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률 회장의 퓨전로드맵

역사의 바다, 황해를 가로지르는 한중해저터널 노선은 다음의 네 가지 구간을 검토 중이다. 각 구간별 거리와 장단점은 다음과 같이 조사됐다. (경기개발연구원. 2008. 5)

구 간

거 리

장 점

단 점

1안

용연 - 위해

198km

-거리가 짧아 공사비 저렴

-부산 등 남쪽지역에서 이용할

경우 통행거리가 길어짐

-경부고속도로 연결을 위해

90km의 철도신설 필요.

2안

인천 - 위해

362km

-항공과 철도로 영종도와 중 국을 직접연결

-인천공항철도를 이용하므로,

철도추가건설필요는 없으나,

구간속도가 늦다는 게 단점.

3안

화성 - 위해

374km

-인구와 경제비중을 고려하면

한국 전역으로의 접근성양호

-포승/평택간 산업철도와 고

속철도를 연계, 인입선로공사

비 절감가능

-화성 유니버셜스튜디오등 관

광지개발로 중국연계한 세계

적인 테마파크 가능

 

4안

태안 - 위해

320km

-서해안개발 병행추진할 경우

접근성&발전가능성 매우높음

-서울에서의 우회거리 증가.

-경부고속철도 연결을 위해

60킬로의 철도신설 필요함.

터널은 일단 철도구간 건설을 기본으로 논의 중이다. 자동차 이용객을 위한 차량터널로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를 해 볼만 하지만, 관련 노선 연장과 배기가스 처리 등의 환경문제를 고려 할 때 운행속도 시속 350km인 고속열차를 이용해서 승객과 화물을 수송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해저터널이란 암반가운데를 통과하기 때문에 외부 지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해저는 지상에 비해 지진에 안전하며 1978년 이후 현재까지 우리나라 주변의 지진발생 분포도를 살펴보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한중해저터널이 지나갈 지역에서는 리히터 규모 5 이상의 지진은 1번 밖에는 관측된 바 없다. 또한 해저터널이 지나가게 될 서해안의 최대 수심은 80m, 평균수심은 40m로 매우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질의 경우 터널 굴착을 위한 기반암으로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해저터널구상과 함께 부상하고 있는 새로운 화두가 바로 인공섬이다. 공해상에 해저터널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공섬을 만들어야 한다. 인공섬이란, 시공 중에는 시공장비 및 자재반입, 터널버력 반출을 위해 공사작업용으로 사용되다가 터널이 완공된 후에는 환기와 배수, 재난 시 긴급대피용으로 활용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한중해저터널의 경우에는 300여 킬로미터가 넘는 초유의 최장터널이 될 예정이므로 25-50킬로마다 한 개씩의 인공섬을 건설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인공섬은 한중해저터널의 새로운 상징이자 명소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사 중에는 공사와 유지관리를 위한 시설로 활용하다가 공사가 끝난 뒤에는 호텔, 컨벤션, 카지노, 레포츠 등을 포함한 새로운 멀티 여가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또한 ���한중해저터널은 평균 수심이 40m 이하이기 때문에 인공섬을 설치할 경우 그 중 한 곳 정도는 공해상에 큰 규모로 조성해서 해저도시를 건설하는 구상도 연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예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가 수심 20미터의 깊이의 ‘하이드로폴리스’라는 수중호텔을 건설계획을 추진 중이고 피지에서는 12미터 깊이의 바닷속에 ‘포세이돈 언더시 리조트’라는 해저리조트를 조성해 새로운 차원의 관광문화를 창출할 목적으로 진행 중이다.

