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홍국(중국연변조선족자치주정부 서울대표부, 처장)

쓰기에 따라서
보석이 돌이 되고
돌이 보석이 된다.

그 동안 한국에게 조선족은 보석이기도 했고 돌 신세로 전락하기도 했다. 한국기업들의 중국진출 초기에는 조선족은 보석이었다. 그러다가 중국어를 잘하는 한국인들과 한국어를 잘하는 중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지금 조선족은 한국 3D업종 대체인력쯤으로 치부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의 조선족 활용 또한 해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꽤 오래 전부터 한국에게 조선족은 ‘돌’이 되어 버렸다.

다시 보석으로 빛나는 길이 없을까? 함께 고민을 나누어보자는 뜻에서 필자가 먼저 제안을 하고자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한국은 중국관광객 유치를 위해 조선족을 활용하라는 것이다. 이는 조선족에게도 바람직한 현상이며 한중 양국 교류에도 유익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은 일찌감치 조선족을 활용하여 한국관광객을 유치하는데 크게 성공 했다. 한국인을 유치하는 대부분의 중국여행사에는 적지 않은 조선족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다. 조선족의 활약에 힘입어 중국은 2005년에 들어서면서 354만 명의 한국관광객을 유치하였는데 한국이 중국의 최대 해외관광국이다. 이러한 추세는 3년간 지속되다가 2008년 396만 여명, 2009년에는 320만 여명으로 다소 줄어 들었지만, 한국은 여전히 중국의 2대 해외관광국가이다.

반면에 한국의 관광산업은 취약하다. 작년 통계에 의하면 한국 관광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3%로 OECD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중국관광객 유치도 시원치 않다. 작년에 단지 137만 명이었다. 같은 시기 해외로 출국한 중국관광객은 4776만 명으로 그 중에서 대만, 홍콩, 마카오에 다녀온 사람이 3300만 여 명이며 순수 출국 관광객수만 하더라도 1500만에 가깝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중국관광객의 오직 9% 만이 한국에 여행을 온 것이다. 이에 한국관광공사의 독일출신 사장 이참은 한국과 중국이 이웃나라임을 감안하면 ‘30%까지는 끌어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관광기구(UNWTO)는 오는 2020년이 되면 중국은 1억371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해 인바운드는 세계 1위가 될 것이고, 1억 명의 해외 관광객을 내보내 독일, 일본 등에 이어 아웃바운드 4위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세계관광기구의 예측과 한국관광공사 이참 사장의 바람이 현실로 드러난다면 2020년 한국에 입국하는 중국관광객은 3000만 명으로 예상된다. 이 3000만 명이 작년에 서울을 찾은 중국관광객의 일인 평균 지출인 2000달러만 소비한다고 예상할 때, 600억 달러가 중국인의 지갑에서 한국으로 흘러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참고로 2009년 한국 무역흑자 규모는 410억 달러였다). 물론 중국으로 가는 한국관광객들이 있기 때문에 600억 달러라는 수치가 순수입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대국으로 가는 양국관광객 증감 추이와 양국의 인구수를 감안하면, 중국을 찾는 한국 관광객수는 이미 최대치에 근접하여 증가할 여력이 별로 남지 않은 반면에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수는 그 수는 적지만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이며 앞으로도 계속하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중국이 관광흑자를 보았다면 머지않아서는 한국이 흑자를 보는 날이 올 것이다.

관건은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얼마만큼 중국관광객을 유치하는냐에 달려있다. 필자는 늦어도 10년 후부터는 해마다 한국을 찾는 중국관광객이 3000만 명이 아니라 5000만 명은 돼야 한국 관광업의 성공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중국인들의 소득증대와 13억 인구를 감안하면 오히려 당연한 것이다. 2009년 세계3대 관광대국 프랑스, 미국, 스페인을 보면 프랑스는 7400여 만 명, 미국은 5800여 만 명 스페인은 5200여 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각각 유치했다. 하물며 이웃의13억 인구대국으로부터 한해 5000만 명을 유치목표를 두고 천방야담이라고 절대 말할 수 없다.

