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한 자식의 부모 함께 살 수 있어야
불법체류자라고 국적취득 못하게 해서는 안돼

서울조선족교회는 11월 25일(목) 국적법 개정을 위한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하기로 하였다. 작년 국적회복을 위한 헌법소원, 불법체류자라도 국적회복신청대상라면 신청할 수 있어야한다는 문흥수 변호사의 법무부장관에게의 제안을 뒤 이어 국제결혼으로 국적을 취득한 자식의 부모가 같이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것과 불법체류라는 신분이 국적취득을 제약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서경석 목사는 “헌재에서 동포들이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가 있다는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단계적인 국적회복을 허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에 국회에 청원하게 된 내용은 시급히 해결돼야할 문제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제안하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청원은 국회 재외동포위원회 국회의원들을 통해 국회에 청원될 예정이다.

국적법 개정을 위한 국회청원서 본문

1. 조선족동포들에게는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가 있습니다.

  조선족 동포들은 다름 아닌 우리들 자신입니다. 이들은 일제시대에 만주로 간 우리들 자신입니다. 그러나 해방후 귀국길이 막혀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북한출신은 백만 가까이 북한으로 돌아갔지만 남한 출신들은 38선이 그들의 귀환길을 막았습니다. 이들 동포들에게 가장 큰 위로는 KBS 사회교육방송의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였습니다. 동포들은 밤 12시가 지나 이불을 뒤집어쓰고 몰래 KBS 단파방송을 들으며 위로를 받았습니다. 

  동포들은 부모가 사망해도 좀처럼 묘자리를 쓰지 않았습니다. 화장을 해서 뼈가루를 두만강이나 압록강에 뿌렸습니다. 또 어떤 동포들은 뼈가루를 철도변에 뿌렸습니다. 뼈가루라도 강물따라 흘러서 그렇게 가고 싶었던 고향나라에 닿기를 바라서 입니다. 또 혼백이라도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바라서 입니다. 

  1992년 한중수교가 이루어졌을 때 이제는 고향에 갈 수 있으려니 하고 기대했지만 한국사람의 이기심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동포들은 한국에 돌아와 불법체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천만원이나 되는 부로커비용을 지불하면서 연수생으로, 혹은 상용비자를 받아서, 혹은 친척방문으로 한국으로 왔습니다. 

  왜 이렇게 기를 쓰고 한국에 오는가? 그 근본 이유는 이들 동포들이 악착같이 우리말과 문화를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외국에서 우리말을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우리말을 유지한 재외동포는 조선족과 조총련 동포밖에 없습니다. 조선족이 우리말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쌀농사를 지으면서 모여 살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중국정부의 배려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민족의식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동포들은 산업화바람과 개혁개방바람 앞에서 더 이상 농촌에서 살 수 없게 됩니다. 그런데 동포들은 도시로 가서는 일자리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말은 잘하지만 중국말은 잘 할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니까 결국 한국밖에 갈 데가 없습니다. 왜 조선족은 열심히 한국에 오는데 같은 처지였던 고려인은 오지 않는가? 그 이유는 그들은 우리말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1938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를 하기 전에 스탈린은 고려인 지도자 3천명을 새벽에 불러내어 총살시켰습니다. 그 바람에 지도자들을 잃어버린 고려인 동포들은 중앙아시아에서 우리말을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못 오는 것입니다.
  지금 조선족사회는 소멸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농촌에 있는 조선족학교가 거의 다 문을 닫았고 동포들은 자녀들을 한족학교로 보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불법체류자라고 하여 추방당하면서 “내가 중국말을 못해서 이렇게 고생을 하는구나”하고 뼈저리게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 자식이라도 중국말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합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조선족에 대한 차별이 없습니다. 56개 소수민족 중 가장 우수합니다. 그래서 조선족이 우리말을 잃어버리면 그냥 한족사회에 동화되어 버립니다. 지금 연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바로 이것입니다. 엄청난 속도로 조선족이 한족으로 동화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1-20년이 지나면 조선족은 거의 다 한족과 다름없이 되어 버릴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조선족사회의 소멸을 결코 방치할 수 없습니다. 조선족이 통역역할을 했기 때문에 한국기업은 중국에 가서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13억 중국시장을 상대로 사업을 하며 먹고살아야 하는 우리로서는 이들 2백만 조선족동포들을 반드시 유지시켜야 합니다.  

