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률 회장의 퓨전로드맵

중국이 한반도에 끼치는 자연재해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이 ‘황사’문제라고 할 수 있다.
황사(黃沙)는 봄철에 중국이나 몽골의 사막에 있는 모래와 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멀리 날아오는 현상을 말한다.
황사는 삼국사기에서도 그 기록을 찾아볼 수 있듯이 오래전부터 발생한 자연현상이다. 그러나 최근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그리고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 및 산림의 파괴, 무분별한 토지와 수자원의 이용에 기인한 토양의 황폐화 등으로 황사의 발원지인 건조지대 혹은 사막이 늘어나면서 그 발생빈도와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더욱이 황사가 중국의 공업지역 상공을 통과하는 중에 납, 카드늄 등 중금속을 포함한 오염물질과 결합하므로 건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즉, 근래에 심해진 황사는 단순한 자연현상의 도를 넘어,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인간의 무절제한 행위가 만들어 낸 인재(人災)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인재(人災)의 결과로 나타난 현상이 곧 사막화(沙漠化, desertification)다.

이 황사의 주범인 사막화를 저감하고 예방하기 위하여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한․중우호녹색장성건설사업’을 벌이고 있는 노신사 한분이 계신다.
그는 1998년 주중 한국대사로 부임한 첫해에 지독한 황사를 경험한 게 계기가 되어, 2002년부터 ‘한․중문화청소년협회’를 만들어 중국 공산주의 청년단(공청단)소속 단원들을 포함, 해마다 한․중 양국의 수많은 대학생, 청년들과 함께 지금까지 8년째 방사림 조성 작업을 앞장서 이끌어 오신 권병현 대표이시다.
그 결과 내몽고 쿠부치(庫布其) 사막일대에 약 100만 그루의 크고 작은 나무를 심었다.
이 협회가 주관하고 있는 ‘미래숲 가꾸기’ 운동은 한마디로 중국과 한반도 문제를 함께 풀고자 하는 환경공동체운동으로서, 궁극적으로 환경이라는 나무와 인재(人材)라는 나무를 동시에 키우는 섬김과 나눔의 봉사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2월 27일자로 ‘(사)미래숲’이란 이름으로 통일부 대북지원사업자로도 지정받은 이 단체가 그동안 중국 안에서 해온 일들을 살펴보면 참으로 귀한 사역을 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는 황사의 40%는 쿠부치(庫布其)등 네이멍구(內蒙古)사막이 발원지가 되어 밀려든다.
고비사막에서 불어오는 황사는 약 20%정도를 차지한다.
편서풍을 타고 하루만에 한국에 도착하는 이 황사는 한반도와 중국 동부지역의 3억 인구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지역 주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
(사)미래숲은 그동안 쿠부치 사막의 동쪽 끝부분에 남북을 가로지르는 길이 28km, 폭 3~8km, 면적 3,587ha의 방풍림을 조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중국 정부의 진폭적인 지지와 함께 한국 정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의 지원을 받아 연합사역 형태로 일을 진행시켜왔다.
과거 만리장성이 북방의 유목 민족의 침입을 저지하는 방어선이었다면, 지금 (사)미래숲이 주도하고 있는 이 녹색장성(綠色長城)은 황사 발원지인 쿠부치 사막의 동진을 막는 ‘마지노선(線)’인 셈이다.