국가사업 목적으로 관광업을 바라볼 때, 한국이 삼천리 금수강산을 끼고 있고 중국을 가까이 두었다는 것은 천운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중국 주변국들 가운데서 가장 좋은 자연경관과 기후를 가지고 있다. 중국의 동남쪽과 남쪽 나라들은 겨울이 없고, 서쪽 나라들은 바다가 없으며, 북쪽에 나라들은 겨울이 매섭다. 가까이 바다건너 일본은 지진이 많다. 중국관광객 입장에선 해외 여행국으로 한국만한 나라가 없다. 수려한 산천과 뚜렷한 사계절을 누릴 수 있는 곳은 중국 내에서도 흔치 않다. 산해관 이남부터는 여름이면 무덥고 겨울철에도 눈을 볼 수 없다. 동북3성이 한국과 흡사한 것을 알려졌지만 바다가 동해처럼 푸르지 못하고 산도 장백산(백두산)외의 특별한 명산이 없고, 강우량 또한 한국의 절반 정도밖에 안되어 한국만큼 수려한 계곡을 찾기가 어렵다. 무엇보다도 중국에도 명산대천과 아름다운 해변이 있기는 하지만 960만 평방 킬로미터와 13억 인구에 비하면 명소가 적기 때문에, 대부분 이러한 곳은 국가에서 지정한 관광지인데다가 사람들로 붐비기 일쑤여서 그 속에 들어가 마음 편히 쉰다는 것을 생각하기 어렵다.

한국은 곳곳이 “설악”이요 가는 곳 마다 “백사장”이다. 굳이 붐비는 설악산에 갈 필요도 없고 해운대에 갈 필요도 없다. 뒤에는 푸른 산, 앞에는 맑은 강이 흐르는 시골마을은 또 어떠한가 저마다 한 폭의 수채화요, 무릉도원이다. 이보다 더한 관광자원이 또 있을까? 이보다 더 중국인의 발길을 멈추게 할 휴식처가 있을까? 한국은 이 귀중한 천혜의 자원을 버리고, 기어이 경복궁으로 중국인들을 유치하려 한다. 단순히 불국사로만 중국인들을 유치하려 한다.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서울 도심으로, 수원 화성으로, “땅굴”로 중국인들을 유치하려 한다. 유사한 문화와 고궁, 오대산을 가진 중국인들에게 경복궁, 불국사가 무슨 볼거리며 세계 제일의 올림픽주경기장을 가진 중국인들에게 상암월드컵경기장이 무슨 볼거리며 북경, 상해를 가진 중국인들에게 서울 도심이 무슨 볼거리며 만리장성, 서안 고성을 가진 중국인들에게 화성이 무슨 볼거리며 같은 민족의 국가가 팠다는 “땅굴”이 무슨 볼거리가 되겠는가?

한편 최근에는“한류”로 중국인을 유치하고 있다. “한류”는 말 그대로 흐름일 뿐 이다. 인기도 가고 사람도 간다. 관광객 유치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관광대국 프랑스나, 미국이나, 스페인이 무슨 “~류”를 가지고 관광대국이 된 것이 결코 아님을 알아야 한다.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것, 남이 만들어 낼 수 없는 것, 만인이 동경하고 누리고 싶어하는 것, 그것은 바로 삼천리 강산에 변함 없는 아름다운 해변과 산과 계곡과 시골과 푸른 바다, 맑은 하늘과 푸른 산, 푸른 들과 꽃과 단풍과 하얀 눈이다. 이들을 가지고 중국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 이 아름다운 자연 속으로 중국관광객을 불러 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보여 주려는 관광에서 편안히 쉬고 여유롭게 놀다가 가는 관광으로, 여행사를 통한 단체관광에서 개인관광과 가족관광으로, 단기관광에서 중장기 체류 및 체험관광으로 서서히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중국인들이 여행을 와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정원”같은 개념으로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짧게는 몇 일 몇 주, 길게는 몇 달, 몇 년을 한국에서 살다가는 중국인을 좀더 염두에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제 4, 5년 뒤면 중국에서 자본 2억에 월소득 150여 만원이 되는 퇴직 부부들이 대량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그 가운데 조선족들도 있음은 물론이다. 한국정부가 정책을 간소화해서 이들의 왕래에 편의를 제공하고, 부동산 구매를 용이하게  해 준다면, 집 가격이 저렴한 지방 해변가나 아름다운 시골에 아예 전세를 얻거나 구매하여, 노년에 한국에 와서 한동안 살다 돌아가는 중국인들도 생길 것이라고 판단한다. 무엇보다 퇴직한 조선족 부부들이 먼저 그럴 것 이다.

혹자는 집값 비싸고 물가도 높기로 유명한 한국에서 중국인들이 무슨 돈으로 집을 사고 또 장기생활을 할 것이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따져 보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 비싼 곳은 수도권과 대도시들이고 지방 소도시나 시골은 저렴한 편이다. 1~ 2억이면 웬만한 집은 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퇴직한 중국인들은 그야말로 휴양하러 한국에 오기 때문에 일할 필요도 생각도 없다. 따라서 굳이 수도권이나 대도시의 비싼 집을 살 필요가 없다. 경치 좋은 지방 소도시나 농촌이라도 무방하다. 설사 대도시를 원하는 사람들이라도 사지는 못하더라도 전세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더군다나 한국인들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가 멀다고 생각 하지만 중국인에게는 멀지가 않다. 대한민국 어느 산골마을에 살든 불과 몇 시간이면 전국 어디든지 갈 수 있기에 대도시, 소도시, 산골마을, 강촌마을 그 어디에 사는 지에 대해 개념치 않을 것이다.

