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철(두레공동체운동 동북아본부장)

생태문명운동은 넓게는 기후변화문제.에너지문제.식량문제해결운동으로 좁게는 먹거리중심의 생명농업운동,생태건축운동,자연보호운동등 다양한 형태의 운동으로 전개되고 있다.여기서 필자는 "생태마을과 슬로시티(생태도시)운동"이 생태문명운동 제부문의 유기성과 집합성을 가장 많이 담보한다고 생각하여 이부분을 언급해보고자한다.

 필자는 10여년전 두레공동체운동 중국본부장 자격으로 “동아시아 그린르네상스운동”이라는 화두를 가지고,북경에서는 중앙민족대학교 아.태경제문화연구소를 중심으로 친환경농업과 녹색산업 국제심포지움을 개최해왔다.이후에는 연변의 장백산맥골짜기 연화촌 130만여평을 産-學-住-休-文이 일체화되는 에코폴리스(ECO-POLIS,생태문명촌)로 조성하는 일과 함께 동북3성의 조선족마을을 중심으로 오리농법등 생태농업을 중심으로한 생태마을 조성 프로젝트를 수행한바 있다.북한에도 이러한 접근을 시도하였으나 당장의 기아문제해결이 선결적과제였으므로, 식량지원과 농기구지원사업에 집중하고 생태농업과 생태마을조성 프로젝트는 후일로 미루어야했다.

 이시기에 서구의 학문영역에서는 생태학이 메타학문이 되어가고 있었고, 한국에서는 환경운동연합,녹색연합,정농회,전국귀농운동본부,생명평화결사와같은 생태문명관련단체들이 등장하였다.

 이러한 운동들은 진화발전하여 유기농업운동과 지역공동체운동 그리고 귀농운동과같은 다양한 분야와 결합한 전국적 풀뿌리 생태마을운동으로 발전해나가고 있으며,나아가 민관협력의 제3섹터방식에 의한 “친환경 전원마을”조성프로젝트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유럽의 소도시에서 시작한 “슬로푸드(slowfood)기반 슬로시티운동”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있다.이 운동은 패스트푸드(fast food)에 대한 거부로 시작된 슬로푸드운동(Slow Food movement 발효식문화운동)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슬로시티 국제연맹은 1999년 슬로푸드 운동을 주도하던 이탈리아의 그레베인 키안티, 포시타노, 오르비에토, 브라 등 4개 도시 시장이 모여 슬로시티 선언을 하면서 운동의 확산과 참여도시 인증을 위해 결성된 운동이다.

 결국 지역의 발전상을 전통의 보존, 지역민 중심, 생태주의 등 이른바 ‘느림의 철학’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도시를 뜻하는 말이다.

속도를 중시하는 현대 사회에서 '슬로시티(slowcity)'를 중심으로 하는 '느림의 문화'는 언뜻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슬로시티'가 지향하는 느림이란,그저 속도를 늦추자는 게 아니고 삶의 방향을 바꾸자는 문명전환운동이다. 이운동은 인간 사회의 진정한 발전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자연과 전통문화를 보호하려는 운동에서 비롯되었다.

 슬로시티(생태도시)운동의 출발점은 슬로푸드(slow food)와 느리게 살기(slow movement)로부터 출발하였는데, 이를 구현하기 위한 5가지 핵심 항목은 ①철저한 자연생태 보호 ②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 ③제철의 식재료로 만든 슬로푸드 ④우리가 정말 잘하는 것의 가치를 지키는 특산품·공예품 보호 ⑤지역민의 적극적인 참여 등이다.

 그리고 이를 보다 구체화한 슬로 시티(Slow city)의 필수 조건은, a)인구 5만 명 이하 b)대체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 개발 c)마을광장의 네온사인 없애기 d)전통 수공업, 전통 조리법 장려 e)문화유산 지키기 f)차량통행 제한 g)자전거 도로 만들기 h)나무 심기 i)글로벌 브랜드세계 대형 상표의 대형 체인점 거부 j)패스트 푸드, 유전자 변형 음식 거부 k)외지인의 부동산 거래 금지 l)실외 자판기의 최소화이다.

