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 칼럼>

중국 당국이 신년전야인 12월 29일 마약 밀매 혐의로 체포된 영국인 아크말 샤이크(53)를 사형에 처하였다. 이에 그동안 선처를 호소하던 영국 정부가 강하게 비난하는 등 이는 신년 맞는  세계가 주목하는 뉴스로 떠올랐다.

사건 전말은 대략 이러하다.

영국인 아크말 샤이크는 2007년 헤로인 4㎏을 소지한 혐의로 중국 우루무치에서 체포되었다. 중국정부는 강력하게 그를 사형에 언도했다.  사형에 앞서 영국 정부는 지난 6개월간 고위 당국자 접촉을 통해 10차례에 걸쳐 사형 판결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으며, 샤이크의 사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뒤에도 영국 브라운 총리가 직접 나서 우려를 나타내는 서한을 중국에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은 물러서지 않았다. 중국은 (마약 범죄) 억제를 위해 사형집행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면서, 샤이크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영국측 주장도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일축해 버렸다. 이리하여 샤이크는 58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에서 사형에 처해진 유럽인이 되었다

이  중국의 강경한 태도에서 마약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함께 또 한가지, 지울 수 없는 역사의 수난이었던 아편전쟁을 자연히 떠올리게 한다.

아편전쟁은 중국의 청제국말기인 1840년부터 1842년까지 영국과 벌린 전쟁을 말한다. 당시 영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만회하려고 인도에서 아편을 재배해 중국에 날라다 팔았다. 이에  청나라는 국력퇴하와 국민건강을 위하여  이를 단속하기에 이르렀다.

 1839년 중국은 지방관 임측서를 흠차대신(欽差大臣)으로 발탁되어 광둥[廣東]의 아편무역의 단속을 실행했다. 임측서는 영국 상인들이 소유한 아편을 몰수하여 2만여 상자를 불태우고, 아편상인들을 국외로 추방하는 등 강경 수단을 써서 아편밀수를 막았다.

전부터 중국의 개항(開港)과 자유무역 실현의 기회를 노리던 영국은 이 때라, "자국 상인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아편전쟁을 일으켰다. 3년간 전쟁에서 청나라군은 현대적 군함과 총포로 무장한 영국군을 막을 수 없었다. 중국은 처참하게 당하고 말았다. 전쟁 결과 영국군의 사망, 부상자가 520명인데 비해, 청군의 사상자는 약 40배에 달하는 2만 명에 이르렀다.

 

▲ 중영아편전쟁후 담판석 포스터 - 떠오는 중국, 영국에 호령하다

 

그리고 패배한 청정부는 “난징 조약”(南京條約-1842년 8월)에 머리를 조아리고  광저우, 샤먼, 푸저우, 닝보, 상하이 등 항구 5개를 영국에 개방했고 홍콩을 영국에 넘겼고 배상금 1800만 달러를 내놓는 수모를 당하였다. 이 전쟁 패배를 시작으로 중국은 이후 100년 동안 서양에 유린당하는 굴욕적인 역사를 이어갔다.  이는 수천년 문명사를 자랑하던 중화의 국력과 자존심이 영국에 의해 여지없이 무너지는 첫 사례의 역사 기록이였다.

160여년이 지난 오늘, 이번 마약사건 취급에서 중국이 이처럼 매몰찰 정도로 영국의 요청을 거절한 데는 역사적 배경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주영국 중국대사관도 이 사건과 관련해 “중국은 마약에 쓰라린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의 영문판 ‘글로벌 타임스’는 최근 “아편전쟁의 어두운 기억이 떠 오른다”라고 전했다. "160여 년 전 중국의 아편 단속을 이유로 전쟁을 벌여 중국의 몰락을 촉발한 영국에 대한 ‘중국의 복수’라는 뉘앙스가 풍기는 대목이다."

이런 잠재의식이 작동했는지 중국의 누리꾼들의 99%가 이번 사건의 “사형 정당”을 옹호하고 나섰다. 
 
중국은 요앞서 1997년7월1일자로 영국으로부터 홍콩을 되찾아 왔다. 160여년전의 쓰라린 과거사를 회억하듯, 아니면 되풀이 하지않겠다는 뜻으로 선지 거창한 "홍콩반환기념비"를 세웠다.

이런 쓰라린 역사를 안고있는 중국은 마약문제를 매우 엄격하게 처리한다. 마약범에게는 사형도 가차 없이 선고되고 있다. 

현재 중국엔 마약범죄 관련 11명을 포함해 모두 15명이 사형 집행유예로 복역 중이라 한다.
최근 연변조선족자치주 주중급인민법원의 소개에 따르면 "연변은 독특한 지리적위치로 말미암아 마약밀매범죄가 날로 만연되는 추세"라고 한다. 올해 연변조선족자치주 중급인민법원에서 수리한 1심사건 중에서 마약관련범죄사건이 52.5%달하고 매년 증가속도가 20%에 달한다고 한다. 그외 2001년에 한국인 한명이  마약범죄로 중국에서 사형된바 있다. 우리 동포들에게도 주의를 야기시키는 대목이다.

이번 사건도 100년전 같았으면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는 달라졌다. 식민지화가 정당화 되던 시대는 갔다. 중국은 드디어 강력한 국력을 가진 나라로 일어섰다. 이전처럼 당하고만 있지 않는 나라임을 증명하려 한다.  마약범죄와 전쟁이란 이 치욕적 역사 사건은 사람들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겨 때론 이렇게 역사를 되 씹어보는 현실을 낳기도 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인간 세상인가보다.

[저작권자(c) 동북아신문(www.dbanews.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