동북아에 꿈의 공동체 시대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되는 한일·한중 복합해저터널건설은, 그러나 기대만큼이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초유의 건설공사다. 외국의 경우를 봐도 유럽통합의 물꼬를 튼 상징으로 평가받고 있는 유로해저터널은 1802년에 최초로 구상된 이래, 1994년에야 개통식이 이루어졌다. 무려 192년이 걸린 것이다. 지브롤터 터널은 1980년 스페인과 모로코간 협력협정체결 이후 현재까지 진행중에 있어 거의 30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단일국가내 해저터널인 일본의 세이칸터널도 1939년에 최초로 구상이 시작돼, 1964년 3월에 착공해서 1988년 봄에 개통했다. 개통 1988년 3월로 건설기간 21년을 포함하여 총 49년이 걸렸다.

이는 대부분 막대한 예산과 핵심기술개발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중터널의 경우, 공사비는 km당 공사비는 개략 2,000억 원∼3,500억 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최소한으로 잡는다 해도 70조원이상의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 이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이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유로해저터널의 경우는 주식공모와 은행융자를 통한 순수한 민간재원으로 건설했다. 지브롤터 해저터널은, 보조터널 건설은 스페인과 모로코정부가 경비를 부담하고 본 터널은 민간에서 비용을 조달했다.

한중해저터널의 경우, 아직 ���정밀한 기술조사 및 타당성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재원 조달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한다는 것이 무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공자금, 민간자금, 국내자본, 국제자본 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대안이 가능하다.

- 한중민간기업 컨소시엄 방식

- 한중 관민공동의 제3섹터 컨소시엄 방식

- 국제기업 간 컨소시엄: 미국 및 유럽, 아시아 자본 등

이 같은 사례를 감안해볼 때, 한중���해저터널 추진을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조사와 해당국 당사자간의 긴밀한 연구 및 협의가 요구된다. 따라서 다른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한국과 중국 간에 연구협의체를 구성해서 분야별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여객 및 화물 물동량 예측과 공사비 산정, 경제적 파급효과와 재원조달 방안에 대한 심도있는 공동연구와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연구협의체는 우선 민간차원에서 연구소ᆞ대학 등 연구기관, 엔지니어링 업체 등으로 구성하여 추진하되, 민간의 연구가 어느 정도 성과와 진전이 이루어진 다음에 정부차원에서 실무회의 및 협의기구를 설치해 ���향후 국가 R&D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현재 한중간 무역역조가 매년 400억 달러에 이르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이를 풀어가기 위한 대책으로 양국정부간에 국제SOC건설 프로젝트를 공동추진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꼭 생각해봐야 할 또 한가지 문제는 핵심기술개발이다. 해저터널건설기술은 이미 일본이 세이칸 해저터널(연장 23.3km), 동경만 해저터널(9.5km) 등의 건설을 통하여 해저지반 조사, 설계, 시공 및 유지관리 등에 관한 핵심기술을 오래 전부터 축적해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한국의 삼성건설이 아랍에미리트에서 시공하고 있는 ‘버즈 두바이’건물은 착공 3년 2개월 만에 높이 630m를 돌파해 세계 최고층 빌딩으로 자리매김함으로서 그 기술을 세계에 과시한 바 있다. 한국은 해저터널 기술에 있어서도 상당한 경험을 쌓고있다. 부산 가덕도와 경남 거제시를 연결하는 총연장 8.2km의 거가대교 공사가 진행 중인데, 그 중 3.7km가 침매터널식 공법으로 시공하고 있는 해저터널이다. 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측이 시공하고 있는 이 해저터널 공사의 경험이 향후 한일 및 한중터널공사에서 빛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해저터널 건설의 핵심기술개발은 단순히 한·중·일 해저터널건설이 최종목표가 아니다. 현재 세계적으로 해저터널 시장규모를 살펴보면, 발주물량은 많지 않으나 해저터널의 건설 특성상 대규모 사업으로 발주될 경우가 많으므로 잠재적인 시장 규모는 매우 크다고 하겠다. 또한 가속화 되고 있는 지역경제블록화 현상을 고려해볼 때 이제까지보다는 훨씬 더 많은 해저터널공사가 계획되고 실제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 시장의 성장가능성도 매우 고무적인 편이다.

