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룽쟝 연수 김춘식

남들은 나의 부모가 모두 불구자이고 내가 어렸을적 가정이 째지게 가난했기에 나의 어린 시절은 불행속에서 보내며 행복을 모르고 살았으리라 생각합니다.그러면서 그 어려움속에서 어떻게 살아왔는가고 동정하는 이들도 많은데 기실 나는 어려서 불행이 무엇인지 모르며 늘 행복감에 젖에 자라났습니다.비록 절름발이 아버지와 곱사등이 어머니를 가지고 있지만 나는 종래로 그들이 불구자라 해서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지 않았으며 그만큼 나를 사랑해주고 귀여워하는 부모가 있는것으로 하여 항상 행복해 했습니다.남처럼 잘살지도 못하고 항상 째지게 가난한 가정에서 살아왔지만 나는 내가 가진것이 없어 불행하다고 생각한적이 없으며 항상 모자람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남이 굶주림에 허덕일 때 나는 시래기밥,겨떡이나마 배불리 먹어서 좋았고 남이 맨발바람으로 학교에 다닐 때 나는 짝진 헌고무신이나마 끌고 다닐수 있어 좋았으며 명절날 남이 손에 맛있는거 쥐지 못해 괴로와할 때 나는 아버지가 따다준 산열매나마 호주머니에 잔뜩 채워넣고 남앞에서 자랑할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남들이 입쌀밥누룽지나 강냉이밥누룽지를 먹을 때도 나는 어머니가 싸준 시래기밥누룽지가 더 고소하다고 남앞에서 냠냠 맛있게 먹으며 행복해 했습니다.

봄이 오면 이웃형님들을 따라 강에 나가 통발을 놓고는 밤새 모닥불을 피워놓고 이웃형님들이 하는 얘기를 들으며 고기잡는 재미에 취해있었고 여름이면 친구들과 마을뒤강에 나가 미역감는 재미에 취해있었으며 겨울이면 온 마당에 북데기를 늘어놓고 차꼬를 놓고 참새잡는 재미에 취하기도 하였습니다.저녁늦게까지 골목에서 애들과 정신없이 놀다가도 "식에ㅡ,와서 밥먹어라에이ㅡ"하는 아버지의 부름소리를 듣고는 놀던 놀음도 걷어치우고 달려가 나를 찾아나온 절름발이아버지의 옷자락을 잡으며 기뻐했습니다.추운겨울날 쪽발구에 땔나무를 한발구 끌어다놓고는 어머니가 타준 꿀물 한사발을 달게 마시며 행복에 취하기도 했습니다. 빌려온 책일망정 독서에 열중할 땐 천하에 부러울것이 없는 넉넉함에 마음이 자족해질수 있었습니다.이렇게 나는 어린 시절 가난속에서도 제나름의 행복을 찾으며 살았습니다. 못입고 못먹고 지어 학교마저 중퇴해야 하는 등 가난에 항상 쫓기면서 어린나이에 또래애들로서는 전혀 상상조차 할수 없는 힘든 고역과 각종 고통에 시달린 나의 어린 시절은 그 누구보다도 불행했겠지만 나는 그때 종래로 내가 불행한 애라고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누군가 행복이란것은 작은것에 있다하였는데 과연 그런가봅니다.산후병으로 등에 큰 혹이 생겨 곱사등이가 된 어머니에게 7~8살이 되여서도 간혹 업히군했는데 그때면 그토록 행복했습니다.비록 몸은 말째지만 어머니의 사랑을 그대로 느낀것입니다. 난생처음 아버지를 따라 음식점에 가서 아버지가 사주는 국 한그릇에 밀가루만두 한개반을 먹고는 세상에 가장 부러움없는 왕자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평소에는 꽤나 두려워하는 둘째형님이지만 자기가 다 보고난 빌려온 책을 말없이 나에게 슬쩍 던져줄 때 나는 형님의 사랑을 느끼며 행복해 했습니다.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늘 스쳐버리는 그러한것들,나는 그속에서도 바로 진정한 행복을 느낄수 있었습니다.친육의 사랑,부모의 사랑,따뜻한 밥 한공기,구수한 어머니의 장국,바로 이러한것이 행복이 아닌가요? 행복이란 순간순간 맛보며 느끼는 삶의 과정입니다

이렇게 아무것을 가진것이 없어도 동년의 인생은 즐거웠습니다.어려운 처지에서 커온 나였기에 가난속에서도 제나름의 행복을 찾으며 살줄 아는 정신의 소유자가 되였습니다.남들은 아주 하찮게 생각하는 일에서도 나는 얼마든지 행복을 느낄수가 있는것입니다.

사실상 행복은 우리의 마음속에 느껴지는 감정이 아닐가 합니다. 스스로 생각하여도 나는 참 행복하구나 싶을 때가 가끔가끔 있습니다.어느 큰눈이 오는 날아침,아버지는 부덕으로 엮은 신을 신은 내가 발을 얼굴가봐 쪽발구에 태워 학교로 실어다주었습니다. 그때 절룩거리며 앞에서 눈길을 헤치고 발구를 끌고가는 아버지의 뒤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행복에 취했습니다.때론 일부 못난자식들이 아버지의 다리저는 흉내를 내며 나를 놀려대기도 하지만 나는 그런 아버지가 있는것으로 하여 조금도 부끄럽지 않았고 그런 아버지와 함께 당당하게 애들앞에 나서군했습니다.

어떤 일이나 만족할줄 아는 사람만이 행복을 느낍니다.별로 좋은 직업이 아니여도 자신이 유쾌하다고 느끼면 행복할것이고 작은 집에 살아도 잠잘수 있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꼭 물질적으로 부유한것은 아닙니다.

오늘도 나는 물질적으로 부유하지는 않지만 항상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가기에 정신적으로는 누구보다도 부유한 사람이라고 자부하고있습니다.나의 행복이란 기실 멀리 있는것이 아니라 아주아주 가까운곳에 있습니

행복한가 행복하지 않는가는 기실 주관성감수로서 개체마다 차이가 있습니다.어떤 사람은 돈은 있지만 위가 나빠 산해진미를 맛나게 먹을수 없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비록 돈은 없지만 신체가 좋아 오곡잡량을 맛있게 먹습니다.이 세상에 살면서 오직 먹고입는 걱정만 없다면 행복의 공간은 넓어지게 됩니다.어떤 사람은 사업을 락으로 여기고 어떤 사람은 천륜을 락으로 여기며 어떤 사람은 춤추고 바둑두고 뽈구경하고 애완동물을 기르는것을 락으로 여깁니다.

인생의 행복이란것은 별것이 아닙니다.인생의 즐거움이란 따로 있는것이 아닙니다.살아서 눈이 있어 볼수 있는것을 다 보고 발이 있어서 자기가 원하는곳을 돌아다닐수 있으면 그만입니다. 봄이 오는 들에 두발로 서있고 가을단풍 무르익는 산비탈을 톺아오르는 그것만으로도 행복한것입니다.자유잃은 수감자만이 아는 해빛 한줄기의 행복과 목마른 자만이 아는 물 한그릇의 행복이란 말도 있잖습니까?  흑룡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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