 이들의 同化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동포들이 원하면 한국 영주권을 주고 나중에는 국적까지 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동포들은 악착같이 자기 자식에게 우리말을 가르칩니다. 나중에 자식이 한국사람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중국사람으로 살더라도 당당하게 살아갑니다. 마지막 도망갈 길이 있는 사람은 비굴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는 천부적인 권리이고 아무도 이 권리를 박탈할 수 없습니다. 동포들이 국적문제로 헌법소원을 냈으니까 앞으로 헌재가 판결하겠지만 이들은 1948년 국적에 관한 조례와 1949년 제헌헌법에 의해 우리나라 국민이 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한번도 한국국적을 포기한 적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이중국적자로 간주하고 이들에게 국적선택의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이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는 바로 중국정부가 일제시대에 동남아로 간 화교들에게 준 권리입니다. 동남아에서 중국국적을 가지고 살든지 혹은 아예 중국으로 돌아와 살 수 있게 했습니다. 중국은 1958년에 북한출신 조선족에게도 중국에서 북한국적으로 살든지 혹은 북한에 돌아가 살수 있게 했습니다. 중국은 또 일본과 수교를 맺으면서 일본계 중국인의 일본귀환을 허용했습니다.

동북아의 모든 해외거주자가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를 누렸지만 유독 남한출신 조선족만 이 권리를 부정당했습니다. 조선족에게 한국국적을 부여하는 것을 중국정부가 반대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정부가 속으로 싫어할 수는 있어도 절대로 이를 반대할 수 없습니다. 그 권리는 바로 중국정부가 중국화교들에게 준 천부적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들에게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를 주는 것은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일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감소하는 국가 중의 하나입니다. 점점 더 고령화사회가 되고 노동인구가 줄면 외국의 노동인구를 들여와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핏줄인 동포들부터 오는 것이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입니다. 그래서 3D업종의 인력난을 해결해야 합니다.

한국국적을 취득한 조선족 젊은이들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에 가서 일자리를 얻습니다. 또 동포들은 늙어서 노동력을 상실하면 중국으로 돌아갑니다. 중국의 물가가 훨씬 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들에게 국적을 주어도 우리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이들에게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를 주면 중국 조선족사회가 더 빨리 붕괴된다는 염려가 있습니다. 그러나 붕괴를 막기 위해 이들의 귀국을 막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한편으로 귀국의 자유를 주고, 다른 한편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살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동포들이 한국에 와서 기술을 배울 수 있게 하면 대부분 중국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중국은 지금 욱일승천하는 기회의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또 절박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영주권을 단계적으로 주어도 됩니다.


2. 이제는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가 단계적으로 허용되어야 합니다.

  최근 동포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를 보면 국내 체류동포의 약 46%가 고향에서 살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작년에 시행된 모든 여론조사에서 동포들이 원하면 한국국적을 주어야 한다는 한국민의 의견이 73%에 달했습니다. 한국민 사이에도 이 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 셈입니다.

  물론 우리는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를 한꺼번에 줄 수는 없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만일 이 권리를 전면적으로 부여하면 쏟아 들어오는 동포들을 한국사회가 감당할 수 없게 되고 중국 조선족사회의 붕괴에 대한 염려도 커질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정부로서는 중국정부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단계적으로라도 이 권리를 동포들에게 돌려주는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요즈음 매일매일 수많은 동포들이 체포, 추방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불법체류자 근절방침을 명확히 하면서 내년 말까지 불법체류자를 17만명에서 7만명까지 줄이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앞으로도 불법체류하는 조선족 동포들 4 - 5 만명은 붙잡혀 중국으로 강제 송환되어야 합니다. 이로 인한 동포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불법체류를 합법으로 전환시키려는 정부 방침을 반대할 수도 없습니다. 불법체류가 완전히 근절되어야 합법적인 자유왕래의 길이 열리고 조선족 동포사회에 희망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불법체류를 근절정책만 있을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귀국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 도저히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인도적인 배려 정책,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를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정책, 현행제도를 잘 수정보완해서 보다 많은 동포들이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3. 따라서 우리는 국적법 개정을 통해 다음 두가지 사안이 해결될 수 있기를 청원합니다.

(1) 자식이 국제결혼으로 한국국적을 취득한 경우 그 부모가 한국에서 자식과 함께 살 수 있어야 합니다.  

  중국은 한족의 경우 1명의 자녀를, 소수민족의 경우 2명의 자녀를 허용하였으나 실제로는 소수민족도 자녀가 1명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연로하게 되면 한국으로 시집간 딸이 늙으신 고향부모를 모셔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제도로는 딸이 부모를 모실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식이 부모를 초청해서 함께 살지만 부모는 체류기간을 연장할 수 없어 불법체류자가 된 가정이 많습니다. 이 모든 분들은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가 있는 분들입니다. 또 고향으로 올 방법이 없어 딸을 한국으로 시집가도록 하는 방법을 택한 가정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한국인이 된 딸의 부모부터 한국국적 혹은 영주권을 주어야 합니다.  

(2)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적 제약이 국적취득을 가로 막아서는 안 됩니다.

  조선족동포들이 불법체류자가 되는 이유는 정부가 동포들에게 합법체류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한국국민이 되어야 할 사람을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국적취득을 막는 것은 하찮은 이유로 중대한 권리를 제약하는 일입니다. 이 점은 또한 동포들이 헌법소원을 통해 문제제기하고 있는 사안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이 국적취득이나 동반취득에 장애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2004년 11월 25일

서울조선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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