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아주 멀리 있는 사물을 관찰할 때는 망원경을 사용한다. 그러면 미래를 전망하고, 미래 전략을 수립하려면 어떤 도구를 사용하면 좋을까? 영화에 나오는 수정구슬? 용한 점쟁이? 점성술? 카드점? 주역? 물론 아닐 것이다.

아니 그런 도구가 있긴 있는 것일까? 그 답을 알고 싶으면 이 책을 읽어 보라. 내가 볼 때 이 책이 제안하는 ‘5가지 안경’과 엘트빌러 모델(Eltviller Model)은 꽤 훌륭한 미래경영 도구이다. 잘 사용하면 개인과 기업과 나라의 팔자가 바뀔 수도 있는 도구이다.

개인이나 조직이 수립하는 비전, 전략, 계획들은 미래에 대한 예측과 소망이라는 초석 위에 서 있는 기둥과 벽과 지붕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이 초석이 푸석푸석하면 얼마안가 이 건물은 폐허로 변할 것이다. 이렇듯 미래에 대한 연구는 매우 중요하지만 의외로 미래 연구에 시간과 정력을 투자하는 데는 인색하다. 이 책에 따르면 “(미래 연구와 전략경영의 총화로서) 미래경영이 장기적으로 기업 경영성과에 어느 정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까?”하고 물으면 일반인들조차 대충 “70% 정도”라고 답변한다고 한다.

그런데 게리 해멀(Gary Hamel) 런던 비즈니스스쿨 교수와 프라할라드(C.K Prahalad) 미시건경영대학원 교수의 연구 조사에 따르면, 일반인들 보다 훨씬 미래 경영을 중시하는 경영자들조차도 “비전 작업에 자신의 시간의 2.4% 이상을 소비하지 않는다.”(p 43~44)고 한다. 70% 이상의 중요성이 있다고 하는 일에 불과 3% 미만의 시간을 투입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라고 다를 리 있겠는가? 미래는 연구, 고민해 봐야 제대로 알 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지구 온난화), 석유고갈, 인구 폭발, 뇌 과학이나 나노기술의 발전, 중국, 인도의 부상 등이 초래할 놀라운 미래에 대해 말해왔다. 이 책들은 대개 극단적인 전망을 늘어놓았기에, 독자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늑대다!”고 몇 번 외치다 마을 사람들의 불신을 산 양치기 소년 비슷하게 되어 버렸다. 그런데 이 책은 이런 류의 책이 아니라 미래를 전망하고,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방법론이다.

5가지 안경과 각각의 용도는 다음과 같다.

푸른 안경이다. 이는 ‘개연성 있는 미래’에 주목하는 안경이다.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존재하는 ‘미래의 환경변화’ 또는 ‘거시 변동’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대양을 항해하려는 선장의 입장에서 볼 때 바다의 상태, 날씨, 조류 같은 것을 주목하는 안경이다. 델파이 기법은 주로 이 분야에서 사용되어 왔다.

초록안경이다. 이는 ‘미래에 활용할 수 있는 기회’에 주목하는 안경이다. 자신의 의지로 ‘구축할 수 있는 미래’(붙잡을 수 있는 미래)에 주목하는 안경이라고 할 수도 있다. 대양을 항해하려는 선장의 입장에서 보면 풍요로운 섬과 육지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노란 안경이다. 이는 앞의 두 안경으로 분석한 미래와 자신의 처지, 조건, 소망 등을 종합하여,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원하는 미래(창조하고자 하는 미래)’, 즉 비전에 주목하는 안경이다. 이는 비전 작업을 할 때 즐겨 사용하는 안경으로, 그리 낯선 안경이 아니다.

붉은 안경이다. 이는 ‘미래에 발생 가능한 돌발상황과 리스크’에 주목하는 안경이다. 우리가 비관적 전망시 혹은 가상 시나리오 정립시에 즐겨 사용하는 안경으로 그리 낯선 안경은 아니다. 자본론과 함께 ‘세계를 뒤흔든 책’이라는 평가를 받는, 1972년에 나온 로마클럽 보고서 <성장의 한계>가 덮어 쓴 안경이 바로 이 안경이다. 지금 유력하게 대두되는 ‘북한의 중국 동북4성화’가설도 붉은 안경으로 본 미래이다.

