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 홍순범

올해의 대보름날인 2월 28일 광동성 동관시에서는 실로 의미가 있는 개교식을 가졌다. 바로 광동에 조선어문학교가 개교가 된 것이다.

나는 한인화보에 실린 그들의 단체사진을 보며 크나큰 감동을 받았고, 정말 탄복을 했다. 초롱초롱한 개구쟁이 아동들의 눈동자와, 모든 것을 젖히고 민족교육사업에 헌신한 동관지역조선족 지성인들의 웃는 얼굴들을 보면 가슴이 뿌듯해 난다.

조선어문학교, 말만 들어도 나는 가슴이 설레인다. 대도시 상해에서 10년 넘게 살면서 두 아이를 둔 아빠로서 나는 우리말로 우리글로 된 유치원과 소학교를 그렇게도 소망하고 갈망 하였다. 민족 언어에 대한 애착과 사랑은 내가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좋아하고 커서 글짓기를 좋아한 것과 갈라놓을 수가 없다 .

때로는 인터넷에서 청도의 정양학교의 발전과 현황을 보면서 문득문득, 그곳에 이사를 가 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이 솟을 때도 있다.

그러나 여기 상해와 같은 대도시들에서는 조선족소학교, 아니 유치원도 엄두를 못내는 현실이다 .그만큼 조선족의 정규적인 유치원과 소학교가 있는 청도시가 몹시 부러웠고 동경까지 하게 된 것이다 .

북경이나 천진 등 대도시에서 조선족학교를 꾸렸다가 기대이상까지 미치지 못하여 폐교를 당한 정인갑 교수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대도시집거구의 조선족 학교 운영이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험난하고 어려운 일인가를 상상하게 된다.

그러니 우리글과 우리말을 잃고 있는 후대를 보면서, 몸부림을 치며 헌신하는 광동의 동관조선어문학교를 보는 마음이 어찌 감동과 희열에 젖어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며칠 전에 길림조선족문화관의 전경업 관장이 사업차로 상해에 왔다가 우리 문인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그때도 나는 민족학교와 문화사업의 고갈로 인한 현황에 대하여 허심탄회,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다.

모든 것은 재정보다 마음이 중요하다. 모든 것은 나부터 시작으로 해야지 환경과 현실에 초점을 맞추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먼저 우리 지성인들과 기업인들이 민족적 양심으로 대담하게 탐색하고 선도하여야 한다. 다행스럽게 올해 말에 상해서도 주말학교형식의 조선어학교가 선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특히 길림문화관의 전경업 관장은 정부에서 지원하고 사회기업이 협동할 수 있는 타당성도 얘기하면서, 민족정책과 소수민족에 대한 나라의 지원을 얻어야 한다는 방법론적인 얘기도 들려주어 감회 깊었다.

그러니 우리 어찌 대도시라고 우리의 민족학교를 세울 수 없겠는가! 개인과 개인이 아닌, 민족문화관과 정부차원의 인적교류와 타당성을 동원하여 대도시에서도 조선족학교를 세울 수 있는 것이다.

전경업 작가는 올해 문학지 '도라지' 1기에서도 격변기 문화허브란 비평을 통해 격변기의 조선족의 문화 사업에 대하여 세심히 고찰하고, 조선족이동에 대비한 글을 실었었다. 그런 글들을 보면서 나는 얼마나 고무가 되였는지 모른다.

동관조선어문학교,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즐겁다. 고향 떠나 대도시에 온 우리들은 바로 그런 민족학교를 얼마나 지향하였던가!

우리는 비록 나서 자란 동북지역은 떠났지만, 우리말과 언어는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우리말이 곧 우리민족의 문화이고 정신이며 힘이기 때문이다 .유태인을 보라. 몇 천 년을 떠돌아다니면서 나라가 없고 민족이 흩어져도 삶에서 절대로 민족적 자부심과 성서적인 신앙을 잃은 적이 없었다. 그들에겐 뜨거운 민족교육열과 어디에 가서나 자기의 고유한 유태민족이란 자부감과 정체성을 세세대대로 이어갔기에 지금도 유태인 민족뿌리와 정신과 힘은 깨여지거나 연약하여진 적이 없었고, 오늘도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지혜로운 민족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이제, '동관조선어문학교'의 교가를 불러 보니 가슴이 더 울렁거린다.

 

                                교가(敎歌)

머리는 차겁게, 가슴은 뜨겁게, 손발은 빠르게.

어머니 아버지 조선민족력사

우리가 배우고 이끌어 세계로 나가자

오, 천년 장백산 조선민족 력~사

중화의 신중국 앞서 세계로 나가자

흑룡강 도문강 조선민족력사

여기서 다시금 불씨돼 세계로 가자

빛나고 빛나도다 동관조선어문 학교

힘차고 힘차도다 동관의 조선어문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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