 위와같은 문제의식과 출발배경을 가진 슬로시티는 1990년대 중반부터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에서 시작돼 유럽을 중심으로 연맹체가 결성돼 인구 5만 미만의 도시만 가입이 가능하며, 현재 17개국 123개 도시가 가입돼 있다. 한국에서는 신안ㆍ완도ㆍ장흥ㆍ담양ㆍ하동ㆍ예산군 등 6개 지자체가 가입해 있다(한국슬로시티 본부 사이트 참조 www.cittaslow.kr)

 최근 한국의 부산시가 대도시로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작은도시 연맹체인 '슬로시티 협력도시' 가입을 추진하고있다. '슬로시티 협력도시'는 작은 마을의 전통문화와 자연, 지역예술을 지키면서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슬로시티' 지정요건에는 맞지 않지만, 대도시이면서도 슬로시티 지역공동체운동의 철학과 이념을 시정에 반영하는 대도시를 말한다.

 부산시는 최근 '그린부산 선언'을 통해 천혜의 자연환경과 전통문화를 보존하면서 친환경기술을 활용한 동북아 중심의 첨단 해양관광도시로서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시 관계자는 "슬로시티 협력도시 가입이 확정되면 광역도시와 인근의 작은 도시들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한국일보 2009-11-01)

 위와같은 문제의식과 출발배경을 가지고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 운동은,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자는 게 아니다.느림과 빠름, 전통과 현대, 농촌과 도시, 아날로그와 디지털 간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느리지만 잘 해서(slowly but surely)"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나가자는 것이다.지역경제와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확하게 제시해주고 있고,"슬로시티문화기반 도시(지역)재창조전략"은 최근 한국사회의 키워드가 되고 있는 친환경 녹생성장, 지속가능한 발전방안과도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기도하다.

 과거 한국의 새마을 운동이 "잘살아보세!"라는 양(量)의 경제문화운동이었다면,슬로시티운동은 "제대로 살아보세!"라는 질(質)의 경제문화운동이다.몸의 복지뿐 아니라 마음의 복지(삶의 질)까지 챙겨야 진정한 선진국가가 될수있다는 관점에서,한국뿐만아니라 세계의 각도시는 "슬로시티(slowcity)문화기반 도시(지역)재창조"프로젝트를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면 "슬로시티(slowcity)문화기반 지역(도시)재창조전략은 어떠해야할까?

 우리가 살고있는 지역과 도시는 우리가 살기 이전 수십 세기에 걸쳐 살다 간 많은 선조들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다. 이러한 공간에 불과 1세기 남짓한 세월동안에 우리는 너무도 많은 칼질을 해왔다.

 소위 말해 근대화, 도시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수십세기에 걸쳐 축적된 공간의 질서를 훼손하였고 지금도 틈만 나면 손을 되려고 안달을 하는것이 현실이다.

슬로시티(slowcity)의 큰 취지는 우리역시 길어야 1백년도 않되는 세월을 살다가면서, 우리의 편의를 위해 후손들이 누려야할 자연환경을 너무 많이 훼손하고있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그냥 놔두자! Let it be 하자는 말이고,개발해야할 필요성이 있다면 "오래된 미래의 새길"을 내는 방식으로 하자는것이다.

 이것을 몇가지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1차적으로는 환경적인 문제다. 환경은 자연환경과 인공환경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는데, 가급적 자연환경을 원형을 보존하자. 그래도 않되면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다음은 인공건조물을 지을 때 자연환경을 고려하자는 것이다. 지역에 적합한 산업구조, 다시 말하면 주변 환경에 적합한 공장용도를 고려하자는 것이다. 뜬금 없이 산간지역에, 해안지역에 쇠공장이 들어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정주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요즘은 고향의 개념이 도시화로 인해 점점 희석되고 있기는 하지만, 고령화 될수록 장소에 대한 귀소본능은 강하기 때문에 그곳에 정주한 집단이 우선이 되는 도시환경개선 및 개발사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대략 개발사업의 미명하에 거대 자본 시장이 휩쓸고 간 뒤에는 장소에 대한 역사나 문화가 송두리째 빠져 나가기 때문이다. 이것은 도시공간의 질서차원에서 사회적 약자를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이란 용어보다는 가급적 "보존을 통한 오래된 미래의 창조"의 개념을 살리자는 것이다.

