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지의 연변리포트]

0. 상상하고 또 상상하자

. 20년 후의 세상

토플러는 그의 저서 <미래의 충격>에서 다가올 미래가 우리에게 보여줄 충격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급격한 사회문화적 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며 이는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을 것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따라서 그는 급격한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래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21세기 사전>의 저자 자크 아탈리는 미래학자로서 21세기를 예측하는 관련서적을 여러 권 저술해 왔으면서도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미래는 우리 손에 달려있음을 강조한다.

미래의 세상이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을 만큼 빠르고 획기적일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미래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설파해 왔다. 실제로 우리는 21세기를 맞이하며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른 엄청난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따라서 변화속도와 변화내용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획기적이고 비약적이라는 점에서 인류가 미래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면에는 그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는 희망으로 통한다. 미래는 꿈을 현실로 바꿀 수 있는 미지의 세계이다.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우리의 상상력과 그에 대한 믿음이다. 자크 아탈리가 말한 바와 같이 인간의 상상력이 미래를 만들어왔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변화의 세기인 21세기에 즈음해 미래에 대한 상상하기는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여기서 1987년을 되돌아보고 다시 2027년을 상상해 보자. 20년 전후의 세계를 견주어 보자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 20년 전에는 감히 상상하지도 못했던 많은 일들을 몸으로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이나 정치상황의 변화가 현재의 상황을 이끈 가장 큰 동인이다. 정치사회적 측면에서는 특히 동서 양진영으로 갈리어 전쟁 아닌 전쟁을 치러야 했던 냉전체제가 붕괴된 것을 꼽을 수 있다. 그에 따라 냉전의 동방초소로 자임하며 이념의 장벽을 높이 세웠던 북한도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 이념의 장벽 때문에 대륙의 끝자락에서 섬 아닌 섬으로 고립되어 있던 한국은 비록 우회로를 통해서 지만 연변과 중국대륙을 간단없이 오갈 수 있게 됐다.

그러면 다시 20년이 지난 후의 세상은 어떻게 될까. 오늘날 엄청나게 빠른 변화의 속도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큰 변화의 내용을 감안할 때 미래의 세계를 짐작하기는 쉽지 않다. 모든 것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학자들에 따르면 제도적 측면에서 미래에 가장 중요한 변화 중의 하나는 국가의 위상과 역할이다. 영토를 중심으로 국경을 획책함으로써 단절을 정당화해온 국제정치 질서가 바뀜에 따라 국가의 위상과 역할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자크 아탈리 역시 이를 예견하고 있다. 그는 <21세기사전>에서 민족을 중심으로 한 기존 국가의 분열현상으로 국가의 수는 2배 이상 늘어나게 될 것이지만 그 역할은 크게 작아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럴 경우 국가를 대신하여 지역을 단위로 하는 보다 큰 단위의 지역공동체가 국제질서의 새로운 주체로 등장할 것이다.

동북아시아에서 이 같은 변화가 이루어지고 역내 국가들이 공존공영의 기치를 내세운다면 20년 후 쯤 연변은 그 지정학적 지경학적 그리고 지문화적 가치로 인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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