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말 현재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조선족동포는 30만 명에 이른다. 그 중 대다수는 노동에 종사하는데 남자는 건설현장에서, 여자는 식당 등에서 일한다. 합법적으로 입국하여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불법입국한 후 숨을 죽이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최근 한국정부가 불법체류 하는 동포들을 구제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그 수가 많이 줄었다.

현재 불법입국 하여 살고 있는 조선족동포들은 대략 3만5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한국에 들어온 전체 조선족동포들의 10%가 넘는 수치이다. 이들이 한국에 불법입국 하는 방법은 밀입국, 여권위변조, 위장결혼 등이 대부분이다.

이와 같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불법입국 하는 이유는 한국에 들어올 수 있는 문이 좁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조선족동포들 중에는 한국에 연고가 없는 조선족동포들이 훨씬 더 많다. 대략 50%를 상회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조상이 북한지역 출신인 사람이 가장 많고, 조상이 한국지역에서 이주하였어도 연고를 찾지 못한 사람들도 다수 있다. 그러나 연고가 있던 없던 조선족동포들에게 있어서 한국에 가는 것은 하나의 꿈이다. 돈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상황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출로이기 때문이다.

합법적인 방법으로 한국에 입국할 수 없는 조선족동포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에 연고가 없는 동포들이 합법적으로 한국에 올 수 있는 방법은 신원보증 하에 정부로부터 입국사증을 발급받는 것과 무연고동포 방문취업사증 발급대상자로 선정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방법 모두 천재일우의 기회를 얻어야만 가능하다.

이들이 불법입국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은 브로커들의 강한 유혹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의 절박한 심리를 이용해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실정이다. 브로커는 한국사람들과 미리 한국에 와 자리잡은 조선족동포들이 어우러져 있다. 불법입국하려는 조선족동포들은 브로커들에게 1천만원이라는 거액을 지불하고 입국을 시도한다. 일본으로의 불법입국은 3천만원, 미국은 5천만원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대적으로 한국으로 밀입국하는 것이 훨씬 싸다.

불법입국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 조선족동포들은 신분상의 문제로 인해 여러 가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못된 고용주를 만나면 불법입국은 큰 약점이 된다. 브로커에게 준 돈을 벌기 위해 체류기간을 늘려야 하고 그러다 보면 고향에 남아있는 가족과의 생이별은 점점 길어진다. 그리고 이별의 시간이 길면 길수록 가정해체 가능성은 그만큼 더 커지게 된다.

이러한 불법입국 사례 중 특히 주목되는 것은 위장결혼 형태이다. 현재 약 7만 명의 조선족동포가 한국사람과 혼인을 해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다. 대부분 여성들이다. 이들 중에는 결혼 자체보다는 이를 구실로 한국에 들어오려는 이른바 위장결혼을 한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위장결혼으로 인한 문제가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는 것에서 엿볼 수 있다.

조선족 여성들이 한국사람과 결혼을 하는 것은 왜일까. 더욱이 위장결혼까지 하려는 것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역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조선족 여성들의 입장에서 보면 두 가지 점을 들 수 있다. 한국사람과의 결혼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신분 상승의 기회로 삼으려는 것과 한국 입국을 위한 방편으로 위장결혼이라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전자는 대체로 미혼여성들에게 해당한다. 후자는 미혼여성 뿐 아니라 실제 이혼한 경우와 형식적으로 이혼한 사람 등 모두가 해당된다. 위장결혼은 조선족여성들이 한국으로 진출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인 셈이다.

위장결혼 문제가 끊이지 않는 것은 이들의 욕구와 함께 이들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한국내 브로커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이다. 브로커는 한국사람도 있고 먼저 한국에 나와 자리잡은 조선족동포들도 있다.

이와 같은 위장결혼에 의한 한국입국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첫째는 신성한 결혼이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됨으로써 가벼이 취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결혼은 인간이 자신의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해 행하는 가장 숭고한 의식 중의 하나이다. 둘째는 위장결혼인줄 모르고 결혼한 한국의 노총각들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남긴다는 것이다. 특히 아이를 낳아놓고 가출할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셋째 위장결혼자가 국적취득 후 위장결혼 사실이 발각될 경우 국적이 무효로 처리됨으로써 국제적 미아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런 사람이 현재 5명이나 있으며 한국의 법무부는 향후 이를 더욱 확대 적용하려 하고 있다.

- 위장결혼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조선족동포들이 한국에 오려는 욕구가 여전히 강한 상황에서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이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포들이 자유롭게 한국으로 입출국이 가능하게 하는 것만이 이 문제를 푸는 열쇠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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