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해도 분통이 터진다"는..중국 동포여성 눈물의 하소연

 20년 전의 중학교 동창생 악몽의 전화, 고향에 아파트 한 채 사려던 꿈 깨지고, ‘장한평’ 소리만 들어도 신경이 곤두서 

‘돈벼락 기회’만나 때밀이로 번 밀어넣고, 400만원짜리 이불 세 채를 어떻게 하나, 연봉 수억원 동포? 확인불능의 미스터리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고 저는 중학교 동창생 때문에 피땀으로 번 돈을 구렁텅이에 밀어 넣고 말았습니다...’

4월1일 오전, 40대의 조선족 동포 박××여성(중국 연변)이 본지에 실린 ‘다단계 사기 중국동포 4700명 울렸다’(3월30일)란 기사를 읽고 서울 영등포구 동포거주지역에 자리잡은 흑룡강신문 한국지사를 찾아왔다.  

2000년 한국에 들어온 박 모는 몇년 후 한국 남성과 결혼, 그동안 줄곧 건설현장에서 조공으로 일하다가 2005년 사고로 척주수술을 두 번 받았다. 2년간 휴양하고 나서 다시 현장에 출근하였다.        

남편도 허약한 몸이라 2009년 8월 함께 중국에 들어가 한동안 보내기로 타산하고 항공권도 예약하였다. 출국에 앞서 병원에 검진을 갔던 남편이 간경화란 진단이 나와 중국행을 접고 말았다. 남편이 한달 간 입원치료를 마치고나자 박 모는 다시 현장 일을 시작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20여 년 동안 소식이 없던 중학교 동창생이 전화를 걸어왔다. 박 모가 척주수술을 받았다는 등의 내막을 자세히 알고 있다며 무작정 만나자고 했다. 박 모는 현장에서 몸을 뺄 수 없다며 사절했지만 연일 전화를 걸어와 약속 장소를 찾아갔다.

동창생은 만나자마자 ‘너는 몸도 불편하니 이젠 힘든 일 말고 쉽게 돈을 벌수 있는 기회를 잡으라’고 하였다. 박모는 이야기를 듣는 동안 ‘이건 아니다, 죽어도 못한다’며 자신에게 거듭 경종을 울렸다. 그동안 주변에서 다단계판매의 피해사연을 수없이 들어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동창생은 자기네 회사는 어마어마한 공탁금을 걸어 믿음직하다며 아무 걱정 말라는 얘기였다. 그리고는 주민등록증 복사본을 요구하여 자기가 대신 50만원을 입금시켰다.

집에 돌아온 박모는 아무리 생각을 굴려보아도 석연치 않아 50만원 날린 셈 하고 그 돈을 송금하겠다고 했으나 동창생의 거듭되는 ‘공세’를 막을 수 없었다.

한편 몸도 허약하여 현장일이 힘들었던 박모는 마침내 350만원을 투입하였다. 후에 동창생이 600만원을 대출해 넣어주었다.

박모는 여전히 불안한 가슴을 달래는 한편 투자금에 상당한 물건을 가져왔다.

동창생은 고정수당을 지급받으려면 하위판매자를 늘려야 한다고 역설하며,‘한국에 나와 있는 올케를 어떻게 주물러서라도 끌어들여라’고 독촉했다.

박모는 나중에 남동생부부를 동원해 1350만원, 남편 몰래 여동생과 남편이름으로 1350만원 투자하였다.

동창생은 처음부터 ‘남편과는 절대 말하지 말라, 사정을 모르니 무조건 반대할 수 있다’고 신신 당부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투자를 했어도 약속대로 수당이 나오지 않았으며 계속하여 하위판매자를 추천하라는 독촉이였다. 그야말로 ‘밑 빠진 항아리에 물 붓기"였다...

그러던 어느 날 사연을 알게 된 남편은 심한 충격으로 폭음을 시작하였다. 나중에 피를 토하여 입원치료를 했으나 지금도 중태라 한다.

