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 칼럼리스트

들어가며

지난 6.2지방선거에서 대한민국 사상 최대 선거인원을 기록했다. 교육감 선거까지 겹쳐 1인 8표를 찍는 대규모선거에서 전국적으로 선거해야 할 인원이 3991명이나 되었다.

금번 지방선거에서 국적취득자는 물론 3년 이상 체류 영주권을 소지한 이주민들이 투표를 할 수 있어 한국정치가 다양성을 포용하는 것이 돋보였다. 특히 다문화가정을 대표하는 결혼이민자 출신이 비례대표로 당선되면서 이주민들의 반응은 더욱 뜨거웠다. 비례대표 후보 중 중국동포 출신이 3명으로 후보자의 절반을 차지했다. 그러나 당선까지 이어지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 이주민의 정치 참여 과정

한국은 이주민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80년대 말, 90년대 초부터 산업연수, 국제결혼 등 경로를 통해 이주민이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이주민이 늘어남에 따라 공직에 참여하는 외국인 출신도 늘었지만 정작 선거를 통해 정치인으로 되는 경우는 없었다.

그러다가 2008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창조한국당이 필리핀 출신 결혼이민자 주디스씨를 비례대표로 했던 것이 이주민으로서 최초의 정치참여 경험이었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6명의 이주민이 비례대표로 선출되었다. (아래 표 참고)

이름

출신국가

지역

정당소속

이라

몽골

경기도의원

한나당

센위엔 나티타

태국

대전시의원

한나당

체체그수렌

몽골

충북도의원

국민참여당

장혜정

중국

영등포구의원

자유선진당

김정연

중국

구로구의원

자유선진당

양덕자

중국

금천구의원

자유선진당

참고자료: “외국인 110만명시대 맞아 내가 한국사회 일부분 대표”.동아일보 5월 17일자.

상기 6명 후보자는 다문화가정을 대표할만한 인물을 내세우는데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다. 여기서 몽골출신 이라씨가 경기도 도의원으로 당선됨으로서 한국 현대 정치 역사의 한 획을 긋는 계기가 되었다.


▣ 한국에서 동포들의 정치참여 경험

비록 금번 지방선거에서 동포출신이 당선되지 못했지만 투표가능 이주민 중 중국동포 출신이 가장 많다. 중국동포들은 일찍 2004년 대선에서도 직접 투표에 참여하여 동포포용정책을 펴내는 대통령을 뽑는데 일조하였다.

2008년 대선에서는 국적회복을 하였거나 귀화한 동포들이 중심으로 성립된 단체-귀한동포연합총회가 각 정당에서 동포관련 공약을 만들 것을 호소하기도 하였다. 또한 특정 정당과 연대하기도 하였다.

2010년 6.2지방선거에서는 중국결혼이민자 유권자운동본부와 연대하여 중국동포가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영등포지역에서 유권자운동을 전개하였다. 두 단체는 중국동포 및 중국결혼이민자들에게 우호적인 후보자에게 투표를 하자고 발표하였다. 귀한동포연합총회, 중국결혼이민자 유권자운동본부 이외에도 재한동포연합총회, 중국동포한마음협회 등 단체에서도 동포들이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하도록 다양한 선거 캠페인을 벌였다. 귀한동포연합총회 고양지회에서는 선거관리위원에 요청하여 최근 1~2년 사이에 국적취득을 하여 처음으로 투표를 하게 되는 회원들에게 참정권 교육을 실시하기도 하였다.

국적취득자 그리고 3년 이상 체류 영주권자는 선거에 참여가능한 주요 이주민이다. 현재 이 인원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통계자료를 참고하여 볼 때 10만 명이상으로 추정된다. 선거 참여가 가능한 이주민 유권자의 절반 이상은 중국동포이다. 지난해 말부터 영주권제도가 활성화되면서 영주권 취득 중국동포가 점차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 지방선거참여 가능 인원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와 같이 동포들의 참정활동과 잠재적인 정치참여인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금번 지방선거에 1명의 당선자도 배출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 문제점

1) ‘동포’보다 ‘다문화’가 대세

오늘날 한국사회는 이주민들의 유입으로 ‘다문화’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다문화’대상은 한국보다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이다. 이들은 주로 동남아지역에서 온 결혼이민자나 외국인근로자로 한국사회가 도와줘야 할 대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다문화’인임을 가장 쉽게 판단하는 기준 또한 간단하다. 겉으로 보기에도 쉽게 판단할 수 있게 우리와 피부색이 달라야 한다.

