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송 칼럼리스트

얼마 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4박5일 비공식 訪中이 한국 언론의 사전 ‘예측’대로 기정사실화되었다. 그러나 그 정치적 파장은 매우 컸으며, 외교적 ‘실리’를 둘러싼 각국의 분석과 언론 대응은 각이했다. 특히 한국 언론의 반응이 격렬했던 이유는 최근 남북관계가 악화일로의 경색관계에 진입했고, 김정일 위원장의 방중 타임이 ‘천안함 사건’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최근 남북관계는 금강산 관광이 사실상 단절되었고, 설상가상으로 ‘천안함 사건’이 발생되면서 최악의 경색국면에 접어들었다. 천안함 사건(원인)이 아직 결과가 없는 상태이고, 북한이 ‘유일한 혐의대상’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했다는 것은 ‘당사자’인 한국으로서는 당혹스럽고 언론이 ‘과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 방중’을 둘러싸고 한국외교가 보여준 것은 ‘유치한 수준’이었다.

김정일 위원장의 ‘갑작스런’ 訪中에 한국정부의 당혹감과 ‘불편한 심기’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민감하고 정치적 파장이 큰 국제외교에서 신중함이 필요했으나 한국정부의 처사는 경솔했다. 지난 4일 외교통상부가 주한 중국대사를 이례적으로 불러들여 정부당국자가 ‘중국이 무책임하다’는 식의 훈계를 하는 장면이 중국 언론에도 그대로 중계됐다. (한국)외교부의 경박한 조처가 국내 정치목적과 ‘민심 부응’에는 도움이 되었을지라도 외교적으로는 경솔하고 무분별한 처사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주권 침해’라는 비판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한반도 비핵화 및 무력이 아닌,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즉 ‘전략적 동반자’ 남한과의 경제교류와 북한과의 전통적 ‘혈맹관계’를 균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특히 금번 金 위원장의 訪中이 중국에게 안겨주는 외교적 ‘실리’를 감안하면 더욱 ‘거절’할 수 없었다. 6자회담 의장국 중국으로서는 김정일 訪中이 그간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6자회담의 재개가능성으로 실추된 체면을 살릴 수 있고, 북한과의 경제교류 및 합작을 통해 기존의 ‘동북3성 공업진흥’과 직결되는 국가프로젝트 ‘두만강개발계획’ 등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金 위원장의 訪中을 무조건 ‘천안함 사건’에 귀결시키는 것은 아전인수식 억지가 있다. 4년 만에 이뤄진 金 위원장의 訪中은 ‘이미 계획된 외교행사’로, 본국의 경제적 ‘실리’를 얻기 위한 것이 ‘주요목적’이라는 분석이 현재로선 설득력이 강하다. 특히 金 위원장이 訪中 일정을 동북 물류중심 다롄(大連)시와 북방 항구도시 톈진(天津)항 시찰에 할애했다는 점에서, 향후 北中 간의 경제협력 강화를 추정할 수 있다. 남북경협은 약화된 반면 北中경협의 ‘질적 전환기’ 진입은 한국의 대북강경책 을 재고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된다.

최근 남북경협이 ‘파탄의 지경’에 이르렀고, 냉전시대 ‘주적’ 관계로 경색된 남북관계에는 MB정부의 대북강경책도 한몫 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편 악화일로의 남북관계는 역설적으로 北中 간의 경제교류 촉진 및 북한의 대중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물론 그것이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이어지는 결과로 나타난다면, 통일동반자·한겨레인 남한에게도 바람직한 일이 될 것이다.

한국정부는 안보현안으로서 ‘국내성격’이 강한 ‘천안함 사건’을 ‘천안함 외교’로의 격상에는 신중함을 기해야 한다. 자칫하면 ‘양면의 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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