한국의 대통령으로서는 반세기만에 처음 3.8선을 넘어 북으로 가서 남북 두 정상이 손을 잡은 것이다. 그 때  두 정상이 손을 잡고 높이 추켜든 아름다운 모습이야말로 지금까지 분단역사에서 일찍이 없었던 가장 감동적이고 희망적인 명장면이었다. 그것은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의 새로운 시작을 온 세계에 알리는 위대한 제스처였다.

길은 본래부터 나진 것이 아니라 인간이 걸어서 낸 것이다. 김대중 전 통령께서 분단 반세기만에 처음 열어놓은 이 큰길을 따라 금강산관광이 시작되었고, 남북 이산가족의 상봉이 시작되었으며, 개성공단이 설립되는 등 남북이 대립으로부터 화합과 교류로 나아가는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비록 오늘에 와서 새로운 시련과 좌절이 있기는 하나 그렇다하여 그 분이 선구자적 역할로 열어놓은 평화통일의 길을 누구도 막거나 부정할 수가 없다. 오히려 그 분의 유지를 계승하여 누구인가 더 넓고, 더 멀게 그 길을 개척하게 함으로써 우리 한민족의 평화통일이 다시금 확고히 정립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공은 이뤄 놓은 대로 간다고 했다. 오늘 한국 국민은 물론, 해외동포들과 세계의 이목이 그 분의 서거를 한결같이 애석해 하고 슬퍼하는 것은 그분이야말로 파란만장한 정치생애를 겪으면서 죽음도 불사하는 칠전팔기(七殿八起)로 우리 민족사에 길이 남을 한 획을 긋고 가셨기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그 분의 서거를 슬퍼하고 애통해 하면서 그의 업적을 그리고 추모하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고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으며 남북이 따로 없다. 갈등과 충돌이 많은 우리민족으로서 이와 같이 한 민족공동의 인정을 받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그의 인간됨과 높은 리더십을 설명해준다. 이는 또한 그가 평생의 로고를 다 바쳐 이룩한 정치적 성과이면서도 또한 인간적인 가치의 결과로써 그만큼 "행동하는 양심을 지니고" 관용과 포용으로 자신과 대립되는 정적까지도 끌어안을 수 있는 드넓은 포부와 인격을 가지신 분이시기에 그 분의 서거가 더욱더 안타까운 것이다.

전 세계동포들은 진심으로 그분의 서거를 슬퍼하여 눈물을 흘리고 있다. 어찌 보면 고인에 대한 살아있는 사람들의 애도의 눈물은 진심으로 우러나는 존경심의 가장 적절한 표현일수도 있다. 바로 한 지도자가 서거하였을 때 국민들이 진정 슬퍼하며 흘리는 그 눈물은 한 인간의 업적에 대한 가장 진실된 평가이며 공로자에 대한 최종의 신임이다. 때문에 이러한 눈물은 결코 헛되지 않다.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추모의 눈물에서 이 눈물의 가치와 우리 민족의 지향성을 보았다. 슬픔이 결코 슬픔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매번 명인을 추모할 때는 한결같이 화합과 통일을 부르짖으나 추모가 끝나면 다시 본래로 돌아가 갈등과 대립이 지속되는 안타까운 양상을 이젠 정말로 극복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 분이 항상 관용과 포용으로 지어 자신을 반대했던 정적까지도 끌어안는 그런 흉금과 포부를 따라 배워 그분에 대한 절절한 추모를 계기로 이젠 정말 남북통일을 비롯하여 더는 반목과 질시와 대립이 없는 한민족사회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슬픔의 눈물이 민족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어내는 새로운 자양분이 될 것을 기대한다.

강효삼 : 중국 흑룡강성 저명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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