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한인학회‧일본조선족연구학회 공동학술세미나 개최

 

[서울=동북아신문]이동렬 기자. 장헌국 기자= 조선족의 ''복합문화력'과 "정체성 약화"등 문제점 등을 재론하고, 조선족의 장내 역할에 대하여 냉철하게 고민하는 학술회의가 열렸다.

재외한인학회(회장 윤인진 교수)와 일본의 조선족연구학회,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BK21교육연구단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대회의실에서 아세아연구소의 후원으로 '한‧중‧일 협력시대 조선족의 역할'이란 주제로 이번 학술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사)동북아공동체연구회 이승률 회장은 '한국에서 본 재중동포의 지위와 역할'이란 발제에서 "조선족은 한반도 남북관계 개선에 중개적인 매체 작용과 조해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그 이유로 "조선족은 한반도의 양측과 혈연관계가 있는 민족이며 조선족 사회는 사회주의 문화와 자본주의 문화 양쪽에 모두 익숙하며, 현실적으로 남과 북 간에 일정한 범위 내에서 자유롭게 내왕할 수 있는 교통여건이 마련되어 있고, 남북한과의 교류에서 기본상 중립의 입장을 취하고 있으므로 남북 간의 문화충동에서 우호적인 완충지대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하였다.

▲ 중국동포타운신문 김용필 국장
또 "조선족은 대형기업들과의 거래뿐만 아니라, 심지어 일개 보따리 장사들까지 북한주민들에게 시장경제를 훈련하는 중요역할을 해내고 있다."며, "북한주민들에게 재화의 교환 형태로 이루어지는 시장 매커니즘을 가르치고 실제적인 변방 무역의 민간경제교류를 현실화 시켜주고 있기에 장차 통일이 될 때를 대비하여 북한 주민들이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경험과 지식을 습득케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가장 성공한 나라인 중국의 경험을 북한에 전달하여 점진적인 개방을 이룰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조선족 사회를 보다 창의적이고 생산성이 있는 단계로 이끌어 내어 한‧중간, 북‧중간, 중‧일간의 공동문화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조선족사회의 '복합문화력'을 장차 도래할 동북아공동체의 징검다리 집단지성으로 육성하자."고 제안하였다.             

고려대 박사학위를 졸업하고 이번 세미나를 준비하였고, 또 사회를 맡은 부경대 예동근 교수(조선족)는 '지역협력을 위한 조선족의 역할-한국 내 조선족을 중심으로'라는 발제를 통해 "현재 조선족은 중국 안에 '한반도의 축소판'이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연변이란 중심 영역권을 형성하였고, 중국의 5대 경제권역을 중심으로 '경제영토' 확장판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조선족사회의 재건에서 이미 초국가적인 요인이 포함한 다양한, 도시중심론, 동북아네트워크론, 제3의 정체성 등 다양한 담론들이 형성되고 실천되고 있는데, 한‧중‧일 3국이 정치적, 경제적 협력관계를 지향할 때 조선족 사회의 초국가적 커뮤니티의 재건은 더 높은 차원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고야대학의 가사이 노부유키 교수는 '일본에서 본 재일조선족-선배 민족들에게서 배울 것'이라는 발제에서, "중국내에서 일본어가 뛰어난 민족이라고 알려진 조선족의 우위성이 향후 계속 유지될지 의문이다."면서, "일본어 습득의 기회가 급속히 감소되고, 학생들의 영어과목 선택기회가 증대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서, 재일조선족은 "예능문화계승에 의한 민족 아이텐티티를 유지"하고 "조직적인 민속 예능의 실현이 필요하게 되며, 차세대에 대한 민족교육에 의한 문화전승도 중요하다."며 재일조선족은 개인네트워크와 집단형성력이 강하고 다언어 우위성이 있지만 "동향의식과 동일한 가치관에 의한 네트워크의 한계를 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본에는 90년대 유학생 입학규제가 완화되어 대학 재‧졸자와 동북지역서 조선족 IT기술자를 중심으로 스카우트하여 일본기업 취직기회도 확대되었다. 그후 유학생이나 일본어 연수생이 일본에서 공부하고 졸업한 후 취직 혹은 기업 IT업종을 중심으로 한 기술자의 일본에 도래도 증가되고 있는 상황, 조선족가족까지 포함하여 6~7만명, 특히 수도권에 4~5만명 거주하고 있다.

