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해결 전에 돌아갈 수 없어

 약속된 시간을 정하고 체류 기한을 연장해야

 중국 동포 이모씨는 3D 업종에 종사하며 한국에서 3년을 일했지만 퇴직을 앞두고 고용주로부터 ‘외국인은 퇴직금이 없다’는 거짓 협박을 받았다.

 

 이씨는 “그동안 합법 신분으로 일을 했고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아는데도 사장이 그 사실을 속이려고 했다”며 “앞으로 불법체류자로라도 한국에 남아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중국에 돌아가기 전에  응어리을 남기지 않기 위해 한국에 있는 날까지 계속 방법을 강구해 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한국에서 임금체불 문제를 겪으면서 정부가 제시했던 일련의 제도에 허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한국 정부의 법 운영에 대한 비효율성과 비현실성을 지적했다.

 

 그는 “이주 노동자들은 한국인과는 달리 한정된 시간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고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행정 처리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 문제 해결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고용주가 재산이 없거나 종적을 감춰 노동자가 억울하게 돈을 받지 못하는 일은 우리 주변에서 자주 발생하는 경우”라며 “이러한 사람들의 피해에 대해  정부가 끝까지 돈을 받아 주는 등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 고용주에게 강제집행을 할 재산이 없는 경우에 형사처벌로사건이 종결되며 이로 인해 근로자가 체불임금을 받을 길이 막히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임금 체불 피해자에 대한 법적인 구제 장치가 여러 면에서 뒷받침 돼 있기는 하다. 그러나  사업주 등록이 제대로 돼있지 않은 곳에서 일하는 일용직 등 정작 가장 열악한 노동 환경에 있는 근로자들이 누구보다 보상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법의 구제력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이 확실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씨는 마지막으로 “이러한 정황을 예외 없이 감안해 한국 정부는 중국 동포 피해자들이 돈을 수 있을 받을 때까지 약속된 시간을 정해 체류기한을 연장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서울조선족교회에서 ‘귀국조치보완책촉구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중국 동포 남화춘씨는 현재 임금체불 문제로 중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남씨는 “이제껏 건축 현장에서 일했지만 정상적인 보상도 받지 못하고 신체만 망가졌다”라고 하고 “건설현장에서 일한 2년 동안 임금을 절반밖에 받지 못했으며 현재 사장과는 연락도 안되는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몇 년 간 간신히 생활을 하다보니 현재 돈도 없고 중국에 돌아갈 정황이 되지 않는다”며 “부디 이러한 사정을 한국 정부가 꼭 알아주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교회에서 함께 운동을 하고 있는 또 다른 동포 한월춘씨는 “한중 수교전에 입국해 큰 돈을 번 후 중국에 가서 잘살아보려고 했으나 현재까지 받지 못한 돈이 3억 5천만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애타는 사연을 정부가 외면한다면 자신은 살아갈 희망을 잃게 된다"며 "임금체불 문제를 겪고 있는 동포들의 딱한 사정을 알아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정부에 호소했다.

 

 중국 동포 장희유씨는 한국에서 고용주로부터 받지 못한 500만원의 체불임금이 있다. 그는 2003년에 노동부로 문제를 신고했지만 법원이 고용주의 거주지를 파악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려 현재 체불된 임금을 받을 방법이 막힌 상태이다.

 

 한국 사회에서 동포 노동자들이 고용주로부터 쉽게 당하는 피해가 바로 임금체불이다. 한국 사람들도 제대로 일을 하고도 사장으로부터 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하물며 조선족 동포들에게 이러한 피해는 예외일 리 없다. 상대적으로 한국 사회에 어둡고 이주 노동자의 약점을 갖는 조선족 동포들이 겪는 피해는 심각하다.


 장희유씨 역시 동년배인 고용주와 쌓았던 친분이 자신에게 피해로 되돌아올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장씨는 임금지불이 계속 미뤄졌지만 회사가 어렵다는 사장의 말에 동고동락한다는 생각으로 계속 회사 측의 사정을 봐줬다. 하지만 상황은 여기서 그친 것이 아니다. 장씨는 사실 500만원 이외에도 150여 만원 정도의 받을 돈이 더 남아 있는 상태다. 사업이 계속 어려워지자 사장은 장씨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했고 장씨가 이에 응한 것. 당시 장씨는 친분을 내세운 고용주의 요청에 차용증도 받지 않고 자주 돈을 빌려주었다. 임금체불뿐 아니라 노동자 자신의 개인 돈까지 사기를 당한 것이다.


