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혁(이주·동포정책연구소, 이사)

 우리나라의 체류 외국인은 국민의 2.3%에 해당하는 120여만명으로서 이미 우리나라는 캐나다, 미국, 호주 등의 국가들처럼 이민국가군에 포함되어 있다. 이에 최근 우리 사회는 “다민족국가, 다문화사회” 정책과 관련 담론들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고령화․저출산 문제로 국가 성장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국가경제의 자생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이민 유입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민인구의 유입은 궁극적으로 안정적인 사회통합의 과제를 제기한다.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볼 때 우리는 재외동포 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해외에 거주하는 동포와 국내에 체류하는 재외동포들은 미래 국가발전과 더불어 안정적인 사회통합도 함께 담보할 수 있는 중요한 인적자원임에 틀림이 없다. 따라서 이들 재외동포 인적자원을 잘 관리하는 것은 중요한 국가의 책무 중에 하나이다.
 
  그런데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2010. 6 기준)에 의하면, 우리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이 1,208,544명이지만 실제 이 중에서 중국계한국인(중국동포)이 368,842명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중에 중국동포 불법체류자가 24,673명이고 이 중에 10년 이상 장기불법체류자가 5,851명(2009년 12월 기준)이나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 밀입국자등을 포함하면 중국동포 불법체류 규모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는 10년 이상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중국동포 불법체류자 문제를 과연 우리 사회가 어떻게 대해야 할까? 이들은 이 땅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으며,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일까? 불법 체류한 외국인의 신분으로 마냥 방치되어져야만 할 것인가? 그리고 일반외국인 불법체류자와 같이 오직 단속하여 강제추방하는 것만이 능사일까?
 
  필자는 한국에 어렵게 입국하여 고된 육체노동을 하고 있는 중국동포들 가운데 일부 장기불법체류하는 동포들에 대하여 단순히 체류질서를 어지럽히는 불법체류자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이에 이들의 문제를 사회통합 차원에서 되짚어보고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고자 한다.

 이들은 왜 장기불법체류를 하고 있는 것일까? -돌아갈 수 없는 이유-

  현재 “장기 불법체류자”의 개념에 대한 정확하게 규정한 것은 없다. 단지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는 말이 있듯이 중국을 떠나 온지 10년 이상의 세월이 흐름에 따라 이제 다시 돌아간다고 할지라도 이미 예전의 생활 터전이 붕괴되어 다시 정착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된 자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그러면 이들이 10년 이상이나 장기간 불법체류를 하게 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동안 한국 정부가 수차례나 불법체류자 구제정책을 추진해왔지만 이들이 결국 자진귀국하지 않고 그대로 한국에 남아 있는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는 무엇보다도 이들이 한국에 입국한 배경부터 살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중수교 이후 중국 조선족 사회에는 코리안 드림이 크게 확산되었다. 이러한 분위기에 따라 동포들은 너나할 것 없이 한국 입국을 꿈꿨고 이에 무리하게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큰 빚을 내어서라도 입국을 시도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이들 중 많은 사람이 불법브로커에 사기를 당하거나 큰 빚을 지게 되었고, 급기야는 자의반 타의반 밀입국 또는 위조여권을 사용하게 됨으로써 한국 입국부터 범죄의 늪에 빠지게 되어 버린 것이다. 이들 중 심지어 어떤 이는 본인이 밀입국으로 들어온 사실 조차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이들이 한국에 입국한 시기는 IMF경제위기를 말미암아 무척 어려운 시기이었다. 무리하게 고리채(5%) 사채를 빌리거나 사기를 당하기도 하는 등 천신만고 끝에 한국에 왔지만 이들 동포들에게는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돈을 제대로 벌기도 전에 벌써 빚부터 변제해야 하는 이들에게 한국의 경제위기가 겹쳐 취업 자체가 어려웠고, 어렵게 일자리를 찾았어도 저임금과 임금체불로 인하여 채무를 변제하는데 상당한 기일이 걸리게 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고된 한국생활 속에서도 자녀학비, 생활비, 채무변제로 수입의 대부분을 고향집으로 송금하였다. 그러나 긴 불법체류 기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장성한 자녀의 결혼비용이 추가로 필요하거나, 어렵게 마련한 주택 잔금 납부 또는 본인들의 노후자금 마련 등의 이유로 아직도 자진귀국을 고려할 상황에 있지 못한 상황에 있다. 
   그 밖에 이들의 불법체류 원인으로서는 첫째, 불법체류자로 숨어 지내다 보니 정부의 자진출국지원 프로그램을 제대로 알지 못한 경우 둘째, 자진출국하려고 준비까지 다하였지만 당시 개별적인 사정으로 인해 결국 출국하지 못한 경우 셋째, 정부정책을 신뢰하지 못한 경우 등 (향후 재입국 허가가 안 날 것이다)이었다. 그런데 이들의 이러한 문제들은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어서 정부가 현재 8월 말까지 불법체류자 자진출국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 또한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인 상황이다. 중국내 생활터전이나 기반을 이미 상실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 돌아갈 경우 자기에게 무슨 이익이 있는지 또는 어떤 이유에서라도 돌아가야 할 명분은 무엇인지 적절한 해답이 어려운 상황이다. 

