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표값 보내란 말에 눈물로 밤 지새워

96년 한국에 입국한 중국동포 김선화(가명,53세)씨는 요즘 눈물로 아픔을 씻어 내리며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다. 마산외국인보호소에 갇혀있는 남편 이명철(가명, 57세)씨를 생각하면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 자신도 불법체류의 신분이지만 여기저기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고 있다.

10여 년 전, 김씨의 외삼촌은 사업을 하면서 김씨의 명의로 5천 만원이나 되는 빚을 졌지만, 그 빚을 제대로 갚지 않았고 지금은 연락마저 두절된 상태이다. 외삼촌이 진 빚을 갚기 위해 한국에 오게 된 김씨는 벌써 한국생활 9년째 접어들고 있지만, 한쪽 다리가 불편한 장애 때문에 돈도 제대로 벌지 못했다.

최근에는 심장병, 혈압 때문에 혈압계까지 가지고 다녀야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어 도저히 혼자서 버틸 힘이 없던 김씨는 지난 8월, 남편 이씨를 한국에 불러들였다. 이씨 또한 한쪽 눈을 잃고, 키도 150cm에 지나지 않는 장애인이었지만, 부부는 서로 의지해가며 조금씩 빚을 갚아나가고 있었다.

부부가 모두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김씨는 건강 때문에 1년간 일을 못하고 있는 상태였으며 남편 이씨는 조그마한 몸으로 양돈장에서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일하며 고된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중, 이씨는 직업소개소에서 소개시켜준 경북 산청의 어느 공사장 잡일을 맡게 되었고, 안전하다는 소개소의 말을 믿고 공사장에서 일한지 일주일이 되던 지난 22일, 이씨는 단속에 걸리고 말았고, 마산외국인보호소에서 강제출국만을 기다리고 있다.

청천벽력 같은 남편의 소식을 들은 김씨는, “남편이 붙잡힌 후에 법무부 장관에게 편지도 보내보고, 할 수 있는 것은 다해봤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며, “우리는 바라는 것이 없다. 힘 없는 장애인 부부에게 그저 빚만 갚을 수 있게 조금만 시간을 준다면, 한국에서 더럽고 힘든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고 눈물을 흘렸다.

또, “남편의 비행기표값을 보내라는 외국인보호소의 전화에, 밤을 새워 통곡했다”며, “이제 나이도 많아, 중국에 가면 더 이상 빚도 갚지 못하고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는데...”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현재 김씨는 마땅한 거주지도 없이, 무보수로 가정집에서 일을 해주고 숙식을 해결하고 있는 처지이다. 이대로 이씨 부부가 중국으로 돌려보내진다면 이들에게 들이닥칠 빚 독촉 등참담한 현실에 도저히 살아갈 힘도 방법도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조국이라 믿었던 한국정부의 외면만이 그들 앞에 놓여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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