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한국 생활로 중국은 황무지일 뿐” 한탄의 목소리 높아

최근 법무부의 파격적인 ‘자진귀국 귀국프로그램’이 실시되면서 대다수의 중국동포들이 호응을 보이며 하루에 200~300여 명이 중국으로 귀국하고 있는 반면, 피치 못할 사정으로 도저히 중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많은 동포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더욱 강력해진 단속에 숨을 쉴 수도 없는 처지가 되어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들 중 특히, 지난 1991년 한중 수교 이전에 입국해 13년 이상 한국에서 기반을 잡고 살아가는 중국동포들의 경우 ‘자진귀국 프로그램’을 도저히 환영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91년 8월에 입국한 중국동포 최옥자(62세.가명)씨는 현재 국적 회복 소송 중인 동포로 
한국에서 못 받은 임금과 빌려준 돈이 4천 만원에 이른다. 최씨는 지난 98년, 7년 동안 한국에 살면서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가정부로 일하던 집에 믿고 빌려주었다. 그러나 중국동포라는 사실을 알고 돈을 갚지 않자 급기야 재판까지 걸고 승소했지만 여지껏 돈을 받지 못했다.

 최씨는 “15년 동안 중국에 가족을 두고 엄마 노릇도 제대로 못하고 돈 한푼 못보내줬다”며 “중국에 있는 가족들의 형편이 너무 어렵고 나도 면목이 없어 중국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돈도 못 받고 불법체류라 일자리도 없이 지낸 세월 때문에 소변에서 피가 나올 정도로 건강이 안 좋은데 무슨 수로 중국에서 살겠냐”며 “그래도 기반을 닦아놓은 한국에서 살다가 한국에서 죽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중국동포 이창명(48.가명)씨는 아버지가 동포 1세로 지난 92년 8월, 친척초청으로 한국에 입국했다. 한국에 입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형제도 없이 홀홀단신 남게 된 이씨는 94년, 중국에 있던 첫 번째 부인에게서도 일방적으로 이혼을 당하고 말았다. 그 후 혼자 한국에서 외롭게 생활하던 이씨는 중국동포를 만나 아내로 맞이하게 되었고, 5살 된 아이까지 두고 있다.

 이씨는 “내가 중국에 돌아가면 아내와 아이는 누가 부양하겠는갚라며, “불법체류자란 이유로 국적회복도 못하고 아내와 아이까지 잃게 된다면 나는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중수교 이전 입국자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오랜 시간 생활하면서 부양할 가족이 모두 한국에 살고 있을 뿐 아니라 자녀들 또한 이 곳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또, 설사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으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아는 사람 한명 없는데다가 심지어는 중국에서 호적이 말소된 경우도 있어 생활기반도 전혀 없는 곳인 중국에서의 삶은 단 일주일조차도 생각할 수 없이 두려운 것이다.

 이렇듯 국적만 다를 뿐 10년 이상 뿌리 속 깊이 한국인으로 살고 있는 이들이지만 법무부는 조금의 여지도 남기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중국으로 돌아갈 것만을 강요하면서, 불법체류자 근절만을 외치고 있는 실정이다.

 같은 민족이지만 10여 년이 넘는 세월을 불법체류자로 낙인 찍혀 살아야했고 이제는 가족을 두고 중국으로 쫓겨날 수 밖에 없는 이들의 한스런 목소리와 ‘불법체류’란 단어로 완전히 귀를 틀어막은 정부, 과연 동포들에게 한국은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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