이러한 개념 속에는 ‘동포’가 없다. 중국에서 일찍 다문화를 접해왔고 나름대로 중국의 다문화사회에서 자치권을 갖고 잘 적응해왔지만 한국의 다문화에는 중국동포가 없다. 중국동포는 도와줘야 할 대상도 아니고 피부색도 다르지 않다. 다문화사회에서 중국동포는 왕따나 다름없다.


2) 동포사회에서도 ‘왕따’?

한국에서 동포라는 개념이 아주 다양하다. 특히 어느 국가에서 온 동포인가에 따라 출입국체류자격도 다르다. 선진국에서 온 동포들에게는 재외동포거소증을 발급하지만 대부분의 중국동포들에게는 외국인등록증을 발급한다. 2010년 현재 한국체류 40만 명 전체 중국동포 중 재외동포거소증을 발급받은 인원은 1만 명도 되지 않는다. 대부분 일반 외국인근로자에 준하는 비자(H-2)를 갖고 있다. 이처럼 입국 초부터 설정된 체류자격은 동포임에도 한국에서 떳떳하게 동포라고 말할 수 없다. 한국 언론에서도 ‘중국동포’라는 용어보다 ‘중국조선족’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한국의 동포사회에서도

중국동포는 사실상 왕따임을 부인할 수 없다.


3) 리더십 부재

위에서 언급했듯이 한국에서 동포들의 발전은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것 역시 동포들의 몫으로 더 나은 발전을 위해 당면 어려움을 극복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동포들의 문제를 내국인들의 도움 없이 해결하기 어려웠던 시절에 비해 지금은 동포들의 자생단체가 설립되면서 동포들의 문제를 동포들 스스로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국적을 취득한 동포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귀한동포연합총회는 행정안전부에 등록되어 동포들을 위해 공식적으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귀한동포들은 특히 한국정착과정에서 어려움을 공유하고 극복방안을 모색함고 동시에 이들에 의해 초청되어 온 많은 한국체류 중국동포들의 제도적인 문제들을 의제로 삼고 있다.

한국체류 40만 중국동포 중 10만 명 정도만 국적을 취득했거나 국적신청을 하였다. 한국국적을 취득하지는 않은 30만 동포들은 대부분 방문취업비자로 체류 중이며 이들은 선거권이 없다. 그러나 영등포구, 구로구 등 지역에 집중적으로 거주하며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동포들은 고향친목회 등 형식을 빌러 단체설립하고 봉사활동, 동호회활동을 하고 있다.

영등포구, 구로구 등 지역을 중심으로 동포단체가 많이 신설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단체들이 서로 단합하여 이슈를 공유하고 동포들의 이익을 대변하여 한결같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동포단체의 리더십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40여만 동포들이 한국에서 살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적지 않다. 지역주민들과의 갈등, 귀한동포 정착문제, 동포정책, 한-중 가교역할 등 산적한 문제들을 전반적으로 책임지고 적극 추진할 조직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와 같이 동포문제들을 이끌고 갈 인재가 부족하고 역량이 부족하다. 금번 지방선거에서 비록 3명의 후보자가 선출되었지만 동포들을 대변하는 강력한 공약이 부재했던 것도 인재부족과 정책연구역량이 부족한 것에 기인된 것이 아닌가 싶다.

