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조선족이냐, 중국동포냐 하는 호칭문제는 최근 몇 년 전부터 한국인과 조선족학자(동포)들이 쟁론해온 ‘진부한 문제’이다. 최근 들어 이 호칭문제는 언론과 (동포)사이트에서 또 다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결국 이는 중국조선족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며, 재한조선족과 재중동포들의 정체성(변화)에 대한 갈등이기도 하다.

본인은 몇 년 전 이 호칭문제에 대한 소견을 발표한 바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선족’과 ‘중국·재중동포’ 모두 문제가 없으며, 더 이상 호칭문제에 대해 연연할 필요(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JIN’이나 ‘KIM’은 부르는 이의 마음이다. 하물며 오늘날 수많은 ‘JIN’들이 ‘KIM’으로 살아가고 있고, 향후 더욱 많은 ‘KIM’들이 ‘JIN’으로 생활하게 될 것이다. 환경의 변화와 국적 변동으로 ‘JIN’과 ‘KIM’이 상호 전환이 가능한 21세기 세계화시대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중국국적을 가지고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국가의 소수민족으로 살아온 조선족(JIN)은 엄연한 중국국민이라는 현실에 주안점을 둘 필요가 있다. 중국국민으로서 조선족들은 중국의 법률을 지키고 국민의 의무를 수행하며, ‘중화민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과 책무에 충실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중국에서 생장한 조선족들은 중국국적을 소유한 중국공민으로 떳떳하게 살아왔고, 한(조선)민족의 자긍심과 경제대국으로 발전해가고 있는 중국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동시에 갖고 있다. 그러니 ‘조선족’이라는 호칭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복잡한 역사배경을 갖고 중국에 정착한 조선족의 이주역사는 피눈물 나는 이민사로, 현재의 국민·민족의 정체성을 형성한 역사적 밑바탕이 되었다. 중국국민으로서 조선족은 필연적으로 중국문화의 영향을 받게 되었고, 동시에 민족의 고유한 전통문화와 조상에게 물려받은 한민족의 전통·관습 및 중국문화와 융합된 조선족 특유의 복합문화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한편 초국적 인구이동에 따른 중국 조선족사회의 전반적 변화는 1992년 한중 수교라는 역사적 ‘사변’을 바탕에 깔고 있다.

개혁개방과 대규모적 인구이동에 따른 조선족사회 변화는 산업화·도시화에 따른 사회발전의 결과이다. 조선족들의 경제지위 상승(하락)에 따른 의식변화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필연적인 것으로, 이를 ‘부정적 시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21세기 중·한 동반자 관계에서 중요한 구실과 향후 남북통일과정에서 가교역할을 하게 될 200만 중국조선족들은 해외동포로서 소중한 가치가 있으며, 조선민족의 브랜드인 ‘조선족’이란 호칭에 대해 긍지감을 갖는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한민족으로서의 ‘중국동포(KIM)’ 호칭은 1990년대 이후 수많은 조선족들의 고국방문 및 장기체류에 기인한다. 한중 수교 이후 수십만에 달하는 조선족들은 민족의 뿌리를 찾아 ‘잘 사는’ 고국에 ‘코리안 드림’을 안고 무작정 찾아왔다. 그러나 그들이 갖은 곡절과 막대한 비용을 써가면서 찾은 고국은 천덕꾸러기 ‘이방인’으로 조선족동포들을 맞아주었으며, 이데올로기와 사고방식의 차이는 상호 불신과 문화적 위화감을 유발했다. 따라서 냉전시대의 ‘적국’에서 몰려온 해외동포 ‘불청객’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다양한 시각 차이와 차가운 시선은 별로 이상한 것이 못 된다.

한편 ‘중국동포’라는 호칭에는 최근 방문취업제와 같은 재외동포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동포차별과 사회적 편견으로 ‘이방인’ 취급을 받고 있는 중국동포에 대한 한국사회의 일상차별과 선입견을 버리고, 한겨레·동포로 인정해야 한다는 긍정적 취지가 담겨져 있다. 반면 ‘조선족’ 호칭에 대한 비하와 편견은 일부 국수주의와 민족주의로 팽만한 한국인들이 중국동포·조선족은 무조건 한민족이며, 중국의 소수민족이 아닌 ‘우리민족’이므로 ‘우리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저의가 깔려 있다.

현재 다양한 체류자격으로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동포’ 호칭은 그 주체성이 고국인 한국이라면, 중국에서 소수민족의 일원으로 생활하고 있는 조선족(호칭)은 그 주체가 중국(국민)이라는 점에서 차이와 뉘앙스를 갖고 있다. 조선족은 중국국민이자 한민족 일원으로, 중국대륙에서 떳떳하게 살아가고 있는 해외동포이다. 또한 (재한)중국동포는 이방인 취급과 사회적 기시를 받는 차별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중국국적의 ‘외국인’ 염가노동력이 아닌, 한겨레·동포이기 때문이다.

조선족·중국동포들의 심리적 위기는 날아다니는 ‘새’인가 아니면 땅 파는 ‘쥐’인가 하는 정체성의 변화·고민에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조선족의 진정한 위기는 그들이 ‘하늘을 나는’ 재간과 ‘땅 파는’ 기능을 모두 상실해가고 있고, ‘새 무리’와 ‘쥐의 세계’에서 모두 인정 및 환영받지 못하는 박쥐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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