박모가 다단계에 밀어 넣은 돈과 그동안 이곳에 ‘출근’하며 현장 일을 그만 두어 반년 남짓한 기간 아무런 소득이 없었으니 두루 손실이 수천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원체 허약한 몸인데다 반년 남짓하 기간 심한 정신적 타격으로 기력이 쇠진하여 지금은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되었다며, 고향에 자그마한 아파트를 사려던 꿈도 산산조각이 났다고 한다.

그동안 어려운 형편에도 중국에서 데려온 자기 딸애를 대학공부까지 시켜 준 남편한테 용서 못할 죄를 지었다며 박 모는 통탄하였다.

남편의 두달 간 병원비도 갚지 못하고, 지금은 생활비마저 동생들 신세를 져야 한다며 ‘내가 정말 귀신한테 홀렸다. 생각만 해도 치 떨리고 복통이 터진다. 동창생이라고 믿어준 내가 바보였다.’라며 참회와 통한의 눈물을 그칠 줄 몰랐다.

 

이날 동행한 윤씨 여인의 사정도 듣고 보니 한심할 뿐이었다.

10년 전 한국에 나온 윤씨는 2005년 자진신고기회에 귀국했다가 2006년 재입국하여 줄곧 목욕탕에서 때밀이를 하였다. 그런데 지난해 12월의 하루 함께 일하던 동포여성이 10여년 만나지 못한 어느 친척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무슨 ‘강의’들으러 갔다 오더니 밤새 ‘돈벼락 기회’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동안 자기 일에만 열중하다 바깥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던 윤씨는 ‘세상에 이런 좋은 일도 있나?’하며 어리둥절해 났다.이튿날 동료의 친척이 찾아와 점심을 사주며 극구 설득하였고 돌아가서도 전화가 그치지 않았다.

윤씨는 그동안 때밀이를 너무 하여 손목의 뼈마디가 불거져 올랐으며 날이 갈수록 하는 일이 고역으로 느껴졌다. 이런 상황에 한번 투자하면 안정된 수당이 있게 된다니 저도 모르게 마음이 동했다.며칠 후 목욕탕 주인의 극구만류를 마다하고 ‘나눔의 사람들’로 발길을 돌렸다.언니도 몸이 불편하여 두 사람 몫으로 1350만원,몰래 남편 몫으로 950만 넣었다.

그리고 조카와 친구도 설득해 가담시켰다. 그동안 출근하며 투자액상당의 화장품, 건강보조식품, 이불 등을 가져왔다.

처음 약속대로 하면 수당이 나와야 했으나 자신을 끌어들인 ‘상급’은 모르쇠를 내였다. 나중에 ‘이건 틀렸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물건반품을 요구하니 갖은 핑계로 미루다가 3개월이 지나자 규정상 반품기한이 지났다며 거부하였다.

현재 다른 물건은 그만두고 400만원씩 하는 ‘다이아몬드이불’만 세 채 되는데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할 뿐이라고 한다.

‘내가 무슨 정신으로 이불을 안아왔는지 모르겠다,이젠 장한평 소리만 들어도 신경이 곤두선다’며 분통을 억누르지 못해 눈물을 흘리는 윤씨다.

10년 동안 애를 남한테 맡겨 키우며 돈을 모으던 그들 부부는 가슴이 무척 아팠다.그래서 남편은 ‘이젠 이산가족살림을 그만하면 좋겠다’며 금년 여름엔 들어가 한동안 휴식을 취하려 했다.하지만 몇 달새 수천만원 날려버려 화려한 꿈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동안 변변한 옷 한벌 사 입지 못하며 피땀으로 모은 돈을 이렇게 날려버렸으니 정말 미칠 지경입니다. 이젠 다단계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지 못하겠습니다...’

