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화동포 유권자운동 단상

[서울=동북아신문]한국 국적을 취득한지 15년이 지났다. 유권자로 된지 15년이 넘었단 얘기다. 그러나 실제로 유권자 권리를 제대로 써먹은 것은 98년 대통령선거 때 부터였다. 처음에는 투표하는 게 신기해서 가보고 싶은 마음에 투표를 했었다. 지금에 와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누구를 찍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동안 나의 지갑에서 꽁꽁 숨겨있던 나의 주민등록증을 보여줬던 것이 가장 인상 깊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 가족 말고, 누구도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었던 그때 내가 대한민국 사람이고 이 고장에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그후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또 대통령선거…선거 때마다 투표했다. 처음에는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가족들이 시키는 대로, 후보자에 대해 잘 모르면서 눈감고 찍기도 했다.

선거를 한번 두 번 하면서 요령이 생겨 선거 마감시간을 맞춰 가기도 하고 남편과 누가 당선되나 내기도 했다.

내가 찍은 후보자가 당선되면 나도 승자가 되기라도 한듯 기쁘기도 했다. 그러나 승자의 기쁨도 잠깐, 당선된 후에 여차여차하여 퇴출되기도 하고 탄핵 맞기도 하는 것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다.

6.2지방선거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올해 따라 지방선거와 교육감 선거까지 겹쳐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가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알고 싶은 공약이나 후보자의 진실성, 그동안 보여준 신뢰 등에 대해서는 알아보기 어렵다. 흔히 보는 현수막이나 명함정도의 정보만 갖고 투표한다면 정말 투표하는 나 자신도 진실하지 못한 것이고 또한 나처럼 투표한 사람이 많다면 그 또한 결과가 위험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번 선거에 자꾸 재미있어지는 것은 다문화인이 후보자로 있어서 아닐까. 모두 비례대표이긴 하나 6명 후보자 중 3명이 중국동포출신이다. 그것도 중국동포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영등포구, 구로구, 금천구에서 나왔다. 정말 축하한다. 같은 지역에 살고 있다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싶다. 가진 것 아무도 없지만.

어제 대한민국에서 중국동포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대림에서 귀한동포유권자와 결혼이민여성유권자들이 연합하여 유권자운동 출범식을 가졌다.

귀한동포유권자 중에는 국적을 회복한 1세 동포들이 많이 참석하였다. 이들은 일제강점기 한국에서 출생하여 부모님의 등에 엎여 만주로 갔다가 광복 후 귀국기회를 놓쳐 50년 지나 다시 고향에 온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그동안 살아온 세상이 다르다보니 선거방법도 많이 다르다. 한국은 비밀선거, 직접선거, 평등선거, 보통선거 등 선거원칙에 따라 투표한다. 그러나 다년간 살아 온 중국에서는 직접선거, 비밀선가가 없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거수로 하는가 하면 내가 직접 투표할 권한을 갖고 인민대표를 뽑기는 하늘의 별따기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이들은 60넘은 고령자들이다. 고향에 온지 1년도 못 되어 고향땅에 묻힌 이들이 하나 둘씩 늘어가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이 남한이라도 먼저 선거를 하자고 하지 않았더라면 평생 직접선거를 해보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피켓을 든 까닭은 무엇일가? "우리도 유권자다". 누구도 부인하지 않은 누구도 반론할 여지가 없는 얘기다. 그런데 왜?…굳이 "우리도 유권자다"라는 글귀를 크게 적어 크게 외쳐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고향을 찾은 이들은 어려운 행정절차를 거쳐 다시 국적을 회복하였다. 이제는 국민으로서 기본 권리인 참정권을 가졌다. 그러나 기본권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평등권은 없다.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1등 국민이 아니라 2등 국민인가보다. 1등 국민에게는 자녀 초청권이 있지만 2등 국민에게는 국적 취득 2년 후에야 자녀를 초청할 수 있단다. 또 당신이 국적을 회복하기까지 혹은 자녀가 국적취득하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한국생활에 보다 빨리 적응하고 정착하려고 취업활동하면 위법이란다.

바로, 그들이 피켓을 든 데는 이유가 있었다.

[저작권자(c) 동북아신문(www.dbanews.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단, 공익 목적 출처 명시시 복제 허용.]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