(사)미래숲이 제출한 쿠부치 사막 조림사업 현황자료에 의하면, 그동안 산림청에서 24만 그루(173ha), SK그룹에서 24만 그루(173ha),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18만 그루(50ha), 대한항공에서 10만 그루(50ha)의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또한 이러한 사막화예방의 조림사업뿐만 아니라 지난 3월초에는 경기도 대표단이 북경에 와서 ‘중화전국청년연합회’와 생태원 조성계획을 협의하고 돌아갔다.
경기도에서는 사업비 10억원을 책정하여 올해부터 2013년까지 5년간 매년 50ha씩 모두 250ha 규모의 ‘경기도 녹색생태원’을 쿠부치 사막에 꾸민다는 방안을 확정하고 이를 (사)미래숲을 통해 지원하기로 했다.
권병현 대표께서 이끄는 한․중우호녹색장성건설 및 생태원 복원사업은 한마디로 중국과 함께 중국을 뛰어넘는 선린외교와 민간교류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국내 최초로 지난해 8월 1일 UNEP(유엔 환경계획)의 업저버 자격을 인정받았던 (사)미래숲은 올해 2월 중순경에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UNEP 집행이사회 및 세계환경장관회의에도 공식 초청을 받았다.
한․중간에 펼쳐진 녹색장성 프로젝트는 한․중간 양국의 우호증진뿐만 아니라 중국을 넘어 세계로부터 그린피스(Green Peace) NGO활동의 성공모델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청년들 및 한국에서 온 봉사대 청년들과 함께 쿠부치 사막 조림지 현장에 갈 때 마다 권병현 대표는 늘 이렇게 말하곤 했다.
“쿠부치 사막에는 불과 50년 전 만해도 양들이 풀을 뜯던 초원이 있었다.”
끝도 없이 펼쳐진 모래언덕 사이로 드문드문 나무들이 힘겹게 자리잡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인재(人災)가 남긴 깊은 상처를 안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쿠부치는 200년 전 만해도 초원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1960년대 들며 대약진운동과 경지개간사업등의 영향으로 나무와 초지가 사라지면서 급격히 사막화 됐다.
황사가 절정에 달하는 4∼5월이면 3m앞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칙칙한 ‘모래 지옥’이었던 쿠부치가 이제 한국인들의 도움으로 서서히 푸른 생명의 빛깔을 되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권병현 대표는 여의도 포럼에 기고한 ‘동북아환경공동체’라는 제하의 칼럼에서 이런 글을 남겼다.
“동북아지역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길은 있는가? 현재로서는 정치적 공동체를 만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경제적인 공동체를 만드는 방법은 가능성이 있지만 각국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어 요원하다. 여기서 의외로 간단한 해답을 발견한다.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은 운명적으로 같은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 따라서 동북아지역의 국가들과 국민들은 불가피하게 환경협력을 해야 한다. / 유럽공동체는 역내국가들이 절실히 필요했던 석탄과 철강 협력으로 시작해서 장기간의 점진적인 협력을 축적해 오늘에 이르렀다. 더욱이 지금 지구환경의 위기에 처해 세계적 차원에서의 협력뿐 아니라 지역적 환경협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글로벌 환경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동북아지역의 환경협력을 확대해 점차 다른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 / 이 지역의 환경협력과 환경공동체 이념은 인간이 자연과 하나가 되는 ‘천인합일(天人合一)’의 친환경적인 동양사상을 기초로 삼아야 한다. 천인합일에 기초를 둔 동양문화는, 자연을 개발이나 정복의 대상으로 보고 산업혁명과 과학기술발전을 통해 무한한 경제개발을 추구해 온 서양 문화와 구별된다. / 지구의 온난화와 사막화가 우리 삶의 터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 양대 재앙은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초래한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양대 재앙은 인간이 의식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파괴를 막고 지구를 살리는 방법은 동양의 천인합일 정신으로 돌아가는 길밖에 없다. 한·중·일 동북아 3국 정부와 국민들이 환경협력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동북아환경공동체에서 함께 살고 있다는 자각과 공동체의식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주중 한국대사를 역임했고, 그 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을 수행하면서 세계에 흩어져 있는 코리언 디아스포라들과 한국 기업들의 국제공조체제(‘한상대회’)를 만들어 가려고 노력했던 백발의 청년 권병현 대표, 그가 지니고 있는 동북아공동체의식과 천일합일의 사상은 이제 (사)미래숲을 통해 ‘중국사랑’과 더불어 중국을 뛰어넘어 인류 보편적 가치인 지구환경의 보호와 회복이라는 단계까지 나아가고 있다.
인간과 자연의 상생관계를 통해, 국경을 초월하는 ‘녹색의 만리장성’을 쌓아가는 한 한국인의 꿈과 의지는 우리들의 미래를 밝히 열어가는 또 하나의 제3의 길이 되기에 충분하다.

이외에도 중국 내몽고지역의 사막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을 매년 탐방하여 얼마남지 않은 초원을 보전하기 위해 중국 NGO 20여개 단체들과 함께 시린꺼러멍(锡林郭勒盟) 초원의 지역들을 생태문화보호구로 지정하고 보호하는 사업을 전개중인 ‘환경운동연합’이란 단체가 있다.