 노동부가 장씨를 구제하는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5개월이 소요되고 검찰에서 다시 2개월이라는 시간이 결렸지만 고용주는 사업 부도를 내고 주민등록이 말소된 채로 현재 종적을 감춰 어떠한 결과도 얻지 못한 상황이다.


 장씨는 불법체류자 신분으로는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워 생계를 이어가는 것이 어렵다. 무엇보다 고용주의 소재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언제까지 기약 없는 문제에 매달려 무작정 기다림을 지속할 수도 없는 일이다.

 

 장씨의 고향에는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장씨가 한국에 나와 일을 하는 동안 아들은 친척집을 전전하며 어렵게 생활해야 했다. 이제 장씨는 아들에게 어떠한 보상도 해줄 수 없는 상태로 다시 중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임금 체불은 물질적으로도 큰 피해를 주지만 동포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문제로 쉽게 연결되고 있어 한국은 이렇듯 동포들에게 한을 남긴 채로 그들을 돌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한 중국 동포는 1년 동안 1곳에서 700만원을 체임 당했으나 사업주가 불법체류자 신분이어서 실질적인 제도적 구제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고용주 자신 역시 불법체류신분으로 한국 사장으로부터 하청을 받고 중국 동포들을 모아 일을 진행시켰으나 그 고용주 역시 한국 사장으로부터 돈을 받지 못해 노동자들에게 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같은 동포끼리 돈 관계가 얽혀 있는 경우에 같은 불법 신분끼리는 신고를 하지 못하지만 한국 고용주들 사이에서는 불법노동자 신분이면 신고한다고 협박하거나 실제 신고를 하는 사례가 흔히 발생한다.

 

 이 동포는 “열 이면 열이 다 그러하다. 노동자가 불법 외국 노동자이면 사장은 이를 가지고 신고한다는 말을 쉽게 꺼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동포는 “돈도 돈이지만 임금체불을 당하다 보면 우선 한국인에 대한 회의가 들며 한국에 대해 나쁜 인상을 갖게 된다”면서 “정말 분통이 터지는 일이다”라고 토로했다.

 

 일부 동포들은 마지막 방법으로 해결사를 통해 일정 부분이라도 돈을 받아 낼 수 있다면 그 방법을 고려하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기도 했다.

 

 한국에서 받은 피해에 대한 불만과 고용주 등에 대한 반감이 결정적으로 묻어나는 부분이다. 임금체불 문제는 동포들에게 한국에 대한 불신을 또 그 자신에게는 한을 남기고 중국으로 돌아가도록 하고 있었다.


 한편 임완호 노무사는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체불에 있어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위임문제의 한계’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사소송 기간은 보통 6개월~1년이 걸리기 때문에 체류기간 이내에 끝날 일이 별로 없다”라고 밝혔다.

 

 그는 “그래서 나머지 처리를 친지나 친구 등에게 위임하게 되는데 그것은 조사권에 대한 위임에 한 한 것이고, 막상 처리가 다 끝나서 배상을 받을 것을 눈앞에 두고도 본인 명의의 통장이 없거나 만들 수 없다면 그 돈을 받을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다른 절차가 위임자에 의해서 다 마무리 된다고 하더라도 최종 단계인 보상금 수급 문제는 다른 사람에게 위임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 노무사는 “반드시 자신 명의의 국내 통장이 있어야 하므로 외국에 있는 사람은 돈을 받지 못하거나 불법체류자인 경우 자신 명의의 통장을 만들지 못해 그대로 외국으로 나가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임 노무사는 또한 노동부 직원의 수가 많지 않은 것이 실질적으로 제도 시행에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노동부의 직원 수는 적은데 이들이 한달에 처리하는 사건은 1인당 100건이 넘는다”면서 “한 사람이 너무 많은 업무를 처리하다보니 처리 시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는데 인원이 더 늘지 않는다면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 기관의 인원만 보충된다면 처리기간 지연에 따른 배상 포기 등 그간 이주 노동자들이 이 제기해왔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단순한 행정서비스의 질 저하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씻기지 않는 한을 안고 고국으로 돌아가도록 강요하고 있었다.


 하지만 관악노동사무소의 이균호 근로감독관은 “채당금 제도를 적용받을 수 없는 사례, 즉 업주가 도망가거나 등록 되지 않은 개인 사업자와 일한 경우에는 한국 사람이라고 해도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무작정 한국에 있을 필요가 없고 있다고 해도 당장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일단 자진 출국해서 재입국 한 뒤 그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이므로 일단 자진 출국해야한다”면서 “본인이 법을 먼저 지키면서 법에 호소를 해야하지 정작 본인도 법을 어기면서 법에 대해 호소를 하면 되겠냐”며 노동부 측의 강경한 입장을 대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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