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농촌에서 교편을 잡고있을 때였다

어느해 늦봄이 거의다 지나가고 바야흐로 철따라 찾아온 여름이 산과들에 푸른옷을 갈아 입히며 서둘러 교체할 준비에 서두르는데 어데가서 헛돌다가 그제야 청제비 한쌍이 찾아와서 며칠동안 우리집 처마밑을 번갈아 수없이 날아예며 고찰을 하는것 같더니 전선줄에 가지런히 내려앉아서 한참동안 무어라고 알아 들을수 없는 말로 저들끼리 지지배배 서로 상론 한후 이내 서둘러 집을짓기 시작했다

어데가서 벼짚 오래기나 검불을 흥건히 젖은 흙탕에 버무려 물고와서 쉴새없이 차곡차곡 쌓아갔다 한참동안 마당의 저쪽켠에 멀찍히 숨어서서 살펴보니 잠간새에 적지않게 집테두리를 만들어 갔다 보아하니 수컷과 암컷이 어기치기로 날라 들이는데 한시간새에 적어도 몇백번은 오가는것 같았다

첫날엔 삼분의 일쯤 완성하고는 일손을 거두고 어데론가 날아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 그냥 쌓아가면 젖은흙이 무게를 감당못해 땅에 떨어질가봐 념려되여 작업을 그만두는 모양이였다 그러고 보니 아무것도 모르는것 같은 날짐승도 그만한 간단한 도리쯤은 알고있는 모양이다.

이튿날 늦으막해서 아침을 먹고 나가보니 벌써 제비들이 날아와 집짓기 작업을 벌리고 있었다.

학교에 갔다가 점심에 돌아와 살펴보니 또 어제만큼 집을 짓고 제비들은 어데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사흩날 나흩날 이틀간은 큰비가 퍼부어 일이 제대로 진척되지 못해서 닷새만에 겨우 집짓기를 끝낸 제비들은 보금자리에 보드라운 새털이나 검불들을 물어들여 알날 준비를 해갔다
학교일이 눈코뜰새 없이 바빠서 제비둥질 까맣게 잊고 한달을 뛰여 다니다가 어느날 갑자기 살펴보니 어느새에 귀여운 제비새끼 다섯마리가 까나서 둥지에 모록이 모여앉아 큰제비가 벌레를 물고 날아오면 노란부리 짝벌리고 서로제가 받아 먹겠다고 짹짹 거리는게 여간 귀여웁지 않았다 아직 털이 돋지않아 빨간 몸둥이가 볼성사나 웠지만 그렇다고 밉지는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무렵 학교에서 퇴근해 돌아온 나는 불현듯 놀라운 눈앞의 광경에 어쩔줄을 몰라 헤덤비였다 글쎄 살모사 한마리가 지붕우에서 몸을 늘궈 대가리를 제비 둥지에 가까이 바투 다가가고 있지 않는가 다급히 사방을 둘러보니 마침 기다란 장대가 얼핏눈에 띄였다 다급히 뛰여가 두손으로 그걸잡고 뱀을 끝머리에 걸어서 땅에 끌어 내렸다 잔뜩 성이난 살모사가 땅에서 한자가량 대가리를 꿋꿋이 쳐들고 나를 향해 빨간 혀를 날름 거리며 덮쳐들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저으기 겁났지만 불쌍한 제비 새끼들을 잡아 먹으려던 방금전의 일이 눈앞에 떠오르자 용감히 맞서서 싸워 나갔다 한참동안 씨앙이질 하다가 마침내 장대로 뱀의 대가리를 억눌렀다 기다란 몸을 잔뜩꼬아 막대기에 감고서 마지막 발악을 해가는 뱀도 만만치 않았으나 한치의 양보도 하지않고 두손에 힘을 주어 대가리를 짓이갰다.

십오분쯤 지나서 드디여 독사를 완전히 진압했다 대가린 박살나도 몸은 아직 살아 꿈지럭 거리는 뱀을 보며 승리감에 마음이 뿌듯해 났다 평시엔 길을 걷다가 개미가 지나가도 밟아 죽일가봐 에돌아 다니던 내가 난생처음 살상하고 얼마간 당황하기도 해서 이마에는 구슬땀이 흥건히 내 돋았고 온몸이 물자루가 되여 버렸다 하지만 불쌍한 어린 목숨 네개를 살려 냈다는 자호감에 마음이 흐뭇해 났다.

