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용선 정선아리랑연구소장 『러시아 고려인 아리랑 연구』발간

고려인 아리랑 전승 양상과 다양성, 아리랑의 사회적 역할 규명

 

 

▲ 러시아고려인아리랑연구표지
19세기 말 간난신고(艱難辛苦)와 굶주림에 시달린 삶을 벗어나고자 러시아로 이주해 고난 가득한 삶을 살아온 우리 민족인 러시아 극동지역의 ‘고려인’이 부르는 아리랑을 집대성한 『러시아 고려인 아리랑 연구』가 발간되었다.

 

정선아리랑문화재단이 사라져가는 해외동포 아리랑 자료의 집대성을 위해 펴낸 이 책은 정선아리랑연구소 진용선 소장(문화체육관광부 아리랑세계화추진위원)이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러시아 극동지방인 연해주는 물론 사할린의 고려인 1세대와 2세대, 3세대로부터 채록하고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저술한 430 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이다.

양장본으로 발간된 이 책은 러시아 아리랑 선행연구 현황과 함께 우리 민족의 러시아 극동지역 이주역사, 소인예술단과 아리랑의 전승아리랑의 시대 구분, 고려인 아리랑의 양상과 갈래, 아리랑에 대한 인식, 아리랑의 장르 확산, 아리랑이 갖는 사회적 의미 등 모두 7장과 화보, 채록 자료와 문헌자료를 부록으로 수록했다.

이 책에는 우리 민족이 1800년대 후반부터 러시아 땅에 이주하기 시작해 고려인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면서 혁명과 내전, 스탈린에 의한 강제이주와 탄압,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의 연해주 재이주 등 수난을 거치며 현재까지 전승되는 아리랑을 전통민요, 대중가요, 자생민요로 구분해 특징과 전승 기반, 양상을 조명하고 있다. 또한 고려인들 스스로가 다른 민족과 구분 짓는 노래라고 규정하는 아리랑이 어떤 변화와 발전의 과정을 거쳐 성장했고, 어떤 장르에 영향을 주었으며, 고려인들에게 어떠한 의미와 사회적 기능을 갖는가 하는 문제를 채록 자료와 설문조사 등 10여년이 넘게 조사한 폭넓은 예증 자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중앙아시아로의 강제이주 이전까지 아리랑의 전승 매체 역할을 한 선봉 신문 등의 언론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한 소인예술단, 1950년대 초 사할린을 중심으로 활동한 고려악단 등의 소인예술단의 활동과 아리랑 레퍼토리 등을 자세하게 정리해 이들이 고려인 아리랑의 전승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밝히고 있다.

특히 부록으로 실린 채록 자료 편에는 진용선 소장이 그동안 연해주와 하바롭스크주, 사할린주 등지에서 고려인 1,2,3세대를 대상으로 채록한 15종의 아리랑 1백여 수를 가창자 정보와 함께 실었고, 문헌자료 편에서는 1950년대 사할린을 중심으로 활동한 소인예술단인 고려악단의 아리랑 대본과 낭독본, 고려인의 문헌 속에서 찾은 아리랑 가사를 수록했다. 부록과 함께 화보로 담은 고려인들의 옛 모습이 담긴 사진과 엽서 등은 러시아 고려인 아리랑의 기록 자료로도 손색이 없다.

현재 러시아를 비롯한 CIS(독립국가연합)지역인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키즈스탄, 우크라이나 등에 약 54만여 명의 고려인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연해주, 하바롭스크주, 사할린주 등 극동지방에 대략 10만 명 가까이가 살고 있다.

이들 고려인들은 1917년 이후 혁명과 내전의 와중에서 신한촌사건, 자유시사변 등 비극적인 사건을 겪어야했으며, 1937년에는 스탈린에 의해 18만 명에 이르는 한인들이 세계 역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야만적인 강제이주를 당하고, 강제이주에 대한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이주에 앞서 비밀리에 체포된 고려인 지식인들과 군 장교 등 2500여명은 영문도 모른 채 학살당하기도 했다. 연해주에서 쫓겨난 중앙아시아의 고려인들은 내전과 민족주의를 피해 최근 다시 연해주로 재이주하고 있는 추세다. 고려인들은 고난의 역사를 거치는 동안 시름과 눈물을 담아 아리랑을 불렀으며, 지난한 세월을 민요 아리랑에 담아 표현해왔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아리랑이 고려인의 이산과 정체성에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연구서로 평가를 받는다.

해외동포 아리랑을 집대성하기 위해 정선아리랑문화재단에서 3년차 사업으로 시행하는 해외동포 아리랑 학술조사를 수행중인 정선아리랑연구소에서는 지난 2008년에 1권으로 『중국 조선족 아리랑 연구』를 발간한데 이어 2010년에는 일본 재일동포들의 아리랑을 조사해 연구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진용선 정선아리랑연구소장은 “어느 이산(離散)인들 통한(痛恨)이 아닌 것은 없지만, 러시아 땅에 사는 고려인들이 부르는 노래가 동토(凍土)에서 눈물겹도록 지켜온 아리랑이기에 더 가슴이 저며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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