4) 정체성의 늪

한국사회가 중국동포를 ‘다문화’ 대상에서 애매한 입장을 갖고 있는 현실 앞에서 동포들 스스로가 자신의 정체성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일찍 다민족․다문화국가인 중국에서 우수한 소수민족으로 수십 년을 생활해 온 동포들이 ‘다문화’첫걸음마를 디딘 한국에서 분명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내국인의 시혜의 대상이나 지원의 대상으로만 국한된 ‘다문화’구성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국적을 취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누구인가’라고 자문(自問)하며 고민하는 동포들이 적지 않다. 주민등록증을 보면 분명 한국인인데 아직까지 중국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한국정착 과정에서 누가 한번쯤 겪게 되는 정체성 혼란이다. ‘내가 어떤 정체성으로 살 것인가’는 개인적인 선택이지만 개개인이 모여 집단을 형성하듯이 한국에서 중국동포의 정체성은 주변화로 가느냐 아니면 주류화로 가느냐의 기준이 될 수 있다.

 

▣ 중국동포들의 과제

지난 6.2지방선거에서 3명의 동포출신이 비례대표 후보로 선출되었다. 그러나 1명도 당선되지 못함으로서 동포들에게 큰 과제를 남겼다. 금번 동포들의 정치참여는 시작에 불과하다. 정치참여는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리더양성 급선무

지금까지 중국동포사회는 중국이 중심이고 중국에 있는 동포들이 리더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에는 연변조선족자치주가 있고 지역별 동포들이 집거하는 곳엔 민족자치현도 있고 민족 자치향도 있다. 현재 한국에 연변조선족자치주에 버금가는 인원이 체류하고 있지만 이 40만 동포들을 대변하는 강력한 단체도 없고 지도자도 없다. 그러면 중국에서 지도자를 양성하여 한국에 파송하기를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언젠가는, 때가 되면 리더가 탄생하겠지 하고 방관할 것인가?

중국의 조선족마을이 없어지고 조선족학교가 폐교되어 가고 있는 것이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중국동포사회의 중심이 중국에서 점점 약화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중국동포사회의 구심점 부재는 한국정부가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이제라도 한국체류 중국동포들을 중심으로 인재양성과 리더십 역량강화에 힘을 기울려야 한다. 또한 한국에서 지도력 경험을 쌓는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중국에 있는 동포들까지 포용할 수 있는 지도자를 배출해야 한다.

정치는 경제와 다르다. 기업에서는 생산성효율을 위해서 중국동포보다 한족을 선호할 순 있지만 정치는 단순히 생산효율만 따지는 게 아니다.

둘째, 한국에서 자기역할 찾기

금번 선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국동포는 한국의 다문화를 대표할 구성원이 아니다. 외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굳이 광의적인 다문화범주에 넣는다 하더라도 중국동포는 다문화 구성원이기 전에 동포이다.

다문화가족의 역할과 동포의 역할은 분명 다르다. 동포라면 동포로서의 비전을 갖고 처신을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주로 인한 생활상 어려움이 많고 생업에 급급하다보면 큰 그림을 놓치기 쉽다. 동포들의 역할은 이웃과 지역에서부터 전반 동포사회 나아가 한국사회에서 해야 할 것들이 있다. 작은 것에서부터 큰 것에 이르기까지 동포들이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할 때만이 한국과의 신뢰가 형성되고 건강한 동포사회를 영위해 갈 것이다.


셋째, 협의체 구성 제안

국적취득 동포가 늘어나고 영주권 활성화로 장기체류 동포도 늘어남에 따라 최근 1~2년 사이에 동포단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신설되었다. 기존에 내국인 및 내국인 단체에 의존하던 것에서 자생적인, 자조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동포사회들의 발전에 바람직한 현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아직까지 신생단체가 많고 자립능력이 부족하며 사업내용이 주로 동포에만 치우친 한계가 있다. 한국사회에 대한 관심과 한국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동포들에 의한 동포만을 위한 단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한국사회에서 신뢰와 인정을 받으려면 한국사회의 고민에 대해 공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러한 고민을 공론화하기 위해서는 단체들의 단합된 모습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키워드: 6.2지방선거, 외국인선거권. 결혼이민자, 다문화, 중국동포, 이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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