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이란, 최근 중국이나 제3국을 경유해 한국에 입국하여 귀화한 탈북자를 한국 언론과 학계에서 주로 일컫는 말이다. 물론 그 명칭에 대한 통일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과 단체의 이념적 지향성이나 편의에 따라 탈북자·자유북한인·탈북난민 등으로 불린다. 흔히 새터민 정체성은 “통일 후 남북한 주민간의 사회문화적 통합을 준비하는 선발대”, “한국사회를 구성하고 함께 꾸려가는 동반자”로 인식되지만, 명의상만 한민족인 그들은 사회적 기시와 차별대상인 이주자·소수자로 취급받는 것이 한국사회 현실이다.

1990년대 중·후반 탈북자의 급증과 ‘북한 바로알기’ 캠페인이 진행되면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와 소통의 문화상대주의적 관점과 인식이 점차 한국사회에서 일반화되고 있다. 그동안 탈북자에 대한 한국정부의 정책도 다양한 변화를 거쳐 왔고,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대북정책의 변화와 함께 다양한 정체성을 갖는 새터민 존재는 민감한 화제로 재부상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한국에 입국한 새터민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현재 그 수가 1만 명에 이른다. 그들 중 대다수는 문화적인 차이와 이질감으로 한국사회에 바로 적응하지 못하면서, 빈민층으로 전락되어 빈궁한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공영방송 KBS(1)가 매주 월요일마다 방송하는 「남북의 창」은 새터민의 삶을 보도하고 있지만, 주로 한국사회에서 성공한 일부 ‘행운아’들의 이야기다. 귀화 후 한국사회에서 ‘한국인’으로 동화되는 과정에서 어렵게 생활하는 새터민의 빈곤한 생활을 간과되어 있다. 한국에서의 ‘한민족’으로서의 새터민 존재는 다양한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 귀순용사에서 현재의 새터민에 이르기까지 명칭변화를 비롯해 그들에 대한 정부와 민간차원의 인식과 대응도 천차만별이다.

탈냉전 초기 귀순한 탈북자들은 (남한)체제 우월성을 입증하는 ‘국가영웅’으로 대접받았다. 그 후 정부는 「북한이탈주민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일련의 지원정책을 실시했지만, 최근 정부지원이 많이 축소되었다. 따라서 새터민은 영세민 계층으로 새로 편입되면서, 한국사회의 빈민층으로서 생활난으로 인한 어려운 고통을 겪고 있다. 최근 새터민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점차 탈정치화되면서, 그 역할을 대신하기 시작한 한국 내 단체가 바로 교회이다.

한국 언론에서 묘사되는 새터민의 존재는 다문화시대의 민족구성원으로서의 한민족보다 ‘못사는 나라’에서 온 연민의 대상이거나 문명화가 덜 된 ‘시골뜨기’, 혹은 1960~70년대의 한국사회 순수미를 간직한 순박한 ‘형제자매’로 재현되기가 일쑤다. 이러한 새터민 위상에 대한 일방적이고 편협한 묘사는 한국사회에 특수하게 내재된 지배적 이데올로기와 가치관의 반영이다. 현재 한국 매스컴에 부각되는 새터민 형상은 한국에서 성공한 일부 ‘소수자’에 해당되며, 대다수 새터민은 이주민·소수자의 차별적 대상으로 고독한 삶에서 해탈되지 못하고 있다.

새터민들은 한국사회 정착과 ‘한국인 동화’를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사회에서 문화적 소수자의 정체성을 형성하며, 한민족이지만 ‘다름’의 내용과 경계를 재구성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최근의 언론에 보도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거리감을 적게 느끼는 ‘외국인 집단’으로 미국인·새터민·중국동포 순서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인의 대미(對美) 사대적 숭배와 새터민에 대한 차별적 시각 및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편 냉전시기 부동한 체제와 이념 하에 이질화된 한민족의 분단 비애를 절감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20세기 한반도의 한민족은 동고동락의 한겨레·동포이었지만 40~50년 냉전시대를 경유하면서, 이질화된 ‘한민족’으로 돌아온 새터민은 한국사회에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차별화와 문화적 서열화의 대상이 되었다. 대다수 새터민은 최하층 영세민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면서, ‘한민족’으로 동화되는 어려운 고통을 겪고 있다. 그들은 한국사회에서 소외된 소수자로 한국 속 ‘오리엔탈리즘’의 대상이며, 이 시대 행운아와 거리가 먼 타자에 속한다. 그것은 ‘진정한 한민족’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동화과정은 고독과 고통이 장시간 동반되기 때문이다.

현재 새터민이 한국사회에 동화되는 과정에서 겪는 고통과 심리적 갈등, 문화적 이질감·위화감을 극복해나가는 생활과정은 향후 한반도 ‘통일·축소판’으로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다문화사회에서 그들과 공생공존의 사회통합을 이뤄가는 것은 향후 ‘통일KOREA’에 주는 시사점과 의의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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