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中·日 언어·문화 이해능력 지녀… 미래 동북아협력 매개 역할 큰 기대

'조선족'으로 칭해지는 중국동포는 우리 사회에서 특이한 존재다. 분명 동포지만 재미동포 등 다른 지역 동포처럼 제대로 대접을 받지도 못한다. 때로는 힘들고, 어렵고, 더러운 3D업종에 종사하는 '중국인'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다문화사회 논의가 한창이지만, 이들은 우리와 문화가 다르다고 인정되지도 않아서인지 그 논의에서 빠져있다. 동포도, 그렇다고 외국인도 아닌 중국동포들이 한국에 40만이나 살고 있는데도 상황은 변하지 않고 있다.

반면 한-중 관계는 천안함사건 이후 미묘하게 변화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한국은 중국 경제와 더욱 밀접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그 거리는 점점 멀어져가는 느낌이다. 중국에서 한국에 대한 반감은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 나타나고, 중국정부 역시 그것을 제지하지 않고 일부 관영언론은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한국에서도 천안함사건 처리를 둘러싸고 중국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북한에 가까워가는 중국에 대해 섭섭함과 아쉬움을 토로하곤 한다. 더불어 북한과 우리와의 거리는 더욱 멀어져가고 있는 형편이다.

중국의 정경분리와 단절된 북한과의 관계에 답답함을 느낄 때면 생각나는 것이 중국동포다. 함경도출신이 많은 중국동포는 연변조선족자치주라는 엄연한 행정조직을 중국에 가지고 있는 우리 동포다. 북한과 친척관계가 있는 사람이 많기에 친척방문도 하고, 때로는 보따리장수로 북한에 들어간다. 화폐개혁 이후 북한경제 사정과 '장마당'으로 불리는 생생한 시장상황을 전달해 줄 수 있는 것도 이들이고, 남한의 변화와 발전상을 북한에 입소문 내줄 수 있는 사람도 이들이다. 지금 북한의 트위터선전이 문제가 되지만 이들의 입소문은 트위터보다 무서운 것이다.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가까워 진다하나, 그것을 매개하는 사람들도 중국동포다. 왜냐하면 중국국민이고 우리말과 중국어를 구사하기에 중국정부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경색된 남북관계로 사업을 중단하고 있지만, 현대의 금강산사업에도 중국동포 현지종업원이 많았다. 중국동포들은 한국과 북한, 중국과 북한을 이어주는 매개적·완충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중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내 중국 유학생의 많은 부분이 동포 유학생이다. 이들은 한국과 중국의 여러 사이트를 다니면서 이중 언어를 구사하는 자들이다. 얼마든지 한국의 입장을 중국 네티즌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위치다. 물론 중국내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는 상하이·칭다오·다롄·광저우 등에는 중국동포들이 우리 기업에서 혹은 독자적으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적응하지 못하는 한국인들을 도와 한국기업이 빠르게 중국화하는데 일조를 하였다. 또한 중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200만 중국동포들은 한국과 우리 민족의 발전상과 변화를 중국에 전달할 수 있는 민간외교관이 될 수도 있다. 물론 부정적인 매개 역할도 있다. 보이스피싱이나 밀수 등 중국과 연관된 범죄에서 그렇다.

그러나 중국동포의 역할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것은 한국·북한·중국·일본의 동북아가 점차 글로벌화하고, 상호의존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으로 이주한 6~7만의 중국동포는 중국어와 우리말 그리고 일본어 등, 동북아 3개 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사람들이다. 북한과 중국의 사회주의적 가치를 이해할 수 있고, 한국과 일본의 독특한 문화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미래 동북아 지역협력의 매개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너무 추상적인 얘기고 과장이 아니냐고? 과연 그런가? 지난 10여년간 이미 6~7만명의 중국동포 결혼 이민자가 한국 국적을 얻어 한국에 살고 있다. 이들의 자녀는 한국인이지만 중국과 한국의 두 문화를 이해하는 국제결혼 가정에서 자라고 있다. 10년 후 더욱 밀접해진 한-중 관계와, 강성해진 중국 그리고 다문화 되어가는 한국에서 그들의 역할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가? 10년 전 중국동포 상황과 지금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앞으로 10년 후 중국동포의 위치는 지금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 보이지 않는가? 중국동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경인일보 논설위원 이진영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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