‘나눔의 사람들’ 에이전트 수첩의 ‘윤리강령’에는 ‘고객의 불만족에 의한 상품교환이나 청약철회 등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는 명시된 절차에 따라 신속하고 친절하게 처리한다’고 밝혀져 있지만 이는 한낱 가입자를 현혹시키기 위한 문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수많은 동포들이 휴식일 모르고 찾아드는 ‘나눔의 사람들’,집이 먼 동포들은 대부분 아침 5-6시에 일어나 설쳐야 8시 '출근'시간을 지킬 수 있다고 한다.초기 출입자는 주로 노인들이었으나 후에는 30-50대도 많이 찾아든다고 했다.

특히 금년 1월부터 건설현장허가제를 실시하여 많은 동포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자  하나 둘 이곳에 몰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4월 4일 오전, 본사를 찾은 길림 용정의 지씨, 류씨 두 남성은 지난해 고향사람의 권고에 못이겨 다단계설명회에 참가했다가 각기 수백만원 투자하고 건강보조식품을 가져왔다. 사용해본데 의하면 일반 제품에 비해 특이한 성능을 느끼지 못하여 인차 속임수에 넘어간 줄 알았다.그리하여 더는 친척이나 주변 사람을 끌어들이지 않았다.

‘우리야 한번 속은 셈 치지만 진상을 번연히 알면서 어떻게 남을 해칠 수 있습니까..’

하지만 이렇게 양심을 지키며 손해를 보고도 체념한 사람은 많지 않은 듯 싶다. 한 번의 투자로 그치는 것이 아니고 끊임없이 사람을 끌어들여만 승급이 가능하므로 의도적이나 본의 아니게 형제자매와 친척, 가까운 동료를 유혹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우리가 산 물건이 브랜드나 포장이 다를 뿐 일반 상점의 물건과 엇비슷한데 값은 엄청나게 비싸니 이걸 어떻게 남한테 팔수 있습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가족이나 친척들이 나누어 쓰는 수밖에 없지요...’

흑룡강 가목사시 채 모 여인은 일찍 중국을 수없이 나들며 보따리장사로 힘들게 모은 억대의 밑천을 몇해 전 다단계판매에 밀어 넣었다며 한마디로 ‘미친 짓’이라고 하였다.

길림시의 한 50대 여성은 지난해 이래 자녀를 비롯하여 친척, 고향사람 10여명을 다단계판매에 끌어들여 수천만원 밀어 넣었다며 매일 눈물로 세월을 보낸다고 한다.

 

다단계 판매원 가운데 ‘갤럭시’ 등급을 받은 모 동포강사는 연봉이 수억원에 달한다며 설명회서 열성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특정직급에 따라 매달 수백만원 고정수당이 지급된다고 하지만 누구도 확인할 수 없는, 물정 모르는 사람을 유혹하기 위한 미스터리라고도 한다. 2009 년 중국동포들이 대거 몰려들어 전년도보다 360% 증가한 300억 매출을 올렸다고 하니 다단계회사 측이 천방백계로 이들을 ‘중용’하여 유인책을 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

며칠 전 KBS를 비롯한 한국의 많은 방송, 신문들에서 장한평의 불법 다단계회사 대표를 구속하고 도주자들에 대해서는 출국금지하고 전국에 지명수배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대서특필했지만, 내부에선 사처에 전화를 걸어'구속됐다는 대표가 현재 강의를 하고 있다'는 소문을 퍼뜨리며 비밀전략을 짜고 있다는 지적이다.

4월4일 오후 기자가 일반 방문자의 신분으로 다단계회사를 찾아갔더니 1층의 엘레베터 앞에 전문 파수꾼을 세워 신원을 철저히 확인하고 있었으며, 내부회원의 추천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며 진입을 거부하였다.

한국의 경찰, 노동부 그리고 정부관련부처는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동포들 단속에만 주력하지 말고,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사회적 약자와 무고한 동포를 해치는 불법행위에 하루빨리 종지부를 찍어달라 호소하고 싶다. 

제공= 흑룡강신문 김명환 서울특파원, 김일  

pys0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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