한국 생필품 가격과 기본 생활비 또한 중국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필자는 서울에서 4년째 살고 있는데, 부부 둘이서 한 달에 150만원이면 틈틈이 여가생활을 하며 생활하기에 충분히 꾸린다. 그 동안 내가 한국에서 많은 중국인(조선족 포함하여)을 만나 본 바로는 여행사 패키지로 한국여행 온 사람들은 대부분이 볼 것이 없다고 투덜거리며, 개인적으로 와서 한국 지인들과 함께 놀다 간 사람들은 한국이 참 좋다고 입을 모은다. 관광업의 추세는 개인, 가족관광이라고 확신한다. 발달한 나라들 사이에서는 이미 개인, 가족관광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중국인들도 소득증대와 비자발급 완화가 시행되면, 자연스럽게 개인관광 및 가족관광을 많이 올 것 이다. 유럽에 이어 미국과 일본은 이미 중국부유층을 대상으로 개인, 가족관광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한국도 중국인 개인, 가족관광비자 발급에 대하여 시급히 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연소득 10만원(인민폐)이상 중국인들에 대하여 개인관광비자를 발급하고 있지만, 한국은 더 적극적으로 60세 이상 부부나 가족동반 중국인에 대하여, 여권과 신분증과 호구부에 의하여 부부와 부모자식간임이 증명되면 기타 조건 없이 가족관광 비자를 발급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편집자주: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확대를 위하여 8월 1일부터 ‘중국인관광객 비자제도’를 대폭 개선했다. 본 저널 3호 “최신 법령 및 제도” 참고)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가이드 없이 오는 개인, 가족관광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우선 중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언제 어디서든 쉽게 중국어 가능자를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가는 곳마다 중국어로 된 팻말, 안내판과 안내책자가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영어가 있는 곳은 물론 영어가 들어가 있지 않는 곳에까지도 중국어는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한국에는 중국어 가이드가 턱없이 부족하다. 중국어 간판은 인색하기만 하다. 전국적으로 중국어 간판 설치하고 중국어 인력을 충분히 육성하기에는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한다.

이것은 조선족을 활용하면 쉽고 빨리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관광객 유치에 필요한 인력을 보다 쉽게 보다 빨리 공급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조선족을 통해서 10년 뒤 5000만명의 중국관광객 유치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 현재 중국조선족은 192만여 명인데, 그 중 어린이와 시골 조선족마을 노인들과 극히 소수를 제외하고는 일정수준 이상 중국어 능력이 있다. 현재 한국에 나와 있는 조선족 37만 여명의 절대 다수도 한•중 양국언어가 가능하다. 이들 조선족과 한국에서 양성하는 자체인력과 한국에 거주하는 3만 화교 인력까지 적재적소에서 활용한다면 중국관광객 유치에 충분한 인력을 확보 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미국의 관련 통계자료에 의하면 2007년 미국에 온 외국관광객은 5670만 명이었고, 총 관광수입은 1227억 달러이고, 직•간접적으로 창출한 일자리는 850만개라고 한다. 가령 2020년에 5000만 중국관광객이 한국에 다녀 갔다 하자. 그러면 이로 인해 생긴 수입과 일자리는 어느 산업분야보다 막강한 것으로 나라경제수입의 주축이 될 것이다. 일본은 최근 국가 신선정 5대 산업에 관광을 포함시켰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현정권에 들어서야 17대 신성장동력 산업 맨 뒤에 관광을 포함시켰다. 과거 어떤 정부에서도 10대 신성장 동력산업에 관광업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천혜의 관광자원과 관광조건을 가진 한국에게 관광산업이야 말로 제일 되는 신성장동력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편 한국은 관광산업을 명실공히 주요한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서 조선족의 한국 출입국절차와 취업 및 체류, 거주 등 제반 정책에 대하여 진지하게 검토하여 개선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중 경제 문화 교류가 오늘날의 거족적인 발전이 있기까지 우리의 언어와 문자를 지켜온 200만 조선족의 공로는 실로 지대한 것이었다. 만약 우리의 언어와 문자를 지켜온 200만 조선족들이 없었더라도 한•중 양국이 오늘과 같이 가까워질 수 있었겠는가. 우리의 언어와 문자를 지켜온 200만 조선족은 중국에도 한국에도 보석이다. 이 보석이 중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더욱 빛을 발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한국이 관광대국의 꿈을 이루기 위하여 중국을 세밀히 벤치마킹해서 조선족을 “공사판의 돌”이 아니라 “관광업의 보석”으로 활용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주동포정책연구소 미드리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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