전선줄에 앉아서 숨가삐 울어대던 어미 제비들은 이 모든걸 자초지정 다 보아온지라 마당가를 날아예며 무어라고 감사를 드렸다.

그후로는 별탈없이 제비들이 새끼를 돌보며 한여름을 보내였다 보송한 털이 자라나 보기좋은 새끼 제비들은 날따라 몰라보게 무럭 무럭 커갔다.

가을에 잡아 들면서 새끼 제비들은 신통히 어미를 닮아갔다 턱밑에 짙은 자주빛 털이며 기름칠을 한것처럼 가마 반들한 깃털이며 어느모로 살펴보나 나무릴데가 었었다.

가을이 점차깊어 가면서 제비 새끼들이 나는 련습을 해갔다 에미와 애비가 번갈아 가면서 쉴새없이 꾸준히 가르쳤다 나는 그들의 의력에 저으기 놀랐다 처음엔 겨우 서너메터 날아서 백양나무 가지에 내리던것이 날이감에 따라 갈수록 멀리 날아 다녔다 그들의 의도를 알것 같았다 여기서 강남까지 날아 가려면 몇천리 하늘을 주름잡아야 할가 중도에서 대오를 떨어지면 곧 죽음을 의한다 살아 남으려면 오로지 강철같이 억센 나래를 련마 하는길 뿐이다 제비들은 본능적으로 이런 도리를 알고 있는 모양이였다 철새는 꼭 일년에 두번씩 장거리 려행을 해야한다 봄에는 강남에서 여기로 날아와서 후대를 번식하고 가을에는 다시 강남에 돌아가서 추운 겨울을 난다.

나는 길림성 연길시에서 비둘기를 자래운적이 있다 비둘기는 대개 한달에 한번씩 알을 낳아 까는데 가장 추운 동북의 겨울에는 령하 이십도가 넘는데도 역시 그냥 번식한다 그 빨간 몸뚱이로 그까짓 어미의 품속 온도속에 어떻게 살아 남는지 도무지 믿겨지지 않았다 자연의 섭리는 너무나 묘한 것이여서 어떤건 불가사의 해 보이지만 사람이나 동식물이 타고난 본능은 실로 섬세하고 미묘하다 적자생존 불적자 도태라는 랭혹한 엄률을 고스란히 지켜가면 살아 남는다 공룡이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춘 사실에서 우리는 교훈을 잘 섭취해야 한다 지금 지구는 인류로 인해서 생태 평형이 엄중히 파괴되여 심하게 기침하며 앓고있다 공기중에 날따라 불어가는 이산화 탄소로 말미암아 북국의 얼음산이 서서히 풀리면서 이상기후가 자연 재해를 몰아온다 그것은 자연이 인류에게 보내는 위험 신호이며 경고이다 적절한 조치를 제때에 대지 않으면 엄중한 후과를 초래할건 뻔한 일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혹심한 물부족,기아에 허덕이는 현상은 갈수록 가중해 질것이며 예고없이 빈번히 발생하는 지진이며 난데없는 해일이며 지어는 대소한 가리에 천둥이 울부짖고 소낙비��억수로 쏟아붓는 괴상한 일까지 발생한다 이모든것의 진짜 죄인은 인류 본신이다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아무때건 멸망을 면치 못할것이다.

날씨가 제법 매짜오자 어느날 제비들은 전선줄에 까맣게 무리지어 앉아서 강남갈 일을 토론하는것 같았다 온마을의 제비들이 몽땅 참가한 이 대회는 그들에겐 아주 중요한 일이였으리라.

얼마후 에미와 새끼를 구분해 보기 어려운 우리집 제비 여섯마리가 작별인사를 했다 마당가를 여러고패 빙빙 날아예며 빽빽 소리를 지르더니 푸른 창공에 아득히 솟아올라 사라졌다 어쩐지 사이좋게 지내던 이웃이 갑자기 이사를 떠나 갔을 때처럼 마음의 한구석이 텅 비여왔다
나는 제비들이 사라진 먼 하늘을 오래도록 하염없이 쳐다보며 속으로 혼자 말했다.

잘 가거라 그리고 명년봄에 또다시 찾아와서 새끼들을 키우며 행복하게 살다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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