끝으로 도시환경과 삶의 질의 문제이다. 이것은 도시경관을 개선하고 지역의 환경을 고려한 물리적인 기반시설을 정비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다.


산책할 수 있는 녹지와 해변공원, 자전거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공간, 자동차의 소음과 매연에서 벗어난 교통 환경 만들기, 오랜 역사의 발자취를 탐색할 수 있는 도시, 맛난 음식이 유혹하는 도시를 만들자는것이다.

 미국사람들은 노년을 보내고 싶은 도시 1순위로 캘리포니아를 꼽는다고 한다. 아마 캘리포니아의 천혜의 해양성 기후와 휴양도시로 부각된 이미지가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우리도시의 미래 이미지는 공장의 갯수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이미지이다. 그것은 세계 어디서도 찾기 힘든 우리자신들이 살고있는 지역만이 가진 고유한 환경여건에서 찾아야 될 것이다.

 슬로시티로 인정받은 도시들은 선언을 시작으로 오히려 지역이 가진 환경적 여건과 전통적인 요소를 활용하여 주민 생활의 질적인 개선과 함께 고용율과 소득이 크게 높아졌다고 한다.지역의 경쟁력은 정작 외부와의 경쟁력이 아닌, 지역이 가진 내재적인 잠재력을 발굴 계승하고 창출하였을 때 가능하다는 시사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지역(도시)발전의 미래상은, 지역전통의 보존과 창조를 통해 찾으려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 시기에 있는 것 같다.

지금껏 슬로시티운동의 발생배경과 슬로시티 지역(도시)재창조전략을 알게되면, 지역(도시)재창조 프로젝트를 어떻게 할것인가에 대한 감이 나올것이다.그것은 산업화시대의 컨셉으로 만들어놓은 지역도시를 에코드림소사이어티(초록문명사회)의 컨셉으로 재창조하는 것이다.농촌문명사회를 업그레이드,레벨업 시킨 즉 "오래된 미래의 새길"인 에코드림쏘싸이어티(ECO-DREAM SOCIETY)의 컨셉으로 디자인하고 재창조해야할 것이다.

 여기서 초록문명사회란 필자의 개념정의로서 ‘있음직한 미래(likely futures)'로서의 드림소싸이어티와 ’바람직한 미래(desirable futures)‘로서의 에코 정치경제학이 결합한 사회상으로서,정보화.창조화 기반사회에 에코(생명평화의 정치경제학)가 결합하면서,지구생태계를 생명의 다양성,관계성,순환성의 원리로 재구조화시키며 꿈과 감성과 영성의 문화가 꽃피우는 사회를 일컫는다.

 이럴러면 슬로시티(slowcity)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중심의 인문학.디자인.생태건축.핸디크레프트.생활의과학.공동체놀이와 춤.잔치한마당.두레품앗이문화의 복원과 함께 첨단과학(인공지능컴퓨터.로봇기술/생물학.바이오과학/나노기술등)과도 결합해나가야할것이다.

인구5만이하의 소도시뿐만아니라 광역도시가 "슬로시티(slowcity)문화기반 도시재창조 프로젝트"를 추진하게되면,'슬로시티'의 철학과 이념에 걸맞는 도시가 재창조됨과 동시에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기대효과도 도출될것이라 생각된다.

