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형 목사 칼럼

우리 동포들이 한국에서 살려면 한국의 관습과 법을 따라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그럼에도 동포들 가운데는 중국에서 하던 사회생활 습관과 방식대로 살다 보니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고, 심하면 법을 어겨 처벌을 받고 추방되기도 한다.

그래서 동포들의 행동 가운데 “이런 점은 고쳤으면…”하는 사례 몇 가지를 말해 보려한다.

교회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면 많은 동포들이 “나는 홍길동씨인데요.…”라고 자기를 소개하는데, 어떤 분은 자신에게 “분”이라는 호칭을 붙이기도 하고, 또 이름을 소개할 때 “홍자, 길자, 동자입니다.”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스스로를 높이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또 동포들 가운데는 스스로를 중국인이라고 소개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교회 홈페이지에, “조선족들은 한국에서 돈 벌어 살고 있으면서, 한국사회에 절대로 고맙다는 말도 안하고 오히려 중국인인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도 허다합니다.…”라는 한국사람의 불평의 글이 올라와 있었다.

중국 국적을 갖고 있기에 중국인이라고 소개하는 것은 어느 정도 봐 줄 수 있다. 그런데 교회를 찾아와서 스스로를 소개하면서 “저는 외국인인데요, 도움을 받으려고 찾아왔어요.”라고 한다. 그러면 ‘우리는 외국인을 돕지 않습니다. 다른 데 가서 알아보세요.“라고 대답한다. 그제야 그들은 자기가 동포라고 급히 말을 바꾼다.

동포들이 한국에서 스스로 중국인이라고 하고, 외국인이라고 하면 스스로 동포로서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외국인이면 다른 외국인과 같은 처우를 받지 동포로서 대접을 받지 못한다. 한국인들이 동포를 외국인이라고 하더라도 동포들은 스스로 동포라고 하면서 동포로서의 정체성을 주장해야 바른 처사가 될 것이다.

동포 사이는 어떤 일이 있어도 서로를 이해하고 돌봐주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예하면, 오랫동안 한국에서 불법 체류하던 동포가 불법체류자로 단속이 되어 추방을 당한 일이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를 시기한 동포가 경찰에 신고를 하였다는 것이다. 동포가 불법 체류하는 동포를 신고하여 추방당하도록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은 것을 보면서 나는 씁쓸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서로 감싸주고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하는 듯이 보여 가슴 아플 뿐이다.

한국에서 사는 동포들이 가장 먼저 버려야 할 생각 가운데 하나는 무엇이든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법을 저질러 도움을 청하러 오는 동포들이 한결 같이 하는 말은 “돈은 얼마든지 써도 좋으니 무조건 해결해 달라.”는 것이다. 아마 중국은 그렇게 돈을 쓰기만 하면 무엇이나 해결이 되는 나라인 것 같다.

그렇지만 한국은 중국과 달라 돈을 쓴다고 해결될 수 없는 일이 해결 되지 않는다. 해결이 되도록 되어 있는 것은 돈을 써서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돈을 쓸 필요 없이 정상적인 절차를 밟으면 되는 일에 여행사나 변호사에게 필요 이상으로 많은 돈을 써서 도움을 받고는 좋아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공인된 동포단체를 찾으면 돈을 쓰지 않고도 해결이 될 일인데 말이다.

재입국을 위해 출국한 동포가 사증발급을 받지 못해 도와 달라고 요청 해왔다. 사연을 알아본 즉, 중국에서 새로 발급받은 신분증의 이름 중 마지막 글자가 “七”이 아니라 “士”로 되어 있었고 그것을 그대로 제출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이름의 글자 한 자가 잘못되고, 생년월일의 숫자가 한 자만 잘못되어도, 다른 사람으로 취급한다. 결국 이 동포는 본의 아니게 위변조 신분증을 제출하였다는 이유로 재입국 사증을 발급받지 못하였다.

과거 한국에 입국한 사실이 있는 동포 한 사람이 영문 이름에 알파벳이 하나 빠진 이름으로 표현된 새로운 여권을 발급받고 입국하다 위조여권 사용자로 드러나 입국이 불허된 경우도 있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이름의 한문이나 영문 그리고 생년월일의 숫자 하나만 달라도 다른 사람으로 취급을 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동포들 가운데는 서로 주먹다짐을 하다 경찰에 입건되는 경우가 한국인에 비해 훨씬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 보통 시민들은 그냥 말로 입씨름이나 하지 거의 주먹다짐을 하지 않는다. 같이 주먹다짐을 하면 둘 다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또 동포들 가운데는 흉기를 들었다 처벌을 받는 경우 역시 한국인에 비해 훨씬 많았다. 술김에 칼을 들거나 병으로 사람을 내리치거나 각목 등으로 사람들 폭행하거나 또 여럿이 한 사람을 폭행하는 행위는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강력 폭력으로 처벌된다. 흉기를 든 폭력의 경우는 합의를 봐도 처벌이 따르도록 되어있다.

동포들 가운데는 10년 이상을 한국에 체류하였으나, 한국 사회에 전혀 동화되지 못하는 자들이 있다. 이들은 한국인과 어울려 지내지 못하고 자기들끼리 어울려 지내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한다. 실제로 조선족교회에 꾸준히 나온 동포들 가운데는 불법체류 동포가 거의 없는데 2006년 재입국 때 적극적으로 권장하여 재입국의 혜택을 받도록 했기 때문이다.

근자에 교회를 찾아와서 다시 재입국이 없느냐고 물어보는 동포들이 있다. 그런 동포들은 그저 돈 벌기에 급급해서 한국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살아온 것을 알게 된다. 그런 동포들에게 돈 버는 것도 좋지만 동포를 돕는 교회나 동포단체들과 접촉을 하면서 한국사회를 알면서 살아가라고 권하고 싶다. 동포들이 한국을 알고 한국 관습과 법대로 행동하며 한국사회에 적극 동화되는 것이야말로 동포와 한국을 위해 모두 유익한 길이다.

[저작권자(c) 동북아신문(www.dbanews.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