이날 지정토론 사회자로 나선 이진영 교수는 "한국은 중국조선족동포들의 기여에 대하여 너무나 모르고 있다. 긍정적인 기능과 역할에 좀더 초첨을 맞춰보자. 남북한, 한중관계, 한‧중‧일 관계에서 조선족동포들의 역할과 조선족의 특징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는가"를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정토론에 나선 리강철 일본 호쿠리쿠대 교수(조선족연구학회 회장)는 재일조선족들이 "일본에 사는 동안은 나라를 사랑하고 국민을 사랑하며 일본인과 네트워크 할 줄 알아야 한다."며, "조선족은 똘똘 뭉쳐야 한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면, 자칫 배타적으로 살게 되며 배타적인 버림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100년 전에는 조선족이 없었지 않았나? 이제 100년 후의 조선족을 생각해보자!"며, "해외이주민과 비교해야 정체성을 어떻게 나갈 수 있는가를 알 수 있다"고 말하였다.

연합뉴스 영문팀 팀장 곽승지 박사는 "한국의 조선족을 만나보면 고향에 대한 애착이 적다"며, "조선족은 우선 한민족과 관련된 연관성과, 동북3성과 관련된 연관성에 중시를 돌려 한다.", "동북삼성지역과 연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세계화시대 다국어를 구성할 수 있는 조선족은, 한중간 경제협력의 중개역할과 남북 간의 매개역할의 당위성에 대해 의심하지 않으나, 냉정하게 고민하면 조선족이 앞으로 지금처럼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고 말하였다. "과거 192만의 조선족이 주로 동북3성에 분포되었는데 현재 30%도 안 되는 사람들이 동북3성에 거주하면서 국내외로 퍼져갔고, 조선족 3~4세대의 정체성이 약화되어 있다"며 그 원인을 분석하였다.

그리고 정체성과 관련하여,  "조선족동포들은 한민족이냐 중국국민이냐 택할 것이 아니라, 중국국민인 동시에 한민족임을 인식해야 한다."며 "최근 개별 조선족학자들은 조선족동포들을 민족적 연관성보다 독립적, 독자적 집단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리고 한국정부도 조선족을 정책적 측면에서 "적극적인 자세로 포용해야 한다."며, "정부 정책과 더불어 우리사회도 다문화 지향적으로 가고 있는데, 재외동포문제나 조선족문제에 대하여서는 사회 지향적 정책이 없다"고 지적하였다.

중국동포타운신문 김용필 국장은 토론에서, "현시점을 보면 조선족동포 20년사를 정리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고 생각한다며 "현재 재한조선족사회는 안정과 발전보다 상당한 혼란과 무기력 속에 빠져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경쟁은 심하나 경제력이 없기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며 "동포 단체나 언론사가 많이 생겨나고 있으나, 6.25지방 선거에서 비례대표 한 명 내세우지 못한 점"을 예들면서, "조선족 내부에서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니이가타현립대 권녕준 교수는 "조선족은 이제까지 한창 잘 올라가는 시기를 자났는데 이제는 내려가는 시기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조선족의 민족교육은 쇠퇴에 빠져있어 대부분 학교들이 운영조차 어려운 상태로 발전하고 있다"며 "가장 모범적인 민족이 이제는 유동성이 제일 큰 민족으로 거듭나고 있어 앞으로도 계속 민족인재를 배출할 수 있겠는가?"고 우려하였다.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 박우 회장도 "조선족은 스스로 역할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조선족연구에서 조선족의 문제는 과거도 지금도 중국의 정책문제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데, 이런 점을 무시하면 안 된다."고 말하며, "조선족의 역할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때 아주 치명적일 수 있다."," 조선족의 역할 과대평가는 금물이다."고 지적하였다.

이번 세미나 사회를 맡은 윤인진 회장은 "이번 세미나는 한‧중‧일 정상회담이 제도화되고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문화, 예술, 교육 등 다방면에 걸쳐 3국 간 교류가 활성화되는 시점에서 세 나라에 걸쳐 있는 조선족의 존재 의미와 역할을 조명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고 설명하면서 "재외한인학회는 앞으로도 국내외 조선족문제연구학자들과 더불어 심도 있는 학술세미나를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또, 이상철 일본 류우코쿠대 교수가 지정토론 사회를 맡았고,  홍정표 일본 미야자키대 교수도 토론에  참여하였다.  

[저작권자(c) 동북아신문(www.dbanews.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단, 공익 목적 출처 명시시 복제 허용.]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