시민단체의 한정된 예산과 자원으로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복원보다 현지 주민들과 함께 생태를 지키고 지속가능한 생활방식을 찾아나가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점에 착안한 NGO활동인 것이다.
환경교사 교류를 통해 사막화의 실정을 직접 체험하고 중국의 교육내용을 참관하여 한국에서 국제환경문제로서의 사막화문제에 대한 교재를 만들고 학생들에게 환경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생태문화보호구로 지정한 지역의 학생들과 자매결연도 진행하여 교육 후 스스로 환경운동을 실천해 가도록 이끈다.
현재 중국의 사막화지역은 기본적으로 빈민지역이며 생활수준이 낮아 공장을 도입하거나 초원을 개간하여 생활을 도모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따라서 현지 유목민들 스스로 자신의 환경을 지키고 생활상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계몽하는 방안이 매우 중요한데, 이를 위해 중국내 사막화 관련 NGO들과 연계하여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활발한 대민교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 ‘황막사’라는 민간단체가 있다.
‘황사를 막는 사람들(서울시 등록 NGO)’을 줄여서 쓰는 말이다.
현재 명지대와 공인중개사협회, 부동산TV 등에서 부동산 법규 및 투자 강의를 하고 있는 박준호 회장이란 분이 이 단체를 이끌고 있는 수장이다.
그는 1997년 사업차 네이멍구에 출장을 왔다가 거친 ‘황사의 땅’을 목격하고 나무를 심기로 결심한 후 현지 지방정부를 지원하여 작업하는 방식으로 1999년부터 지금까지 10년간에 걸쳐 약 18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그동안 현지 요원들의 비협조와 이해 부족으로 시행착오도 많았고, 또 주위의 편견도 심했다. 일부 네티즌은 “죽은 나무 뭐하러 심나, 중국 좋은 일만 시킨다.”며 비난하기도 했고, 심지어 가족들조차도 시선이 곱지 않았다.
하지만 10년 노력은 서서히 빛을 보기 시작했다.
2006년 당시 주한 닝푸쿠이(寧賦魁) 대사가 그를 만나면서 신화통신에 소개됐다. 이후 중국 현지의 지방정부들이 적극 동참하여 나무심는 작업뿐만 아니라 사후관리에도 많은 협조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네이멍구(內蒙古區)의 간치카를 거점으로 주변에 있는 나이만(奈曼), 치펭(赤峰)쪽으로 조금씩 식수지역을 늘려가다가 급기야 나중에는 랴오닝성의 장구타이(章古臺), 캉핑(康平), 지린성의 퉁파(同發)와 향하이(向海) 등지로 확대해 나갔다.

지난해 ‘황막사’와 함께 동행 취재한 기자의 기행문 자료를 살펴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27일 오전 랴오닝성(省) 푸신시(市) 장위현(縣) 따령향(鄕)의 백양나무 식수에는 따령소학교 학생 열 명이 동참했다. 황막사 최연소 참가자인 경기 파주시 봉일천초등학교 김신웅(12)·이승욱(12)군은 동갑내기인 신팡페이(辛芳菲)·샤오훙유에(肖紅月)양과 함께 나무를 심으면서 ‘우리나라를 위한 일이어서 뿌듯하고 중국 친구까지 생겨 즐겁다’고 말했다. 신팡페이는 ‘한국의 드라마나 가요를 좋아하는데 친구들을 보니 꼭 한국에 유학가고 싶다’고 하며 웃었다.
담임 교사인 바이슈에메이(30·여·白雪梅)씨는 ‘최근 중국의 청소년들 사이에 반한 감정이 많아졌는데 이곳은 식수행사 때문에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면서 ‘민간외교의 끈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황막사’는 나무 사이에 땅콩 등 곡식을 심을 수 있도록 150무(畝)의 토지에 백양나무를 8m 간격으로 심었다. 푸신시 임업국 뤼쥔쥔(呂俊軍) 부국장은 ‘이곳은 커얼친(科爾泌) 사지(沙地)의 남쪽 끝으로 몇 년 전만 해도 4월이면 눈을 못 뜨고 다닐 정도였다. 하지만 나무를 심으면서 황사도 줄고 토양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의 꾸준한 방문이 힘든 황사와의 싸움에 큰 격려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화성시 발안에 사는 안효선(57)·김윤순(54·여) 부부는 ‘한 그루 나무의 귀중함을 새삼 느꼈다. 중국 전체로 보면 작은 양의 나무지만 그들의 마음에서 큰 거목으로 자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중간 우호의 그린벨트(Green Belt)는 이렇게 단순한 나무심기 작업으로 시작된 것이지만, 양국 국민들 가슴속에 희망의 역사(동북아공동체사회)를 가꾸는 ‘미래의 숲’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세계환경문제에 대응하면서 중국을 품고 중화(中華)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미래가치를 창출해 내고 있는 이러한 섬김과 나눔의 정신이 녹색장성(綠色長城)의 동맥이 되고 또한 한국과 중국, 나아가 북한과 일본을 가로잇는 평화의 구름다리가 되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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