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면기박사는 지정학적 측면에서 중국 동북3성 지역을 동북아시아를 위한 미래공간으로 만들 필요성을 역설하는 가운데 중국의 도움을 이끌어내기 위해 이 지역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제기한다.(홍면기, 2006) 그는 동북활용론을 주장하며 이것이 중국에 대한 공세적 접근이 아니라 중국의 기대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새로운 관계맺기 임을 분명히 한다. 필자는 홍면기박사의 이러한 생각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 또한 그의 동북활용론이 동북3성이라는 중범위 지역을 대상으로 하였지만 내용적으로는 연변을 그 핵심 대상으로 하였다는 점에서 연변활용론으로 대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은 필자가 홍면기박사의 동북활용론을 연변활용론으로 대치하여 본인의 생각을 더해 재구성한 것이다.

연변활용론을 제기하는 배경은 세 가지다. 첫째, 연변은 지리적으로 북한과 맞닿아 있어 통일지정학적 측면에서 북한의 변화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교두보이다. 연변은 조선족동포들이 직접 북한과 접촉할 수 있는 접경지대일 뿐 아니라 한국사회가 북한과의 관계맺기를 꾀할 수 있는 우회로이다. 북한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의 미래를 가로막는 현실적 장애이다. 따라서 북한의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 하는 것은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이다. 따라서 북한이 하루빨리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국가로 나서도록 남한은 북한과의 직접 접촉은 물론 모든 방법을 동원해 설득하고 또 가능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연변은 바로 북한의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전초기지이다.

북한의 변화는 다양한 측면에서 추구되어야 한다. 정치 경제적 변화와 같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부문은 물론 북한주민들의 의식과 같이 보다 내면적인 부문에서의 변화도 포함된다. 연변지역의 지정학 및 지문화적 특성과 조선족동포들의 민족적 유대는 그동안 북한사회의 변화를 유도하는데 적지 않게 기여해 왔다. 그리고 조선족동포들의 이러한 역할은 통일과정 및 통일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연변을 통한 북한과 관계맺기의 유용성을 평가한다면 연변을 통한 북한접근은 물론 연변 자체에 대한 투자 역시 통일비용 차원에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연변에 사는 조선족동포들의 생활기반이 확충되어야 북한과의 관계맺기도 제대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 시 예상되는 동북아시아의 불안정을 예방 및 흡수하는 완충지대로 기능할 수 있다. 중국은 변경지역의 안정과 내지화를 통한 정치적 통합의 공고화 그리고 모국을 배후에 두고 있는 소수민족인 조선족사회의 동요 방지에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북한주민의 대량 탈북, 망명정부의 수립 기도 등을 예상할 수 있으며 이는 조선족사회의 동요와 분열, 북중국경지대의 치안교란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일을 야기할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이러한 사태는 결코 원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군사적으로 시위 또는 개입 등 다양한 대안을 선택할 것이다. 중국은 2004년 11월 경 증대하는 탈북자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국경지역에 10만 여명의 병력을 배치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한 바 있다. 한반도정세 역시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우리의 관할범위나 수습능력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우리문제를 다시 다른 나라에 의존하여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한국은 물론 중국도 이러한 상황을 원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연변지역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연변지역의 지정학적 및 지문화적 조건을 십분 활용하여 한국과 중국이 북한과 함께 3국간 협력체제를 형성해 이곳을 공존공영의 길을 모색하는 미래공간으로 만듦으로써 북한에서의 급변사태를 미연에 방지하여야 한다.

셋째, 동북아공동체 논의가 본격화 될 경우 연변지역은 역내 국가들을 연결하는 중심지역으로서 협력과 공영의 공간이 될 것이다. 중국 또한 최근 동북진흥계획을 수립해 동북지역 개발에 주력하고 있어 향후 지역발전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특히 연변지역은 한반도와 접경을 이루고 있는 것은 물론 러시아 및 일본과의 접근성도 용이하여 역내 정치환경의 변화에 따라 지정학적 가치는 크게 제고될 것이다. 한국의 입장에서 연변지역은 중국내륙 및 연해주 그리고 유라시아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를 거쳐 일본 태평양으로 나가는 거점이 될 것이다.

결국 연변은 남북한을 연계하는 매개자로, 남북한 및 북중간 갈등을 완화하는 완충지로, 또 한국과 중국 간의 교류협력을 지원하고 동북아시아공동체를 견인하는 안내자로 역할 하는 셈이다. 이러한 점에서 연변활용론은 결코 중국을 자극하기 위한 공세적 접근이 아니라 중국의 기대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연변활용론은 한국이 중국과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한 적극적 접근이다. 한국은 연변을 매개로 하여 북한은 물론 중국 동북지역의 안정적 개발을 지원함으로써 동북아시아시대를 견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는 2020년까지 소강(小康)사회 건설을 목표로 하여 주변지역의 정치적 안정을 중시하고 있는 중국의 국가전략과도 일치한다. 연변지역을 비정치적 공존공영의 미래공간으로 만듦으로써 한반도통일 이후 조선족동포들의 동요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동북지역의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한국의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이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참여는 일본과 미국의 자본을 끌어들이는 부수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교적으로 중국은 한국과 함께 북한을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으로 끌어내고 동북아시아시대를 주도적으로 견인함으로써 국가 위상과 영향력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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