보라안경이다. 이는 노란 안경으로 본 미래, 즉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필요한 행동에 주목하기 위한 안경이다. 이는 보통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안경으로, 우리에게 체화된 안경이다. 이렇게 5가지 안경을 개괄해 보면, 우리에게 약간 낯선 안경은 첫째 안경과 둘째 안경 정도다.

보통 사람들도 낙관이라는 안경과 비관이라는 안경을 사용하여 미래를 전망하고, 자신의 소망과 의지를 결합하여 비전과 전략을 수립한다. 좀 더 나가면 미래의 개연성 있는 시나리오 몇 개를 써서 각각의 경우에 대한 대처 방안을 수립한다. 이 책이 제안하는 5가지 안경도 우리의 상식이 제공한 방법론과 전혀 다른 어떤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상식을 좀 더 체계화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980~90년대에 이루어졌던 기업의 명운을 가른 중요한 결정(미래경영)을 다시 반추해 보는 것이다. 보잉사와 에어버스사의 결정, 클라이슬러와 통합한 벤츠사의 결정 등. 이런 사건들이 수십 건이 있다.

“목적과 관점에 따라 미래는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고”, “미래는 단수가 아닌 복수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미래는 관찰자의 견해에 따라 주관적으로 정의되고, 미래의 종류는 관찰시점에 따라 바뀔 수 있으며, 관찰하는 순서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미래 경영 방법론으로서 이 책의 정수는 이것이다.

“사실 미래경영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들은, 미래를 보고 설명하는 방식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보는’ 미래를 자신이 ‘아는’ 단어로 표현한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같은 도구와 방식으로 미래를 본다고 여긴다. 미래를 보는 목적과 관점, 그리고 바라본 미래를 표현하는 단어가 각기 다른데, 그 배경을 간과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미래분석의 도구들 자체가 전혀 체계화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 결과, 이들이 예측한 미래는 중구난방으로 매번 달라진다. 수많은 좌절과 몰이해, 또는 실패가 양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p 26)

미래를 바라보는 대표적인 목적과 관점을 5가지 프리즘(안경)으로 정리한 것이다. 사실 과거에는 미래를 전망할 때 거시 환경변동(푸른안경), 기회(초록안경), 비전(노란안경), 리스크(붉은 안경) 등을 뭉뚱그리고 섞어서 분석하였기에 매우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이 책은 이를 5가지로 세분화 하고, 순서를 잡고, 각각의 연구 방법론을 매뉴얼화(체크리스트)하였다.

미래연구자의 역할에 대한 혼란을 정리하였다. 저자는 미래전문가는 예언자가 아니라 미래를 미리 생각하는 사람일 뿐이며, 트렌드 연구자는 전망이 아니라(예견자나 예언자가 아니라) 영감을 주는 아이디어나 생각을 제공하는 사람일 뿐이라는 것이다. (p 53~ 55)

저자도 말하듯이 250회가 넘는 지도층 인사들과 인터뷰, 여러 분야에서 크고 작은 기관을 이끌어가는 리더들과의 무려 800회에 이르는 워크숍과 세미나를 통해 도출해낸 결과물이다. 이는 그만큼 현실 적용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100년을 부쳐 먹을 숲을 태워 3~4년의 높은 소출을 빼먹고 떠나버리는 화전민적 문화가 팽배하다. 긴 호흡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기풍이 너무나 박약하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제시하는 정신과 방법은 한국 사회의 선진화에 너무나 절실한 것이다.

톱, 드라이버, 돋보기, 망원경은 없어도 이 책 한 권은 반드시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더 나아가 이 도구를 정말로 잘 사용하려면, 유능한 사람들로 미래경영팀을 만들어, 이 책이 제시하는 방법론에 따라 실제 미래전략을 수립하면 될 것 같다. 그러면 오래지 않아 저자가 제시하는 도구 보다 더 나은 도구를 한국인은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책을 고교 참고서처럼 공부한다면, 즉 영양분을 완벽히 흡수한다면 백수에게는 새로운 일자리(미래경영 컨설턴트)가 생기고, 기업과 정부와 NGO에게는 높은 성과가 생기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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