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교류 기대와 안 의사 재해석 움직임 활기

 정부가 광복 60주년을 맞아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를 통한 남북 교류의 기대가 높아지는 한편 동아시아 평화공존의 사상적 준거자로서 안 의사를 재해석하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고 있다.

 

 

 안 의사 조국 품으로 돌아오나

 

 황해도 해주 출신인 안 의사는 1907년 연해주로 망명하여 독립투쟁 활동을 벌이다 1909년 하얼빈에서 조선 통감부의 초대 통감이었던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다.

그는 이듬해 사형 집행을 당하기 직전 “내 유해를 하얼빈에 묻었다가 국권이 회복되면 이를 조국으로 옮겨 달라”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사의 시신은 현재 중국 뤼순 인근에 묻힌 것으로 추정되며 광복 60년을 맞아 안 의사의 유언이 이행될 지의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유해 발굴의 시도는 1948년 김구 선생이 당시 노동당 부위원장이던 김일성에게 공동 발굴을 제안한 것에서 비롯한다. 이후 북한은 국가 차원에서 남한은 주로 민간 차원에서 유해 발굴 사업을 추진했으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안 의사가 수감된 중국 뤼순 형무소의 소장 딸이 자신이 갖고 있는 자료를 근거로 안 의사가 묻힌 지점을 증언하면서 조사 활동이 탄력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10살이었던 형무소 소장의 딸 이마이 후사코씨는 뤼순 형무소의 사진 두 장을 바탕으로 안 의사가 매장되던 정황과 묘역을 설득력 있게 묘사했으며 이 증언이 민간에 확보된 또 다른 자료와 연결돼 안 의사 유해 발굴 작업이 한층 힘을 얻었다.

 

 

 역사적 사업 통한 남북 화해 기대


 이번 발굴 사업이 정부 주도로 추진되면서 일각에서는 이를 계기로 남북한이 한 차원 높은 관계 개선을 끌어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남북 협력은 경제와 문화 분야에 치중됐으나 안 의사 유해 발굴이 역사적 유대를 바탕으로 남북한 공동에게 주는 상징성을 볼 때 남북 교류 나아가서는 당국간 정상회담까지 이끌 창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2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안중근 의사 유해 공동 발굴을 '광복 60주년 남북 공동 사업'으로 규정하고 당국 간 대화가 재개되는 대로 이를 북한에 제의할 방침"이라고 확인해 정부가 이 사업에 거는 남북한 관계 교류의 기대를 내비치기도 했다.

 

 

 안 의사 ‘동북아 평화론’ 평가 작업 활기


 한편 안 의사가  본격적인 주목을 받으면서 그를 단순한 ‘의사’가 아니라 철저한 평화주의자이며 개인적인 이론을 정립한 투철한 사상가로서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안 의사가 직접 옥중에서 쓴 ‘동양평화론’은 일본, 한국, 중국이 각기 자주 독립국으로서 서양의 침략을 막아내자는 데 근본정신이 있으며 이는 일본이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주장했던 '아시아 연대주의'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일본이 아시아에서 분쟁의 축으로 떠오르면서 이미 1세기 전에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이론을 세운 안 의사의 선구적인 사상가로서의 면모가 부각되고 있다.


 

 연고권 문제는 불씨로 남을 것

 

 안중근 의사 유해가 발굴되더라도 문제는 남아 있다. 남한과 북한이 모두 안 의사 유해에 대한 연고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80년대 중반에 독립기념관 측은 유해를 찾으면 기념관에 모시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반면 북한은 안 의사의 고향이 해주라는 점을 들어 북한쪽 안장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 측의 협조도 한 변수이다. 최근 동북공정 사업에 나선 중국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인 안 의사 유해 송환에 협조적으로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이 뤼순 형무소 인근의 조선족들 사이에는 “중국 당국이 안 의사 매장지를 확인하고도 비밀에 부치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한다.


 최근 국가보훈처의 박유철 처장은 중국을 방문해 순국한 안중근 의사의 유해 발굴 문제를 협의할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이르면 4월 말에 박유철 처장이 중국을 방문할 수 있으며, 안 의사 유해 발굴과 관련한 협의도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훈처는 또한 이 문제가 북한과 관련된 사안이며 남북한의 합의가 없으면 성사될 수 없다는 점에서 관계부처 협의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방침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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