따라서 한·중·일 해저터널건설 경험을 계기로 세계 해저터널 건설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세계적 수준의 핵심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 연구는 2005년 건설교통부에서 건설핵심기술연구개발사업의 하나로 ‘해저시설물차폐기술개발’을 위한 연구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여기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이 참여해서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저터널과 함께 새로운 관광거점으로 떠오를 인공섬 개발을 위한 노하우 개발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추세와 발전방향을 종합하여 한국정부와 국민들 앞에 제안하고 싶은 사안이 바로 이것이다. 즉, 한·중·일 복합해저터널 건설을 기초로 하여 동북아지역 고속철도 및 국제도로망(Asia Highway 연결구간)을 완비하고, 이를 기반으로 동북아 물류시스템의 국제통합모델을 구축함으로써 동북아FTA 및 경제공동체 구성을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보자는 것이다.

이 일은 그 동안 오랫동안 고심하며 구상해왔던 것으로서, 한·중·일 3국간에 새로운 미래사회를 열어가기 위한 ‘제3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각 민족, 각 국가 간의 가슴 속에 쌓여 있는 불신과 불화의 벽을 허물고 한ㆍ중ㆍ일 3국간에 자신을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봄으로서 과거사의 질곡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정신을 공유해야 할 것이다. 자국 중심의 냉전적 사고와 단절된 역사의식의 한계를 뛰어넘어, ‘열린 마음’과 ‘함께하는 정신’으로 공동선(共同善)의 대로를 열어가기만 한다면 우리 모두를 평화롭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묵혀 있었던 각국의 현안문제들을 새롭게 풀어나가는 번영의 기회가 다가올 것이다.

그 때가 되면 한중일 삼국은, 한국의 옛 속담처럼 ‘도랑치고 가재잡기’식의 입체적인 역사발전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면서 동북아지역에 희망의 새 시대를 연출하게 될 것이다. 일본 속담에도 ‘힘든 일이 당신을 보배로 만든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 선택이 우리 모두를 21세기 국제사회의 정련된 보배로 거듭나게 해줄 것이다.

특히 국제안보와 군사전략 측면에서 보면 결론은 더 명확해진다. 동북아 삼국이 서로의 이익을 위한 상생관계가 되면, 러시아와 미국 등 주변국들도 이 균형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이 상생의 룰 안에 들어올 수밖에 없게 된다. 바로 이것이 21세기 국제 역학관계의 최대관심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는 동북아 지역의 이상적인 힘의 균형이다. 앞으로 한국이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겨냥하여 중국과 연합해서 일본을 적대시 하게 되면, 아마도 일본은 미국을 부추겨 중국과 한국(북한 포함)에 대해 더 한층 강력한 긴장상태를 이루려고 할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반세기 동안, 일본은 줄곧 미국을 등에 업고 한반도를 쐐기로 삼아 중국과 러시아의 힘과 무게를 견제해 온 것이 사실이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반도국가인 한국과 북한을 창으로 사용하여 미국의 비호아래 환태평양 사회를 계속 주도하려고 하는 일본을 대항해 온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런 틈바구니를 이용해 북한은 또한 자신의 체제보장을 위해 위험천만한 벼랑 끝 전술로 핵 게임을 목전에 벌여놓고 미국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는 중이 아닌가. 이와 같은 각축과 대결의 관계에서 북한 핵문제를 포함하여 동서 양 진영의 안보적 입장을 조율하고 군축 및 선린외교를 통해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유도할만한 중립국가적 조절 매체가 한국 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

18년 전에 시작된 동북아시대를 향한 나의 길, 그 길에서 바라는 소원은 단 하나, 한ㆍ중ㆍ일 3국이 서로를 용납하고 껴안아주며 새로운 융합의 세계(Fusion Society)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공동체 의식을 갖는 일이다. 그렇게 우리가 함께 만들어나갈 미래의 동북아 모습을 나는 매일 치열하게 상상하고 기다리며 기대한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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