불법체류자의 생활실태 및 고충사항
  그러면 지금까지 불법체류자로 생활해온 이들의 삶은 어떨까?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장기불법체류자들로 인한 사회적 비용만 고민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과거 국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던 시기에 어쩔 수 없이 중국 땅으로 쫓겨나다시피 삶의 터전을 옮긴 이들에 대하여 같은 민족으로서, 동포로서 이들의 삶을 돌아보고 배려하는 마음이 아쉽다. 특히 이들에게서 가족을 위해 그리고 자식들을 위해 스스로를 기꺼이 헌신하는 우리 민족의 공통적인 모습을 볼 때 나는 너무나 진한 동포애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들도 한결같이 가정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희생이 가정과 본인에게 정상적인 화목과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못했다. 다수의 중국동포 장기불법체류자들은 이혼, 자녀일탈, 교육 문제 등으로 가정이 해체되었으며, 한국사회에서의 편견과 저임금, 임금체불, 건강문제, 인권침해 등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주변부 인생으로 외면당하며 살아 왔다. 이제 좀 더 구체적으로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자.

사례 1) 갑은 14년 전에 입국하여 불법체류하고 있는 자로, 고향에 계신 아버지가 일흔의 나이에 돌아가시게 되었지만, 장례식에 참석 하지도 못하였다. 그 후에도 형제들이나 배우자, 자녀의 가정 대소사에도 참석하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스스로의 자괴감으로 인한 자기상실과 도덕적 일탈 등으로 급기야 가정마저 해체되어 버렸다. 형제들과도 반목이 생겨 현재는 연락조차 하지 않고 남남으로 살고 있다.

  사례 2) 을은 한국체류 기간 중 일을 하고도 고용주로부터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는데 고용주가 오히려 불법체류자 신고를 하겠다며 협박과 공갈을 하는 바람에 상당기간이나 체불된 임금을 모두 포기하게 되었다. 단속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관계기관에 신고도 하지 못하고 무작정 당하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10년 이상 체류하였지만 입국 당시 중국에서 사채를 내어 들어왔기 때문에 빚을 갚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만 했다. 그동안 단속을 피해 여기저기 전국을 떠돌며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다 보니 생활환경이 열악한 가운데 있다. 당연히 위생, 복지혜택을 누릴 수 없고 사회 제반활동에 있어서도 정확한 생활정보를 접할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사례 3) 병은 의료보험혜택을 받지 못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약국에서 약을 받아먹으며 그저 참고 지낸다. 건설현장에서 부주의로 다리와 허리를 다쳐 1년 이상 일을 할 수 없었다. 병원 치료도 제대로 받을 수가 없었다. 타인의 의료보험증을 빌려 진료를 받은 적이 있지만, 적발에 대한 두려움과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이제는 병원치료를 포기하고 약국에서 임의적으로 구입하여 복용하고 있다.

  사례 4) 정은 한국에서 같은 불법체류자 신분인 현재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였다. 하지만 부부가 불법체류자의 신분이기에 혼인신고도 제대로 못하고 동거형식으로 함께 생활하고 있다. 한국에서 자녀를 출산하였는데 그 자녀 또한 불법체류자의 신분이다. 내년이면 그 자녀가 학교를 가야 할 나이가 되는데 걱정이다.

  사례 5) 무는 30대 중반 청년시절에 입국하여 지금은 40대 후반 중년이 되었다. 한국생활 15년이 된 무는 이미 이곳의 한국문화와 생활관습에 익숙하다. 무는 중국으로 돌아가더라도 한창 지출이 많은 시기인데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농삿일을 다시 시작할 자신도 생각도 없다. 돌아가고 싶지 않다. 한국에서 계속 살고 싶다.