 첫째로, 하이테크(high-tech)와 하이터치(high-touch)가 결합한 "첨단 융복합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상당규모의 "녹색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진다.이로써 소멸위기에 있는 수백가지의 문화다양성,생물종다양성,산업다양성을 담보하는 1인기업가형 녹색직업(핸디메이드 산업발전)과 전통장인직업들이 부활하게 됨으로서, 21기형 녹색 일자리가 창출되는 로칼 그린르네상스시대가 열리게 될것이다.

 둘째로, 향후 10~30년내로 도시의 흉물로 전락될 붕어빵 복제아파트.복제도시를 탈피하는 "공공-다양성 건축문화 구현"이 가능해진다."영혼없는 난개발과 역사의 흔적을 지우며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사육장 아파트도시"로부터 탈주가 시작될것이다.

 셋째로, 광역도시가 "슬로시티 철학과 문화기반의 도시재창조" 프로젝트를 가동하게 되면,광역도시-교외의 도농통합도시-농촌이 함께 연계발전하는 매크로전략(macro strategy)을 추진한다면,단순히 광역도시만의 발전이 아니라 도시와 농촌의 상생발전과 함께 해당국가전체를 새롭게 하는 리딩효과(leading effect)를 거두게 될것이다.

 지금 한국의 시민단체들은 “슬로시티(slowcity)문화기반 도시(지역)재창조”와같은 어젠더를 만들어 지방자치단체나 국회의원등 공직후보자들이 받아들이도록 견인하는 메니페스트운동을 기획추진중이다.

생명은 다양성,관계성,순환성을 그 본질로 한다.그런데 다양성,관계성,순환성이 파괴되며 획일성으로 치달을 때,생명은 질식되며 평화가 깨지게 된다.요한갈퉁은 평화운동을 전쟁과 분쟁을 방지하고 조정하는 소극적평화운동과 생명의 다양성,관계성,순환성을 회복시키고 살리는 적극적 평화운동으로 나눈바 있는데,오늘 우리가 논의하는 생태문명운동은 후자에 가까운 범주일 것이다.

 앞서 두레공동체운동과 연변두레마을은 장백산맥골짜기 연화촌지역 130만여평을 産-學-住-休-文이 일체화된 "다국적 다민족 생태문명공동체(ECO-POLIS)"를 꿈꾸며 구상실천해왔다.이러한 과정에서 발효식품인 조선전통장류를 중심으로 민족전통산업공동체마을을 추구하는 중국조선족민들레마을이 합류했다.이를 통하여 슬로푸드(slow food)와 느리게 살기(slow movement)를 출발점으로한 슬로시티운동(slowcity movement))운동의 출발배경과 맥락을 같이하며, 이러한 운동의 본격화를 시도해왔다.

 하지만 사마천이 <사기>에서 "참으로 곧은 길은 굽어보이며 길은 원래 꾸불 꾸불한것"이라고 갈파한것처럼,정작 실행과정에서는 많은 내부모순과 갈등속에서 우여곡절과 많은 한계를 노정하며 오늘에 이르렀다.이러한 가운데서도 “연변민들레생태문화예술절”과 “세계연변전통된장축제”가 제5회째,제3회째 이어오며, 연변자치주 관계자와 국내외 학자, 문화인, 기업인등 民과 官이 함께 손잡고 이러한 행사를 개최하게된것은 참으로 뜻깊은 일이라 하지않을 수 없다.아무튼 두레공동체운동과 연변두레마을은 앞서 언급한 초심을 잃지않고 정진하여,연변지역사회가 세계적인 슬로시티(slowcity)로 발전해나가도록 노력을 기울여나갈것이다.

 오늘의 이러한 국제심포지움을 모멘텀으로하여 국내외의 경험과 인식론적 공유,쉽고 현실적인것부터 또한 상호 호혜적이고 교집합이 되는것부터 실천적인 연대를 해나가야할것이다.이러한 연대가 해를 거듭할수록 그 성과는 축적되어나갈것이고, 오늘의 지구촌 인류가 바라마지않는 생태문명건설의 꿈은 영글어 나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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