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게 폭행당해 실명,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해
정씨의 어머니 한국에 살 수 있도록 선처해야

"같은 민족이라 믿었는데 중국동포란 이유만으로 이렇게 당하고 나니 억울하고 정말 화가 납니다"

중국동포 유학생 정진호씨(가명,26?홍대 미대 대학원 시각디자인과 1년 재학 중)에게 커다란 불행이 닥치게 된 건 불과 두 달 전 일이었다.

 10월 30일, 정씨는 집 근처에서 친구와 저녁을 먹고 기분 좋은 마음에 중국에서 잠시 다니러 온 사촌동생을 불러내었고 친구와 함께 동생을 만나러 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만취한 상태로 술집에서 나오는 남자 셋 중 한 사람과 어깨를 부딪히게 되었고 이것이 불행의 발단이 되었다.

 일부러 부딪힌 것 같은 느낌에 정씨는 기분은 나빴지만 미안하다며 먼저 사과를 했다. 그러나 일행은 다짜고짜 정씨와 친구에게 욕을 하기 시작했고, 정씨의 친구를 때리기까지 했다. 길 한가운데에서 시비가 붙게 되자 정씨는 더 크게 일을 만들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친구와 그 일행을 옆에 있던 주차장으로 데리고 가 화해를 청했고, 만나기로 한 사촌동생까지 오자 남자 일행도 정씨의 말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듯 했다.

 그러나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촌동생을 먼저 보내고 주차장을 나오는 정씨가 중국동포임을 눈치챈 남자 일행은 정씨와 친구 뒤에서 중국동포들을 비하하는 심한 욕설과 죽이겠다는 협박을 해대며 깬 술병과 각목을 들고 쫓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씨는 걷고 있다가 갑자기 자신의 손을 잡고 도망가는 친구 때문에 어리둥절했고, 뒤를 돌아보려다 넘어지고 말았다. 쫓아오던 남자 일행은 넘어진 정씨를 둘러싸고 각목으로 때리기 시작했고, 정씨는 바닥에 엎드린 채 맞을 수 밖에 없었다.

 이 광경을 목격하던 주위의 중국동포들이 그 일행을 말렸지만, 일행은 그 동포들까지 때리며 폭생을 멈출 줄 몰랐다. 그러던 순간 일행이 갑자기 폭행을 멈춰졌고, 폭행이 멈추자 엎드려 있던 정씨가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각목은 정씨의 왼쪽 눈을 강타했고, 안구 전체가 터져버린 정씨는 그 자리에서 실신하고 말았다.

 현재 정씨는 왼쪽 눈을 완전히 실명한 상태이며, 정씨의 어머니 노현희(54)가 중국에서의 일도 그만두고 한국에 입국해 정씨를 보살피고 있다.  어머니 노씨는 "여지껏 성실하고 착하게 지내온 아들에게 이런 일이 생기다니 믿기지가 않는다"며, "시각디자인 전공은 눈이 생명인데 한쪽눈을 잃었으니 이제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닦아냈다.

 안구 전체가 손상되었기 때문에 이식조차 불가능한 정씨는 1천 만원이 넘는 치료비가 들었으나, 가해자에게 피해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해 여기저기 빌린 돈으로 2차 수술까지 마치고 3차 수술을 남겨놓고 있으며, 만취상태에서 저질러진 일이라는 이유로 가해자 처벌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정씨의 어머니는 거액의 치료비와 아들의 삶을 생각하면 앞이 캄캄하고 한국인이 너무나 밉고 억울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정씨의 동료들과 교수님들이 직접 찾아와 사랑의 손길을 보내는 등 치료비 뿐 만 아니라 이들에게 많은 위로가 되고 있어 처음에는 아들을 이렇게 만든 한국인들이 정말 원망스러웠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도와준 불들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냈다.

 비록 한쪽 눈은 잃었지만, 다시 희망을 갖고 한국에서 열심히 공부해 박사 학위까지 취득하고 싶다는 정씨는 이제 혼자서는 생활이 매우 불편한 상태이며, 어머니 노씨가 한국에서 이러한 정씨를 보살펴야 하는 상황이지만 노씨는 두 달 후면 체류기간이 완료되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이들 모자는 걱정이 태산이다.

 서울조선족교회는 정씨의 소식을 듣고, 정씨가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닐 수 있게 하고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법무부의 호소, 노씨의 체류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정씨에게 크나큰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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