그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우리는 이들을 단순히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불법체류자'로만 바라봐야 할 것인가? 분명 이들은 외국인이 아닌 우리 민족이다. 조국을 떠나 살면서 50년 이상 정체성과 언어를 보존하면서 민족공동체를 지켜온 사람들이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겪으며 질곡의 세월을 보낸 한민족이다. 일제의 핍박을 피해 독립운동을 하기 위하여 중국으로 건너갔다가 한국전쟁을 맞기도 했으며, 수십년이 지나서 돌아온 우리민족이다. 그러한 이들이 고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살아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 우리 앞에서 전개되고 있다.

  사실 불법취업과 장기체류를 하게 된 원인이 이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산업연수생 제도의 결함과도 관련되어 있는 장기불법체류자도 의외로 상당히 많다. 연수생을 선발할 당시 관계기관에 높은 수수료(상담결과 3~5만 위안을 지급하였다고 함)를 납부해야 입국할 수 있었고, 입국 후에는 연수라는 목적으로 터무니없이 낮은 연수수당(월 40만원~60만원)을 지급하는 바람에 도저히 이들로써는 입국을 위해 빌린 빚과 이자를 갚을 수 없었다. 자신의 생활조차도 어려운 월급으로 연수만을 할 수는 없었고, 급기야는 회사를 그만두고 건설현장 등으로 숨어들어 불법체류자 신세가 된 경우도 많다. 여기에는 우리 사회가 그 책임의 한 축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적절한 구제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현재 실제로 재외동포법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아직도 중국동포들은 재외동포로서의 지위를 완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동포가 자기의 모국에 거주하면서 불법체류자라는 낙인이 찍혀 일반외국인들과 동일하게 법 적용을 받는다는 것은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최근 법무부에서는 금년 8월 말일까지 불법체류자가 자진 출국하면 벌금부과 및 입국규제를 하지 않으며, 향후 국내 친· 인척이 초청할 경우 입국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중에 상당수가 국내에 친· 인척이 없거나 또는 있다고 하더라도 초청 상한선에 묶여 초청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들 중에 자진 출국프로그램에 동참할 사람도 또한 극히 적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이들을 한국사회의 정상적인 삶의 울타리로 끌어안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들이 모국에서 적법하게 체류하도록 만들어주거나 또는 출국하더라도 정상적으로 신속히 재입국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현재 정부에서도 관련하여 일부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선별적이고 제한적으로 구제해서는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누구는 구제를 받고 누구는 구제받지 못할 경우 정부와 동포사회에 반목과 불신만을 조장할 뿐이다. 따라서 최선의 정책은 법무부가 다시 한번 불법체류자 전면 합법화정책르 과감하게 시행하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어렵다면 다음과 같은 대상별 단게별 사면정책을 시행할 것을 건의한다.
  첫째, 이들을 대상별로 차별을 두어 일괄 구제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만60세 이상 고령 동포 또는 한국에서 결혼, 자녀를 출산하여 생활하고 있는 경우, 부모 또는 형제자매들이 한국에서 국적을 취득하여 생활하고 있는 동포는 모두 F-4(재외동포)자격을 주도록 한다. 그러나 그 중에서 왕성한 경제활동이 가능한 연령대인 40대 중반에서 50대 동포는 H-2(방문취업)자격을 부여하도록 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향후 장기적인 체류가 예상되는 30대에서 40대 초반은 D-4(일반연수)등을 부여하여 한국에서 안정적인 경제능력을 갖추고 살 수 있도록 유도한다. 둘째, 이들이 출국하지 않은 상태에서 모두 구제하기 힘들다면, 이들에게 선별적으로 출국할 수 있도록 사증발급인정서를 발급하여 출국 후 일반연수 자격으로 재입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적용하는 방안 등이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들을 불법체류자 개인으로서만 바라보지 말고,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이들을 껴안고 포용해야 한다. 현재 중국에 살고 있는 중국동포 2~4세 가운데 성공한 이들이 많다고 한다. 연변을 포함 동북지역을 벗어나 북경, 상해, 천진, 광주 등 중국 중심도시로 진출하여 사회경제적 및 정치적 영역의 전반에 걸쳐 많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중국동포(사회)가 발전하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 안보, 통일 등 여러 측면에서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규제중심의 불법체류 동포정책은 거시적 안목에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한국 내에 있는 중국동포들이 약자이지만 수년 후에는 상황이 바뀌어 우리가 중국동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같은 민족으로서 이들을 대하는 우리의 정책과 태도도 당연히 포용적이어야 하지만, 현실적인 이해득실을 따져보더라도 우리 사회가 이들 장기불법체류 동포들을 포함한 중국동포들에게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그 답은 너무나도 명약관화하다.

이주동포정책연구소 미드리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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