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동북아공동체연구회 이승률 회장

원래 해저터널(Undersea tunnel)이란 기존의 육상, 해상 및 항공 교통수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동차 또는 기차로 해저에 건설된 터널을 통과해서 국가와 대륙간을 연결하는 교통시설을 말한다. 최근 해저터널 건설은 전 대륙에 걸쳐 붐을 이루고 있다. 이전까지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해저터널은 5개에 불과했다. 그런데 현재 건설 중인 두 개의 해저터널을 비롯해 전 대륙에서 구체적인 건설계획이 진행되고 있는 해저터널은 무려 7개나 된다. 지역경제블록화를 가장 먼저 시작하고 현재까지 가장 바람직한 형태로 성장시키고 있는 유럽공동체의 각국들은 해저터널을 지역블록화의 첨병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영국과 프랑스를 연결하는 유로터널(Eurotunnel)이다.

영국의 Folkestone과 프랑스의 Calais를 연결하는 이 해저터널은 1988년에 공사에 착수해 6년만에 개통했다. 총연장 50.45km로서 이 중 38km가 도버해협을 통과하는 해저터널이다. 바다밑 25미터- 75m 깊이에 건설됐고 건설비용은 우리돈으로 약 16조원이 투자됐다. 전액 주식공모와 은행융자를 동원한 순수 민간재원이었다. 당초 계약에 따라 착공시점으로부터 65년 뒤인 2052년에 양국정부에 그 소유권을 넘겨주게 돼있다.

유로터널은 단일터널이 아닌 3개의 터널이 연결돼있는 형태다. 직경 7.6m의 철도전용 단선터널 2개가 연결되는 중간에 유지보수와 터널내 고장 및 사고시 승객의 비상탈출을 위한 직경 4.8m의 서비스터널이 있다.

���유로터널은 자동차, 버스, 트럭 등을 운반하는 차량수송전용 열차인 르셔틀(Le Shuttle)과 여객 및 화물용 고속열차인 유로스타(Eurostar)를 운행하고 있는데, ���유로스타의 해저터널구간 운행속도는 시속 150km로 이용객은 2003년 630만명에서 2007년에는 830만명으로 연평균 8% 이상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해저터널이 입지한 영국의 켄트 지역과 프랑스 관련지역은 고용증대, 관광확대, 지역경제 활성화 등으로 지역개발효과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유로터널은 개통이후 유럽의 공간적 통합을 이루어내어 실질적인 경제통합을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됐고, 더 나아가 유럽통합의 상징으로 인식돼, 유럽 국가들의 응집력을 높이는 주요한 프로젝트로 평가받았다.

터널을 통한 유럽대륙의 통합의지는 2000년에는 ���덴마크의 코펜하겐과 스웨덴의 말뫼를 연결하는 외레순 해협의 외레순 다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991년 덴마크와 스웨덴의 공식 합의에 따라 2000년 7월에 완공됐는데, 총 길이 15.4킬로미터인 다리는 교량, 인공섬, 터널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중 터널은 3.5킬로미터다. 외레순 다리의 총 공사비용은 약 3조원이 소요됐다.

최근 미국과 러시아도 두 대륙이 만나는 배링해협에 해저터널을 추진 중이다. 시베리아의 석유와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으로 미국대륙에 공급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러시아와 알래스카를 연결하는 6,000km의 수송로 중 약104km을 해저터널로 건설한다는 것이다. 이 구상은 이미 1905년 제정 러시아 마지막 황제인 짜르 니콜라스 2세에 의해 처음 구상됐지만 1차 세계대전이 터져 무산됐었다. 현재 배링해협 해저터널공사는 러시아와 미국의 정부기관과 민간기업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TKM-World Link가 주도하고 있다. 소요예산은 우리 돈으로 약 65조원이며 완공까지는 적어도 10년에서 15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터널이 완공되면 중동의 원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러시아의 석유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간의 무역이 가속화 될 것이며, 터널이 들어설 러시아와 미국의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지역경제가 형성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서 한중일 삼국 사이에 두 개의 터널을 이용한 지역경제통합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만일 평택(화성)과 위해간의 연장 374킬로미터의 한중해저터널이 연결됐을 경우, 시속 350㎞의 고속철도가 달린다고 가정했을 때 서울 - 위해구간(434㎞)이 1시간 15분, 서울 - 북경(1,366㎞)이 4시간, 서울 - 상해(1,800㎞)가 5시간이면 주파할 수 있으므로 항공이용시간(공항접근시간+대기시간+비행시간)에 비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 한일해저터널(연장 209㎞)까지 연결되면 일본, 한국, 중국이 일일생활권으로 연결되는 이른바 T&T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T&T(turnnel & turnnel)란, 즉 한일해저터널과 한중해저터널 두 개의 터널로 동북아전역을 하나의 통합물류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꿈의 전략이다. 한일해저터널이 T&T의 시작이라면 한중해저터널은 T&T의 완성이다. T&T의 완성으로 동북아고속철도망이 완비되면 한·중·일 삼국에는 지역간 대중교통운송시대를 맞아 관광, 서비스, 물류이동 등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유럽공동체와 같이 국경이 무너지고 문화차이와 역사적 장벽도 극복하는 다문화적 소통의 체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하나의 공생체로 변모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15억의 한중일 삼국의 구성원들은 서로가 서로의 생존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임을 알게 되고 그동안 민족감정과 이질적인 사고의 장벽으로 인해 풀지 못했던 과거사 문제들도 새로운 차원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해가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T&T를 T·N·T(Trinitrotoluene)로 사용하여 한·중·일 3국간에 가로막힌 담을 헐자는 것, 그리하여 경쟁의 관계에서 공생의 관계로, 견제의 대상에서 협력의 대상으로 바뀌는 새로운 신사회 미래공동체로서의 동북아를 건설하자는 것, 이것이 바로 T&T를 통해 열고자 하는 동북아시대의 청사진이다.

[저작권자(c) 동북아신문(www.dbanews.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단, 공익 목적 출처 명시시 복제 허용.]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